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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30일 열린 제8회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 영상이 업로드 되었습니다.


[강연2] 버려지는 세상에서의 예술
매일 너무 많은 것들이 너무 쉽게 버려지는 세상. 버려지는 세상 속에서 잠깐의 쓰임을 하고 쓰레기 봉투로 들어가는 철사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버려지는 다양한 철사를 재료로 삼은 예술가에게 이 세상은 어떤 의미일까요? 과잉 생산에 기초한 문화 속에서 우리의 손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과 생각을 나눕니다.

[연사 소개] 좋아은경, 친환경 예술가
버려지는 철사로 작업하는 철사 아티스트. 달력의 용수철에서 시작된 첫 작품에 '침묵의 봄'이라는 제목을 붙이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작업, 전시, 워크숍을 통해 균형과 공존의 메시지, 레이첼 카슨의 유산을 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숲과 나무가 우리를 지키고 있음을 전하고자 매주 목요일마다 철사로 나무 글귀를 필사해 공개하는 '나무 읽는 목요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제8회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
일시 : 2023년 11월 30일 (목) 저녁 7시~9시
장소 : 창비서교빌딩 지하2층 50주년홀
사회 : 홍승은 (집필노동자)


강연
- 진동과 조율: 숲과 바다와 마음의 연결 (정은혜, 에코오롯 대표)
- 버려지는 세상에서의 예술 (좋아은경, 친환경 예술가)
- 우리는 고치며 살아가고 싶다 (이원주, 리페어lab 활동가)
- 기후우울의 파도 타기 (장이정규, 생태심리연구소 소장)
- 오늘부터 우리는, 페미니스트 기후정의 선언 (서연화, 여성환경연대 기후정의팀 팀장)

 

제8회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 (출처: 여성환경연대)

 


 

<여성주의 저널 일다>에 강연을 바탕으로 정리된 기사가 게재되었습니다.

 

[일다] 달력, 빵 끈, 채소 묶은 ‘폐철사’로 작업합니다

  여성환경연대에서 주관한 제8회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 “우리는 멸망하는 세상에서 틈새를 만든다”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한 기사입니다.   ▲ 환경 예술가 좋아은경. 여성환

m.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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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해인사

좋아은경 2024. 1. 12. 21:49

once found, 좋아은경, 2023, 폐철사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악화되는 기후로 나날이 근심이 늘어가는 요즘,

올해는 걸음걸음마다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연습을 해보겠다는 작은 결심을 해봅니다.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레이첼 카슨의 글로 새해 인사 건넵니다.

 



저는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이와 그 아이를 인도하는 부모에게, 아는 것은 느끼는 것의 반만큼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실이 훗날 지식과 지혜를 만들어내는 씨앗이라면 정서와 오감의 인상은 그 씨앗이 자라나는 비옥한 토양입니다. 어린 시절은 그 흙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아름다움, 새롭고 미지의 것에 대한 흥분, 동정심, 연민, 감탄 혹은 사랑의 감정과 같은 감각이 깨어나고 나면 우리는 그 정서적 반응을 불러온 대상에 대해 알고 싶어 집니다.
일단 발견되면 계속됩니다. 아이가 이해할 준비가 되지 않은 정보를 소화하도록 하는 것보다 아이가 알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 레이첼 카슨 (1907-1964)


I sincerely believe that for the child, and for the parent seeking to guide him, it is not half so important to know as to feel. If facts are the seeds that later produce knowledge and wisdom, then the emotions and the impressions of the senses are the fertile soil in which the seeds must grow. The years of early childhood are the time to prepare the soil. Once the emotions have been aroused - a sense of the beautiful, the excitement of the new and unknown, a feeling of sympathy, pity, admiration or love - then we wish for knowledge about the object of our emotional response. Once found, it has lasting meaning. It is more important to pave the way for the child to want to know than to put him on a diet of facts he is not ready to assimilate.
- Rachel Carson, The Sense of Wo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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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지표면의 가장 낮은 곳에서 자라난다.

숲과 산과 강이 자신들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상적인 투쟁에 나선 사람들의 어깨동무 안에서 자라난다."

 

- 아룬다티 로이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발췌

 


 

Arirang TV의 탄소발자국 저감 캠페인 [The GREENers](더 그리너스)에서
나무읽는목요일 프로젝트의 첫 문장, 아룬다티 로이의 글을 소개했습니다.

2분 30초의 영상, 아리랑 티비 채널에서 이번 주 유동적으로 여러 번 방영됩니다.

 


 

The GREERners 2회
버려지는 철사에 새 삶을 주는 철사 아티스트, 좋아은경

 

The GREERners Ep.2
Wire sculptor giving discarded wires a new life, yoa Eunkyung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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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새해인사

좋아은경 2023. 1. 1. 15:18

요즘 사람들은 자연의 균형이란 삶이 단순했던 옛날에나 가능한 것이며, 이제는 완전히 잊어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넘겨버리면 마음은 편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물론 먼 옛날 홍적세와는 다르겠지만 자연의 균형이란 오늘날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절벽 끝에 서 있는 사람이 중력의 법칙을 무시할 수 없듯이 위험한 상황에 놓인 우리 역시 복잡하고 정확하며 고도로 잘 짜여진 생물계를 무시할 수 없다. 자연의 균형이 현재 모습 그대로 유지되는 '불변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의 균형이란 유동적이고 계속 변화하며 조절과 조정이 가능한 상태를 망한다. 인간 역시 자연이 이루는 균형의 일부분이다. 가끔씩 인간이 이런 상태를 자의적으로 바꾸곤 한다. 그 결과 인간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문제가 일어난다.

새롭고 상상력 풍부하며 창의적인 접근법은 이 세상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생물과 공유하는 것이라는 데에서 출발한다.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1962


균형에 대해 부쩍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언제라도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세상 속에서 불안함과 무력감이 쏟아지곤 합니다. 레이첼 카슨이 말하는 "새롭고 상상력 풍부하며 창의적인 접근법"에 대해 생각하며,

 

올해도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레이첼 카슨의 글로 새해 인사를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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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이 된다는 건, 오늘 당신이 무언가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늘 하는 행동, 늘 사용하는 물건들로 일상의 행동을 제안하는 커뮤니케이션 그룹 <오늘의행동>.

 

생활 속 사회적행동을 함께 찾아나서는 '생활학자'로 초대되어

해 지난 달력을 해체하고, 나무문장을 몸과 마음에 새기는 시간을 나누었습니다.

 

해지난 달력에서 용수철을 분리하기 (사진 시사IN 제공)

 

레이첼 카슨의 문장 "자연의 어떤 것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In nature, nothing exists alone.)"을 함께 읽고 '새기는' <나무읽는목요일 퍼포먼스: TreesThursdays on body / in mind>


 

행동구독자를 위한 소셜트립 시리즈 07

오늘은 나무 문장을 새기는 행동: 좋아은경 생활학자의 나무읽는목요일과 '더 편한 달력'

 

“자연에서 그 어떤 것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1962

버려진 철사로 다양한 예술활동을 이어 온 철사 아티스트 좋아은경 생활학자와 2022년도 달력을 분해하며 올해를 마무리하고 ‘더 편한 달력’으로 새롭게 살아볼 한 해를 준비해 봅니다. 또 각자의 일상 속에서 일주일 여간 나무를 떠올릴 수 있도록 돕는 좋아은경 작가의 레터링 타투를 체험해 봅니다. 달력 분해, ‘더 편한 달력’, 종이, 나무, 나아가 기후위기까지 달력이라는 일상물을 통과하는 좋아은경 작가의 예술 세계와 우리가 오늘 할 수 있는 성찰과 행동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여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 일시와 장소

  ▪일시 : 12. 03 (토) 오후 2시 ~ 4시
  ▪장소 :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2층 오픈스페이스 (서울시 은평구 통일로 684)

 

🙌 프로그램 

 ▪ 2022년도 달력 분해 활동과 좋아은경 생활학자의 ‘더 편한 달력’ 이야기
 ▪ 좋아은경 생활학자의 레터링 타투 체험과 나무읽는목요일

 

👩‍🏭 만날 이 : 철사 아티스트, 좋아은경 생활학자

와이어 아티스트. 일상 속에서 쓸모를 다하고 버려진 철사를 수집해 작업한다.
달력의 스프링 용수철에서 시작된 첫 작품에 <침묵의 봄*>이라는 제목을 붙였고 이후 세계 곳곳을 다니며 작품과 워크숍을 통해 균형과 공존의 메시지, 레이첼 카슨의 유산을 전하고 있다.
https://www.yoaek.com/

 

🌳 더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한 질문과 답변

 ▪ 2022년도 달력 분해를 하는 거에요?
네, 스프링을 분리하지 않고 버리면 재활용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사실 알고 계시죠? 하지만 철사 분리가 생각보다 어렵잖아요. 좋아은경 생활학자가 아주 간단하게 분리하는 방법을 알려주신데요. 배워서 해보고, 내 달력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내어둔 달력도 슉슉 분리해내는 철사분리요정이 되어보세요!   

 ▪ ‘더 편한 달력’이 뭐에요?
재료의 선택, 제작, 사용, 폐기의 전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한 좋아은경 생활학자의 탁상달력이에요. 더 알고 싶다면 이 링크를 따라가보세요. https://blog.naver.com/yoaek_com/222596551223

 ▪ 레터링 타투는 얼마나 오래 가나요?
레터링 타투는 일주일 정도 지나면 조금씩 지워지기 시작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깨끗하게 지워져요. 

 ▪ 나무읽는목요일은 뭐에요?
매주 목요일, 나무/숲/식물 관련 글귀를 철사로 필사해 페이스북에 업로드하는 좋아은경 생활학자의 프로젝트예요. 더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따라가 보세요. https://www.yoaek.com/treesthursday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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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철사로 환경을 위한 메시지 전하는 좋아은경 작가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좋아은경(www.yoaek.com)

전문읽기: https://www.jungle.co.kr/magazine/201867

몇 달 전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교수를 인터뷰하고 나서 그때의 감동과 여운을 기억하기 위해 잘 보이는 곳에 그의 손그림이 그려진 메모를 붙여 놓았다. 그가 디자인한 친환경 달력과 함께 있던 2020이라는 년도가 쓰여있던 종이인데,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 모양이 예쁘기도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메시지를 가족이 함께 기억하며 생활하고자 하는 바람에서였다.

그 덕에 온 가족이 열심히 분리배출을 하게 됐고, 비닐이나 플라스틱 일회용기들 앞에서 불편해지기 시작했으며, 환경을 지키기 위한 여러 활동들을 찾아보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일회용품 없는 여행 프로젝트’를 알게 됐다. 바다 동물들의 뱃속에 가득 찬 플라스틱을 보고 ‘혹시 내가 버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좋아은경 작가의 제로 웨이스트 여행기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텀블러, 밀폐용기, 장바구니, 수저를 들고 다니며 여행을 실천한 내용이었다. 그의 환경을 위한 실천에 관심이 갔고, 어떤 작업을 하는지 알고 싶어졌다.

좋아은경 작가의 와이어 아트. 버려지는 철사로 만든 작품들이다.

 

좋아은경 작가는 와이어 아티스트다. 버려진 철사로 동물, 드로잉, 텍스트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든다. 업사이클링 디자인 사례들을 접하면서도 철사에 대해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철사를 재활용한 작품은 어떤 모습일지 잘 상상이 가질 않았다. 한편으론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 해 동안 사용한 달력이나 수첩을 분리배출할 때 종이와 철사 분리가 쉽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라서였다. 늘 손도 아프고 철사의 모양도 엉망이 됐었는데 그런 철사도 사용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런데 첫 번째 작품의 재료가 바로 이 달력의 철사였고, 그 작업의 시작엔 윤호섭 교수와의 만남이 있었다.

“2003년에 TV에서 윤호섭 선생님을 보고 인사동 티셔츠 퍼포먼스 현장에 그림을 받으러 갔다가 선생님 일을 안팎에서 하게 됐어요. 윤호섭 선생님께서 매년 친환경 디자인 요소를 적용한 그린캔바스 달력을 무료 배포하시는데, 작업실을 정리하다 보면 미처 배포되지 못한 해 지난 달력이 나오곤 했죠. 분리배출을 위해 달력에서 빼낸 철사의 구불구불하고 몽글몽글한 하얀 철사 덩어리의 느낌이 아까울 정도로 좋았는데, 그때만 해도 예술이나 디자인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얼마간 보관하다 버리곤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달력 위에 동그랗게 감긴 부분이 나뭇가지를 잡고 있는 새의 발 모양으로 연상돼,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를 풀어 새 모양을 만들게 됐어요.”

 

좋아은경 작가의 첫 번째 작품 <침묵의 봄>. 버려지는 달력의 철사를 이용해 새를 만든 작품이었다.


2012년 그렇게 첫 작품이 완성된 후 윤호섭 교수의 응원에 힘입어 그가 매년 주최하는 ‘녹색여름전’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레이첼 카슨이 지구 생태계 파괴에 대해 경고하는 책 [침묵의 봄]을 떠올리며 작품에 [침묵의 봄]이라는 제목을 붙였고, [침묵의 봄] 출간 50주년을 맞아 레이첼 카슨을 기리는 전시로 첫 개인전을 열었다. 버려지는 철사에 집중하던 작가는 양면 달력 사용의 편의성을 위해 철사로 제본되던 달력에서 철사를 빼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로 인해 윤호섭 교수의 그린캔바스 달력은 2014년부터 용수철 제본 없이 제작되는 변화를 맞기도 했다.

좋아은경 작가는 버려지는 철사만으로 작업을 하는데, 그나마 작품의 재료가 됐던 그린캔바스 달력의 철사마저도 없어졌으니 어디서 재료를 구할까, 양은 충분할까 궁금해졌다. 생활 속에서 버려지는 철사가 많지 않은 것 같아서였다. “생각보다 아주 다양하고 많아요. 처음에는 어머니의 부엌에서 구했고, 친구들이 모아주기 시작해서 친구의 가족들도 모아주세요. 일상에서 나오는 철사는 보통 먹을거리와 연관돼 있어요. 요리를 많이 하는 집에서는 시금치, 열무 등을 묶는 철사가 많이 나오는데, 김장철에는 정말 한아름 안겨주기도 하고요, 간단히 식사를 하는 학생이나 직장인 친구들은 빵 끈을 많이 모아줘요. 전자제품을 사면 전선을 묶어 놓은 철사가 나오기도 하죠. 그 외에도 건축 일을 하는 지인이 폐전기선을 모아주시기도 하고, 베이킹, 꽃꽂이 등 각종 취미 생활에서 사용되는 철사가 중도 포기로 인해 전혀 사용되지 않은 채로 제게 전해지기도 해요.”

하지만 이렇게 모인 철사들을 사용하기 위해선 철사를 철사 포장재와 분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채소를 묶는 철사에선 접착된 종이를 분리하고, 빵 끈의 철사를 얻기 위해선 겉면을 칼로 긁어낸다. 재료 손질을 위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만, 작가는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불필요한 배출이 없어져서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작업이 시작된 배경이 그랬던 것처럼 온통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에게 철사를 전해준다. 그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그 모습 그대로를 전시하기도 했다.


그는 철사를 모으는 과정에서도, 전시장에서 관람객과 만날 때도 작업을 할 때처럼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한다. “전시장, 강연, 워크숍을 통해 만난 분들이 철사를 전해주시기도 하고, 편지와 함께 배달이 되기도 해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정말 매번 감격해 눈물이 날 정도예요. 제 이름이 적힌 종이봉투 안에 들어있는 각종 철사, 나무 장작처럼 차곡차곡 쌓아 묶은 철사, 만나러 오는 길에 빵을 사 먹었다며 꼬깃꼬깃 주머니에서 나온 하나의 철사 등을 받은 모습 그대로 전시에서 선보이기도 하죠. 친구와 함께 전시장에 오신 친구 어머니께 '이 모빌은 어머니께서 챙겨주신 시금치 철사로 만들었어요' 하고 눈을 마주하며 감격하는 순간이 생기기도 하고요.”

집에서 나오는 많은 쓰레기 중에서 철사를 버릴 때만큼은 별로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는데, 이렇게 작은 부분에까지 집중하는 한 작가로 인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 좋아은경 작가는 바로 그런 부분이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했다. “잠깐이나마 환기를 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한 채 쓰는 것들이 이렇게 다양하고 많다는 것, 철사뿐이 아니라는 것, 더 이상 버려지는 공짜 재료를 구할 수 없는 날이 와서 오히려 발을 동동 구르고 싶은 사람이 여기 있다는 것을요.”

좋아은경 작가는 자신의 첫 작품 제목을 ‘침묵의 봄’이라 이름 붙인 것처럼, 레이첼 카슨의 책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여전히 그의 책을 자주 들여다보는데 작가는 “이 메시지가 60년이 지나도록 낡지 않는다는 것과 그 경고가 유효한 것을 넘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사실이 슬프게 느껴진다”고 했다.

 

 

최근 <아무튼, 산>의 2쇄를 기념해 한정으로 선보인 '침묵의 봄 책갈피'. 철사로 만든 두 마리의 새와 레이첼 카슨의 얼굴이 담긴 내지로 구성된다. 작가는 레이첼 카슨의 얼굴을 그려 넣고 '자연을 이루는 모든 것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레이첼 카슨의 글을 넣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마음을 담은 작가의 작품이 [아무튼, 산]이라는 책을 위한 이벤트를 통해 더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심플한 새 모양과 산뜻한 컬러가 잘 어우러진 ‘침묵의 봄 책갈피’는 의미도 좋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예뻐서 SNS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LAN 선으로 만들었어요. 수집되는 철사 중에서 색상이 화려해서 작품에 쓸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구리선 위에 코팅이 돼 있어서 안전하겠다 싶어 워크숍 때 활용하기 시작했죠 익숙해지고 나서는 고마운 분들에게 레이첼 카슨의 메시지를 담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에 '침묵의 봄 책갈피'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사실 이 책갈피는 이미 예전에 디자인됐고, 주변에 나누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어 소량 제작해 동네 책방 등에서 판매하기도 했는데, 어느 날 제작을 중단했다고 한다. “저는 쓰레기를 그다지 배출하지 않는 삶을 사는데, 제가 만들어 내는 것 중에 비닐이 있다는 것이 멋쩍어서 2년 정도 제작을 중단한 상태였어요. 물론 남은 비닐포장봉투를 버리지는 않았고 꼭 필요한 순간에 쓰기로 하고 넣어두었죠. 그러다 제 소중한 벗이 책을 냈는데, 2쇄를 찍게 돼 이벤트를 열고 싶다고 했어요. 여러 브랜드에서 컬래버 제의가 들어온 상태였는데 상업적인 느낌에 주저하고 있다가 문득 제 생각이 났나 봐요. 우리의 우정처럼, 우리가 낳은 것이 잘 어울린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요. 오직 기쁜 마음으로 총 20세트를 만들어 전했습니다.”

작가는 현재 ‘나무를 읽는 목요일’이라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매주 목요일 SNS에 나무에 관련된 글을 철사로 필사해 올리는 작업인데, 벌써 시작한지 세 달이 됐다. 계기는 2018년 폭염과 올해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였다. “대구에 살던 오빠가 서울에 올라와 너무 덥다고 해서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대구가 폭염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고, 1996년부터는 적극적으로 도심 내외에 나무를 심어 그로 인한 효과가 발휘되는 모양이었어요. 여러 책과 자료를 접하던 중, 나오미 클라인의 기후위기에 대한 책에서 인용된 아룬다티 로이의 글을 보게 됐는데, '희망은... 숲과 산과 강이 자신들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상적인 투쟁에 나선 사람들의 어깨동무 안에서 자라난다'는 문장이었어요. 숲을 보호하고 지구를 지켜야 한다고 말을 해왔지만, 사실은 숲이 나를 보호하고 지구가 나를 살게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그걸 깨닫고 한참을 멍하니 지냈어요. 그러다 코로나19로 외부 일정이 모두 중단된 어느 날, 이 작업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무를 읽는 목요일' 메이킹 영상 중에서.&nbsp;32시간에 걸쳐 레이첼 카슨의 글을 철사로 옮기는 과정을 타임랩스로 찍어&nbsp;독일&nbsp;친구에게 낭독을 부탁해 비디오로 제작하기도 하고, 존 버거의 시 중 &lsquo;꽃가루 한 점은 산맥보다 더 오래되었고&rsquo;라는 문장이나 아메리카 원주민의 어록을 옮기며 맞닿아 있다고 여겨지는 글들을 함께 업로드하기도 한다.

 

'나무를 읽는 목요일_ a Heaven in a Wild Flower'.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며 /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 한 순간 속에 영원을 보라 (윌리엄 블레이크, <순수의 전조>, 민음사, 김종철 역)

 

'나무를 읽는 목요일_ when the last tree has been cut down'.&nbsp;마지막 나무가 베어졌을 때 / 마지막 물고기가 잡혔을 때 / 마지막 강이 더럽혀졌을 때 / 그제야 우리는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것인가 (아메리칸 원주민 속담)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거나 자연파괴를 비난하는 내용과 다르게 나무에 대한 글귀를 찾는 데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철사로 단어 하나하나를 옮기며 내용을 곱씹는 작가는 곁에 두고 음미할 수 있는 문장을 찾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작가는 달력을 분리배출할 때 철사를 빼기가 힘들다는 에디터에게 한 가지 팁을 전해주었는데, 바로 롱노우즈 플라이어(이름은 거창하지만 집에 하나씩은 다 있는 펜치나 니퍼다)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달력 용수철 끝부분을 잡고 쭉 당기면 드르륵 소리가 나면서 쉽게 분리가 되고, 이 작업을 반복하면 마음까지 비워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라 했다. 모두 꼭 시도해보길 바란다면서.

좋아은경 작가의 작업도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작은 관심과 주의로부터 작업이 시작된 것처럼 우리에게도 조금씩 변화를 시도해보게 하는 것, 그렇게 서서히 진짜 중요한 것을 찾고, 행동으로 실천하게 하는 것 말이다. 적어도 그의 작품을 한번이라도 접한 이들은 철사를,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다시 보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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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달력을 만들었지만 그는 ‘불필요한 달력을 더는 쓰지 않는 사회’를 지향합니다."

가볍고 폐기가 쉬운 철사 없는 친환경 달력, <더 편한 달력> 프로젝트가

매일 원치 않는 쓰레기로 씨름하시는 분들, 플라스틱으로 가득찬 일상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 싶은 분들을 위한 유투브 채널 [제로웨이]에 소개되었습니다.



한겨레 유튜브 채널 제로웨이 19편
철사 빼고 종이로만 제작해 분리배출 간편한 달력
취재·구성 김민제 기자 ㅣ 편집 이지혜 PD ㅣ 도움 채반석 기자 2022-01-20
기사전문 보기 :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28207.html

기념품이 쏟아지는 연초에는 굳이 사지 않아도 생기는 물건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달력입니다. 은행과 공공기관 등에서는 새해를 맞아 홍보용 달력을 무료로 나눠주곤 합니다. 특히 은행 달력은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 덕분에 품귀현상을 빚기도 한다는데요.

그런데 이 달력, 버리려면 꽤 번거롭습니다. 철사로 된 스프링이 종이를 묶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부 안내를 보면, 서로 다른 재질인 종이와 철사를 따로 배출해야 합니다. 또 같은 종이더라도 색지나 비닐코팅지 등은 종이류가 아닌 일반쓰레기로 버리는 게 맞습니다. 달력은 이런 소재가 섞여있어 스프링을 떼어낸 뒤 버려야 하는데, 이걸 떼어내려면 펜치 같은 공구까지 필요합니다.

최근 이런 어려움을 해소할 신박한 달력 하나가 등장했습니다. 스프링이 사라진 채 종이로만 이뤄진 탁상 달력입니다. 병풍처럼 접어 세워도 되고 메모지처럼 펼쳐 한쪽 벽에 붙여놓을 수도 있습니다. 버려진 철사로 각종 창작물을 만드는 예술가 ‘좋아은경’씨가 서울문화재단 지원을 받아 탄생시킨 ‘더 편한 달력’입니다.

좋아은경씨가 종이로만 이뤄진 달력을 만들게 된 것은 버려지는 철사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입니다. “달력 스프링이나 빵끈 등을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데, 재료를 구하기가 정말 쉽습니다. 버려지는 철사가 너무 많으니까. 버려지는 철사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아서 재료를 구하기가 어려워지길 바랄 정도거든요.” 이런 철사가 종이와 뒤섞여 폐기되는 모습을 본 뒤 그는 철사 폐기물을 줄이는 데 스스로 나서보기로 했습니다. “한 직장인 친구가 연초에 분리배출되지 않은 채로 버려진 탁상 달력 사진을 보내줬어요. 그 사진이 계기가 돼서 본격적으로 스프링 없는 달력을 만드는 데 돌입하게 됐죠.”

새로운 달력을 만들었지만 그는 ‘불필요한 달력을 더는 쓰지 않는 사회’를 지향합니다. 대부분 휴대전화 속 전자 달력을 쓰는 시대에 종이 달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스프링이 사라진 새로운 형태의 달력을 제시하면서 실물 달력의 필요성을 고민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고 합니다. “달력을 만들기에 앞서, 직장인 10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인터뷰, 토론을 진행했어요. 84%가 탁상 달력을 무상으로 받았다고 답했고, 무상으로 제공되지 않는다면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6%였어요. ‘사서 쓰는 건 좀 그렇다’는 답변이 많더라고요. 이런 응답이 ‘더 이상 달력은 필수품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당연한 것처럼 옆에 머무르는 물건의 쓸모를 따져보다 보면 쓰레기 배출을 ‘제로(0)’에 가깝게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사회에 한발짝 더 가까워지는 것 아닐까요? 스프링 없는 달력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제로웨이 영상에서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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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생활을 바꾸는 예술' 사업 지원을 받아 가볍고 폐기가 쉬운 <더 편한 달력>을 제작했습니다.
참여자 36인의 인터뷰,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1 '생활을 바꾸는 예술' 참여자 36인의 인터뷰집
https://www.sfac.or.kr/upload/archive/2022/4/111/document/2022-04-21-3751d44c-925e-4298-9f1d-0df395647722.pdf

개요
'생활을 바꾸는 예술'은 생활의 변화를 고민하는 서울 생활인에게 일상 속 문제의식에 대한 실천적 행동을 유도하는 과정을 지원하여, 문화 주체로서의 성장을 돕고 다양한 생활문화 활동 사례를 발굴하기 위한 사업이다.
인터뷰, 워크숍 등 실행 이전단계 구상 및 준비 과정을 진행하는 '탐색지원' 20팀과 공연, 전시, 포럼 등 자유로운 방식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실행지원' 16팀, 총 36팀이 선정되어 인터뷰에 참여하였다.

*본 저작물은 서울문화재단에서 2022년에 작성하여 개방한 '2021 '생활을 바꾸는 예술' 참여자 36인의 인터뷰집'이며, 해당 저작물은 서울문화재단(https://www.sfac.or.kr/)에서 무료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푸르른 일상을 위한, 더 편한 달력
좋아은경


Q ‹푸르른 일상을 위한, 더 편한 달력›은 대다수 직장인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탁상달력에 주목해요.
매년 어마어마한 양의 달력이 제작, 배포, 사용되는데도 분리, 배출에는 용이하지 않고 재활용 방식 또한 잘 모르는 현실을 짚으면서요. 탁상달력에 주목한 계기가 궁금해요.

EK 우연한 계기로 달력 철사로 작업을 시작했고, 일상에서 버려지는 철사를 재료로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요. 철사라는 재료에 큰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꼭 버려지는 것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던 것도 아닌데요.
막상 작업을 시작하고 보니까 손쉽게 쓰고 버려지는 철사가 정말 많았어요. 새로 살 겨를도 없을 만큼요. 달력 용수철 철사, 빵끈 철사, 야채 단 묶는 철사 등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전시하고, 워크숍도 하고, 강연도 하면서 강조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우리가 불필요한 것들에 너무 많이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에요. 그 물건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폐기되는지 과정을 모른 채 사고 쓰고 버리잖아요. 물론 쓰지 않고 사고 버리는 것도 상당하죠.

철사가 들어간 여러 물건 중에서 빵끈 철사 같이 묶기 위해 쓰는 철사는 그것을 안 쓰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기술적인 접근으로 느껴졌다면, 달력은 문화예술적으로 풀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해서 365일 보고 쓰는 것이니까 메시지를 담기에도 좋을 것 같았고요.

Q 기억을 더듬어 보니, 벽걸이 달력은 명절 음식을 준비할 때나 잘라서 이면지로, 무언가의 포장지로 사용하는 등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탁상달력은 버려진다는 걸 이번에 인지했어요. 게다가 어떻게 재활용해야 하는지 몰라 스프링째로 버리기 일쑤고요.
이 프로젝트는 재활용에 용이하도록 만들면 된다는 관점으로 제작 및 가이드북을 배포한다는 대목이 눈에 띄어요. 가이드북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 몇 가지만 귀띔해주실래요?

EK 달력과 가이드북은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탁상달력 등을 제작해서 무상 제공하는 기업, 관공서 홍보팀에 보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요즘은 기업들이 재치 있는 굿즈도 많이 만들어서 파는 모습을 목격해요. ESG3, 그린뉴딜 등 기업에 친환경 마케팅 바람이 대대적으로 부는 것에 맞지 않게 ‘친환경’ 하면 절로 생각나는 에코백 등 항상 하던 것, ‘친환경적으로 보이는 것’이 넘쳐난다고 느껴요. 그래서 조금은 근본적인 부분을 담으려고 해요.

내용으로는 기존 탁상달력의 문제점을 간단하게 짚어요. 온라인 설문조사, 인터뷰를 토대로 실사용자들은 어떤 달력을 원하는지를 보여주고요. 탁상달력을 만든 기업의 물품을 사는 등 홍보 효과가 있었냐는 질문에 ‘없다(!)’고 대부분 답을 해왔으니, 이 수치를 보면 ‘돈 들여서 왜 만들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고요(웃음).
제안하는 ‹더 편한 달력›이 어떤 종이에 어떻게 인쇄했는지, 기존 달력의 문제점을 어떻게 줄이려고 했는지에 관한 내용도 담길 거예요.

물론 제가 제안하는 형태가 정답이니 앞으로 이렇게 제작하자는 건 아니에요. 보통 탁상달력을 만들 때 삽화를 어떻게 할지를 고민한다면, 앞으로는 형태에 대한 고민, 나아가 이 과도기의 물품을 언제까지 계속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Q 이 프로젝트로 인해 참여자의 생활에 작은 흔적을 남길 예술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EK 인터뷰, 온라인 설문에 응하신 분들의 상당수가 ‹더 편한 달력›을 받아 보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사용하면서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제작 의도를 한 번 더 생각해보지 않을까 기대해요.

Q 좋아은경 님의 프로젝트를 어떤 사람이 꼭 접했으면 하나요?

EK 제가 좋아하는 윌리엄 모리스의 말을 소개하고 싶어요. '유용하지 않거나 아름답지 않은 것은 집에 두지 말라.' 제 공간에 무언가를 들일 때 항상 떠올리는 문장이에요.

이 아름다운 행성 지구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진 각종 자원을 어렵게 꺼내서 누군가의 무수한 수고를 들여 만든 것이 아름답지도 않고 유용하지도 않은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요? 버려질 때도 골치 아픈 일이 생기죠.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우리는 모두가 손을 써서 만들어 쓰는 사람이었고, 그런 보통 사람들의 보통 물건들이 박물관에 놓여있잖아요. 내가 내 주변의 물건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보고 탐구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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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환경부 페이스북 페이지 [지구를 구하는 예술인]에 소개되었습니다.



[지 구 예술인] 랜선 전시회
'예술로써 환경을 말하다'

지구를 구하는 예술인 6편
철사 아티스트, 좋아은경 작가

좋아은경 작가는 일상 속에서 쓸모를 다하고 버려진 철사를 수집하여 작업합니다.
달력의 스프링 용수철에서 시작된 첫 작품에 <침묵의 봄>이라는 제목을 붙였고,

이후 전시와 워크숍을 통해 균형과 공존의 메시지, 레이첼 카슨의 유산을 전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원치 않는 것을 욕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버려진 철사를 이용하여 균형과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는 철사 아티스트 좋아은경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작가의 한마디 :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어쩌면 정말로 원치 않는 것을 욕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나에게 소중한 것을 질문하고 단순 소박한 삶이 주는 풍요로움을 나누면 어떨까요?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량 폐기로 인한 환경문제의 상당 부분이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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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2022 새해인사

좋아은경 2022. 1. 3. 12:02

you can still feel the rain on your face, 좋아은경, 2020, 폐철사



당신은 얼굴에 빗방울을 느끼면서, 비의 긴 여정, 바다에서 공기로, 땅으로, 그 무수한 변화를 상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당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새들의 신비한 이동과 변화하는 계절을 관찰할 수 있는 장소를 찾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아이와 함께, 비록 부엌 창문에 놓인 한 줌의 흙에 심어진 것일지라도, 자라나는 씨앗의 신비를 곰곰이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레이첼 카슨

You can still feel the rain on your face and think of its long journey, its many transmutations, from sea to air to earth.
Even if you are a city dweller, you can find some place where you can observe the mysterious migrations of the birds and the changing seasons.
And with your child you can ponder the mystery of a growing seed, even if it be only one planted in a pot of earth in the kitchen window.

Rachel Carson, The Sense of Wonder


 

봄에는 부엌 창문에 놓인 화분에서 자라나는 씨앗을 신비를 곰곰히 생각해보고,
여름에는 얼굴에 빗방울을 느끼면서 비의 긴 여정을 상상해보고,
가을에는 변화하는 계절을, 겨울에는 새들의 신비한 이동을 관찰할 수 있는 도심의 장소를 찾아봐야겠습니다.

올해도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레이첼 카슨의 글로 새해 인사를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