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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모두를 위한 화면 해설, 재활용 선별장 : 대한민국 필수노동자이지만 다치면서 일하는 게 일상입니다>에 초대합니다.
전시장에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사진과 화면 해설이 있으면 그곳이 어디든 전시장이 된답니다. 포스터에 담긴 큐알 코드를 스캔해보세요.
재활용 선별장
- 선별원을 만나기 위한 여성환경연대 모찌의 여정
실천하는 에코페미니스트들의 플랫폼 [여성환경연대]에는 여성건강팀이 있어요. 팀장 모찌(안현진)님은 여성환경연대에서 일하는 9년 동안 월경권 운동 등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모찌님은 재활용 선별장, 특히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대부분이 중장년 여성이고, 지방의 민간 업체에는 이주민 여성도 많다는 소문은 무성한데, 그 실체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년의 국가 통계, 폐기물 관련 자료 등 관련 문건을 뒤져봐도 재활용 선별장 노동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해요. 고용노동통계포털과 같은 공식 통계에서조차 부재해 존재 자체가 가려지고 지워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찌님은 직접 현장으로 가서 알아보기로 했어요. 하지만 많은 재활용 선별장이 민간 위탁을 받아 폐쇄적으로 운영되기에 방문 시도 자체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여러 방법을 찾아본 끝에 전국환경노동조합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주간경향 이혜리 기자님과 함께 현장을 찾았다고 합니다.
모찌님은 두 달 동안 6개 시설을 방문해 15명의 선별 노동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했고 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드디어 드러난 실체, 재활용 선별장 노동자의 평균 나이는 55.2세, 94.8%가 여성.
노동자 전원이 작업 중 찔리거나 베인 적이 있고, 분진, 악취, 추위, 더위,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끼임, 추락 등의 안전사고 위험이 크지만 이를 막는 안전장치가 미비해 박스 등으로 덧대어 놓았고, 장갑과 같은 기본적인 안전 보호 장비 지급도 부족했고, 안전 교육도 미흡했고, 작업 매뉴얼도 없어 노동자의 노하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태였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위험물질을 다루는 직군이 아니지만 잘못 배출된 농약 등 다양한 화학 물질과 주삿바늘 등 의료 폐기물에 수시로 노출됩니다. 작업자의 신체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높이와 넓이의 컨베이어 벨트 앞에 온종일 서서 허리를 굽혀 반복 작업을 합니다. 플라스틱만 해도 7종류. 알루미늄, 유리 등 엄청난 가짓수의 재질을 단숨에 파악해 1초에 2개 이상을 집어내는 고도의 숙련 노동자. 그러나 단순 노무직으로 분류되어 위험 요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최저임금을 받으며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여성환경연대는 2025년 지구의 날, 재활용 선별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집중 조명한 국내 최초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많은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재활용 선별장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전시를 개최하기로 했다며 제게 도움을 요청해왔고 모찌님을 만났습니다.
모두를 위한 화면 해설
- 선별원의 일터에 초대하기 위한 나의 여정
나, 버려지는 철사를 수집해 작업하는 철사 아티스트. 그 누구 못지않게 쓰레기 문제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오래 공부해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철사 제본 없는 <더 편한 달력>²을 만들며 종이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분리배출이 쉬운 달력의 형태를 연구했고, 적어도 종이 재활용 분야에서는 준전문가일거라고 자부했건만.
모찌님의 여정을 듣고 나서 저는 문자 그대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 분노 :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럴 수 있지?
- 부끄러움 : 내가 당연하다는 듯이 누리고 있는 편리가 필수노동자의 고통과 희생으로부터 온다니? 나는 왜 몰랐지?
- 좌절 : 도대체 해결할 수 있긴 한가?
- 희망 : 문제가 명확하고 해결책도 명확하다! 잘 알리면 된다! 환경미화원의 사례를 보자!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동안 저는 쓰레기라는 물질과 처리장이라는 시설에만 집중해왔어요. 사람은 전혀 보지 못했으니 그곳이 누군가의 일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매주 화요일 저는 아파트 단지 내 마련된 분리수거장에서 꼼꼼히 분리배출하고 홀가분합니다. 폐기물은 수요일 아침 운반 차량에 실려 어딘가로 갑니다. 이쯤 되면 누군가에게 간다는 표현이 더 맞을까요? 어딘가에서 나의 폐기물을 건네받은 누군가를 나는 전혀 모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이제 사진을 골라보자'라며 모찌님의 사진첩을 열었는데 아, 사진이 너무 평범해 보였습니다. 충격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어지럽도록 빠른 컨베이어 벨트 속도, 두통을 유발할 정도의 큰 소음,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악취, 작업장과 작업복 곳곳에 쌓이는 유릿가루, 먼지와 분진, 모든 선별원의 손과 팔에 남은 상처, 다치는 게 너무 흔해서 어지간해서는 산재 신청을 하지 않는 작업장 분위기는 사진에 포착될 수 없으니까요.
엄청나게 쌓인 스티로폼을 처리하는 작업장 사진을 보며 '스티로폼이 하얀색이고 가벼워서 그런지 쾌적해 보인다'는 제 말에 모찌님은 깜짝 놀라며 그 어느 작업장 보다 견디기 힘든 냄새가 난다고 했어요. 선별을 마친 스티로폼을 파쇄하고 고온으로 압출해 부피를 줄이는 공정이 바로 옆에서 이루어져 눈과 코가 시릴 정도라고요. 아……
"이곳은 작업 환경이 좀 나은가 봐요, 안전모랑 귀마개를 안 하고 계시네요."
"그게 아니라 사업장이 지급을 안 해서……"
"아……"
보고도 보지 못하는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전시 오픈까지 제게 주어진 시간은 단 50일. 카페 안쪽에 갤러리로 마련된 작은 공간에 적당한 사진을 골라 거는 일을 넘어, 모두에게 닿을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시장을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과 토크쇼가 열리는 공간적 구심점으로 삼되 시공간을 확장해야 했습니다. 전국, 아니 전 세계가 공유하는 문제이니까요.
화면 해설이 떠올랐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시각 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을 지원하며 익숙해진 분들이 많이 계실텐데요. 저는 올해 장애 예술가들과 협업을 하면서 그 중요성을 알게 되었어요.
관람객에게 <모두를 위한 화면 해설>을 제공합니다. 화면 해설을 보조수단이 아닌 전면에 내세워 한 장의 사진 속 숨어 있는 위험 요소를 구석구석 차근차근 짚어가도록 했습니다.
사진과 음성 해설이 담긴 영상에 한글과 영어 자막을 넣었습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 언제든 대한민국 재활용 선별원의 일터에 방문할 수 있습니다.
사람보다 이윤이 앞서는 사회에서
안전이 가장 먼저 무너집니다
내내, 도무지 풀리지 않는, 이해되지 않아 답답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일부 자원순환 시설이 드넓은 공원 아래, 지하에 있다는 것이었어요.
아파트 높이로 4층~8층 규모의 자원순환 시설을 지하에 건설합니다. 수시로 운반 차량이 드나들며 폐기물을 내려놓습니다. 재활용 가능 자원을 골라내는 선별뿐만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 처리, 하수 처리도 합니다. 소각, 파쇄, 고온 압출, 압축 등 다양한 공정이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지하에서 만들어진 재생원료는 다시 운반 차량에 실려 각각의 재활용 공장으로 갑니다.
지하에 건설하는 것이 (단순히 생각해봐도) 돈도 훨씬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유지 보수하며 운영하는 것도 훨씬 까다롭지 않을까요? 왜 그렇게 큰돈과 엄청난 기술력과 시간을 들여 시설과 폐기물, 노동자를 지하에 넣어야 할까요? 지하주차장에 들어가기만 해도 차량에서 뿜어 나오는 배기가스로 답답하고 머리가 아픈데, 그 안에서 누군가는 폐기물 처리를 해야 한다니?
지역 주민들은 재활용 선별장 등 자원순환 시설에 대해 악취, 소음, 분진, 미관 등의 민원을 제기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국의 지자체는 시설을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생활체육시설(공원)을 만드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잡았다고 합니다. 서울시는 지하에는 자원순환 시설, 지상에는 쇼핑몰 등을 지어 '외국의 사례'처럼 랜드마크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찾아보니 '외국의 사례'는 그런 게 아니라, 지상에 건설된 자원순환 시설 자체가 랜드마크가 되어 폐기물과 자원순환에 대해 배우는 학습의 장이 된다고 하네요.
자원순환 시설을 지하에 지어 악취, 소음, 분진의 민원을 해결할 수 있더라도, 그 안에서 악취, 소음, 분진과 함께 일하는 노동자의 문제를 지하화해 지울 수는 없습니다. 폐기물 처리는 대한민국의 건강한 일상을 위한 공공의 노동인데, 이를 수행하는 노동자는 햇빛을 받지 못해 비타민D를 제공⁴받아야 하는 건강하지 못한 노동 환경에 놓입니다.
지하화에 드는 비용이 궁금했습니다. 찾아보니 2025년 하반기 완공되는 서울의 한 자원순환센터는 기존의 지하 1층과 지상 2층 건설 계획에서 완전지하화로 변경하며 증가한 공사비가 500억 원. 총 999억 원이 든다고 합니다.⁵ 그렇게 큰돈을 들여 지하에 짓고 비용을 절감한다며 민간에 위탁해 운영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하화한 자원순환시설을 성공사례라며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정반대로 완전한 실패사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사람보다 이윤'이 앞서는 사회에서 '안전'은 가장 먼저 무너집니다. 기업의 책임회피와 정부의 무관심 속에, 노동자의 생명은 점점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죽음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습니다. -이재명⁶
눈에만 안 보이면 된다며
양탄자 밑으로 먼지를 쓸어 넣어 버리는
형편없는 살림꾼
현대적인 방식이 만들어낸 엄청난 쓰레기 처리 문제에 직면할 때면 … 우리는 과학의 안내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눈에만 안 보이면 된다며 양탄자 밑으로 먼지를 쓸어 넣어 버리는 속담 속의 형편없는 살림꾼처럼 행동합니다. -레이첼 카슨⁷
혁명적인 환경 고전 <침묵의 봄>의 저자 레이첼 카슨은 1963년 연설에서 쓰레기 처리 문제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 시절 미국에서는 유독가스를 대기로 내보내고, 오염물질과 원자력 저준위 폐기물을 바다에 버렸다고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눈에만 보이지 않으면 된다는 듯이 도시 외곽과 지하로 폐기물을 실어 보내고 있습니다.
쓰레기 왜 이렇게 많이 생기는 걸까요? '질소를 샀더니 과자를 줬다' 같은 흔한 농담처럼 과대 포장이 한 몫 합니다. 전체 생활폐기물에서 택배 상자와 같은 포장재를 비롯한 포장 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량 기준으로 30%, 부피 기준으로는 50%에 달하고,³ 플라스틱의 경우 73.2%가 식품 포장재라고 합니다.⁹
이에 2024년 유럽의회는 보다 효과적으로 포장 폐기물을 감축하고 자원 재활용을 강화하며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려는 조치로서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을 가결¹⁰했고, 유럽 전역에 체인을 운영하는 독일의 마트 리들은 자체적으로 비닐포장의 두께를 25% 얇게 하는 등 플라스틱 쓰레기를 2025년까지 20% 감소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¹¹
<쓰레기의 세계사>에서 로만 쾨스터는 우리는 쓰레기를 생산하지만 보통은 자의가 아니라며 '왜 이렇게 많은 것을 버릴 수 있고 어떻게 이러한 현상을 등한시할 수 있는지' 묻습니다. 자원낭비는 '대부분 폐기될 것을 알면서도 과도하게 상품을 생산하는 경제 체제의 병든 이면 비춘다'고 지적하고, '극도로 높은 생산 효율성과 엄청난 자원 낭비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힙니다.
많이 버린 뒤에 많이 재활용되기를 희망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재활용은 에너지 집약적입니다.¹³ 특히 플라스틱의 경우 플라스틱의 재활용보다 신종 플라스틱(Virgin Plastic)의 생산이 훨씬 더 저렴¹⁴하고, 다양하게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용도와 재질이 재활용을 어렵게 합니다.¹⁵ 재처리 방안을 모색하기에 앞서 배출 규제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필수노동자가 다치면서 일하는 것이 과거의 일이 되도록,
재활용 선별원의 안전을 위한 서명 운동
개인으로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개인이기를 중단하세요.
- 빌 맥키번¹⁶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2026년 수도권부터 시작해 2030년 전국으로 확대됩니다. 법이 시행되면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선별이나 소각 없이 매립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를 처리할 시설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재활용 선별장에서 처리해야 하는 폐기물의 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많은 연구와 논의가 '수거'와 '운반'에 멈춰 있습니다. 폐기물관리법,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기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폐기물관리법 제정, 개정을 통해 재활용 선별 노동자에 대한 안전기준이 마련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이 개선돼 우리나라가 진정한 의미의 재활용 선진국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¹⁷
시민의 관심은 늘 우리의 안전망을 구축해왔습니다.
여성환경연대의 서명 운동에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서명 운동하러 가기
¹ 재활용 선별원 노동 안전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 2025. 04, 여성환경연대
² [더 편한 달력]. 2021년 좋아은경이 제작한 친환경 탁상달력으로 탁상달력 체크리스트, 가이드북도 함께 만들어 배포했다.
³ 해외 쓰레기 처리시설 ‘님비’서 ‘핌피’로, 한진숙 기자, 2020-12-30, 헤럴드경제
⁴ 비타민D 결핍에 청력 재검만 5년째…화재 나면 다 죽어요, 전남CBS 박사라 기자, 2023-06-14, 노컷뉴스
⁵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완전지하화 건립에 999억 원 필요, 정민구 기자, 2019.03.22., 은평시민신문
⁶ 이재명, 2025년 6월 2일, 페이스북
⁷ 『잃어버린 숲』, 레이첼 카슨, 2004, 그물코
⁸ '연 40억 개' 택배 쓰레기 줄여야 하지만…현실의 벽에 규제 후퇴, 이재영 기자, 2024-03-07, 연합뉴스
⁹ 그린피스 “플라스틱 폐기물 73%는 식품 포장재”, 황원규 기자, 2022.12.14, 더나은미래
¹⁰ EU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제(PPWR) 주요 내용, 2024-06-27, 법률신문
¹¹ 『쓰레기책: 왜 지구의 절반은 쓰레기로 뒤덮이는가』, 이동학, 2020, 오도스
¹² 『쓰레기의 세계사』, 로만 쾨스터, 2024, 흐름출판
¹³ 『사라진 내일』, 헤더 로저스, 2009, 삼인
¹⁴ [포춘US] 플라스틱 재활용의 악순환, VIVIENNE WALT 기자, 2020.07.01, 포춘 코리아
¹⁵ 플라스틱 재활용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홍수열 2021.04.08, 라이프인
¹⁶ 재인용, 『과학이 우리를 구원하지 못할 때 불교가 할 수 있는 것』, 데이비드 로이, 2020
¹⁷ 지속 가능한 환경실천, 재활용 선별의 중심에 '사람'이 있습니다, 장보영 기자, CC(클라이마투스 컬리지), 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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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d the earth dear.
여성환경연대의 에코페미니즘 공유공간 <플랫폼: 달>의 슬로건, “지구를 다정하게”를 철사로 옮겨썼습니다.
hold dear to value highly, to care about greatly (=cherish)
높이 평가하다, 크게 신경 쓰다 (=소중히 하다)
hold to have or keep (something) in your hand, arms, etc.
손, 팔 등에 (어떤 것을) 가지고 있다
dear loved or valued very much
매우 사랑받거나 가치 있게 여기는
존 버거의 책 《모든 것을 소중히 하라》의 영어 원제이자, 책에 실린 개리스 에번스의 시 〈hold everything dear〉에서 힌트를 얻어 번역되었다 전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을 소중히 하라》는 제가 늘 곁에 두고 읽는 책이고, 제게 좌우명이 무엇이냐 물어오면 “hold everything dear”를 소개하기에 무척 신기하고 반가웠습니다. <나무읽는목요일> 중 철사로 옮기기도 했어요.
'손'은 제가 집중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폐철사로 손을 만드는 워크숍을 열기도 합니다. 나의 손을 통해 내가 하루하루를, 삶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이야기 나눕니다.
손, 소중히, 맞잡기.
제가 평소 아껴온 것들의 신비로운 연결로 인해, 작업의 실마리는 순조롭게 풀렸습니다.
작업하며 누군가의 손이 무척이나 절실한 순간을 맞기도 했는데요.
두 손 위에 철사를 올려놓은 채 사진을 찍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제 요청에 기꺼이 내어준 고마운 손을 맞잡았습니다. 철사-글씨를 하나씩 사이좋게 올렸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만나 맞잡은 두 손은 달이며, 지구, 닫히는 원입니다.
한동안 몸에 새기며 문장의 의미를 생각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철사-글씨를 바탕으로 '레터링 타투'를 만들었습니다.
다르고 닮은 다양한 손들의 다정한 만남을 기대합니다.
hold the earth dear 지구를 다정하게.
대화와 연결, 환대의 공간 <플랫폼: 달>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플랫폼: 달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월드컵북로 75, 2층
화-토 12:00-18:00 (일월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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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읽는목요일 퍼포먼스: TreesThursdays on body / in mind
좋아은경, 2022
레이첼 카슨의 "자연의 어떤 것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In nature, nothing exists alone. - Rachel Carson)"를 함께 읽고 '새기는' TreesThursdays on body / in mind 퍼포먼스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나무와 숲에 관련된 글귀를 철사로 필사해 매주 목요일마다 공개하는 #나무읽는목요일 프로젝트의 100번째 문장이다.
얼마간 몸에 지니고 다니며 그 뜻을 음미하는 쉼표, 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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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그 어떤 것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1962
In nature, nothing exists alone.
Rachel Carson, Silent Spring, 1962
목요일마다 나무문장 읽기. 100번째 나무 읽는 목요일의 문장은 올해 출간 60주년을 맞는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서 골랐습니다.
2020년 5월 21일 목요일 시작한 철사 필사 프로젝트 #나무읽는목요일. 어느덧 오늘 2주년을 맞습니다.
100번의 목요일 기록을 홈페이지에 정리했습니다.
http://yoaek.com/treesthursdays.html
목요일의 일과, 잠시 멈춰 그동안 철사로 옮겨쓴 나무 문장들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이어질 목요일에 함께 읽을 나무 문장 계속 나누어주세요.
보내주신 관심과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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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사 아티스트의 철사 없는 탁상달력
저는 버려지는 철사로 작업을 하고 있지만, 버려지는 철사 구하기가 어려워졌으면 해요.
달력의 철사로 만든 새 <침묵의 봄>으로 작업을 시작했고 이후 일상에서 버려지는 철사를 수집해 재료로 사용합니다.
철사라는 재료에 특별히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꼭 버려지는 철사만 써야겠다고 결심했던 것도 아니었어요. 작업을 시작하고 보니 정말 아주 손쉽게 쓰고 버려지는 철사가 많았어요. 새로 살 겨를이 없을 만큼요.
전시, 강연과 워크숍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며 꼭 하고 싶은 이야기 중 하나가 우리가 불필요한 것들에 너무 둘러싸여 있지 않느냐는 것이에요. 게다가 그 물건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폐기되는지 그 과정을 모른 채 사고 쓰고 버리고 있지 않나요? (쓰지 않고 두었다가 버리는 것도 상당하죠.)
올초에 달력 스프링 철사 분리하는 방법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어요.
등잔 밑이 어둡다고 제 친구가 철사 분리 방법을 몰라서 맨손으로 꺼내느라 애를 먹었다는 소식을 전해왔거든요. 아차 싶어서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가까운 분들께 전송했습니다.
그중 한 분이 새해 첫 출근한 사무실에서 동료들이 철사가 있는 달력을 종이류에 배출한 것을 봤고, 제 생각이 나는 것을 도저히 모른 척할 수 없었다고 해요. 전부 걷어서 분리한 사진을 저에게 보내주셨어요. 엄청나게 감동을 한 동시에 굉장히 놀랐어요. 얼핏 봐도 열 개가 넘었는데, 사무실에서는 대부분 탁상달력을 쓰는 모양이더라고요!
통계 수치를 찾아보니 4대 은행에서만 700만 부 이상을 매년 찍는다고 해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질문을 하고 싶었습니다.
제 식대로 하자면, 기업이 탁상달력을 무상으로 ‘주니까 쓰냐’, 필수품으로 책상에 올려놓고 ‘쓰니까 주냐’ 하는 거였어요. 탁상달력, 필수품인가요?
제작과 폐기가 쉬운 탁상달력의 형태를 찾아봐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더 편한 달력>. 그 과정과 결과물을 공유합니다.
1. <더 편한 달력> 왜 만들었나요?
2. 기존 탁상달력, 어떤 문제가 있나요?
3. 친환경 탁상달력,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요? (제작 체크리스트)
4. 친환경 탁상달력 가이드북
5. <더 편한 달력>의 다양한 활용법
6.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홍수열 인터뷰
7. 친환경 사무실 이렇게 시작해보세요.
↓ 달력에서 스프링을 빼버렸다 | 제로웨이
[제로웨이] 탁상달력에서 스프링 철사를 빼봤다
유튜브 채널 19편철사 빼고 종이로만 제작해 분리배출 간편한 달력
www.hani.co.kr
더 편한 달력은
자원 사용과 제작 공정을 줄이고,
제작 전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최소화했습니다.
더 편한 달력
기획 및 디자인 좋아은경
후원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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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폭염을 통해 비로소 기후위기를 실감했고,
여러 자료를 살펴보며 나무와 숲이 우리를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이에 2018년 개인전 <Trees Protect ( )>와 2019년 단체전 <내일을 위한 매일>을 기획했습니다.
2020년 5월, '나무' 글귀를 철사로 옮겨 매주 목요일마다 공개하는 #나무읽는목요일을 시작했습니다.
나무(에 대한 글귀)를 찾으며 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정작 나무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무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주변의 가까운 나무부터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산림청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말 기준 우리나라 가로수로 왕벚나무 및 벚나무, 은행나무, 이팝나무, 느티나무, 무궁화, 배롱나무, 양버즘나무, 단풍나무, 메타세콰이어, 곰솔, 중국단풍, 백합나무, 기타 순으로 식재되어 있습니다. (출처: 산림청 '도시숲을 이어주는 가로수·가로숲')
흔하고 익숙한 도심 속 나무를 찾아 기록하는 <여기, __나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전혀 새로운 듯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일상을 더 기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1년에 만난 나무 4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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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마다 나무 문장 읽기. #나무읽는목요일 #TreesThursdays은 매주 목요일마다 나무에 관련된 글귀를 철사로 옮겨써 제 페이스북 계정에 업로드하는 철사 필사 프로젝트입니다.
2020년 5월 21일 목요일에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1년지나 53번째 목요일 맞습니다.
그동안 철사로 옮긴 나무요일의 문장들, 한참을 읽을 수 있을 만큼 두툼하게 모였습니다.
마음에 꼭 드는 글귀를 찾는 일에 시간을 가장 많이 들입니다.
필사를 하고, 내용이 잘 전달되길 바라며 사진을 찍습니다.
와, 벌써 목요일이야, 라고 매번 말합니다. (아니, 왜 벌써 목요일이지?)
목요일은 너무도 금방 찾아온다는 작은 투정에 웃으며 격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언제든 중단해도 되는, 스스로 정한 약속. 사실 나누는 기쁨이 더 큽니다.
목요일마다 게시글보러 페이스북에 들어온다는 말, 목요일은 바쁘지 않냐며 다른 날 만나자는 배려, 나무글귀 찾으러 서점, 도서관... 어디든 함께 가주는 여러분 덕분에 일 년 잘 보냈습니다.
그동안 날씨와 계절의 변화에 한층 민감해졌습니다.
봄꽃을 보며 "꽃잎이 떨어지네, 다시 올라가네, 아, 나비였네.(모리타케)"
신록의 나뭇가지를 보며 "산들바람을 붙잡으려고 막 돋아난 나뭇가지들이 부챗살을 펼쳤다.(워즈워스)"
밤새 부쩍 자란 창문텃밭의 상추에 절로 감탄하며 "숲과 들판과 곡식이 자라나는 밤을 나는 믿는다.(소로우)"
음유시인 마냥 읊조립니다.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고 손가락으로 어루만져 스며든 문장들입니다.
"나무가 얼마나 크게 자랄까요?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바람의 빛깔-포카혼타스 ost)"
"우리가 가졌던 것이 무엇인지 몰라. 사라지기 전까지 말이야.(조니 미첼-Big Yellow Taxi)"
작업실 창밖으로 보였던 유일한 나무가 베어 없어지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올 여름도 무척 더울 것 같습니다. 폭우가 쏟아질까요?
무더위가 대단했던 지난 2018년, "희망은 ... 숲과 산과 강이 자신들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상적인 투쟁에 나선 사람들의 어깨동무 안에서 자라난다"는 아룬다티 로이의 글을 읽었습니다.
그제야 나무, 숲과 지구가 나를 지켜주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철사로 옮겨 적고 전시를 열었습니다.
얼마쯤 시간이 흐른 뒤에 시작한 나무읽는목요일.
씨앗, 뿌리, 가지, 잎, 꽃, 열매, 숲, 식물, 나무 글귀에 집중하고 있으나 일주일의 모든 요소(달, 불, 물, 쇠, 흙, 해)가 언제나 함께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언제든 글귀 나누어주세요.
고맙습니다!
I started the TreesThursday project a year ago on Thursday, May 21, 2020. Today is the 53rd Thursday.
In the meantime, the wire transcriptions of tree/plant/forest piled up like a thick book.
Thank you all for your encour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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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바람을 붙잡으려고
막 돋아난 나뭇가지들이 부챗살을 펼쳤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거기 즐거움이 있는 게 틀림없다.
윌리엄 워즈워스(1770-1850)
The budding twigs spread out their fan,
To catch the breezy air;
And I must think, do all I can,
That there was pleasure there.
William Wordsworth
from "Lines Written in Early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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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륨을 켜고 재생해주세요.
A making video of wire transcription by Yoa EK
Read by Christian Hersh
I could not exist without the plants
좋아은경, 2020, 폐철사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철사로 필사했습니다. 영상 속 철사로 글씨쓰는 작업에 32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작업하며 빠짐없이 촬영 버튼을 눌렀으나 녹화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낭독은 베를린 친구가 주저않고 해주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It took about 32 hours to write with metal wire in this video. There are some parts missing even though I pressed film button all the time.
The reading was done by my dear friend from Berlin. Thank you again with all of my heart.
Water, soil, and the earth’s green mantle of plants make up the world that supports the animal life of the earth. Although modern man seldom remembers the fact, he could not exist without the plants that harness the sun’s energy and manufacture the basic foodstuffs he depends upon for life.
Our attitude toward plants is a singularly narrow one. If we see any immediate utility in a plant we foster it. If for any reason we find its presence undesirable or merely a matter of indifference, we may condemn it to destruction forthwith.
The earth's vegetation is part of a web of life in which there are intimate and essential relations between plants and the earth, between plants and other plants, between plants and animals.
Sometimes we have no choice but to disturb these relationships, but we should do so thoughtfully, with full awareness that what we do may have consequences remote in time and place.
There is still very limited awareness of the nature of the threat. This is an era of specialists, each of whom sees his own problem and is unaware of or intolerant of the larger frame into which it fits. It is also an era dominated by industry, in which the right to make a dollar at whatever cost is seldom challenged.
When the public protests, confronted with some obvious evidence of damaging results of pesticide applications, it is fed little tranquilizing pills of half truth. We urgently need an end to these false assurances, to the sugar coating of unpalatable facts. It is the public that is being asked to assume the risks that the insect controllers calculate.
The public must decide whether it wishes to continue on the present road, and it can do so only when in full possession of the facts. In the words of Jean Rostand, “The obligation to endure gives us the right to know.”
Rachel Carson, Silent Spring, 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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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1일 목요일에 아룬다티 로이의 글을 시작으로 존 버거, 파블로 네루다, 윌리엄 블레이크, 레이첼 카슨, 헨리 데이빗 소로우 등의 나무 문장을 옮겼습니다.
제 페이스북 계정(좋아은경)에 업로드하고 있어요. #나무읽는목요일 해시태그로 검색 가능합니다.
목요일에 함께 읽을 나무 문장 수집하고 있습니다. 언제든 나누어주세요.
I started a new project called Trees Thursdays(나무읽는목요일).
Every Thursday, I upload my wire transcription of words about tree/forest/plant on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