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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은경 오픈스튜디오 TREES PROTECT (   )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이음책방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2018년 시월 한 달, 되도록 빠짐없이 전시장에 나와 작업하며 관람객을 만날 예정으로 "오픈 스튜디오"라는 명칭을 붙였습니다.

입구 쇼윈도에 전시를 알리는 입체 포스터를 부착했습니다.







벽면에 빈 캔버스가 걸려있기도 합니다. 매일 조금씩 전시 공간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저는 대부분 중앙 테이블에 앉아 작업을 하다가 원하는 관람객분께 직접 설명을 드립니다.
여러분을 만나고 싶어 전시장에 나와있으니 언제든 생각나는 것이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말씀주세요.

미니달력 만들거나, 버려지는 철사로 작은 새 혹은 나의 손을 만드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회색 종이에 흰색으로 인쇄한 <균형 달력 2016>.
이미지는 철사로 만든 <균형시리즈 a series of balance objects>에서 가져왔습니다. 보통 우리가 접하는 달력은 매달 그림이 바뀌지요? 저는 일 년 365일 내내 하나의 이미지를 집중해서 보는 형태로 디자인해보았어요. 더해서 제작, 폐기까지 전 과정을 고려해서 재료와 공정을 한정하였습니다.

가운데 이미지는 인쇄소에서 기사님이 기계 앞에 앉아 압을 주어 하나하나 핀을 맞춰 찍는 생각보다 매우 까다로운 작업을 거쳤습니다.
하단의 열두 달 달력 부분은 자투리가 나오지 않는 크기로 프린터기로 출력한 뒤 직접 절취선을 넣고 재봉틀로 부착하였어요. 일상의 물건인 달력의 형태를 실험하는 프로젝트으로, 제작 과정이 담긴 메이킹 영상을 만들어 공개했습니다.

<균형 달력 2019>은 여러모로 더 간소했습니다.
사람들 대신 나무들이 서있는 <균형 시리즈 엘제아르 부피에 Elzeard Bouffier; a series of balance>는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 세상의 변화에 개의치 않고 꾸준히 묵묵히 나무를 심어 결국 숲을 이룬 한 사람의 의지를 담고자 했습니다.

나무와 숲을 이야기하는 만큼 종이를 사용에 고심했고, 인쇄 과정에서 나오는 폐지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갈색 크라프트 종이는 인쇄 후 남아 인쇄소에서 보관하고 있던 것이고, 그 외 인쇄과정에서 나오는 파지를 얻어왔습니다.
하단의 열두 달 부분은 이면지를 포함해 대나무, 해초로 만든 비목재 펄프, FSC 인증 종이 등 다양한 A4지에 출력했습니다.

제작 공정도 단순해졌습니다. 커다란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찍는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았고, 레터프레스로 직접 찍습니다. 전 과정이 작가의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달력에 일련번호를 넣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재료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서 잊지않고 모아주는, 일상 속에서 쓰임을 다한 철사에요. 다소 귀찮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전해받을 때마다 강렬하고 따스한 지지를 느낍니다.




"Look deep into nature, and then you will understand everything better."
자연을 깊이 들여다보면 모든 것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철사로 옮겨적었습니다.



불균형 형태로 균형을 이야기하는 <균형 시리즈 a series of balance objects>.

왜 한쪽이 내려가 있고 또 다른 한쪽이 올라가 있을까요? 작품을 보시면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 어떤 상황이 떠오르시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어요? 물론 정답은 없어요. 그동안 수집한 아주 다양한 이야기, 저도 들려드릴께요.



집 앞 도로 위에 떨어져 있던 나뭇잎을 빈 캔버스에 옮겼습니다. 바닥 한켠에는 짜투리 폐목재 위로 아슬아슬 균형을 잡으려는 두 사람.



손을 그리고 만듭니다.

언젠가 400여일 동안 배낭여행 갔을 때, 만나는 사람들과 장소가 다채로워진 만큼 전 세계에서 매일 같이 쏟아지는 뉴스와 사건사고를 접하며 "손 쓸 수 없다"는 감정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한동안 황망했고 이내 "나는 나의 손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 고민으로 이어졌어요. 여행하는 동안 나의 손을 거치는 종이-영수증, 버스티켓 등-의 뒷면에 틈틈히 나의 손을 그렸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손에 담긴 다양한 은유, 의미를 되새기며 철사로 <나의 손 a series of hand objects>을 만들고 있습니다.
평생을 써온 자신의 손을 새삼스레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자신의 손을 관찰하며 그려보고 철사로 만드는 워크숍 프로그램도 구성해 운영하고 있어요.


첫 작품, 달력의 용수철 철사를 풀어내 새를 만들어 올린 <침묵의 봄>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1962년 출간된 레이첼 카슨의 책에서 따왔어요.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환경 고전으로 DDT 등 유독성화학물질의 무분별한 사용에 의한 생태계 파괴를 경고하는 내용이 담겨있어요.

제가 레이첼 카슨에게 읽어냈던 것은 무엇보다 균형과 공존의 메시지입니다.
"단지 몇 년이 아니라 수천 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고 그 결과 적절한 균형상태에 도달했다. 이렇게 시간은 생명체의 생존에 있어 필수적 요소였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충분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1962)

그 섬세한 균형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모빌 <적절한 균형 상태 A Balance Has Been Reached>도 걸었습니다.

모빌 위에 산양 이 보이시나요? 인간이 생태계의 균형을 깨면서 사라지고 있는 생명체, 우리나라 설악산의 산양이 떠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담아 지난 2015년에는 주제전 <산양이 사는 나라 Where the Wild Goats Are>를 열기도 했어요.



"If there is any hope for the world at all (...) it lives low down on the ground, with its arms around the people who go to battle every day to protect the forests, the mountains and the rivers because they know that the forests, the mountains and the rivers protect them." (Arundhati Roy)

아룬다티 로이는 말합니다. "희망은 지표면의 가장 낮은 곳에서 자라난다. 숲과 산과 강이 자신들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상적인 투쟁에 나선 사람들의 어깨동무 안에서 자라난다."

'내가 지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나를 보호하고 있다. 내가 나무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나를 지키고 있다'는 아주 단순한 전환이 저에게는 무척이나 크게 다가왔어요. 한참 곱씹어보다 철사로 글을 옮겼습니다. <the forests, the mountains and the rivers protect (   )>

올 여름 참 더웠는데요. 대구가 한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의 오명을 벗기 위해 지난 20여 년 동안 엄청난 숫자의 나무를 심었고, 그 효과가 몇 년 전부터 나기 시작해서 이제는 서울보다 여름 최고 기온이 낮다고 합니다.
유럽도 펄펄 끓었지요. 각국에서 대책을 내놓는 가운데 프랑스에서는 파리에 있는 800개 학교 모두 2040년까지 아스팔트를 제거하고 녹지공간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요. 도시 곳곳에 오아시스 섬을 만드는 발상. 나무가 나를 지키고 있다, 되뇌어봅니다.



방명록은 작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습니다. 꼭 남겨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전시를 준비하며 보았던 관련 자료도 함께 비치해놓았습니다. 사진과 노트, 필기구 등은 제 방 책상에서 옮겨왔습니다.



"핸디 가이드북"도 준비해놓았어요. 곳곳에 놓인 의자와 소파에 앉아 작품도 보시고, 책과 자료도 넘겨보시고 편안히 천천히 머물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시, 10월 31일 종료됩니다. 만남을 청합니다!



좋아은경 오픈 스튜디오
TREES PROTECT (     )

2018.10.1-10.31
월-토 1pm-10pm

책방이음 갤러리
서울 종로구 대학로14길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