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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새해인사

철사아티스트 좋아은경 2018. 1. 3. 22:30



유독 길고도 길게 느껴지는 겨울날, 레이첼 카슨의 글을 뒤적이며 자연의 지혜를 엿봅니다.
새해 인사 드립니다.

***


수백만 년 동안 조용히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간 모래톱 위를 나는 새들의 비행을 지켜보는 것은 이 지구와 마찬가지로 영원히 존재하는 대상에 관한 지식을 얻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것은 인간이 바닷가에 나타나 경이에 가득한 눈으로 대양을 바라보기 훨씬 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몇 세기와 몇 세대에 걸친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왕국이 등장했다 사라지는 가운데 해가 가고 또 다른 해가 오면서 계속된 일이다.

[…] 그날 밤 늦게 눈이 내렸다. 태양이 두터운 구름층을 뒤로하고 어디론가 떨어질 무렵이었다. 곧이어 바람이 불어와 가장 두꺼운 깃털과 가장 따뜻한 모피도 뚫어버릴 차가운 물줄기처럼 툰드라를 휘감았다.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비명을 지르고, 그보다 먼저 등장한 안개가 황무지를 지나갔다. 하지만 눈구름은 안개였을 때보다 훨씬 더 두텁고 더 하얗게 변했다.

[…] 눈 폭풍이 닥치자 황무지에 사는 생명체는 굶주림에 시달렸다. 뇌조의 먹이인 버드나무는 눈 밑에 파묻혔다.

[…] 다음 날 밤부터 바람이 바뀌더니 날씨가 풀리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눈의 장막이 점점 얇아졌다. 흰색 장막에 불규칙한 웅덩이가 생겨났다. 원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대지에 갈색 웅덩이가 나타나고, 여전히 얼어 있는 연못이 점점 녹으며 초록색 웅덩이를 만들어냈다. 북극에서 녹은 눈이 바다로 흘러갔다. 구릉의 실개천은 시냇물을 이루고 급류가 되어 몰아쳤다. 그리고 들쭉날쭉한 수로와 협곡을 깎아내며 흘러 해안가 웅덩이에 모였다. 맑고 차가운 물로 가득 찬 호수는 새로운 생명을 쏟아냈다. 호수 바닥의 진흙 속에서 새끼 각다귀와 강날도래가 생겨나고 모기 유충이 물속에서 꿈틀거렸다.

레이첼 카슨, 바닷바람을 맞으며, 1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