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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제 작업과 최근 진행한 제로웨이스트 여행 프로젝트 <형편없는 살림꾼>이 경향신문에 소개되었습니다.

아래 일부 옮깁니다. → 기사 전문 읽기


달력 위의 새, 숲보다 무거운 사람 …무얼 말하려는 걸까

버려진 철사로 작품 만드는 와이어 아티스트 좋아은경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입력 : 2019.04.18 20:54

 

일회용품 제한 여행도 진행
작은 행동들이 세상을 바꿀 것


그는 2010년 대학 졸업 후 국내 1호 환경디자이너 윤호섭 국민대 명예교수를 도우면서 환경디자인에 대한 감각을 길렀다. 2012년 여름 무심코 달력을 넘기다가 달력 스프링을 풀어서 처음 새 모양을 만들었다.

마침 그해는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출간 50주년이었다. 열두 달이 지나면 쓰임을 잃어버리는 달력 위에 앙상한 새의 모습이 겹쳐졌다. 작품을 본 윤 교수는 “좋은 아이디어”라며 환경 관련 전시회인 ‘녹색여름전’에 출품하도록 했다. 그때부터 작가는 일상에서 흔하게 쓰이고 버려지는 철사를 가져다 작품을 만들었다. 제과점의 빵끈부터 마트에서 파는 채소 묶음에 통신용 케이블선까지 사용처가 이렇게 많은 것에 놀랐다. 금박을 벗겨낸 빵끈 철사로 만든 새는 동물권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됐다. 틴케이스에 작은 새 4마리가 누워 있는 작품의 이름은 'Dead Bird(죽은 새)'.

“사람들이 처음에는 귀여워하다가 제목을 보면 생각이 복잡해지죠. 새는 왜 죽었을까…. 인간이 편해지려고, 부유해지려고 자연을 파괴할 권리가 있는지 묻는 것이죠.”

그의 작품은 직접 이야기하기보다는 생각을 권한다. 채소 묶음 철사를 벗겨내 만든 ‘균형’이라는 작품에선 시소의 왼편에 여러 사람이 서 있고, 오른편에는 단 한 사람만 서 있다. 하지만 시소는 한 사람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작품을 보는 사람마다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남녀차별, 부의 불평등, 불균형한 공론장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더라”고 그는 전했다. 지난해 여름 기후변화로 인한 사상 최악의 폭염을 겪은 뒤에는 왼편에 많은 사람 대신 여러 그루의 나무를 세웠다. 왜 숲보다 사람이 무거운 것일까.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 떠올랐어요. 오랜 세월에 걸쳐 숲을 조성한 한 사람의 귀한 노력을 보여주려고 했는데요. 반대로 사람 손에서 톱이나 도끼를 떠올리면 숲의 파괴, 스키를 연상하면 가리왕산 복원 문제까지 연결되겠죠.”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지난겨울에는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며 여행을 하는 ‘형편없는 살림꾼’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침묵의 봄>에 나오는 “우리는 눈에만 안 보이면 된다며 양탄자 밑으로 먼지를 쓸어 넣어 버리는 속담 속의 형편없는 살림꾼처럼 행동한다”는 구절에서 따온 제목이다.

“지난해는 재활용쓰레기 대란도 있었잖아요. 고래 배안이 비닐로 가득 찬 사진을 봤어요. 문득 저 중 한 장 정도는 내가 버린 쓰레기가 흘러간 것이 아닐까 마음이 무겁더라고요. ‘나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행 석 달간 안 쓴 생수병만 300개에 비닐봉지가 600장은 되겠더라고요. 작은 행동에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의 희망은 작품 재료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흔하게 쓰는 철사지만, 사실 철은 귀한 자원이잖아요.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현재로선 재료 구하기가 너무 쉬운데 낭비가 줄고 재활용이 늘어서 재료를 사다 쓰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웃음).”

 

 

달력 위의 새, 숲보다 무거운 사람 …무얼 말하려는 걸까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환경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 일회용품 제한 여행도 진행 작은 행동들이 세상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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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없는 여행 프로젝트, 형편없는 살림꾼을 정리해 페이퍼 2019년 봄호에 기고했습니다. 일부 아래에 옮깁니다.


나의 치앙마이 - 도전! 제로웨이스트 태국 여행
일회용품 없고 쓰레기도 안 만드는 제로웨이스트 태국 여행기 / 좋아은경

일회용품 없이 태국여행을 해보자! 불현듯 의지가 솟아올랐던 것은 왜일까?
최근에 쓰레기 대란으로 떠들썩했잖아.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질 거라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언젠가부터 일상적으로 나누고 빨대가 코에 껴서 아파하는 거북이, 플라스틱 고리가 부리에 껴서 굶어 죽은 새들의 사진을 아무렇지도 않게 마주치고 있더라.

해안으로 떠밀려온 죽은 고래의 뱃속에 가득한 플라스틱을 보며 와, 저 엄청난 양을 봐, 경악하다 문득, 저거 설마 내가 버린 건가?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어. 나는 분리수거를 아주 열심히 하는 우주의 먼지 같은 사람이지만 그 먼지가 만든 쓰레기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누가 알겠어?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5%밖에 안 된다는데. 누군가는 내가 만든 쓰레기 위에 집을 짓고, 내가 버린 쓰레기를 뒤적일 수밖에 없기도 하겠지. 또 속이 상하네...

무엇보다 산술적으로 정말 간단했어! 여행하는 동안 내가 플라스틱에 담긴 생수를 하루에 두 병만 마셔도 백 개가 훌쩍 넘는다는 것. 음식이 담긴 작은 비닐을 하루에 여섯 장만 받아도 삼백 장이 넘는다는 것. 이 모든 것은 아주 놀랍게도 텀블러 하나와 밀폐용기 한 개, 장바구니 한 장으로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는 것.

자연스럽게 제로웨이스트 여행을 하겠다고 결심이 섰지만, 여행이 고행이 되어서는 안 되니까, 중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가볍게 생각하려고 했어. 하나만 줄이자. 하나라도 줄이자. 시행착오를 겪자. 그리고 솔직하게 기록하자.

작은 배낭을 메고 가기에 제로웨이스트 여행 준비물 역시 간소하게 꾸렸어. 무엇보다 새로 사지 않고 집에서 찾아보고 적당한 것이 없으면 주변에서 구했지. 출국 날짜가 다가오면서 ‘새로 사야 하나’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 “어쩌지? 집에 있을 것 같은데 당장 찾을 수가 없네. 지금 나가서 하나 사줄까?” “취지는 그게 아니라니까!” 함께 웃으며 어떻게든 내 여행을 도와주려는 친구들의 응원이 가득해서 떠나기 전부터 좋았어. 뭘 그렇게까지 해? 그런다고 얼마나 바뀌겠어? 김새는 소리 들었으면 어땠을까? 더 전투적으로 했을까?

 

<제로웨이스트 태국 여행 준비물>
1. 약간 깊은 플라스틱 밀폐 용기. 집에서는 활용도가 전혀 없었는데 다양한 음식을 담기에 좋았다.

2. 스테인리스 젓가락. 꼬치 대용으로 사용 가능. 내 인생 첫 젓가락으로, 어린이용이라 밀폐 용기에도 딱 맞게 들어감.

3. 티스푼. 아이스크림 및 각종 디저트 먹을 때 필요했다. 애초에 챙겨가지 않아 방콕 친구에게 가장 가벼운 티스푼을 하나 빌림.

4. 가벼운 접이식 장바구니. 2006년(!) 에코 프러덕트(친환경상품박람회)에 견학 가서 받았다. 매우 낡았지만 계속 가지고 다닌다.

5. 강렬한 무늬의 손수건 3장. 쓰지 않는 걸 선물 받은 것으로 얼룩이 생겨도 걱정 없다. 크기가 넉넉해서 손수건 본연의 기능 외에도 채소나 빵 등 음식을 싸기도 하고 보자기처럼 활용하기도 했다. 평소에는 2장만 가지고 다님.

6. 각종 음료를 받아 마신 뒤 씻기 좋은 입구가 넓은 텀블러와 물 담는 용도의 밀폐가 잘되는 작은 텀블러. 두 개 모두 가지고 다니며 일행이 필요하다고 하면 빌려줬다. 연희동의 일회용품 없는 카페 <보틀팩토리>가 시민들에게 시증받은 것을 재기증받았다.

7. 모든 것은 얇고 가벼운 에코백 속으로 쓱. 세탁이 간편하고 건조도 빠르다. 크기도 커서 장바구니 역할을 함께함.

 

부피는 조금 되지만 가벼워서 그방 익숙해졌어. 정해진 기간에 한정된 물품을 줄이는 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동기부여가 되더라. 티셔츠에 태국어로 문구를 적어 입고 다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태국인 친구에게 필수 문장을 배운 것이 효과만점 이었어. 주문하면서 영어로 말하는 것보다 나그사긋한 태국어로 말했기에 나의 '특별 요구사항'은 대부분 기분 좋게 받아들여 진 것 같아.

 

처음에는 한가해 보이는 곳에서만 시도하다가 나중에는 번호표를 받아 줄 서서 주문하는 인기 노점에서도 해냈어! 유후! '어떻게 일회용 플라스틱과 비닐 없이 음식을 가져가나' 하는 호기심에 찬 눈빛을 받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고, 칭찬과 따봉을 되게 많이 받았어.

 

여유 있고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중요했어.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자책감 들어 표정이 어두워졌는데, 상대방은 잘못을 따지거나 유난 떠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더라고. 동행이 생겼을 때 각박하게 굴지 않으려다 오히려 꼬일 때도 있었어. 일회용 컵이나 빨대를 받아놓고 쭈뼛거리면 되레 서로 민망하고 미안한 상황이 돼버려서 명쾌하고 유쾌하게 말하는 기술이 필요하더라.

 

치앙마이에서의 마지막 밤. 머물던 호스텔에서 일하는 친구가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했어. 밤마다 간식거리도 사다주고 고마운 것이 많았다며. 그는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음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했고 "그런데 이거 다 비닐에 싸주겠지?" 나의 한마디에 한걸음에 숙소로 달려가 그릇을 챙겨왔어. 정말 감동했지. 아슬아슬 음식이 가득 담긴 그릇을 들고 돌아가는 길에 진귀하게 쳐다보는 다른 여행자들을 향해 "일회용 비닐봉지를 쓰지 않으려고요!"라고 말했고, 그들은 "오, 정말? 대단해!" 하며 호탕하게 웃음을 나눴어. 그 기분 좋은 순간들이 지금 떠오른다.

 

모든 여행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방콕 친구네 돌아왔을 때, 친구는 내가 선물한 접이식 장바구니를 그동안 항상 사용했다고 하더라. 그러다 보니 음식물쓰레기 버릴 비닐 봉투 하나 집에 없다고 웃어 제꼈어. 그 친구는 자신의 부엌에 잠들어 있던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고, 음료를 받아 수업에 들어가면 학생들이 "우아, 선생님. 그거 예뻐요? 새것이에요?" 하고 물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텀블러 사용에 대한 설명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줬어. 아이들은 곧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될 거라고.

 

<제로웨이스트 태국 여행을 위한 필수 태국어>

* 빨대는 필요 없어요 = 마이 아오 러얻 카

* 비닐봉지는 필요 없어요 = 마이 마오 투웅 카

* 제 컵이 있어요 = 아오 께에오 마엥 카

* 제 용기가 있어요 = 아오 끌렁 마엥 카

* 고맙습니다 = 컵쿤 카 (화자가 남자의 경우 '컵쿤 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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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쓸(Magazine SSSSL) 4호에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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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팩토리가 시민들에게 기증받은 텀블러를 재기증 받아 여행을 떠났던 형편없는 살림꾼. 무사히 돌아와 보틀팩토리에서 태국 여행 후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형편없는 살림꾼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던 에피소드들은 물론 미처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방대한 양의 사진 슬라이드와 함께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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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와디깝- 🙏🏻 보틀팩토리 텀블러를 후원받아 쓰레기 없는 태국 여행을 했던 ‘형편없는 살림꾼’이 여행에서 돌아왔어요! 일회용품 많이 쓰는 태국에서 어떻게 시도했고, 얼만큼 성공했는지 흥미로운 이야기 들어보려해요. 형편없는 살림꾼 만나 수다 떠실분은 이번주 금요일 저녁에 놀러오세요. 쓰레기 없는 여행을 위한 필수 태국어 회화도 배울수 있습니다! 😂 (방콕, 치앙마이 여행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필요하겠죠🤔) - 3월 29일 금요일, 7시 반 / 6명 - 참가비 : 안 쓰는 유리병이나 밀랍랩, LAN선 중 택 1 (+카페에서 음료 주문) - 수다 후 시간 되시는 분들은 ‘철사로 새 만들기’ 워크숍도 합니다. (형편없는 살림꾼은 버려진 철사로 작업하는 아티스트입니다. @_yoaek) * 신청은 dm 으로 해주세요 🙌🏻 (모집 마감되었습니다) #형편없는살림꾼 #제로웨이스트 #여행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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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를 유독 힘들어하는 저는 겨울을 더운 나라에서 보내기로 했어요. 관광보다는 탈출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태국을 선택하였습니다. 신세를 질 수 있는 친구가 몇 있거든요.

약속된 일정을 마치는 대로 떠나는 항공표를 급하게 구입하고 나니, 불현듯 저의 지난 여행들이 떠올랐습니다.

태국은 한국만큼이나 일회용품 사용이 정말 많아요. 그리고 저는 여행지에서 굉장히 관대해집니다. 평소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일회용 컵, 일회용 봉투 등을 받아 하루하루 쓰레기를 잔뜩 만들면서 각 나라의 삶의 방식과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자라는 핑계를 대곤 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다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여행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빨대가 코에 껴서 고통받는 거북이, 페트병에서 나오는 고리가 부리에 껴서 굶어 죽은 새와 같은 사진을 정말 매일같이 보고 있어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질 것이고, 이미 우리가 먹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 정도라는 그런 이야기들이 평범하게 오갔어요.

그동안 재활용된 플라스틱이 고작 5%라는 수치를 접하기도 했어요. 5%라니! 저희 어머니는 아주 성실하게 분리배출을 하세요. (주로 식품 구입에서 발생하는) 종이, 유리, 플라스틱, 캔을 깨끗하게 나눠두었다가 목요일 아침에 아파트 단지에 마련된 배출장소로 가지고 나가요. 조그마한 플라스틱 조각까지 세심하게. 근데 그런 것은 재활용이 되지 않기에 폐기물로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게 낫다고 하더군요. 그간의 수고는 다 어떻게 된 걸까요?

어느 외국의 해안으로 떠밀려온 죽은 고래 뱃속은 비닐봉지로 가득했어요. 아차, 그 중에 제가 버린 게 한 장은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겠어요. 제가 아무리 우주의 먼지 같은 사람일지라도요.

"현대적인 방식이 만들어낸 엄청난 쓰레기 처리 문제에 직면할 때면
……
우리는 과학의 안내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눈에만 안 보이면 된다며
양탄자 밑으로 먼지를 쓸어 넣어 버리는
속담 속의 형편없는 살림꾼처럼 행동합니다."


레이첼 카슨, 잃어버린 숲

제가 바로 그 ‘형편없는 살림꾼’이라고 생각했어요. 쓰레기는 제 눈 앞에서 말끔히 사라졌지만 소각장으로, 매립지로, 강으로, 바다로, 그저 어딘가로 밀어낸 것일 뿐이니까요.

"일회용없이 여행을 해보자."
인스타그램에 형편없는 살림꾼(www.instagram.com/bad.housekeeper/) 계정을 열었습니다. 


완벽한 결과보다는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 의의를 두자고 되내었어요. 이 여정을 만점을 받고 패스해야 하는 시험으로 여기지 말자고, 왜냐하면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여행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과 ‘방법’이니까, 순간순간의 경험을 쓸모있는 정보로 남기자면서.

여행에 필요한 물품은 새로 사지 않고 집에서, 주변을 수소문해서 구했어요. 배낭여행자이기에 꼭 필요한 것만 가볍게 챙겼어요.
<태국여행에서 유용한 준비물>을 소개합니다.

 

1) 플라스틱 밀폐 용기. 약간 크다 싶을 정도의 깊은 형태. 가지고 다니기에는 납작한 것이 편하지만 (밥, 국수, 빵, 간식 등) 여러 종류의 음식을 담기에는 깊은 것이 좋았어요. 집에서 안 쓰는 것을 가져갔습니다.

2) 스테인리스 젓가락. 포크, 꼬치 대용으로 사용 가능합니다. 어린이용이라 길이가 짧아 밀폐 용기에 딱 맞게 들어가서 따로 케이스를 가져가지 않았어요. (제 인생 첫 젓가락입니다)

3) 티스푼. 아이스크림 및 각종 디저트 먹을 때 대부분 플라스틱 스푼을 제공하더라구요. 애초에 챙겨가지 않아 방콕 친구네에서 가장 가벼운 티스푼을 하나 빌렸습니다. 스무디 먹을 때도 유용하고, 길거리 노점에서 밥 먹을 때 쓰기도 했어요.

4) 가벼운 접이식 장바구니. 원터치로 쉽게 꺼내쓸 수 있는, 부피가 작고 가벼운 것이 좋습니다. (2006년 일본 친환경상품박람회에 견학 가서 받은 것으로, 형태와 재질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 낡았지만 계속 가지고 다니고 있습니다)

5) 무늬가 있는 크기가 넉넉한 손수건 3장. 손수건 본연의 역할 외에 한 장은 밀폐 용기에 넣고 다녔어요(젓가락과 티스푼 덜그럭 소리 방지). 채소, 과일이나 빵 등 음식을 싸기도 하고, 보자기처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얼룩이 생겨도 걱정 없도록 알록달록한 것으로 모두 안쓰는 것을 선물 받았습니다.

6-1) 입구가 넓은 텀블러. 얼음이 들어간 음료를 받아 마신 뒤 씻기 편리합니다.
6-2) 밀폐가 잘되는 작은 텀블러. 물을 담고 다녔고, 일행이 생기면 종종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두 개 모두 서울 연희동의 일회용품 없는 카페 <보틀팩토리>가 시민들에게 기증받은 것을 재기증받았습니다.

7) 얇고 가벼운 에코백. 위의 7가지 아이템을 모두 넣고 다녔습니다. 얇아서 세탁이 간편하고 건조도 빠릅니다. 크기도 넉넉해서 장바구니 역할을 함께 했어요.

빨대 없이 마시는 것에 익숙하기에 다회용 빨대는 가져가지 않았고, 숙소의 주방에서 설거지할 요량으로 수세미와 세제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샴푸와 바디워시는 오래전에 받은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리필해서 쓰고 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멀쩡하게 제 기능을 하는 것들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쓰려고 해요.

한정된 기간에 한정된 품목을 정해 줄이려는 것은 확실히 동기부여가 되었어요. 산술적으로도 간단했어요. 물, 음료 등 마실 것이 담긴 플라스틱 용기를 하루에 2개만 써도 한 달이면 60개, 음식 등을 담는 비닐봉지를 3장만 받아도 한 달이면 90장...! 텀블러와 밀폐용기, 장바구니만 챙겨 사용해도 그 숫자를 0에 가깝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태국어 필수 회화>를 준비했습니다. 그 덕에 도전의 순간은 언제나 웃음과 호의로 가득했어요. 정말 덕분에 여행이 무척이나 풍요로워졌어요.

 

 

 

당장 엄두가 나지 않아도, 천천히 시도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우리는 여행을 계속할 테니까요.

▶이렇게 시작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여행지에서 ①쓰고 버리는 것을 인식한다 ②남들이 버리는 것을 목격한다 ③한곳에 쌓인 쓰레기가 저 정도라면... 이 동네, 이 나라, 지구 전체의 스케일을 상상해본다.

▶아무런 준비물없이 빈손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것 ①빨대 없이 마시기 ②봉투 없이 물건 구입하기, 한 장의 봉투에 최대한 담기

▶일회용 없는 여행을 결심을 했다면
여행 전 ①나의 소비 패턴에 주목한다(지난 여행 사진을 찾아본다) ②줄일 아이템을 정한다(일회용 비닐봉지, 종이봉투, 빨대, 일회용컵, 생수병 등) ③현지언어를 준비한다(빨대는 필요없어요, 봉투는 필요없어요 등)

 

형편없는 살림꾼의 여행은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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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새해인사

좋아은경 2019. 1. 17. 23:28



새해 맞으며 주변을 정리합니다. 덜어내고 비워낸 만큼 한결 가벼워졌지만, 바로 제가 레이첼 카슨이 언급한 "눈에만 안보이면 된다며 양탄자 밑으로 먼지를 쓸어 넣어버리는" 형편없는 살림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올해는 살림살이 좀 나아졌으면, 제대로 된 살림꾼이 되어보자, 다짐하며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과 카슨의 마지막 연설문(1963) 나눕니다.

***


생태계에 정적인 것은 없습니다.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나지요. 생태계는 힘과 물질을 받고, 변형하고, 발산합니다.생명체들은 정적인 균형보다는 동적인 균형을 유지합니다. 이것은 아주 상식적으로 들립니다.하지만 현대적 삶의 방식이 만들어낸 엄청난 쓰레기 처리 문제에 직면할 때면,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우리는 과학의 안내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눈에만 안보이면 된다며 양탄자 밑으로 먼지를 쓸어 넣어 버리는 속담 속의 형편없는 살림꾼처럼 행동합니다.

우리는 해변에서 가져온 온갖 종류의 쓰레기를 시내에 갖다 버립니다. 우리는 수백만 개의 굴뚝과 쓰레기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연기와 유독 가스를 대기로 내보냅니다. 대기가 그러한 것들을 수용할 만큼 충분히 광활하다고 믿고, 또 그러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이제는 심지어 바다까지 쓰레기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온갖 종류의 쓰레기뿐만 아니라 원자력 시대의 산물인 독성 폐기물까지도 버리는 곳으로 말입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이렇게 해로운 물질을 자연에 갖다 버리는 것이 그저 단순한 행동, 그 이상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레이첼 카슨, 잃어버린 숲


***


There is nothing static about an ecosystem; something is always happening. Energy and materials are being received, transformed, given off. The living community maintains itself in a dynamic rather than a static balance. And yet these concepts, which sound so fundamental, are forgotten when we face the problem of disposing of the myriad wastes of our modern way of life.

We behave, not like people guided by scientific knowledge, but more like the proverbial bad housekeeper who sweeps the dirt under the rug in the hope of getting it out of sight.

We dump wastes of all kinds into our streams, with the object of having them carried away from our shores. We discharge the smoke and fumes of a million smokestacks and burning rubbish heaps into the atmosphere in the hope that the ocean of air is somehow vast enough to contain them. Now, even the sea has become a dumping ground, not only for assorted rubbish, but for the poisonous garbage of the atomic age. And this is done, I repeat, without recognition of the fact that introducing harmful substances into the environment is not a one-step process. It is changing the nature of the complex ecological system, and is changing it in ways that we usually do not foresee until it is too late.

Rachel Carson, Lost Wo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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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여름 2008-2017

좋아은경 2018. 7. 19. 23:29


"녹색여름전 어떤 제한도 받지 않고
남녀노소, 인종, 종교, 학력, 관계없이 좋은 생각을 내 놓는 자리입니다.

표현의 형식도 따지지 않습니다.
미술과 거리가 먼 소박하고 투박한 것이라도 생각이 좋으면 대환영입니다.

세상에 사랑과 평화, 기쁨의 씨앗이 되고
미소^^지을 수 있는 그 무엇이든!"

그린캔바스(greencanvas.com) 주최로 매년 여름 열리는 <녹색여름전>.

<녹색여름전>을 통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10년 간 발표된 285개 작품이 실린 도록을 한정 판매하고 있습니다. 띠지에 제 작품 들어가 무척이나 감격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 도록은 오직 네이버 해피빈 펀딩을 통해서만 구입하실 수 있고 8월 5일 마감됩니다. 더 많은 분에게, 더 많은 곳으로 녹색 씨앗이 퍼지길 바라며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happybean.naver.com/crowdFunding/Intro/H000000147619

🍉 녹색여름 2008-2017ㅣ안그라픽스ㅣ148x210mmㅣ544 pages

🍉 녹색여름전 10년의 기록 수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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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een summer> is exhibition for all with an green mind. My wire work is on the book-band of its 10th anniversary catalogue. Available untill August 5th ONLY via Happybean(crowd-fu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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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새해인사

좋아은경 2018. 1. 3. 22:30



유독 길고도 길게 느껴지는 겨울날, 레이첼 카슨의 글을 뒤적이며 자연의 지혜를 엿봅니다.
새해 인사 드립니다.

***


수백만 년 동안 조용히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간 모래톱 위를 나는 새들의 비행을 지켜보는 것은 이 지구와 마찬가지로 영원히 존재하는 대상에 관한 지식을 얻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것은 인간이 바닷가에 나타나 경이에 가득한 눈으로 대양을 바라보기 훨씬 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몇 세기와 몇 세대에 걸친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왕국이 등장했다 사라지는 가운데 해가 가고 또 다른 해가 오면서 계속된 일이다.

[…] 그날 밤 늦게 눈이 내렸다. 태양이 두터운 구름층을 뒤로하고 어디론가 떨어질 무렵이었다. 곧이어 바람이 불어와 가장 두꺼운 깃털과 가장 따뜻한 모피도 뚫어버릴 차가운 물줄기처럼 툰드라를 휘감았다.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비명을 지르고, 그보다 먼저 등장한 안개가 황무지를 지나갔다. 하지만 눈구름은 안개였을 때보다 훨씬 더 두텁고 더 하얗게 변했다.

[…] 눈 폭풍이 닥치자 황무지에 사는 생명체는 굶주림에 시달렸다. 뇌조의 먹이인 버드나무는 눈 밑에 파묻혔다.

[…] 다음 날 밤부터 바람이 바뀌더니 날씨가 풀리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눈의 장막이 점점 얇아졌다. 흰색 장막에 불규칙한 웅덩이가 생겨났다. 원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대지에 갈색 웅덩이가 나타나고, 여전히 얼어 있는 연못이 점점 녹으며 초록색 웅덩이를 만들어냈다. 북극에서 녹은 눈이 바다로 흘러갔다. 구릉의 실개천은 시냇물을 이루고 급류가 되어 몰아쳤다. 그리고 들쭉날쭉한 수로와 협곡을 깎아내며 흘러 해안가 웅덩이에 모였다. 맑고 차가운 물로 가득 찬 호수는 새로운 생명을 쏟아냈다. 호수 바닥의 진흙 속에서 새끼 각다귀와 강날도래가 생겨나고 모기 유충이 물속에서 꿈틀거렸다.

레이첼 카슨, 바닷바람을 맞으며,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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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 2017 여름호 Into the Wild 좌담

좋아은경 2017. 8. 29. 19:08
PAPER 2017 여름호
Into the Wild 본능과 야성을 파헤치는 좌담
푸른 야생 속에서 진짜 나를 만나다


한권의 책과 함께 지구 특별한 곳을 소개하고 있는 여행 작가이자 광고 카피라이터 이희인 님, 무적의 캠핑 기술을 보유한 자타공인 백패킹 마니아이자 웹 디자이너이자 광고대행사 대표인 카멜레온급 변신왕 김재헌 님, 자연에서 구한 재료들과 최소한의 장비를 사용해 원시적인 야영을 하는 부시크래프트 캠퍼 이상구 님, 타고난 독립심과 강인함으로 세계 곳곳을 홀로 누비며 환경과 자연을 위한 작품을 만들고 있는 철사 아티스트 김은경 님. 대관절 이들은 왜 실크로드 사막 한가운데, 4,300km 길이의 장대한 트레일 코스에, 폭설로 뒤덮인 만주 벌판이나 영하 80도의 도시 오이먀콘에 기필코 가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일까요? 매끄러운 친화력과 마성의 MC 본능을 보유한 PAPER 김원 백발두령님의 진행 속에 멤버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야생 체험과 타오르는 야생 본능을 유감없이 드러냈습니다. 현대인들이 거세당하다시피 한 원초적인 본능과 야성을 일깨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불볕더위에 맞서며 PAPER 여름호 <Into the Wild>를 만들고 있는 와중에 어제는 여름호 주제에 걸맞는 야생출중한 분들과 함께 얼음을 넣은 맥주를 마시며 좌담을 진행했습니다. 어제...
게시: Magazine PAPER 2017년 7월 19일 수요일


★ PAPER 계간 여름호가 발행되었습니다! ★ 여름 끝물에 PAPER 계간 여름호 발행 소식을 알립니다. 계간 봄호를 봄 초입이 아닌 늦은 봄에 발행해서 여름호도 좀 늦어졌네요. 여름호를 기다리셨던 여러분, 어서...
게시: Magazine PAPER 2017년 8월 26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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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철사가 생길 때마다 모아-달라는 부탁을 농담처럼 진담으로 드리곤 하는데, 정말 빵끈이 담긴 봉투를 받고 있습니다.
<산양이 사는 나라> 전시장에서 만난 장작님은 '그 때 그 전시의 기운을 담았다며' 새로나온 산양 우표를 보내주시기도 합니다.

이토록 따스하고 강렬한 지지!
커다란 제 마음, 행복감, 감사인사를 다음의 글로 대신합니다.

장작님의 사진, 시선도 함께 나눕니다.

***

"아감벤은 우정을 “자신의 고유한 존재감 속에서 친구의 존재를 함께-지각”함이라고 정의하는데, 여기서 우정은 출생, 법, 장소, 취향의 나눔이 아니라 “존재한다는 사실, 삶 자체의 대상 없는 나눔”에 다름 아니다. 요컨대 이때의 우정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흔히 우정이라고 오해하는 관계, 함께 몫을 늘이고 지분을 나누고 상호 간의 갈등을 줄이고 합의를 이루려는 목적으로 ‘잠정적’으로 맺은 전략적 파트너십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그 노력은 친구-타인과 함께 좋고 즐거운 삶의 형태를 찾으려 안간힘을 쓰는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이다. 이러한 일상성과 구체성, 즉 ‘지금 여기’에의 충실성으로 인해, 그 노력 속에서 인간은 자신에게 추상적으로, 소외된 형식으로 부과되는 모든 집단적, 개인적 행복 또는 불행에 맞설 수 있다."

심보선, 그을린 예술






Where the Wild Goats Are 산양이 사는 나라, 좋아은경 전시, 팔레드 서울 photo by 장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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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동 그린캔바스에서 만나요

좋아은경 2017. 2. 27. 22:45



균형 시리즈 중 <Elzeard Bouffier; a series of balance>와
지난 가을 생태예술제에서 공개한 철사필사<Keep a Green Tree in your heart>.

우이동에 위치한 윤호섭 선생님의 그린캔바스(greencanvas)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2017 녹색여름전에 출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