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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연재 중인 여성환경연대의 [나는 플라스틱없이 산다]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기사 일부를 아래에 옮깁니다.
전문은 다음의 링크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news.v.daum.net/v/20190816075400638


플라스틱 없는 여행, 그 '즐거운' 불편
[나는 플라스틱 없이 산다 ③] 버려지는 철사 이용해 작품 만드는 좋아은경 작가

글:여성환경연대, 편집:김혜리

철사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좋아은경(34·본명 김은경) 작가는 태국의 길거리 음식, 환대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좋아 태국을 즐겨 찾는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그는 태국에 가면 하루에도 몇 장씩 버려지는 일회용 비닐봉지, 음료마다 꽂혀 나오는 일회용 빨대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이것도 현지 문화려니 하고 체념하곤 했다. 그러나 지난해 겨울, 태국 여행을 준비하면서 일회용 쓰레기 없는 여행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명 '형편없는 살림꾼 프로젝트.

떠난 휴가지에서 쓰레기가 넘쳐나는 광경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면, 아직 여름 휴가를 떠나기 전이라면 좋아은경 작가가 전하는 '일회용 쓰레기 없이 여행하는 꿀팁'에 귀 기울여 보자. 다음은 좋아은경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내가 버린 쓰레기가 고래 뱃속에 들어간 건 아닐까 

 

- 이번 제로 웨이스트 여행도 '형편없는 살림꾼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레이첼 카슨의 글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들었는데 무슨 뜻을 담고 있나요?


"레이첼 카슨은 우리가 행동하는 모습이 과학의 안내를 받는 지성인이 아니라 '눈에만 보이지 않으면 된다며 양탄자 밑에 쓰레기를 숨겨두는 형편없는 살림꾼' 같다고 표현했어요. 제가 평소에 말쑥하게 하고 다니지만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바다, 땅에 버려지는 걸 생각하니 레이첼 카슨의 글처럼 형편없는 살림꾼 같아 보였어요. 지구 살림을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요."
 
-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하게 된 동기가 뭔가요?


"제로웨이스트 여행은 사실 거창하게 생각한 일이 아니에요. 저는 태국에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한번 가면 오래 머물다 오는 편이에요. 현지 문화에 최대한 맞추려다 보니 일회용 비닐을 많이 쓰는 태국 문화를 따르곤 했어요. 그런데 최근 바다거북, 고래뱃속에서 플라스틱이 나왔다는 뉴스를 본 후 '내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그렇게 만든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주의 먼지 같은 나 하나쯤이야'에서 '내가 버린 게 흘러 흘러가서 고래뱃속에 들어간 게 아닐까, 이제는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뀐 거죠. 이번에 태국에 갈 때는 그곳의 환경을 해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인스타그램을 보면 플라스틱 프리를 실천하는 분이 매우 많아요. 그분들은 '플라스틱 프리'에 대해 완벽한 모습들을 보여줬어요. 그런데 저는 배낭 하나 메고 8시간씩 걷는데 어떻게 그런 짐을 다 들고 다니나 싶더라고요. 저걸 다 들고 다녀야 한다면 '난 못해, 난 그냥 사 먹으련다'가 되는 거죠. 무리하지 말고 나의 성공과 실패를 가감 없이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하나라도 줄이는 게 중요하고 줄이지 못할 때는 다양한 대처법을 보여줘야 되겠다 싶었어요."

플라스틱 프리, 한번 해봐도 괜찮아

▲인터뷰 중인 좋아은경 작가 ⓒ여성환경연대


- 어떤 게 제일 힘들었나요? 유혹은 없었나요?

"여행 자체는 순조로웠어요. 어려움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어쩌다 빨대를 받고 엄청나게 자책하니까 친구가 굉장히 미안해하고 불편해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내가 태도를 잘해야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친구들한테도 '이거 내가 하는 건데 같이 해볼래?' 권유하는 거랑 '너 그렇게 계속 써야겠냐?' 잔소리하는 거랑 되게 다르더라고요. '나 스스로 셋 업을 가볍게 해야겠다, 죽자 살자 하면 안 되겠다, 물론 제 안에서는 죄책감도 많이 들고 자신을 탓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지만 그것 역시 잘 소화해야겠다' 그런 생각들을 했어요. 되도록 즐겁게 하려고 노력한 거죠.


손의 의미를 다시 찾는다면 쓰고 버리는 일 줄어들지 않을까

▲철사로 만든 손  ⓒ좋아은경


- 아티스트로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뭔가요?

"가끔 외국 나가서 전시하면 돈 하나 안 들이고 하는 작품이라고 칭찬을 듣기도 하는데요, 전 더이상 쓸 철사가 없어서 재료를 사는 게 꿈이에요. 우리도 예전에는 야채를 묶을 때 철사 말고 지푸라기를 썼었죠. 외국에서는 야채 묶을 때 철사를 안 써요. 제가 소재 설명을 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야채를 묶을 때 철사를 쓴다고 별도로 설명을 해야 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쓰고 또 버리고 있어요. 사람들한테 우리가 어쩌면 쓰지 않아도 되는, 생각지도 않은 재료를 이렇게나 많이 쓰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철사를 구하기 힘들어서 내가 이걸 사야 하나 고민하게 되는 때가 오면 좋겠어요.

저는 사람들과 워크숍을 할 때 결과물이 중요하지 않은 워크숍을 하려고 해요. 평가받고 잘해야 하는 걸 싫어해요. 새의 형태를 그리고 '그림대로 새를 만들어봅시다' 하면 '저 못해요'라며 손사래치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가 옛날에는 옷도 만들고 그릇도 만들고 손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았어요. 현대에 와서 손과 괴리되고 어느 것도 직접 만들 수 있는 게 없는 소비자가가 된 거죠. 소비자는 만들어진 걸 살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존재예요.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건이 대다수면 그걸 사야 하는 거죠.

저는 손의 의미를 다시 찾는 게 중요하고 손으로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자기 스타일대로 그리고 자기 스타일대로 만들게 하면 그걸 못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워크숍을 통해서 자신감을 느끼고 무언가를 사기 전에 내가 직접 만들어보는 태도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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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의 <안쓰고 산다> 시리즈는 "환경을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 나를 위해 안쓰는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저는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여행 <형편없는 살림꾼> 프로젝트를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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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뱃속이 플라스틱 비닐 쓰레기로 가득 찼다는 뉴스를 보면서 '혹시 내가 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버려지는 철사로 작품을 만드는 와이어 아티스트 좋아은경.
이 뉴스를 접한 후 그녀는 계획돼 있던 자신의 태국 여행을 “일회용 플라스틱 없이” 해 보기로 결심합니다. 그게 과연 가능할까요?

좋아은경 작가는 생각보다 큰 불편함은 없었다고 말합니다. 일회용 비닐 봉투 대신 쓸 장바구니를 챙기고, 플라스틱에 담긴 음료수를 사 먹는 대신 텀블러에 받아 마시고, 길거리나 식당에서 파는 음식과 과일은 밀폐용기에 담았습니다. 물론 숟가락과 젓가락도 챙겼습니다.

길거리 음식을 파는 분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까봐 태국어로 번역해 갔습니다.
"아오 끌렁 마엥 카(제 그릇이 있어요)"

"일회용 없이 여행을 하는 것은 어떤 결과나 목표 그 자체가 아니라 수단과 과정이에요. 쓰지 않는 것은 내가 쓰지 않는 순간과 관계,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 이렇게 '특별한 여행'을 하고 있는지를 궁금해 하고 물어봐 주는 사람들 덕분에 자신의 여행이 더욱 풍성해졌다고 말하는 좋아은경 작가. 물론 모두가 일회용 플라스틱 제로 여행을 실천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시작은 작은 관심, 한번의 실천이 아닐까요?

올 여름휴가, 일회용 쓰레기 없는 여행을 해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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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제 작업과 최근 진행한 제로웨이스트 여행 프로젝트 <형편없는 살림꾼>이 경향신문에 소개되었습니다.

아래 일부 옮깁니다. → 기사 전문 읽기


달력 위의 새, 숲보다 무거운 사람 …무얼 말하려는 걸까

버려진 철사로 작품 만드는 와이어 아티스트 좋아은경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입력 : 2019.04.18 20:54

 

일회용품 제한 여행도 진행
작은 행동들이 세상을 바꿀 것


그는 2010년 대학 졸업 후 국내 1호 환경디자이너 윤호섭 국민대 명예교수를 도우면서 환경디자인에 대한 감각을 길렀다. 2012년 여름 무심코 달력을 넘기다가 달력 스프링을 풀어서 처음 새 모양을 만들었다.

마침 그해는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출간 50주년이었다. 열두 달이 지나면 쓰임을 잃어버리는 달력 위에 앙상한 새의 모습이 겹쳐졌다. 작품을 본 윤 교수는 “좋은 아이디어”라며 환경 관련 전시회인 ‘녹색여름전’에 출품하도록 했다. 그때부터 작가는 일상에서 흔하게 쓰이고 버려지는 철사를 가져다 작품을 만들었다. 제과점의 빵끈부터 마트에서 파는 채소 묶음에 통신용 케이블선까지 사용처가 이렇게 많은 것에 놀랐다. 금박을 벗겨낸 빵끈 철사로 만든 새는 동물권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됐다. 틴케이스에 작은 새 4마리가 누워 있는 작품의 이름은 'Dead Bird(죽은 새)'.

“사람들이 처음에는 귀여워하다가 제목을 보면 생각이 복잡해지죠. 새는 왜 죽었을까…. 인간이 편해지려고, 부유해지려고 자연을 파괴할 권리가 있는지 묻는 것이죠.”

그의 작품은 직접 이야기하기보다는 생각을 권한다. 채소 묶음 철사를 벗겨내 만든 ‘균형’이라는 작품에선 시소의 왼편에 여러 사람이 서 있고, 오른편에는 단 한 사람만 서 있다. 하지만 시소는 한 사람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작품을 보는 사람마다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남녀차별, 부의 불평등, 불균형한 공론장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더라”고 그는 전했다. 지난해 여름 기후변화로 인한 사상 최악의 폭염을 겪은 뒤에는 왼편에 많은 사람 대신 여러 그루의 나무를 세웠다. 왜 숲보다 사람이 무거운 것일까.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 떠올랐어요. 오랜 세월에 걸쳐 숲을 조성한 한 사람의 귀한 노력을 보여주려고 했는데요. 반대로 사람 손에서 톱이나 도끼를 떠올리면 숲의 파괴, 스키를 연상하면 가리왕산 복원 문제까지 연결되겠죠.”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지난겨울에는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며 여행을 하는 ‘형편없는 살림꾼’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침묵의 봄>에 나오는 “우리는 눈에만 안 보이면 된다며 양탄자 밑으로 먼지를 쓸어 넣어 버리는 속담 속의 형편없는 살림꾼처럼 행동한다”는 구절에서 따온 제목이다.

“지난해는 재활용쓰레기 대란도 있었잖아요. 고래 배안이 비닐로 가득 찬 사진을 봤어요. 문득 저 중 한 장 정도는 내가 버린 쓰레기가 흘러간 것이 아닐까 마음이 무겁더라고요. ‘나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행 석 달간 안 쓴 생수병만 300개에 비닐봉지가 600장은 되겠더라고요. 작은 행동에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의 희망은 작품 재료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흔하게 쓰는 철사지만, 사실 철은 귀한 자원이잖아요.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현재로선 재료 구하기가 너무 쉬운데 낭비가 줄고 재활용이 늘어서 재료를 사다 쓰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웃음).”

 

 

달력 위의 새, 숲보다 무거운 사람 …무얼 말하려는 걸까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환경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 일회용품 제한 여행도 진행 작은 행동들이 세상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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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여지와 마음의 깊이를 만들어 주는 자연을 닮은 잡지, 해피투데이 2017년 2월호 (Vol.78)에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제목처럼 <따뜻한 인터뷰>, 감사한 마음으로 일부 옮깁니다.

 



월간 해피투데이 2017년 2월호 <따뜻한 인터뷰>
녹슨 철사로 생명의 존엄을 일깨우는 사람 철사 아티스트 김은경
인터뷰
김미경
사진 장은주

1962년 출판된 <침묵의 봄>은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환경고전이다.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이자 작가인 레이첼 카슨은 누구도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시절, 이 책을 통해 DDT 등 유독성화학물질의 무분별한 사용에 의한 지구생태계 파괴를 경고했다.
작년 여름, 나는 '아시아의 평화와 환경을 위한 항해'라는 기치를 내걸고 동아시아의 바다와 기항지를 누비는 피스앤그린보트에서 레이첼 카슨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를 만났다.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철사를 구부려 작은 새 모양의 반지를 만드는 수업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땅이 오염되면 땅에 살고 있는 지렇이도 오염되고, 그 지렇이를 먹는 새도 오염돼서 죽게 돼요. 봄이 와도 소란스러운 새의 지저귐을 들을 수 없어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이 삐뚤빼뚤하게 완성한 흰배지빠귀와 주홍울새와 동고비는 환경보전의 가치를 담은 뜻깊은 작품이 되었다. ... 한 올의 얇은 철사를 통해 레이첼 카슨의 거대하고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던 그녀가 배에서 내린 뒤에도 종종 생각났다. 철사 아티스트라는 독자적인 타이틀을 달고 여전히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그녀에게 나는 만남을 청했고, 스리랑카에서 갓 돌아왔다는 그이를 서울현대미술관 앞에서 만났다. 자신이 만든 작품을 손에 꼭 쥐고서 뚜벅뚜벅 걸어온 그녀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깊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학교를 뛰쳐나온 여고생, '그린 디자이너'를 만나다 

 

철사로 작은 새를 만드는 선내 프로그램이 꼬마들은 물론이고 어른들한테도 인기가 많았잖아요.

선내에서 예정된 세 번의 워크샵 외에도 갑판, 복도, 방에서 게릴라 워크샵을 열었어요. 만드는 기쁨이란 게 되게 좋은 거잖아요. 사람을 집중하게 만들기도 하구요. 만들어낸 것이 쓸모가 있든 없든 일단 과정이 재밌고, 자기 안의 불꽃으 피워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어요?

정말 많아요. 워크샵을 할 때 마다 인상 깊었던 반응이 한 팀에 한 명 이상은 꼭 나와요. 저를 불러주는 곳에서 정식 워크샵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 외에도 'WWW(Whenever Wherever Workshop)' 또는 '언제 어디서나 워크샵'이라고 제가 이름 붙인 게릴라 수업을 수시로 열거든요. 보시다시피 지금도 이렇게, 그리고 항상 철사와 니퍼를 가지고 다니고 있어요. 다양한 새 사진을 보여준 후에 마음에 드는 새를 하나 골라서 여러 번 따라 그리고, 그게 손에 익으면 철사로 자기가 그린 새 그림을 형상화하면 돼요. 아이들은 되레 자신감 있게 하는데, 어른들은 처음에 좀 겁을 내요. '에이 난 구경만 할게요', '그림 배운 적이 없어서 못해' 하시면서요. 저는 '각자가 고른 새가 다르기 때문에 새 모양이 다 달라도 이상한 게 아니다. 날 위해서 만드는 거니 그저 내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면 된다'고 얘기해요. 그렇게 만들기를 시작하고 나면 '못한다'고 하시던 할머니도 즐거워하시고 나중에 손자들 보여주겠다고 성경책 이런 데 곱게 끼워서 가져가세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 뿌듯하죠.

 

저는 '철사 아티스트'라는 호칭을 처음 들어 봤어요.

 

그런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엔 저밖에 없을 거예요. 제가 미술 비전공자라서 그런 것 아닐까요? 금속공예 하시는 분들도 철사와 같은 메탈을 쓰지만, 두꺼운 금속을 써서 용접을 넣고 하면 그건 철사의 범위를 넘어서니까요. 저는 아직까지는 용접 같은 걸 안 하고 집에 있는 간단한 도구를 써서 철사 선으로만 만들다 보니까 철사 아티스트라고 불리게 된 것 같아요.

 

'그린 디자이너'로 유명한 윤호섭 교수님과의 인연이 깊다고 들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중3 때 환경운동가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직업이 있구나' 하고 어린나이에 나름 충격을 받고 책이나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환경운동가에 대해서 알아봤어요. 그러다 TV에서 윤호섭 교수님을 알게 되었고,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하면서 세상이 좋은 곳으로 바뀌는 데 기여를 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어요. 방송을 본 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에 찾아가 윤 교수님을 처음 뵙고 사인을 받았죠.

 

역시 똘똘한 청소년이었네요.(웃음)

 

교수님은 매년 여름 일요일마다 인사동거리에서 천연 물감으로 티셔츠에 그림을 그려주고 사람들과 환경에 대해 소통하는 행사를 펼쳐오고 계세요. 2003년도 여름에 교수님이 수집하고 계셨던 비닐 달린 창문 봉투를 모아서 가져다 드릴 겸 티셔츠에 그림도 받을 겸 인사동에 갔는데, 가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노라니 구경하는 사람들이 '얼마예요?' 하고 물었어요. 저는 인사동 퍼포먼스의 의미를 알고 갔으니 그분들에게 '파는 게 아니고 집에서 안 입는 헌 티셔츠를 가져오면 천연페인트로 그림을 그려주신다'고 설명을 해주었고, 자연스럽게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매주 일요일 인사동에 나가 설명으 하게 되었어요. 첫 해에는 윤 교수님과 따로 대화를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중에 여쭤보니 '미술대 학생이나 추천서 받으러 온 고등학생이겠거니' 하셨대요. 대학교 진학 후에도 시간 나는 대로 윤 교수님 연구실, 인사동, 전시장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자연스럽게 찾아서 했어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윤 교수님이 계셨던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가 아니라 사회과학부를 전공으로 택한 게 의외로 느껴지는데요.

 

당시에는 미술이나 디자인을 진로로 전혀 생각하지 않을 때였어요. 사회문제, 대안교육 등에 관심이 많아서 학과 진학에 구민이 많았는데 그때 <하자센터>에서 프로젝트를 하나 듣고 있었어요. <하자센터> 선생님 세 분과 면담을 했는데 놀랍게도 그분들이 하나같이 성공회대 사회과학부를 추천하셔서 그곳으로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윤 교수님이 계시는 그린디자인 대학원에 갈까도 했지만 '자네는 이미 졸업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하시더라구요. 졸업 후 2~3년쯤 장기여행을 떠날 계획도 세우고 있었는데 교수님이 퇴임을 하시면서 제가 본격적으로 교수님 일을 맡게 됐고 그사이에 철사로 작품을 만드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레이첼 카슨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침묵의 봄'이라는 작품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윤호섭 선생님이 매년 친환경적인 절차로 달력을 제작하고 무료 배포하고 계세요. 3,000부 정도 제작하는데 다 나눠준 것 같아도 연말에 연구실에서 100부, 200부 묶음이 나오곤 해요. 분리 배출을 해야 하니까 않아서 철사를 뽑아내는데, 철사가 몽글몽글하니 되게 예뻤어요. 양이 상당히 많기도 하고. 그래서 대학원생들한테 이걸로 작품을 만들면 어떨까 제안했는데 아무래도 각자만의 화두가 있으니까 작품으로 이어지진 않았죠. 그러다 2012년 여름 무렵, 달력 위의 동그렇게 감긴 부분이 나뭇가지를 잡고 있는 새의 다리 모양으로 연상되는 거예요. 즉시 달력의 철사 한 부분만 남겨놓고 풀어내 달력 위에 앉아 있는 새의 모양을 만들었고, 그 작품을 '그린캔바스'에서 주최하는 <녹색여름전>에 출품하게 됐어요. 처음엔 '새'라는 제목을 붙이려고 했는데,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 새가 등장한다는 것이 떠올라서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침묵의 봄'을 제목으로 택했어요. 그때부턴 교수님도 달력을 만들 때 용수철 제본을 더 이상 하지 않으셨죠.

 

'침묵의 봄'이라는 제목을 붙임으로써 작품이 보다 큰 메타포를 지니게 된 것 같아요.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녹색여름전>에 워낙 좋은 출품작들이 많아서 정작 제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살필 겨를이 없었어요. 6개월 뒤 인문학 서점이자 대안공간인 <이음책방>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는데, 직접적인 반응을 체감한 건 그때였어요. 쓱 둘러보고 가시는 분도 있어지만 관심있게 둘러보는 분도 있었고, 오신 분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철사는 우리 집에도 있는데', '나도 생각할 수 있었던 건데' 하면서 놀라는 분들을 보니 만만하게 느끼는 소재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었다는 데에서 희열이 느껴지더라구요. 방문객들이 남긴 방명록을 보면서 '이걸 계속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전공자도 아닌데 위축되지 않고 개인전을 열었다는 게 대단하네요.

 

사실 개인전을 열 생각은 없었지만 윤 교수님이 권하기도 하셨고, 마침 그해가 <침묵의 봄> 출간 50주년이기도 했거든요. 돌이켜보면 교수님이 아이디어와 작품이 좋은 제자들에게 전시를 하라고 조언하셨는데 '전 아직 준비가 안 됐습니다'라는 반응이 많았던 것 같아요. '당겨야 나온다'는 게 교수님 표현이었는데, 줄처럼 끌어당겨야 좋은 아이디어가 계속 나온다는 말씀이셨어요. 제가 미술하는 사람은 아니어지만 교수님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어떤 씨앗을 봤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일 텐데, 저 역시 '준비가 안 됐다'는 말로 물러서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 길로 당장 <이음책방>에 가서 전시 제안을 드렸고, 흔쾌히 수락해주신 덕에 개인전을 치르게 된 거예요. 어렸을 때 제가 미술관에 가기 싫어했던 건 어렵고 짓눌리는 느낌, 강요당하는 느낌 때문이었어요. 그리기와 만들기는 옛날부터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해왔던 거고, 거기서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하고 그런 건데, 미술이 점점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잖아요. 사람들이 내 걸 보고 '나도 살 수 있겠네'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하는 작업이 어떤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제 전시는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침묵의 봄>은 언제 처음 읽었어요?

고등학교 그만두고 좋은 책과 고전들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그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앞부분이 좀 어렵긴 한데 4장 이후부터 강이나 땅, 새에 관한 내용이 나오면서 굉장히 재밌어요. 레이첼 카슨 평전도 감명 깊게 읽었구요. 여성 인권이 매우 낮았던 시기에 이례적으로 고위 공무원직에 오른 사람이었고, 오빠의 처자식까지 다 먹여 살려야 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밤마다 글을 써서 전업 작가가 되었다는 게 존경스러워요. 그녀는 암 진단을 받고서도 장장 5년에 걸쳐 <침묵의 봄>을 집필했어요. 본인이 쓰고 싶어 했던 바다에 대한 책 대신 굉장한 문제작이 될 것이 뻔했던 <침묵의 봄>을 써서 죽기 전까지 대중과 언론과 과학자 집단과 화학업계와 맞서 싸워야 했어요. 카슨은 "<침묵의 봄>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그것은 마치 에이브러햄 링컨이 '저항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외쳤을 때와 같은 의무감에서 비롯되었고"고 말했어요. 가시밭길이 될 줄 알면서도 그 길을 갔다는 게 굉장히 놀라워요.

 

 

 '균형'과 '공존'이라는 테마 

미술보다는 환경에 대한 관심 때문에 아티스트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고 할 수 있을 텐데, 환경문제에 천착하게 된 근본적인 계기가 있나요?

 

그건 엄마 영향이 커요.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보면 꼭 줍고, 항상 아껴 쓰고 절약하고 재활용하는 게 몸에 배어 있는 분이에요. 집이 잘사는 형편이 아니니까 그런 것도 있었지만 엄마가 깨어 있는 분이시라 책도 많이 읽으셨고, 제가 어린이였을 때에도 여러 사회문제에 대해서 엄마랑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나요. 엄마를 통해서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처음 만났을 때 본인을 '좋아'라고 소개했잖아요. '좋아은경'에 담긴 의미가 궁금해요.

 

그건 내가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밝은 부분도 없진 않았지만 사춘기를 지나면서 스스로를 그늘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학교를 그만두고 류시화 시인의 <지구별 여행자>라는 책을 선물 받아서 읽게 됐는데 거기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예요. 만날 때마다 "예스, 시화"라고 부르는 어느 구루 덕분에 열등감과 어두운 면이 가득했던 시인이 어느 순간 긍정적으로 감화되었다는 얘기였어요. 그 내용을 읽고서 나 역시 스스로를 '좋아' 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런 뒤 굉장히 긍정적으로 바뀌고 되었죠. 이젠 친구들도 본명보다 그렇게 부르는 걸 더 편해 하구요. 그렇게 한 데엔 성씨에 담긴 부계 중심의 질서라든지 격식과 위계서열을 타파하고 싶은 마음도 담겨 있었어요. '언니'라든지 '씨'라든지 그런 호칭을 빼고 '좋아'라고만 불러주면 저는 제일 좋아요. '김은경'과 '좋아', 두 단어가 합쳐진 '좋아은경'을 작가명으로 쓰고 있지만 성씨가 붙어 있지 않은 이름에 불편함을 느끼는 어른들도 더러 계시긴 해요.

 

이름을 그렇게 부르면 모든 걸 보다 좋게 느끼게 될 것 같아요.

 

그런 셈이죠. 제가 생태학교에서 보조교사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는 서로를 자연의 이름으로 불렀어요. 새 이름이나 나무 이름으로요. 저는 예외적으로 '좋아'라고 하겠다고 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자기들이 부르면서 깔깔대면서 좋아하고.(웃음) 이름 자체가 주는 긍정적인 기운이 저뿐만 아니라 상대방한테도 간다고 생각해서 저는 되게 좋게 생각해요. 외국 나가서 부르기도 좋잖아요. 그들에게 제 이름의 뜻을 설명해주면서 한국에 가서 '좋아'라는 말을 하면 한국인들이 기뻐할 거라고 얘기해줘요.

 

앞으로 전개될 작품에 있어서 풀어나가고 싶은 키워드나 테마 같은 게 있나요?

제가 카슨에게 읽어냈던 건 '균형'과 '공존'의 테마였고, 앞으로도 그 주제에 집중하려고 해요. 제 작품 중 '산양이 사는 나라(Where the Wild Goats Are)'라는 게 있어요. 레이첼 카슨이 말한, 사람이 생태계의 균형을 깨면서 사라지게 될 생명체들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경우엔 산양이라고 저는 생각했거든요. 이 작품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으로 위기에 놓인 산양들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굉장히 비민주적인 절차로 이런 것들을 후다닥 치러버리려고 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기도 해요. 포괄적으로 얘기하자면 '비민주적인 방식에 의해 깨지는 것들'이 제가 다루고 싶은 주제인 거죠. 제가 '손'을 강조하는 작품들도 많이 만드는데, '오늘 내 손으로 무얼 했나' 돌아보는 것이 곧 나의 하루를 돌아 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거든요. 우리 손으로 이뤄낸 게 되게 많잖아요. 그렇게 자기 손의 가치를 돌이켜보고, 이 손으로 무엇을 할지, 앞으로 어떻게 쓸지, 크고 어려운 주제이지만 일상 속의 작은 디테일에서 그 예를 찾아내 표현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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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한국전력 사외보 빛으로 여는 세상 2015년 11+12월호에 와이어아티스트로서의 제 작업 이야기가 소개되었습니다. 인터뷰는 레이첼 카슨에게 보내는 편지 전이 열리고 있는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일부 소개 합니다.



한국전력 사외보 빛으로 여는 세상 2015년 11+12월호
세상을 밝히는 빛_ 꿈꾸는 그대

녹슨 철사에 생명의 날개를 달다
환경의 소중함 알리는 철사아티스트 김은경


화려한 금박 치장을 벗겨내자, 애처롭도록 벌겋게 녹슨 철사가 보였다. 애틋한 마음을 담아 철사를 새 모양으로 빚어낸 김은경 씨는 이후 다양한 오브제로 공존과 균형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9월 22일부터 10월 24일까지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성평등도서관 전시서가에서 '레이첼 카슨에게 보내는 편지(Letter to Rachel Carson)' 전시회를 열고 있는 김은경(31) 철사아티스트를 만났다. 전시장 곳곳에서 폐 철사로 만든 새들이 비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버려지는 것들의 의미를 되새기고 소용이 다한 소재에 새로운 스토리를 부여하는 김은경 씨의 작업이 '나는 살아있어요!'라고 외치는 사물들에게 새 숨을 불어넣고 있다. "철사를 구부릴 니퍼가 없어 친구의 친구에게 빌려 쓰고 난 뒤, 사람이 서 있는 책갈피를 만들어 선물했더니 참 좋아하더라고요. 프랑스 남부 산악마을에서 오래된 집을 수리하고 있는 프레드 씨는 널브러진 철사를 탐내는 제게 '이걸로 새를 만든다고? 다 버리는 거니까 전부 가져가! 얼마 전에도 한 무더기 버렸는데, 어이쿠, 괜히 버렸네!'라며 포대 가득 철사를 챙겨줬지요. 덕분에 한동안 철사 걱정 없이 작업에 매진할 수 있었어요.(웃음)" 그렇게 하나 둘, 동행자가 늘었다. 우리가 머리와 가슴과 손을 맞대고 만든 작은 새 한 마리가 지구의 미래를 위해 작지만 푸른 싹을 틔울 수 있다고 말하는 표정이, 난생처음 붓을 쥔 소녀처럼 들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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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작업 이야기가 자세히, 꼼꼼히, 멋지게 실렸습니다. 2015년 7월 23일자 한겨레 신문입니다. 기사 일부 옮깁니다.
+ 전문 보기 http://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701385.html

달력위 철사 새들, 환경을 노래하다
[짬] ‘철사 아티스트’ 김은경 씨

등록 :2015-07-22 19:56 수정 :2015-07-22 23:07

“디자인을 전공했나요?” 김씨에게 물었다. “아니요. 전 사회과학을 공부했어요.”

미술이나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그가 어떻게 철사 아티스트가 됐을까? 30대 초반이지만 그의 인생 여정은 남달랐다. 김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했다. ... 그러던 가운데 김씨는 텔레비전을 보다가 ‘그린 디자이너 1호’ 윤호섭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명예교수를 알게 됐다. 김씨는 “(윤 교수가) 디자인으로 환경운동을 하신다는 거예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도 환경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색달랐어요. 정말 흥미로웠죠.”

“아직도 레이철 카슨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더 사명감이 느껴져요. 철사 작업도 재밌고요. 특히 미래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인 어린이들에게 레이철 카슨의 메시지를 알리고 버려지는 철사를 활용하는 법을 알려주니 더 보람을 느껴요.”

‘그린 디자이너’의 삶에 가슴이 뛰었다던 고등학생이 이제는 또 한명의 ‘그린 디자이너’로 삶을 묵묵히 걷고 있다. 김씨는 오는 8월18일부터 30일까지 서울숲갤러리에서 열리는 2015 녹색여름전에 참가할 예정이다.

글·사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