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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녹색여름전에 참가 중입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1962) 중 "균형"에 관련된 부분을 함께 걸어두었습니다. 아래에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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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상에 사는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수억 년이 걸렸다. 마치 영겁처럼 느껴지는 이 기간 동안 생물들은 계속 진화하고 분화해가면서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균형을 이루어 나갔다. 그런 생물들을 형상화하고 인도하는 주변 환경에는 도움이 되는 요소뿐 아니라 적대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어떤 암석은 위험한 방사능을 방출한다. 모든 생명체의 에너지원이 되는 태양 빛에도 해로운 방사능이 존재한다. 단지 몇 년이 아니라 수천 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고 그 결과 적절한 균형 상태에 도달한다. 이렇게 시간은 생명체의 생존에 있어 필수적 요소였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충분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충동적이고 부주의한 활동에 의해 자연의 신중한 속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새로운 변화가 초래된다. 방사능은 암석에서 방출되거나 우주로부터 오기도 하고, 지구상에 생명체가 존재하기 전부터 있던 태양 자외선에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오늘날의 방사능은 원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인공적인 산물이다. 생물들이 적응해야 할 대상은 칼슘, 규소, 구리를 비롯해 암석으로부터 씻겨 내려와 강을 타고 바다로 흘러가는 광물질만이 아니다. 이제는 인간의 상상력이 고안해내고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그렇게 때문에 자연상태에서는 어떤 대응 상대도 없는 합성물질에도 적응해야만 한다.

생명체가 화학물질에 적응하려면 자연의 척도에 따라 적절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그저 인간이 생각하는 몇 년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몇 세대에 이르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설령 기적이 일어나 이런 물질에 쉽게 적응한다고 해도, 실험실로부터 계속 새로운 화학물질들이 꼬리를 물고 쏟아져 나올 것이므로 별 성과가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만 매년 500여 가지의 화학물질이 등장해 사용된다. 이 놀라운 수치가 암시하는 것은 인간과 동물이 매년 500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인데, 이는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 무엇 때문에 우리가 이런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가? 아마 미래의 역사학자들은 우리의 왜곡된 균형감각에 놀랄 것이다. 지성을 갖춘 인간들이 원치 않는 몇 종류의 곤충을 없애기 위해 자연환경 전부를 오염시키고 그 자신까지 질병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길을 선택한 이유를 궁금해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저지른 일이다. 더구나 우리가 그 이유를 살피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일은 계속 되고 있다.

[···] 자연에 닥친 위험을 인식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다. 전문가의 시대라고 하지만 각기 자신의 분야에서만 위험을 인식할 뿐, 그 문제들이 모두 적용되는 훨씬 더 광범위한 상황은 인식하지 못하거나 무시한다. 공업화 시대라서 그런지 어떤 대가를 치르건 이윤을 올리기만 하면 별다른 제한이 가해지지 않는다. 살충제 남용이 빚어낸 문제의 확실한 증거를 목격한 일반 시민들이 항의하면, 책임자들은 절반의 진실만이 담긴 보잘것없는 진정제를 처방하곤 한다. 우리는 이런 잘못된 위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에 입혀진 달콤한 포장을 한시라도 빨리 제거해야 한다. 해충박멸업자들이 야기한 위험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바로 일반 시민들이다. 지금과 같은 방제법을 계속 고집할 것인지, 우리가 결정을 내리려면 현재 벌어지는 상황과 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진 로스탄드(Jean Rostand)는 이런 말을 했다."참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

레이첼 카슨,《침묵의 봄》 (에코리브르) 2장 참아야 하는 의무 발췌




2013 녹색여름전
2013.8.2(금) - 8.24(토), 오전 10시 - 오후 6시
두성 인더페이퍼 갤러리 Doosung in The Paper Gallery
전일개관, 입장료 없음
주최: 그린캔바스
후원: 두성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