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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생활을 바꾸는 예술' 사업 지원을 받아 가볍고 폐기가 쉬운 <더 편한 달력>을 제작했습니다.
참여자 36인의 인터뷰,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1 '생활을 바꾸는 예술' 참여자 36인의 인터뷰집
https://www.sfac.or.kr/upload/archive/2022/4/111/document/2022-04-21-3751d44c-925e-4298-9f1d-0df395647722.pdf
개요
'생활을 바꾸는 예술'은 생활의 변화를 고민하는 서울 생활인에게 일상 속 문제의식에 대한 실천적 행동을 유도하는 과정을 지원하여, 문화 주체로서의 성장을 돕고 다양한 생활문화 활동 사례를 발굴하기 위한 사업이다.
인터뷰, 워크숍 등 실행 이전단계 구상 및 준비 과정을 진행하는 '탐색지원' 20팀과 공연, 전시, 포럼 등 자유로운 방식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실행지원' 16팀, 총 36팀이 선정되어 인터뷰에 참여하였다.
*본 저작물은 서울문화재단에서 2022년에 작성하여 개방한 '2021 '생활을 바꾸는 예술' 참여자 36인의 인터뷰집'이며, 해당 저작물은 서울문화재단(https://www.sfac.or.kr/)에서 무료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푸르른 일상을 위한, 더 편한 달력
좋아은경
Q ‹푸르른 일상을 위한, 더 편한 달력›은 대다수 직장인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탁상달력에 주목해요.
매년 어마어마한 양의 달력이 제작, 배포, 사용되는데도 분리, 배출에는 용이하지 않고 재활용 방식 또한 잘 모르는 현실을 짚으면서요. 탁상달력에 주목한 계기가 궁금해요.
EK 우연한 계기로 달력 철사로 작업을 시작했고, 일상에서 버려지는 철사를 재료로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요. 철사라는 재료에 큰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꼭 버려지는 것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던 것도 아닌데요.
막상 작업을 시작하고 보니까 손쉽게 쓰고 버려지는 철사가 정말 많았어요. 새로 살 겨를도 없을 만큼요. 달력 용수철 철사, 빵끈 철사, 야채 단 묶는 철사 등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전시하고, 워크숍도 하고, 강연도 하면서 강조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우리가 불필요한 것들에 너무 많이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에요. 그 물건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폐기되는지 과정을 모른 채 사고 쓰고 버리잖아요. 물론 쓰지 않고 사고 버리는 것도 상당하죠.
철사가 들어간 여러 물건 중에서 빵끈 철사 같이 묶기 위해 쓰는 철사는 그것을 안 쓰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기술적인 접근으로 느껴졌다면, 달력은 문화예술적으로 풀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해서 365일 보고 쓰는 것이니까 메시지를 담기에도 좋을 것 같았고요.
Q 기억을 더듬어 보니, 벽걸이 달력은 명절 음식을 준비할 때나 잘라서 이면지로, 무언가의 포장지로 사용하는 등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탁상달력은 버려진다는 걸 이번에 인지했어요. 게다가 어떻게 재활용해야 하는지 몰라 스프링째로 버리기 일쑤고요.
이 프로젝트는 재활용에 용이하도록 만들면 된다는 관점으로 제작 및 가이드북을 배포한다는 대목이 눈에 띄어요. 가이드북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 몇 가지만 귀띔해주실래요?
EK 달력과 가이드북은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탁상달력 등을 제작해서 무상 제공하는 기업, 관공서 홍보팀에 보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요즘은 기업들이 재치 있는 굿즈도 많이 만들어서 파는 모습을 목격해요. ESG3, 그린뉴딜 등 기업에 친환경 마케팅 바람이 대대적으로 부는 것에 맞지 않게 ‘친환경’ 하면 절로 생각나는 에코백 등 항상 하던 것, ‘친환경적으로 보이는 것’이 넘쳐난다고 느껴요. 그래서 조금은 근본적인 부분을 담으려고 해요.
내용으로는 기존 탁상달력의 문제점을 간단하게 짚어요. 온라인 설문조사, 인터뷰를 토대로 실사용자들은 어떤 달력을 원하는지를 보여주고요. 탁상달력을 만든 기업의 물품을 사는 등 홍보 효과가 있었냐는 질문에 ‘없다(!)’고 대부분 답을 해왔으니, 이 수치를 보면 ‘돈 들여서 왜 만들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고요(웃음).
제안하는 ‹더 편한 달력›이 어떤 종이에 어떻게 인쇄했는지, 기존 달력의 문제점을 어떻게 줄이려고 했는지에 관한 내용도 담길 거예요.
물론 제가 제안하는 형태가 정답이니 앞으로 이렇게 제작하자는 건 아니에요. 보통 탁상달력을 만들 때 삽화를 어떻게 할지를 고민한다면, 앞으로는 형태에 대한 고민, 나아가 이 과도기의 물품을 언제까지 계속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Q 이 프로젝트로 인해 참여자의 생활에 작은 흔적을 남길 예술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EK 인터뷰, 온라인 설문에 응하신 분들의 상당수가 ‹더 편한 달력›을 받아 보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사용하면서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제작 의도를 한 번 더 생각해보지 않을까 기대해요.
Q 좋아은경 님의 프로젝트를 어떤 사람이 꼭 접했으면 하나요?
EK 제가 좋아하는 윌리엄 모리스의 말을 소개하고 싶어요. '유용하지 않거나 아름답지 않은 것은 집에 두지 말라.' 제 공간에 무언가를 들일 때 항상 떠올리는 문장이에요.
이 아름다운 행성 지구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진 각종 자원을 어렵게 꺼내서 누군가의 무수한 수고를 들여 만든 것이 아름답지도 않고 유용하지도 않은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요? 버려질 때도 골치 아픈 일이 생기죠.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우리는 모두가 손을 써서 만들어 쓰는 사람이었고, 그런 보통 사람들의 보통 물건들이 박물관에 놓여있잖아요. 내가 내 주변의 물건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보고 탐구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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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환경부 페이스북 페이지 [지구를 구하는 예술인]에 소개되었습니다.
[지 구 예술인] 랜선 전시회
'예술로써 환경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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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하는 예술인 6편
철사 아티스트, 좋아은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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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은경 작가는 일상 속에서 쓸모를 다하고 버려진 철사를 수집하여 작업합니다.
달력의 스프링 용수철에서 시작된 첫 작품에 <침묵의 봄>이라는 제목을 붙였고,
이후 전시와 워크숍을 통해 균형과 공존의 메시지, 레이첼 카슨의 유산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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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정말로 원치 않는 것을 욕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버려진 철사를 이용하여 균형과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는 철사 아티스트 좋아은경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작가의 한마디 :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어쩌면 정말로 원치 않는 것을 욕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나에게 소중한 것을 질문하고 단순 소박한 삶이 주는 풍요로움을 나누면 어떨까요?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량 폐기로 인한 환경문제의 상당 부분이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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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얼굴에 빗방울을 느끼면서, 비의 긴 여정, 바다에서 공기로, 땅으로, 그 무수한 변화를 상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당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새들의 신비한 이동과 변화하는 계절을 관찰할 수 있는 장소를 찾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아이와 함께, 비록 부엌 창문에 놓인 한 줌의 흙에 심어진 것일지라도, 자라나는 씨앗의 신비를 곰곰이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레이첼 카슨
You can still feel the rain on your face and think of its long journey, its many transmutations, from sea to air to earth.
Even if you are a city dweller, you can find some place where you can observe the mysterious migrations of the birds and the changing seasons.
And with your child you can ponder the mystery of a growing seed, even if it be only one planted in a pot of earth in the kitchen window.
Rachel Carson, The Sense of Wonder
봄에는 부엌 창문에 놓인 화분에서 자라나는 씨앗을 신비를 곰곰히 생각해보고,
여름에는 얼굴에 빗방울을 느끼면서 비의 긴 여정을 상상해보고,
가을에는 변화하는 계절을, 겨울에는 새들의 신비한 이동을 관찰할 수 있는 도심의 장소를 찾아봐야겠습니다.
올해도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레이첼 카슨의 글로 새해 인사를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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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h Vol.146
그들의 공간이 궁금하다
좋아은경 철사 아티스트 - 손을 잘 쓰는 사람이 된다는 것
글 권민정
https://street-h.com/magazine/106165/
철사를 만지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
그는 대학교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했다.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사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술 제조를 위해 재배하는 작물의 면적만큼 식량을 심으면 기아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책을 읽고 ‘어른이 되면 술을 먹지 말아야겠다’라고 결심했던 초등학생이었고, 커피 한 잔이 탄생하기까지의 환경오염과 노동 문제를 알게 되며 ‘크면 커피를 마지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한 아이였다. 고등학생 때는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자 자퇴를 결심, 19살부터 국내 1호 ‘환경 디자이너’로 알려진 윤호섭 교수의 철학에 감동 받아 19살부터 윤교수 밑에서 줄곧 일을 도왔다.
또래와는 다른 생각, 다른 길을 걸었던 좋아은경 작가. 어릴 때 결심대로 술을 마시지 않고, 커피 등 기호식품을 즐기지 않으며, 화장을 하지 않는 성인으로 자란 그에게 작업활동은 사회운동에 더 가깝다. “얼마간은 사회과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전시를 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제가 느끼는 사회,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 해결 방법 등을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만 작업을 하는 건 아니다. 한 번 작업에 몰두하면 앉은 자리에서 10시간 이상 식사도 거르며 꼼짝 않고 작품을 완성한다는 그에게 작업은 “최고의 취미이고, 특기이자 가장 재미있는 일”이다. 머릿속에 상상한 도안만으로 뚝딱뚝딱 만드는 몰입하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라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제 작업을 만만하게 보시면 좋겠어요. 나도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좋겠고, 궁극적으로는 손을 쓰는 즐거움, 손의 가치를 알리고 싶어요. 그래서 워크숍도 하는 거고요.”
손이 주는 즐거움
“어린이든 어른이든 처음에는 ‘나는 똥손이다’, ‘이런 거 못 한다’ 걱정하시는데 막상 하면 너무 즐거워하세요. 그게 정말 좋아요.”
2013년부터 시작한 워크숍은 철사로 새 만들기, 손 만들기 등 다양하다.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콘텐츠도 하나씩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워크숍을 하며, 오늘 손으로 만진 걸 적게 한다고 했다. “내가 오늘 손으로 만진 걸 적게 해요. 보면, 대부분 하기 싫은 걸 만졌더라고요.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가기 싫은 회사에 출근했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데 아침밥을 했고 등이요. 그후 어릴 때 손에 잡았던 걸 써보라고 해요. 그러면 다 좋아하는 것만 만졌다고 해요. ‘엄마를 만졌고’, ‘흙을 만졌고’ 등이요.”
그는 “오늘 내가 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내가 어떤 하루를 보낼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워크숍은 언제나 “하루를 잘 보내는 게 중요하다. 그러니 여러분이 좋아하는 걸 더 많이 만지고 의미 있는 일을 하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로 마무리된다.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걸 많이 만지는 삶이 중요한 걸까. 그건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걸 알아야 환경도 지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걸 많이 만질수록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알게 돼요. 왜 좋아하는지 아는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고요. 진짜로 자신이 원하는 건지, 원하지 않는 것을 ‘욕망’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아는 게 중요한 거죠. 저는 환경문제가 결국 욕망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회가 부추기는 경쟁, 소비 시스템과 소셜 미디어가 형성한 문화 속에서 거짓 욕망을 갈망하게 되고, 그게 과잉 소비로 이어지는 거죠. 쓰레기, 환경오염 등이 발생하는 거고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나는 매우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좋아은경 작가는 올해 에어컨을 딱 1번 틀었을 정도로 절약하고 다시 쓰고 아껴 쓰는 태도가 몸에 배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다 2019년 독립하면서 구한 성산동의 보금자리이자 작업실에는 당근마켓에서 구입한 원형 테이블과 소파가 가구의 전부다. 과일 박스와 작은 종이박스들이 옷장, 신발장, 서랍장을 대신한다. 실내 텃밭을 두어 상추 등 소소한 쌈 채소도 키운다. 이곳에서 ‘나무 읽는 목요일’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숲과 나무의 중요성이 담긴 글귀를 철사로 만들어 매주 목요일마다 SNS로 공유하는 작업이다. 2021년 5월 21일 1주년이 되었고, 현재 장기 프로젝트로 꾸준히 진행중이다. 열심히 두 손을 움직여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작은 일이 지구에 큰 변화를 가져오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오보이 No.111
THE VOICES
행동하는 여성들, 실천하는 소녀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발언하고 변화를 위해 현장으로 나서는 용감한 사람들
좋아은경 철사 아티스트
버려지는 철사를 이용해 오브제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 매주 나무와 관련된 글귀를 철사로 필사하는 '나무 읽는 목요일' 작업을 2년째 이어가고 있다.
"2018년 열었던 제 전시의 제목이기도 해요. 우리가 나무를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곤 하지만 사실 나무와 숲, 지구가 나를 살게 하죠. 나는 나무가 없으면 살지 못하지만, 나무는 사람이 없어도 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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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들이 예술 외적인 요인으로 예술 활동을 중단하지 않도록 필요한 지원을 하여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창작준비금지원사업- 창작디딤돌>에 2020년 선정되었던 사연으로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일부 아래 옮깁니다.
전문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온라인 뉴스레터 <사람 人> 6월호(링크)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꾸준히 해온 작업을 격려 받은 기분이었어요!
-철사 아티스트 좋아은경
좋아은경 작가는 버려진 철사로 작품을 만든다. 어떤 물건을 굳이 써야 한다면 가장 사용을 최소화하고 무분별하게 낭비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을 담아 만든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손을 쓰는 즐거움'을 사람들과 나누는 워크숍과 강의도 지속하고 있다. 이렇게 8년을 작업해온 그는 지난해 받은 창작준비금이 "앞으로도 계속하라"는 큰 격려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일상에서 쓸모가 다해 버려진 철사로 작업을 하고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글귀를 필사해 텍스트를 만드는 좋아은경입니다. 폐기된 달력 철사로 새를 만든 <침묵의 봄>이 저의 첫 작품이었어요.
왜 철사를 작업 소재로 택하게 되었나요?
제가 고등학생 때였던 2003년, TV에서 환경을 이야기하는 윤호섭 선생님을 보고 당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물 전>에 전시된 선생님 작품을 보러 갔어요. 그러다가 매주 일요일 인사동에서 환경 퍼포먼스를 하시기에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선생님 일을 돕기 시작했고요. 그때 저는 사회에 나가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공부하고 싶어서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었던 때라 자유시간이 많았거든요(웃음). 대학교에 가서도 선생님 일을 계속 도왔는데, 그때 제가 하던 일 중 하나가 폐기된 달력의 철사를 분리 배출하는 거였어요. 분리된 달력 철사를 보니 몽글몽글한 게 예쁘더라고요. 달력 위에 동그랗게 감긴 부분을 새의 발 모양으로 만들고 나머지 부분을 풀어서 새를 만들었죠. 그걸 보신 선생님이 “굉장한 작품”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이걸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선생님 말씀에 힘입어 어쩌다 보니 계속 작업을 하게 되었죠. <침묵의 봄>은 2013년에 연 첫 개인전 ‘레이첼 카슨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선보였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철사 아티스트의 길을 걷게 되신 거네요.
저는 예술이나 디자인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대학교 전공도 사회과학이었고요. 우연히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된 거죠. 저는 이 작업을 통해 제 나름대로 사회과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느끼는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공부해서 알게 된 이야기와 해결방법을 사람들에게 제안하고 전달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제 작업을 통해 사회불평등, 기후위기, 자연의 소중함, 재료의 선택, 최소화의 중요성 등을 알리고 싶어요.
첫 전시 이후 ‘균형’, ‘손’ 시리즈 등 다양한 작업을 하셨잖아요. 이런 작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저의 첫 작업물에 붙인 <침묵의 봄>은 레이첼 카슨이 1962년에 펴낸 환경과학책 제목이기도 해요. 무분별하게 사용된 유독성 화학물질이 지구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경고를 담고 있죠. 2013년 첫 전시를 열며, '레이첼 카슨에게 보낸 편지'라고 전시 제목을 붙인 것도, 마침 그 해가 책이 출간된 지 50주년이기도 해서 그 의미를 기리고 싶었어요. 오래 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그 메시지는 낡게 느껴지지 않아요. 단순히 '화학제품을 쓰지 말자'가 아니라 무엇을 시도할 때 충분히 고려해보고, 이 방법이 최선인지 생각하고 자연의 균형을 파괴하지 않으려는 방법을 선택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거든요. 미세먼지, 코로나19, 기후위기 등 지금 상황에 대입해도 여전히 유효한 말이기 때문에 이 메시지를 후대에도 계속 전달하는 일을 중단할 수가 없는 거죠.
작업은 어떻게 하시나요?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빵 봉지의 꼬인 철사, 열무나 시금치 단을 묶은 철사 등 다양한 재료를 써요. 포장 종이를 벗기고 녹슨 부분을 닦아내는 등 손질하는 시간이 작업시간보다 더 오래 걸려요. 작업 자체는 정말 재밌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자 특기, 취미거든요. 그래서 작업시간도 대중없어요. 작업이 잘 풀린다 싶을 때는 밥도 안 먹고 하루 종일 작업하기도 해요. 도구는 플라이어(펜치)와 제 손이 전부예요. 일상의 재료로, 밥 먹고 얻은 힘으로 만들고 있습니다(웃음).
전시로 소통하고, 철사로 새 만들기 워크숍도 자주 열었던 만큼 코로나19로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점점 줄어들면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이 상황이 장기전이 될 것 같은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다고 생각해서 2020년 5월 21일 목요일에 '나무 읽는 목요일'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나무 읽는 목요일'은 철사를 구부려서 글씨처럼 만들고 그걸 사진을 찍어 매주 목요일마다 SNS에 올리는 작업이에요. 숲과 강과 나무가 없다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고 나무와 나는 끊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걸 텍스트로 전달하는 작업이죠. 2018년 폭염을 겪으며 나무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했던 저의 전시와 맥락이 이어지는 작업이기도 하고요. 관련 글귀와 자료를 찾는 일이 정말 어려워요. 그래서 일주일이 정말 빨리 가요. 최근 1주년이 되었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어요. 100주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제가 가장 바라는 건 버려진 철사가 없어서 '재료를 사야 하나' 고민하는 상황이 오는 거예요. "빵, 배추, 시금치를 묶는 '철사'라는 것이 있었단다"라고 다음 세대에게 이야기해주는 날이 오는 것이 꿈이에요. 또 하나는 사람들이 손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일입니다. 옛날에는 두 손으로 직접 집도 짓고 옷도 만들고 생활을 했었는데 지금은 돈을 써서 위탁을 주거나 돈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서 쓰고 버리는 게 일상이 됐잖아요. 우리가 가진 두 손에 좀 더 의존해보자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워크숍을 하는 것도 이런 손을 쓰는 즐거움을 알리고 싶어서거든요. 손을 움직이면 누구나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그 소소한 경험을 통해 손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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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처리하고 나서 나중에 연구하는 것은 재앙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명이 처음 태어난 바다가 그러한 생명 중 한 종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은 기묘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바다는 비록 나쁜 방향으로 변한다 하더라도 계속 존재하겠지만, 정작 위험에 빠지는 쪽은 생명 자체이다.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1951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레이첼 카슨의 글로 새해 인사를 대신합니다.
전 세계가 동시에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가 이룬 문명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 실감합니다. 하물며 기후위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 어떨까요? 70년 전(!)에 쓰인 레이첼 카슨의 말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다가오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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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사외보 푸른 연금술사 2020년 09+10월호에 소개되었습니다.
일부 아래에 옮깁니다.
아름다운 별 지구를 사랑하는 푸른 연금술사 2020 09+10
그 사람의 작업실 - 좋아은경 작가
버려진 철사로 쓴 균형과 공존의 메시지
글 우승연 사진 김영준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계 바라보기
"류시화 시인이 인도 여행할 때 만난 구루가 그를 부를 때마다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예스시화'라고 부른 것처럼 사람들이 나를 긍정적으로 불러줬으면 좋겠다 싶었죠. '예스'를 한글로 바꾸는 과정에서 '좋아'가 떠올랐고 부모는 물론 지인들에게 '좋아'라고 불러 달라 말했어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사유하고 발화하는 힘. 그것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조망하고 한 발짝 더 나아가려는 노력과 맞물려 좋아은경을 와이어 아티스트로 이끌었다. 궁금하면 들여다보고 행동이 필요할 땐 멈칫거리지 않았다.
낡은 철사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
"힐링된다, 그 말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문득 이 시대 미술관, 전시회에서 채워주지 않는, 현대미술과 닿지 못하는 부분을 내가 약간 채웠나, 닿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좋은 건 사람들이 와서 만만하게 생각하는 거였고요. 나도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왜 못했지, 같은 자각이요. 그렇게 사람들과 환경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죠."
생판 모르는 사람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예술이 심미적인 만족을 주거나 개인의 철학적인 고민으로 끝나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하고 싶은 무거운 이야기를 부담스럽지 않게 나누도록 이끄는 매개체라는 것도 알아차렸다. 환경위기를 이야기하는 작업을 지속하기로 결심한 순간이기도 했다. 이후 레이첼 카슨의 "적절한 균형 상태에 이르렀다"는 말에 영감을 받아 모빌을 떠올렸고 '균형 시리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제목은 균형 시리즈인데 다 불균형한 작품이에요. 예를 들어서 한 사람이 여러 사람보다 무거운 거죠. 전시장에 나가 있으면 사람들이 물어봐요. 왜 한 사람이 무거운지. 그럼 제가 왜 그런 것 같으냐 되묻죠."
백 사람의 백 가지 이야기가 발화되고 저마다의 사유가 부유하며 입장이 교차했다. 그 낱낱이 축적되고 누적돼 발효하는 순간 예상하지 못한 시너지가 발생했다. 한국의 텃새를 관찰하고 그런 후 낡은 철사로 본 떠 만든 참여자 워크숍 프로그램 또한 만만치 않은 감흥이었다. 살아 있는 새와 교감한 듯한 참여자들의 설렘이 생의 기운처럼 서로를 지켜냈다. 그런가 하면 환경 메시지와 더불어 휴대폰을 쥐거나 돈을 쓰는 것밖에 못하는 손을 재구성하기도 했다. 2014년 유럽을 여행할 때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그야말로 멀리서 지켜보며 느꼈던 '손 쓸 수 없다'는 감정에 기인한 손 작업과도 닿았다. 무력해지고 그저 상징이 된 손이 경험한 과거와 경험하는 지금 여기를 통해 수많은 이들의 치유를 목도했다.
버려진 철사로 시작된 좋아은경의 작업은 인간을 포함한 자연에게 말을 거는 행위였다. 쓰레기 없는 여행 '형편없는 살림꾼 프로젝트', 매주 목요일마다 나무에 관한 글귀를 철사로 필사해 SNS에 업로드하는 '나무 읽는 목요일' 모두 나지막이 흘러드는 이야기를 듣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민하는 좋아은경만의 실천이었다. 어쩌면 코로나19 시절 고립될 수밖에 없는 개체에게 전하는 따듯하고 실제적인 위로일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버려진 철사로 작업을 할거예요. 바라는 거요? 글쎄요. 저는 사람들이 직접 검색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관심 갖는 분야를 하나씩은 품었으면 하고요. 그러다 보면 주위 사람들, 세계도 관찰하게 되겠죠. 사소한 배려, 1분으로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걸 여러 사람들이 경험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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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날에 즈음하여, YTN 사이언스 [다큐S프라임] "코로나19, 지구의 경고 -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 기후위기가 불러온 재앙일까?(159회)"가 방송되었습니다.
전체 영상(45분) 아래에 공유합니다. 저는 후반부(35분~)에 나옵니다.
방송내용: 코로나19는 시작일 뿐 더 강력한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바이러스는 왜 점점 더 강력하고 빠르게 인간의 생명을 위협해오는 것일까요? 어쩌면 코로나19는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 기후위기가 불러온 재앙일 수 있다는데요.
신종 감염병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지구의 경고를 다시 되짚어봅니다.
방송정보: 최강석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백순영 가톨릭대학교 미생물학교실 교수, 허선진 중앙대학교 생명동물공학과 교수, 김지석 그린피스 스페셜리스트,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 더 피커(the Picker), 김은경 철사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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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선 어김없이 대한민국 맑은 물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곤 했어요. 일회용품 없는 여행에서는 더욱 그랬습니다.
호주나 유럽에서는 현지 친구들처럼 수돗물(탑워터, 탭워터, Tap water)을 바로 받아 마셨고, 딱히 배가 아팠던 적도 없었는데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물 맑은 한국에서 수돗물을 바로 컵에 받아 마시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 자료를 찾아봤어요.
UN이 발표한 국가별 수질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22개국 중 8위로 굉장한 상위권입니다.
그러나 환경부가 2013년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돗물을 음용수로 직접 마시는 사람들은 5.4%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100명 중 5명! (영국 70%, 미국 56%, 일본 47%)
서울의 경우에는 <아리수품질확인제 : 가정의 수돗물을 무료로 수질검사 하여 드립니다>를 통해 무료로 수질 검사도 가능합니다. 다산콜센터(120번)에서 아주 간단히 접수할 수 있었어요. (혹은 수돗물 안심확인제 사이트 www.ilovewater.or.kr)
탁도, 수소이온농도(pH), 잔류염소, 철(Iron), 동(Copper)의 다섯 가지 항목을 검사하고, 결과가 나오는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어요. 놀랄 것도 없이 적합 [안심하게 음용하세요-차게하여 마시면 더 맛있습니다] 판정을 받았습니다.
방문하신 기사님께서 내내 철저히 관리하고 있으니 굳이 검사를 받지 않아도 믿고 마실 수 있다고 강조하셨어요. 짧은 검사 시간이었지만 여러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받은 검사표를 방문객들의 눈에 잘 띄도록 냉장고에 붙여놓았습니다. 저도 그동안 수돗물을 직접 마시지 않는 94.6%에 속해 있었기에, 집에 찾아오는 친구들도 안심하고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답니다.
2019년 7월부터 저는 아리수를 마십니다. 여름에는 물병에 수돗물을 받아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마시고, 그 외에는 실온에 두고 마셔요.
그동안 큰 주전자에 물을 끓여 보리차 티백을 우리고 식혀서 마셨는데, 굉장히 편해졌답니다. 버릴 것이 하나도 나오지 않으니 치울 일도 없어졌어요.
일상을 간편하게 하는 저탄소, 제로웨이스트 수돗물 마시기, 시도해보세요.
이탈리아에서 물 마시기 : 나소니 Nasoni (음수대, 분수)
이탈리아, 특히 로마에서는 음수대를 무척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마셔도 될까요? 네!
수도꼭지없이 졸졸졸, 때때로 콸콸콸 물이 나오는 이 음수대의 이름은 나소니 Nasoni(혹은 나소네 Nasone)입니다. 이탈리아어로 커다란 코(big nose)라는 의미로 1870년대에 도입된 음수대 디자인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네요.
로마에만 무려 약 2500개의 나소니가 있다고 해요. 이탈리아 여행에서 목마를 새가 없었던 것도, 생수를 하나도 사 먹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에요. 슈퍼와 시장에서 산 과일을 바로 씻어 먹기도 좋습니다.
가끔 먼저 물을 마시고 있던 개와 비둘기의 다음 차례를 기다리기도 했어요. 물 앞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나소니에서 물을 마실 땐 요령이 있습니다. 물이 흐르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막으면 파이프 중간의 작은 구멍에서 물이 솟아납니다. 조준을 잘해서 입 안으로 쏙!
놀랍게도 아름답게 조각된 대리석 분수대에서 나오는 물 역시 마셔도 된다고 합니다. 로마의 스페인 광장 분수에서 물을 받으려고 각종 병을 들고 줄을 선 진풍경도 볼 수 있어요. 폼페이 유적지에서도 음수대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이 플라스틱 프리(+머니 프리) 식수가 얼마나 생활 깊숙이 자리했냐면, 앱스토어에서 Nasoni를 검색해보세요. 이탈리아 전역의 나소니의 위치를 알려주는 어플이 여럿입니다.
그 중 Fountains in Italy는 스트릿뷰도 함께 보여주는데, 지도 위 이곳저곳 찍어 다양한 물 마시는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네요.
이탈리아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여행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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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그린보트에 다녀왔습니다.
"지구를 생각하는 특별한 항해"를 주제로 7일부터 14일까지, 부산-기륭(대만)-화롄(대만)-제주-부산을 돌아보는 여정이었어요.
저는 워크숍 <철사로 나의 손 만들기>와 강연 <형편없는 살림꾼의 쓰레기 없는 여행>으로 그린보트에 탑승한 참가자들을 만났습니다.
<형편없는 살림꾼의 쓰레기 없는 여행>은 여행지에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는 저의 좌충우돌 성공담/실패담을 나누는 자리였어요.
저는 몇 해 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여행을 하고 경험과 정보를 공개하는<형편없는 살림꾼>프로젝트(https://www.instagram.com/bad.housekeeper/)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대적인 방식이 만들어낸 엄청난 쓰레기 처리 문제에 직면할 때면 … 우리는 과학의 안내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눈에만 안 보이면 된다며 양탄자 밑으로 먼지를 쓸어 넣어 버리는 속담 속의 형편없는 살림꾼처럼 행동'한다는 레이첼 카슨의 글에서 그 이름을 빌려왔습니다.
강연 시간이 대만에 내리는 날 오전이라서 '봉투는 필요없어요(부용 타이즈러)', '빨대는 필요 없어요(부용 씨관러)' 등 현지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대만어 문장을 준비했어요. 마침 자리에 대만어를 할 수 있는 분이 계셔서 참가자 모두 여러 번 따라 읊었습니다. 아무 준비물 없이 즉시 시작할 수 있는 실천법이 '거절하기'이니까요.
강연장에 준비된 의자가 꽉 차서 서서 듣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더 나아가 플라스틱 프리,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관심이 정말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강연에 대한 반응을 바로 받는 것은 그린보트에서만 접할 수 있는 신나는 일입니다. 강연 후 마주친 저에게 ‘일회용품을 안 받으려고 하는데 자꾸 받게 되더라고요.’ 멋쩍게 건넨 그 말들이 저는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아주 잘 하고 계세요, 그런 마음가짐이 시작인 거죠.’ 저는 있는 힘껏 응원을 보냈습니다.
두번째 기항지 투어를 함께한 참가자분께서 구입한 과자를 한아름 안고 저를 부르시고는 '강연 듣고 드디어 비닐봉지를 안 받았어요' 활짝 웃으시던 순간에 정말 한없이 감동했습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크루즈 여행이 가능할까? 결론은, "그린보트에서는 매우 가능하다"였어요.
일단 그린보트에서는 플라스틱 생수병 쓰레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를 판매하긴 합니다만) 크루즈 곳곳에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물탱크가 비치되어 있고, 물론 식사시간에도 물을 받을 수 있어요. 여정을 앞두고 탑승객들은 개인 물병(텀블러)을 꼭 지참하라는 안내를 여러번 받습니다.
텀블러를 깜박한 승객을 위한 <그린 대여소>도 운영되었어요. 대여소에서 탑승객 정보를 적으면 텀블러를 빌릴 수 있고 선내와 기항지에서 사용한 뒤 하선하기 전에 반납하면 됩니다. 텀블러 외에도 다회용 용기, 장바구니, 우산, 우비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다음 번에는 간단한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세제 등이 비치된 장소(공용화장실 등)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종이포장된 비누 하나를 까서 교체없이 썼고, 샤워부스에는 샴푸와 바디 워시 겸용 제품이 부착되어 있었기에 리필용기에 담아간 것을 쓰지 않았어요. 치약과 폼클렌져는 집에서 사용하지 않고 보관 중이던 샘플을 가져다가 하나씩 썼습니다.
뷔페로 운영되는 식당에 과일과 빵, 디저트가 가득해서 다회용 용기나 손수건에 받아두고 간식으로 먹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과자 봉지를 뜯을 일이 없었네요.
대만 기항지 투어로는 야시장 탐방을 선택했습니다. 배에서 내리기 전에 물병에 물을 담아서 가지고 다니며 마셨어요.
집에서 챙겨간 다회용 용기에 음식을 받고 텀블러에 생과일 쥬스를 받았는데 전혀 어렵지 않았답니다. 비닐봉투, 빨대 모두 "부용러, 셰셰(필요없어요, 고맙습니다)"라고 웃으며 거절했습니다.
그린보트 프로그램 면면이 담긴 연합뉴스 기사 "플라스틱 없는 생활, 고기 없는 한 끼"에 제 강연 내용도 소개되었고,
선내에서 가졌던 유튜브 채널 <요즘 것들의 사생활> 인터뷰, "카페도 여행도, 플라스틱 없이 가능할까? 제로웨이스트 시작하는 법" 업로드되었습니다. 보틀팩토리 정다운 대표님과 함께했습니다.
“일주일만 해보면, 달라져요."
일회용품 없는 카페 보틀팩토리를 운영하는 정다운 대표, 쓰레기 없는 여행을 하는 아티스트 좋아은경 작가.
제로웨이스트 고수인 두 사람이 알려주는 플라스틱 없는 일상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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