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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9월 27일 출간된 레이첼 카슨의 혁명적인 환경 고전 <침묵의 봄>.
오늘 60주년을 맞습니다.
DDT로 대표되는 유독성 화학물질 오남용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는 <침묵의 봄>은 기술 · 산업의 발전과 고도성장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던 시대에 집필되었습니다.
인간이 땅과 물, 동식물은 물론 인간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하고 답을 끌어 낸, 그야말로 세상을 바꾼 책입니다. 우리는 <침묵의 봄>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60년 전에 쓰인 <침묵의 봄>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책의 어느 부분을 펼쳐 읽어도 녹슬지 않고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이 책을 읽기에 시의적절해 보입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되짚어 볼 수 있는 문장들로 가득합니다.
바다 생태계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아름다운 문체로 대중에게 전하는 세 권의 책 모두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올렸던 레이첼 카슨은 화학물질과 그로 인한 파괴라는 어려운 주제 역시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쉽도록 썼습니다.
책의 제목 <침묵의 봄>은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의 시('호수의 풀들은 시들어 가고 새들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네')에서 빌려왔고, 책을 여는 글은 짧은 우화입니다.
<침묵의 봄>은 총 17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내일을 위한 우화' 다음으로 물, 흙, 식물 등 세부적인 주제에 대한 장이 이어집니다. (우리가 평소 잊고 지내지만) 우리 생존의 필수적인 요소들이 어떤 위험에 어떻게 처해 있는지, 이는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각 장에서 여러분과 함께 읽고 싶은 문장을 골라 옮깁니다.
1장 내일을 위한 우화
이렇듯 세상은 비탄에 잠겼다. 그러나 이 땅에 새로운 생명 탄생을 금지한 것은 사악한 마술도 아니고 악독한 적의 공격도 아니었다. 사람들 자신이 저지른 일이었다.
2장 참아야 하는 의무
이렇게 시간은 생명체의 생존에 있어 필수적 요소였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충분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3장 죽음의 비술
오늘날에는 인생을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화학물질들이 몸속에 계속 축적되는 것이다.
4장 지표수와 지하수
우리는 자연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그 어떤 것도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5장 토양의 세계
대륙의 표면을 덮고 있는 얇은 층인 토양은 인간을 비롯한 지상 모든 생물들의 생존을 결정한다. 토양이 없다면 식물은 자라지 못하고 식물이 없으면 동물 역시 살아남을 수 없다.
6장 지구의 녹색 외투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토양과 그 속 혹은 그 위에 살고 있는 생명체 사이에는 상호의존적이고 상호이익을 주는 관계가 존재한다.
7장 불필요한 파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계산했기에 '너무 비싸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일까? (…) 화학물 살포에 의한 총체적인 파괴라는 진짜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8장 새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고
유독물질의 연쇄 작용을 일으켜 죽음의 물결을 퍼뜨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 그런 사람이 설령 존재한다고 해도 그가 결정을 내릴 권리를 가질 수 있는가?
9장 죽음의 강
언제쯤이면 세상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충분히 깨닫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하게 될 것인가?
10장 공중에서 무차별적으로
가장 비싸고 가장 피해가 크며 그 효과는 제일 적다.
11장 보르자 가문의 꿈을 넘어서
상표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경고문이 적혀 있는데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이다.
12장 인간의 대가
우리 몸 속에도 생태계가 존재한다.
13장 작은 창을 통해서
염색체에 문제를 일으키는 화학물질을 우리 스스로 계속해서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싹이 안 나는 감자나 모기가 없는 안뜰을 위해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르는 것은 아닐까?
14장 네 명 중 한 명
발암물질의 '안전 허용량'을 인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발암물질은 전혀 검출되지 않아야 정상이 아닐까?
15장 자연의 반격
인간 역시 자연이 이루는 균형의 일부분이다. 가끔씩 인간이 이런 상태를 자의적으로 바꾸곤 한다. 그 결과 인간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문제가 일어난다.
16장 밀려오는 비상 사태
문제를 해결한다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지 잘 생각해야 한다.
17장 가지 않은 길
그 선택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그동안 무분별하고 놀라운 위험을 강요당해왔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충분히 인내해온 우리가 마지막으로 '알 권리'를 주장하고자 한다면, 그때야말로 독극물로 세상을 가득 채우려는 사람들의 충고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는 주위를 둘러보며 어떤 또 다른 길이 열려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지금, 김은형 옮김, 에코리브르, 2003)
레이첼 카슨은 지구 생명의 역사, 생명체와 환경의 상호 작용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거미줄처럼 짜인 생태계의 상호의존성을 우리에게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 지구 생명의 역사는 생명체와 그 환경의 상호작용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 지구 상에 사는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수억 년이 걸렸다.
- 단지 몇 년이 아니라 수천 년에 이르는 시간동안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고 그 결과 적절한 균형 상태에 도달한다.
- 자연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그 어떤 것도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 식물과 대지, 식물과 식물, 식물과 동물 사이에는 절대 끊을 수 없는 친밀하고 필수적인 관계가 존재한다. 식물 역시 생명계를 구성하는 거대한 네트워크의 일부이다.
- 자연이 스스로 결정한 이런 정확하고 미묘한 타이밍에 의해 어떤 야생벌은 버드나무 꽃이 피기 시작하는 바로 그날 등장한다.
- 새롭고 상상력 풍부하며 창의적인 접근법은 이 세상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생물과 공유하는 것이라는 데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흐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부단히 진화와 분화를 거쳐 이뤄진 생태계의 적절한 균형 상태를 부주의한 우리 인간이 깨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 냈기에 그 문제를 해결할 힘도 우리에게 있습니다.
- 20세기에 들어서 오직 단 하나의 생물종, 즉 인간만이 자신이 속한 세계의 본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놀라운 위력을 획득했다.
- 환경에 대한 인간의 공격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위험하고 때로는 치명적인 유독물질로 공기와 토양과 하천과 바다를 오염시킨 일이었다.
- 인간의 충동적이고 부주의한 활동에 의해 자연의 신중한 속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새로운 변화가 초래된다.
- 이제는 인간의 상상력이 고안해내고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그렇기 때문에 자연상태에서는 어떤 대응 상대로 없는 합성물질에도 적응해야만 한다.
- 자연은 자연계에 다양성을 선사했지만 인간은 이를 단순화하는 데 열성을 보이고 있다.
- 지성을 갖춘 인간들이 원치 않는 몇 종류의 곤충을 없애기 위해 자연환경 전부를 오염시키고 그 자신까지 질병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길을 선택한 이유를 궁금해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저지른 일이다.
- 독극물의 고의적인 방류가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자행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 우리는 가끔 이런 관계를 교란시키는 선택을 하는데, 그렇다고 해도 한참 후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사려 깊게 생각해야 한다.
- 오늘날 대부분의 발암물질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바로 사람이다. 그러므로 만일 원하기만 한다면 그 위험물질의 상당수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
레이첼 카슨은 DDT를 비롯한 유독성 화학물질을 무조건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는 어떤 해결책을 내놓고 실행하기 전에 그것이 과연 최선인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그로 인한 파급효과까지 면밀하게 따져보고 충분히 탐색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시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합니다.
- 미국에 들어온 후 40여 년 동안 불개미들은 세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 그런데 치명적인 위력을 지닌 화학약품의 개발과 함께 불개미에 대한 정부의 태도도 갑작스럽게 변하기 시작했다. 1957년 미국 농무부는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캠페인을 착수했다. 정부간행물과 영화 등에서 불개미가 갑자기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되어 남부 농업의 파괴자이자 조류, 가축, 인간들을 죽이는 존재로 묘사되었다.
- 내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독성이 있고 생물학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진 살충제를 그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의 손에 쥐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 진정한 비용은 그저 돈으로만 환산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고려할 가치가 있는 숨은 비용도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 유독물질의 연쇄작용을 일으켜 죽음의 물결을 퍼뜨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우리가 잠시동안 권력을 맡긴 관리들이다.
<침묵의 봄> 서문에서 린다 리어는 "카슨은 자기만족적이고 점점 부유해지는 전후 세대를 향해서 '정부가 자신들을 보살펴주리라 믿어서는 안 되고 시민 개개인이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살펴야 하며, 자신을 잘못된 길로 이끌려는 의도에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한 최초의 인물 중 한 사람이었다"고 밝힙니다.
레이첼 카슨은 대중들이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결정을 그저 믿고 따라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 사람들은 효력도 덜하고 훨씬 해로운 수단을 어쩔 수 없다며 그저 받아들인다.
- 아무런 대응책이 없다는 듯 우리는 화학물질이라는 죽음의 비를 수수방관하며 맞고 있다. 하지만 대안은 곳곳에 존재하며 인간이 특유의 지적능력을 발휘한다면 더 많은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 틀림없다.
- 평범한 시민이라면 우아한 판매 기술과 얼굴 없는 설득자에게 속아넘어가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죽음의 물질을 인식할 수 없게 된다. 아마 자신이 이런 물질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 우리가 결정을 내리려면 현재 벌어지는 상황과 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진 로스탄드는 이런 말을 했다. "참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을 완성하기까지 4년이 넘는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화학산업체와 그들로부터 지원 받는 과학자, 언론의 공격이 예상되었기에 모든 데이터와 사례를 면밀하게 검토했습니다.
참고문헌이 55쪽이나 되는데, 카슨은 '사실들을 모두 모아서 그것들이 스스로 말하게끔 해야 한다'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이 시기에 카슨은 암과도 싸웠습니다.
오진으로 치료 시기를 놓쳤던 카슨은 몸이 너무 약해져서 글을 쓰기 위해 앉아 있는 것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바다에 관한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책을 쓸 수 있었지만 힘든 싸움을 해야 할 것을 알면서도 <침묵의 봄>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마치 에이브러햄 링컨이 '저항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비겁하다'라고 외쳤을 때와 같은 의무감에서 비롯되었다"라고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적었습니다.
화학산업체는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의 출판사를 소송하는 것에 실패하자 막대한 비용을 들여 레이첼 카슨을 공격하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공격이 거세질수록 대중들은 <침묵의 봄>이 들려주는 진실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시민들은 정부에 탄원서를 냈습니다. 당시 케네디 정부는 특별 위원회(대통령 과학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고, 최종보고서에서 <침묵의 봄>이 말하는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이후 미국에 환경부가 창설되었고 미국 환경부는 자신들을 '레이첼 카슨의 그림자'라고 부릅니다.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이 출간되고 2년이 되지 않은 1964년 4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위대한 책, 위대한 삶. <침묵의 봄>과 레이첼 카슨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