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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선 어김없이 대한민국 맑은 물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곤 했어요. 일회용품 없는 여행에서는 더욱 그랬습니다.
호주나 유럽에서는 현지 친구들처럼 수돗물(탑워터 혹은 탭워터, Tap water)을 바로 받아 마셨고, 딱히 배가 아팠던 적도 없었는데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물 맑은 한국에서 수돗물을 바로 컵에 받아 마시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 자료를 찾아봤어요.
UN이 발표한 국가별 수질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22개국 중 8위로 굉장한 상위권입니다.
그러나 환경부가 2013년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돗물을 음용수로 직접 마시는 사람들은 5.4%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100명 중 5명! (영국 70%, 미국 56%, 일본 47%)
서울은 <아리수품질확인제: 가정의 수돗물을 무료로 수질검사 하여 드립니다>를 통해 무료로 수질 검사도 가능합니다. 다산콜센터(120번)에서 아주 간단히 접수할 수 있었어요. (혹은 수돗물 안심확인제 사이트 www.ilovewater.or.kr)
탁도, 수소이온농도(pH), 잔류염소, 철(Iron), 동(Copper)의 다섯 가지 항목을 검사하고, 결과가 나오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았어요. 놀랄 것도 없이 적합 [안심하게 음용하세요-차게하여 마시면 더 맛있습니다] 판정을 받았습니다.
방문하신 기사님께서 내내 철저히 관리하고 있으니 굳이 검사를 받지 않아도 믿고 마실 수 있다고 강조하셨어요. 짧은 검사 시간이었지만 여러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받은 검사표를 방문객들의 눈에 잘 띄도록 냉장고에 붙여놓았습니다. 저도 그동안 수돗물을 직접 마시지 않는 94.6%에 속해 있었기에 집에 찾아오는 친구들도 안심하고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답니다.
2019년 7월부터 저는 아리수를 마십니다.여름에는 물병에 수돗물을 받아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마시고, 그 외에는 실온에 두고 마셔요.
그동안 큰 주전자에 물을 끓여 보리차 티백을 우리고 식혀서 마셨는데, 굉장히 편해졌답니다. 버릴 것이 하나도 나오지 않으니 치울 일도 없어졌어요.
일상을 간편하게 하는 저탄소, 제로웨이스트 수돗물 마시기, 시도해보세요.
이탈리아에서 물 마시기 : 나소니 Nasoni (음수대, 분수)
이탈리아, 특히 로마에서는 음수대를 무척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마셔도 될까요? 네!
수도꼭지없이 졸졸졸, 때때로 콸콸콸 물이 나오는 이 음수대의 이름은 나소니 Nasoni(혹은 나소네 Nasone)입니다. 이탈리아어로 커다란 코(big nose)라는 의미로 1870년대에 도입된 음수대 디자인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네요.
로마에만 무려 약 2500개의 나소니가 있다고 해요. 이탈리아 여행에서 목마를 새가 없었던 것도, 생수를 하나도 사 먹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에요. 슈퍼와 시장에서 산 과일을 바로 씻어 먹기도 좋습니다.
가끔 먼저 물을 마시고 있던 개와 비둘기의 다음 차례를 기다리기도 했어요. 물 앞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나소니에서 물을 마실 땐 요령이 있습니다. 물이 흐르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막으면 파이프 중간의 작은 구멍에서 물이 솟아납니다. 조준을 잘해서 입 안으로 쏙!
놀랍게도 아름답게 조각된 대리석 분수대에서 나오는 물 역시 마셔도 된다고 합니다. 로마의 스페인 광장 분수에서 물을 받으려고 각종 병을 들고 줄을 선 진풍경도 볼 수 있어요. 폼페이 유적지에서도 음수대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이 플라스틱 프리(+머니 프리) 식수가 얼마나 생활 깊숙이 자리했냐면, 앱스토어에서 Nasoni를 검색해보세요. 이탈리아 전역의 나소니의 위치를 알려주는 어플이 여럿입니다.
그 중 Fountains in Italy는 스트릿뷰도 함께 보여주는데, 지도 위 이곳저곳 찍어 다양한 물 마시는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네요.
이탈리아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여행 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