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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시월 한달 서울 책방이음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TREES PROTECT (   ).
계간 페이퍼(PAPER)의 2018년 겨울호 특집 <PAPER 십만원 문화상> '올해의 전시' 부문을 수상하였습니다.

I've got <₩100,000 Cultural Prize> in the category of "Exhibition of the Year" from Magazine PAPER, Winter 2018 issue.

 



버려진 재료들로 푸른 숲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다

작가 '좋아은경'이 작품의 주요 소재로 쓰는 철사처럼 '잘 구부러지고 휘어지지만 쉽게 꺾이지 않는 창작 열정'을 지닌 작가와 작품을 만나는 것은 즐겁고, 놀랍고, 행복한 일이다. 나는 미술 평론가가 아니다. 좋아은경도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 환경문제를 디자인에 접목시켜 환경운동을 하는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선생을 만난 후, 어떤 깨달음들이 그를 환경을 생각하는 창작의 세계로 인도했다고 한다. 그는 '버려진 것들'에 주목했고, 그것으로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자연을 섬세하게 관찰하며 지구를 열심히 보살피려는 열정', 좋아은경의 전시를 보며 내가 느낀 감정이다. 좋아은경은 버려진 철사를 구부려 새와 나무에 영혼을 불어넣는다. 인쇄소에서 버려지는 파지, 목공소에서 잘려나간 자투리 나무, 빵 봉지를 묶는 철사, 철 지난 달력의 스프링, 심지어 길에서 떨어져 밟혀나가던 나뭇잎마저 그의 손길이 닿으면 생명을 얻는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물감과 대형 캔버스 같은 어떤 새로운 재료들을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일상과 이웃의 생활에서 쓰고 남거나 버려진 물건을 작품의 재료로 적극적으로 끌어안은 것이다. 이 행위 자체로 좋아은경의 작품은 예술적인 동시에 환경적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행위가, 그것이 예술이든 밥벌이의 일환이든 얼마나 다양한 국면으로 환경과 연결되어 있고, 환경과 서로 얼마나 깊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이 전시의 어느 작품에서나 자연스럽고도 적극적으로 드러나 있다.

전시의 모티브로 삼았다는 장 지오노의 책 <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그는 버려진 재료들로 만든 작품을 통해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환기시키고, 결국 숲이 많은 생명을 구원하리라는 메시지를 전송하고 있다. 그가 만든 철사 숲 안에서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것들이 질문으로 돌아와 메아리친다.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전시. 신진작가는 아니지만 '올해의 발견'이라 명명할 만한 작품의 독창성, 수용자들과 끝없이 소통하려 노력하는 작가의 열정과 진정성 때문에 그를 'PAPER 십만원 문화상'의 전시 부문 첫 수상자로 선정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기쁘고 혼쾌한 마음으로 이 늦깎이 작가의 수상을 축하하며, 그의 작업이 거대한 숲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전영석 <영화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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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 겨울호가 발행되었습니다. 2018년 PAPER 겨울호 특집은 <PAPER 십만원 문화상>입니다. ‘2018년, 문화예술 분야를 두루 살펴본 후 한 해 동안 약진한 젊은 문화예술인들을 장르별로 선정, 그들을 힘껏 응원하는 ‘PAPER 십만원 문화상’을 만들었습니다. 편집부에서는 현재 다양한 문화예술 영역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오은, 최고은, 정문정 등 열 명의 현역 문화예술인들을 문화상 선정위원으로 모시고 좌담을 펼쳤습니다. 좌담에서 ‘십만원 문화상’이라는 이름과 18개의 문화 장르에 걸친 수상자를 열띤 논의 끝에 선정했습니다. ‘PAPER 십만원 문화상’은 각 문화예술 분야의 최고, 1등을 뽑는 상은 아닙니다. 한 해 동안 자기만의 독자적 색깔과 열정을 뚜렷이 뿜어내며 약진한 젊은 예술가들을 찾아내 그들의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를 응원하는 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정된 18명의 젊은 문화예술가들에게는 십만원의 상금이 전달됩니다. 비록 작은 상금이지만, 이 상금으로 수상자들이 가까운 사람들과 기분 좋게 술 한 잔하며 새해를 힘차게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수상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PAPER 십만원 문화상> 올해의 시인 / 심지아 올해의 연극인 / 이보람 올해의 전시 / 좋아은경 <TREES PROTECT ( )> 올해의 독립서점 / 지금의 세상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 고유리 올해의 요리사 / 윤남노 올해의 여행가 / 김소담 올해의 작가 / 이슬아 올해의 뮤지션 / 밴드 데카당 올해의 영화인 / 정가영 올해의 사진가 / 신병곤 올해의 모델 & 퍼포머 / 모어 올해의 그래픽디자인 / 햇빛스튜디오 올해의 공간 / 만유인력 올해의 유튜버 / 생각많은 둘째언니 올해의 친환경액션 / 매거진 <SSSSL> 올해의 웹툰 / 이윤창 <좀비딸> 올해의 아차상 / 박하 ⠀ 겨울호 인터뷰를 위해 PAPER에서는 더욱 특별한 세 사람을 만났습니다. 2018년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뮤지션 이상은을 편집장이 직접 만났는데요, 지구의 것이 아닌 것만 같은 아름다운 노래, 치유의 노래를 꾸준히 만들어온 이상은과 장장 4시간 동안 그녀 음악의 총체와 삶의 이면에 걸쳐진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눴습니다. 한편 2018년 문화판의 이슈 메이커 중 유달리 환한 빛을 발한 이슬아 작가를 장보영 기자가 만났습니다. PAPER 열독자라면 이슬아 작가가 소싯적에 PAPER 대학생 리포터였다는 게 어렴풋이 기억날 것입니다. 올해 가장 핫한 작가가 된 그녀가 친정 나들이와도 같은 PAPER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요? 신영배 기자는 제철 재료의 식감과 영양을 잘 살려낸 음식으로 우리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준 팝업식당 '재료의 산책'의 요나를 만나 '입으로 들어가는 것들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맛있게 나눴습니다. 단편소설 코너에서는 <보건교사 안은영>, <피프티 피플> 등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이 시대 사람들의 사랑, 고민, 삶의 스타일 등을 리얼하면서도 신선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는 소설가 정세랑의 신작 단편 <물 위에서>를 소개했으며, 겨울호 표지는 일상의 단순한 풍경, 정물 등을 지극히 미니멀하게 표현하며 삶의 내밀한 언어들을 길어 올리는 화가 고지영의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일본 피스보트 한국 디렉터 조은지의 지중해 연안 여행기, 목수 전진우의 베를린에서의 특별한 2주에 관한 기록, PAPER가 함께 만든 제1회 고양이영화제 취재기, 김신지의 새로운 산문 연재 ‘마음의 문제’ 등, 매서운 겨울날 따뜻한 모닥불 같은 내용들이 PAPER 겨울호에 듬뿍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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