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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시월 한달 서울 책방이음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TREES PROTECT ( ).
계간 페이퍼(PAPER)의 2018년 겨울호 특집 <PAPER 십만원 문화상> '올해의 전시' 부문을 수상하였습니다.
I've got <₩100,000 Cultural Prize> in the category of "Exhibition of the Year" from Magazine PAPER, Winter 2018 issue.
버려진 재료들로 푸른 숲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다
작가 '좋아은경'이 작품의 주요 소재로 쓰는 철사처럼 '잘 구부러지고 휘어지지만 쉽게 꺾이지 않는 창작 열정'을 지닌 작가와 작품을 만나는 것은 즐겁고, 놀랍고, 행복한 일이다. 나는 미술 평론가가 아니다. 좋아은경도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 환경문제를 디자인에 접목시켜 환경운동을 하는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선생을 만난 후, 어떤 깨달음들이 그를 환경을 생각하는 창작의 세계로 인도했다고 한다. 그는 '버려진 것들'에 주목했고, 그것으로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자연을 섬세하게 관찰하며 지구를 열심히 보살피려는 열정', 좋아은경의 전시를 보며 내가 느낀 감정이다. 좋아은경은 버려진 철사를 구부려 새와 나무에 영혼을 불어넣는다. 인쇄소에서 버려지는 파지, 목공소에서 잘려나간 자투리 나무, 빵 봉지를 묶는 철사, 철 지난 달력의 스프링, 심지어 길에서 떨어져 밟혀나가던 나뭇잎마저 그의 손길이 닿으면 생명을 얻는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물감과 대형 캔버스 같은 어떤 새로운 재료들을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일상과 이웃의 생활에서 쓰고 남거나 버려진 물건을 작품의 재료로 적극적으로 끌어안은 것이다. 이 행위 자체로 좋아은경의 작품은 예술적인 동시에 환경적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행위가, 그것이 예술이든 밥벌이의 일환이든 얼마나 다양한 국면으로 환경과 연결되어 있고, 환경과 서로 얼마나 깊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이 전시의 어느 작품에서나 자연스럽고도 적극적으로 드러나 있다.
전시의 모티브로 삼았다는 장 지오노의 책 <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그는 버려진 재료들로 만든 작품을 통해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환기시키고, 결국 숲이 많은 생명을 구원하리라는 메시지를 전송하고 있다. 그가 만든 철사 숲 안에서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것들이 질문으로 돌아와 메아리친다.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전시. 신진작가는 아니지만 '올해의 발견'이라 명명할 만한 작품의 독창성, 수용자들과 끝없이 소통하려 노력하는 작가의 열정과 진정성 때문에 그를 'PAPER 십만원 문화상'의 전시 부문 첫 수상자로 선정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기쁘고 혼쾌한 마음으로 이 늦깎이 작가의 수상을 축하하며, 그의 작업이 거대한 숲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글 전영석 <영화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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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순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시월 한 달, 폭염을 겪고나서야 절실하게 데이터를 찾아봤습니다. 상황은 무척이나 심각해보여요. 앞으로 더 더워질텐데, 큰일이다싶어 다급히 꾸린 전시장에서, 어깨동무하며 저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풀어야 할 이야기들 훨씬 많습니다. 마주쳤던 눈과 마주했던 마음, 마주잡았던 두 손. 우리 잊지 않고 다시 만나요.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좋아은경 오픈스튜디오 TREES PROTECT ( ) 관련 포스팅 모음
1. 무빙 포스터
2. 기획 의도
3. 전시 가이드
4. 전시장 스케치
5. 특별한 관람법이 있는 작품 <who are we>
6. 균형 달력-미니 만들기, 철사로 작은 새 만들기
7. 오프닝 모임 : 작가와의 대화
8. 클로징 모임
Special Thanks to 책방이음 구지기님, 정지기님, 조대표님.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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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we?> 특별 관람법 : < 핸드폰 안보는 한 사람 찾기> 포스팅 보기
<2019 균형 달력>을 바탕으로 한 <미니 달력 만들기> 포스팅 보기
오픈스튜디오 TREES PROTECT ( ) 종료되었습니다! 시월 한달, 이음책방 갤러리에서 만나고 마주하는 시간 채워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1월 3일 저녁, 전시를 돌아보는 마무리 모임을 갖고 철수합니다.
좋아은경 오픈 스튜디오
TREES PROTECT ( )
2018.10.1-10.31
책방이음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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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은경 오픈스튜디오 TREES PROTECT ( )의 주제 작품인 <균형 시리즈 - 엘제아르 부피에>를 넣은 <2019년 균형 달력>은 그린 디자인 요소를 적용해 재료와 공정을 한정하고, 폐기가 용이하도록 제작했습니다. (→ 자세히 보기)
관람객과 함께 <2019 균형 달력>의 축소판을 만드는 <균형 달력-미니 만들기> 워크숍 프로그램을 준비해 전시 기간 동안 운영했습니다.
<균형 달력-미니 만들기>는 짜투리 크라프트 종이와 A4 이면지를 재료로 합니다.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완성 후 빠짐없이 함께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기려고 했는데, 종종 잊곤 했어요. 만드는 재료와 방법은 같지만, 각자의 취향과 개성이 담겨서 조금씩 다른 달력이 만들어졌어요.
물론 버려지는 철사를 이용해 나의 손 만들기, 작은 새 만들기 워크숍도 틈틈히 진행했습니다.
시월 한 달, 찾아주신 분들과 눈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손 썼던 시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좋아은경 오픈 스튜디오
TREES PROTECT ( )
2018.10.1-10.31
월-토 1pm-10pm
책방이음 갤러리
서울 종로구 대학로14길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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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은경 오픈스튜디오 Trees Protect ( ) 현장, 실제 상황입니다.
전시장에서 뚫어질 듯 보게 되는 작품의 제목은 <who are we?> 입니다.
얼핏 보기에 꽃다발 같다고 하시는데요. 자세히 보면 끝부분이 사람의 형태로 되어 있는 군중 다발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휴대전화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24시간 로그인되어 언제 어디서든 커넥팅(connecting), 네트워킹(networking), 커뮤니케이팅(communicating) 한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기다란 안테나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요?
재료는 시금치, 열무 등 채소 한 단을 묶는, 종이로 싸여있는 철사입니다.
작품 설명을 마치며 저는 미션 하나를 드려요.
"핸드폰을 보고 있는 150명의 사람 사이에, 핸드폰을 보고 있지 않은 단 한 사람이 있어요. 그 한 사람을 찾으면 작은 선물을 드립니다."
문장을 채 맺기도 전에 거의 모든 분들이 한 사람 찾기를 시작합니다.
눈으로 찾기도 하고
조심조심 손을 쓰셔도 좋습니다.
뜻밖의 집중력이 발휘되는 시간,
물론 적절한 순간에 약간의 힌트를 드린답니다. 남녀노소 모두 찾으실 수 있어요. 즐겁게 참여해주셔서 저도 무척이나 기쁜 시간 보내고 있습니다.
전시, 종료까지 일주일 남았습니다. 저는 남은 기간도 빠짐없이 전시장에 나갑니다. 만남을 기다립니다.
좋아은경 오픈 스튜디오
TREES PROTECT ( )
2018.10.1-10.31
월-토 1pm-10pm
책방이음 갤러리
서울 종로구 대학로14길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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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 오후 7시, 조촐한 오프닝을 겸해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개인전 TREES PROTECT ( )를 열게 된 동력과 이유, 전시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비롯해 지난 10월 1일 전시를 오픈한 뒤 10일 간의 이야기를 간단한 슬라이드를 통해 소개했습니다. 격려 아끼지 않고 보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좋아은경 오픈 스튜디오
TREES PROTECT ( )
2018.10.1-10.31
월-토 1pm-10pm
책방이음 갤러리
서울 종로구 대학로14길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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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시월 한 달, 되도록 빠짐없이 전시장에 나와 작업하며 관람객을 만날 예정으로 "오픈 스튜디오"라는 명칭을 붙였습니다.
입구 쇼윈도에 전시를 알리는 입체 포스터를 부착했습니다.
벽면에 빈 캔버스가 걸려있기도 합니다. 매일 조금씩 전시 공간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저는 대부분 중앙 테이블에 앉아 작업을 하다가 원하는 관람객분께 직접 설명을 드립니다.
여러분을 만나고 싶어 전시장에 나와있으니 언제든 생각나는 것이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말씀주세요.
미니달력 만들거나, 버려지는 철사로 작은 새 혹은 나의 손을 만드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회색 종이에 흰색으로 인쇄한 <균형 달력 2016>.
이미지는 철사로 만든 <균형시리즈 a series of balance objects>에서 가져왔습니다. 보통 우리가 접하는 달력은 매달 그림이 바뀌지요? 저는 일 년 365일 내내 하나의 이미지를 집중해서 보는 형태로 디자인해보았어요. 더해서 제작, 폐기까지 전 과정을 고려해서 재료와 공정을 한정하였습니다.
가운데 이미지는 인쇄소에서 기사님이 기계 앞에 앉아 압을 주어 하나하나 핀을 맞춰 찍는 생각보다 매우 까다로운 작업을 거쳤습니다.
하단의 열두 달 달력 부분은 자투리가 나오지 않는 크기로 프린터기로 출력한 뒤 직접 절취선을 넣고 재봉틀로 부착하였어요. 일상의 물건인 달력의 형태를 실험하는 프로젝트으로, 제작 과정이 담긴 메이킹 영상을 만들어 공개했습니다.
<균형 달력 2019>은 여러모로 더 간소했습니다.
사람들 대신 나무들이 서있는 <균형 시리즈 엘제아르 부피에 Elzeard Bouffier; a series of balance>는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 세상의 변화에 개의치 않고 꾸준히 묵묵히 나무를 심어 결국 숲을 이룬 한 사람의 의지를 담고자 했습니다.
나무와 숲을 이야기하는 만큼 종이를 사용에 고심했고, 인쇄 과정에서 나오는 폐지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갈색 크라프트 종이는 인쇄 후 남아 인쇄소에서 보관하고 있던 것이고, 그 외 인쇄과정에서 나오는 파지를 얻어왔습니다.
하단의 열두 달 부분은 이면지를 포함해 대나무, 해초로 만든 비목재 펄프, FSC 인증 종이 등 다양한 A4지에 출력했습니다.
제작 공정도 단순해졌습니다. 커다란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찍는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았고, 레터프레스로 직접 찍습니다. 전 과정이 작가의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달력에 일련번호를 넣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재료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서 잊지않고 모아주는, 일상 속에서 쓰임을 다한 철사에요. 다소 귀찮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전해받을 때마다 강렬하고 따스한 지지를 느낍니다.
자연을 깊이 들여다보면 모든 것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철사로 옮겨적었습니다.
불균형 형태로 균형을 이야기하는 <균형 시리즈 a series of balance objects>.
왜 한쪽이 내려가 있고 또 다른 한쪽이 올라가 있을까요? 작품을 보시면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 어떤 상황이 떠오르시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어요? 물론 정답은 없어요. 그동안 수집한 아주 다양한 이야기, 저도 들려드릴께요.
집 앞 도로 위에 떨어져 있던 나뭇잎을 빈 캔버스에 옮겼습니다. 바닥 한켠에는 짜투리 폐목재 위로 아슬아슬 균형을 잡으려는 두 사람.
손을 그리고 만듭니다.
언젠가 400여일 동안 배낭여행 갔을 때, 만나는 사람들과 장소가 다채로워진 만큼 전 세계에서 매일 같이 쏟아지는 뉴스와 사건사고를 접하며 "손 쓸 수 없다"는 감정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한동안 황망했고 이내 "나는 나의 손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 고민으로 이어졌어요. 여행하는 동안 나의 손을 거치는 종이-영수증, 버스티켓 등-의 뒷면에 틈틈히 나의 손을 그렸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손에 담긴 다양한 은유, 의미를 되새기며 철사로 <나의 손 a series of hand objects>을 만들고 있습니다.
평생을 써온 자신의 손을 새삼스레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자신의 손을 관찰하며 그려보고 철사로 만드는 워크숍 프로그램도 구성해 운영하고 있어요.
첫 작품, 달력의 용수철 철사를 풀어내 새를 만들어 올린 <침묵의 봄>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1962년 출간된 레이첼 카슨의 책에서 따왔어요.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환경 고전으로 DDT 등 유독성화학물질의 무분별한 사용에 의한 생태계 파괴를 경고하는 내용이 담겨있어요.
제가 레이첼 카슨에게 읽어냈던 것은 무엇보다 균형과 공존의 메시지입니다.
"단지 몇 년이 아니라 수천 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고 그 결과 적절한 균형상태에 도달했다. 이렇게 시간은 생명체의 생존에 있어 필수적 요소였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충분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1962)
그 섬세한 균형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모빌 <적절한 균형 상태 A Balance Has Been Reached>도 걸었습니다.
모빌 위에 산양 이 보이시나요? 인간이 생태계의 균형을 깨면서 사라지고 있는 생명체, 우리나라 설악산의 산양이 떠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담아 지난 2015년에는 주제전 <산양이 사는 나라 Where the Wild Goats Are>를 열기도 했어요.
"If there is any hope for the world at all (...) it lives low down on the ground, with its arms around the people who go to battle every day to protect the forests, the mountains and the rivers because they know that the forests, the mountains and the rivers protect them." (Arundhati Roy)
아룬다티 로이는 말합니다. "희망은 지표면의 가장 낮은 곳에서 자라난다. 숲과 산과 강이 자신들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상적인 투쟁에 나선 사람들의 어깨동무 안에서 자라난다."
'내가 지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나를 보호하고 있다. 내가 나무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나를 지키고 있다'는 아주 단순한 전환이 저에게는 무척이나 크게 다가왔어요. 한참 곱씹어보다 철사로 글을 옮겼습니다. <the forests, the mountains and the rivers protect ( )>
올 여름 참 더웠는데요. 대구가 한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의 오명을 벗기 위해 지난 20여 년 동안 엄청난 숫자의 나무를 심었고, 그 효과가 몇 년 전부터 나기 시작해서 이제는 서울보다 여름 최고 기온이 낮다고 합니다.
유럽도 펄펄 끓었지요. 각국에서 대책을 내놓는 가운데 프랑스에서는 파리에 있는 800개 학교 모두 2040년까지 아스팔트를 제거하고 녹지공간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요. 도시 곳곳에 오아시스 섬을 만드는 발상. 나무가 나를 지키고 있다, 되뇌어봅니다.
방명록은 작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습니다. 꼭 남겨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전시를 준비하며 보았던 관련 자료도 함께 비치해놓았습니다. 사진과 노트, 필기구 등은 제 방 책상에서 옮겨왔습니다.
"핸디 가이드북"도 준비해놓았어요. 곳곳에 놓인 의자와 소파에 앉아 작품도 보시고, 책과 자료도 넘겨보시고 편안히 천천히 머물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시, 10월 31일 종료됩니다. 만남을 청합니다!
좋아은경 오픈 스튜디오
TREES PROTECT ( )
2018.10.1-10.31
월-토 1pm-10pm
책방이음 갤러리
서울 종로구 대학로14길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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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떻게 보내셨어요?
우리 집에는 에어컨이 없습니다. 에어컨 없이도 여름나기에 괜찮은 집이었습니다. 아파트 뒤편으로 저수지가 있어서 앞뒤 베란다 창을 활짝 열어두면 맞바람이 제법 시원하게 치거든요. 매해 얼마간 열대야가 찾아왔지만, '여름은 더운 거니까' 그럭저럭 견딜만 했어요. 그러나 2-3년 사이 여름은 무척이나 괴로운 계절이 되었습니다. "오늘 진짜 덥다", "올해 진짜 덥다"라는 말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새어 나왔고 각자 코앞에서 선풍기를 쐬며 기진맥진 지내는 날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기분 탓이 아닙니다. 2018년 올해 폭염 일수가 31.5일이었다고 합니다. 한 달이 넘는 폭염이라니. 역대 최장 일수를 기록했습니다. 평균 폭염 일수를 찾아보니 1990년대는 10.8일, 2000년대 10.4일이라고 합니다. 제 어린시절의 기억으로는 극도로 더운 날이 10일로 끝나야했는데, 그보다 3배나(!) 더 많았던 것이지요.
관련기사 → 올여름 열대야 17.7일… 최고치 경신
대프리카 아니라 서프리카?
저희 오빠는 대구에 살고 있어요. 대구에서 맞는 첫 여름이라 더위의 강도가 높아지자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곳은 도대체 얼마나 덥길래 '대프리카'라고 불릴까요? 몇 번 안부 문자를 보냈는데 의외로 지낼만하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공기가 덜 덥게 느껴진다면서요. '거참 이상하네'라고 생각했는데, 아침 라디오 방송을 듣다가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온 김진애 박사 말에 의하면 대구가 1996년부터 나무 심기를 하는 등 '찜통 도시'의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했고, 그 결과 이제는 최고 기온 도시 상위권 목록에서 사라졌다고 하네요.
이러한 <푸른 대구가꾸기>는 도시열섬현상과 폭염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사업으로 그동안 총 3천677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담장을 허물어 빈 공간에 나무를 심고, 가로수는 3열로 심는 등 아주 적극적으로요.
관련기사 → [대프리카의 여름] ② 1도라도 더 낮춰라…갖가지 폭염 대응법
우리가 한 번은 봤을 법한 도심숲의 효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열화상카메라 사진입니다. 뙤약볕에 달아오른 아스팔트는 붉은색,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곳은 파란색을 띱니다.
장기 폭염 사태가 단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가운데 프랑스 '파리 회복력 계획(Paris Resilience Strategy)'에서 2040년까지 파리에 있는 800개 학교 모두의 아스팔트를 제거하고 녹지공간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담았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 [MBC 앵커의 눈] 빌딩 대신 숲을, “나무는 도시의 에어컨”
알면서도 모른 척? 모르면서 아는 척?
나무와 숲에 대한 글을 찾아 읽었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책들도 다시 찾아 읽었습니다.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펭귄뿐만 아니라 인간 자신도 위태롭다'라고 그저 상식처럼 말해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제야, 에어컨이 없는 집에서 30일이 넘는 폭염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기후변화는 절실한 '나의 일'이 되었습니다.
관련기사 → [조천호의 파란 하늘] 산업혁명 이후 평균기온 1도 상승했는데…폭염 잦아진 이유는?
전시를 열기로 했습니다.
'균형 시리즈; 엘제아르 부피에(Elzeard Bouffier; a series of balance)'를 대표 작품으로 정했습니다. 장 지오노가 실화를 바탕으로 쓴 단편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 수십 년 동안 황량한 땅에 묵묵히 나무를 심어 풍요로운 숲을 만든 한 사람의 위대함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물론 그 사람 손에 도끼를 쥐여준다면 내용은 반대가 되겠지요.
'2016년 균형 달력'의 형태를 유지하되 재료와 공정에 변화를 주어 '2019년 균형 달력'을 제작했습니다.
우선 전시 대표 작품인 '균형 시리즈; 엘제아르 부피에(Elzeard Bouffier; a series of balance)'의 이미지를 넣었습니다.
나무 이야기를 담았기에 최대한 새로운 종이를 사지 않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작품 이미지가 들어가는 두꺼운 종이는 인쇄 과정에서 나오는 파지/폐지와 인쇄 후 인쇄소가 보관하고 있던 잉여 종이를 받아와 활용하였습니다.
하단의 열두 달 부분은 기존의 FSC 인증 종이 외에도 대나무 종이, 해초 종이 등 비목재 펄프 종이, 얇은 재생지, 이면지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해 사용자가 직접 만지고 사용하며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인쇄소의 커다란 기계로 압력을 주어 찍었던 과정 역시 직접 인쇄하는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리놀륨 판화, 실크 스크린 등을 실험해보았고 이보다 간단한 레터프레스 기법으로 소량씩이나마 직접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절취선을 넣고 재봉틀로 제본하는 것은 전과 같습니다.
희망은 지표면의 가장 낮은 곳에서 자라난다.
숲과 산과 강이 자신들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상적인 투쟁에 나선 사람들의 어깨동무 안에서 자라난다.
아룬다티 로이, 2010
전시 제목은 Trees Protect ( ) 입니다.
나오미 클라인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에서 인용된 아룬다티 로이의 글에서 생각의 전환을 맞았습니다.
"숲과 산과 강이 자신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 they know that the forests, the mountains and the rivers protect them)". 나는 이제껏 정반대로 생각하고 말해왔구나, 숲이 있어서, 강이 있어서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로구나, 문장을 여러번 곱씹으며 꽤 한참을 멍하게 지냈습니다.
아룬다티 로이는 이어서 말합니다.
"심각하게 훼손된 세계를 재창조하는 첫걸음은, 특별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의 절멸을 막는 것이다.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닌 상상력, 무엇이 행복이고 충족인지에 대해 전혀 다른 관념을 드러내는 상상력 말이다. 이러한 철학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과거의 수호자들이 존속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용인해야 한다. 실제로 이들은 우리에게 미래의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시월 한 달, 이음에서 만남을 청합니다. 저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매일 전시장에 나와 제 자리를 지킬 예정이고, 전시는 날을 이어가며 조금씩 변화할 것 같습니다. 찾아주시는 누구나 편안히 오래 머무르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우리의 지나치게 뜨거웠던 여름에 대해, 우리 모르게 서늘한 공기를 실어 보내주었던 나무에 대해, 내일을 위한 특별한 상상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요.
고맙습니다.
좋아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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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은경 오픈 스튜디오
2018.10.1-10.31 월-토 1pm-10pm
책방이음 갤러리 서울 종로구 대학로14길 12-1
작가와의 대화 10월 11일 목요일 오후 7시
티스토리 뷰
올여름 지나치게 더웠죠?
선선한 가을, 책방이음 갤러리에서 시월 한달동안 전시를 겸한 오픈스튜디오 엽니다.
매일 나와서 작업할 예정이에요. 만남을 청합니다!
작가와의 대화를 10월 11일 목요일 오후 7시에 갖습니다.
From the 1st October until the 30th October I will run my open-studio to the public at Eum Bookstore & Gallery in Seoul. Featuring my works about trees and the production process of it.
I will be at the gallery everyday to work so hope to see you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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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은경 오픈 스튜디오
TREES PROTECT ( )
2018.10.1-10.31
월-토 1pm-1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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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a EK Open Studio
TREES PROTECT ( )
1-31 October 2018
Mon-Sat 1pm-10pm
Eum Bookstore & Gallery (see map)
12-1 Daehakro 14-gil Jongnogu Seoul
http://yoaek.com/open-studio-trees-protect-eum.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