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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s/solo

전시 @팔레드서울 /전시장 스케치, 마치며

철사아티스트 좋아은경 2016. 6. 1. 13:25







산양이 사는 나라, 팔레드서울에서의 3주 간의 전시 마무리되었습니다.

지난 겨울, 첫 해외 개인전을 위해 떠났던 프랑스.
전시 막바지에 귀국을 앞두고 카나리아 제도로 짧은 여행길에 올랐었는데요,

비행기 안에서 불현듯 산양이 사는 나라 전시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하나라도 놓칠세라 정신없이 쓰고 그린 뒤에는 지독한 멀미와 두통, 현기증에 탈진하고 말았어요. 공항에서 겨우겨우 숙소로 이동해 밤새 앓았던 것이 생생합니다.

뜨거운 태양을 기대하고 떠났던 여행지는 내내 비가 오락가락했습니다. 그 덕에 저는 common room에 앉아 새로 사귄 친구들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산양 스케치를 이어갔습니다.

준비 기간이 짧았지만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작업했습니다. 산양이 사는 나라에 사는 경이를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전시 기간동안 쇼윈도에 앉아 거리를 바쁘게 거니는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건네며 산양을 만들었습니다.


"산양이 사는 나라가 어디인 줄 아세요?"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어 자연스럽게 전시장 바닥에 둘러 앉아 고민과 생각을 나누었던 순간들, 초록치마를 입고 따듯하게 포옹해주신 박그림 선생님, 멀고 가까운 곳에서 마음을 나누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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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the Wild Goats Are (산양이 사는 나라)
좋아은경 전시

2015. 5. 10(화) - 5. 29(일) 10:00 - 19:00 월요일휴관
팔레 드 서울 1층 로비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6 (3호선 경복궁역 3번출구)

Where the Wild Goats Are
yoa EK exhibition

10 - 29 May 2016 Tue-Sun 10:00-19:00 (Closed on Mondays)
Palais de Seoul
6 Tonguidong Jongno Seoul

http://yoaek.com/where-the-wild-goats-ar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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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몇 년이 아니라 수천 년에 이르는 시간동안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고 그 결과 적절한 균형상태에 도달했다.

이렇게 시간은 생명체의 생존에 있어 필수적 요소였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충분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1962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 1907-1964)은
50여 년 전 ‘침묵의 봄’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DDT 등 화학 살충제의 오남용에 관한 경고를 담아 세상에 큰 반향을 이끈 이 책은
지구 생명의 역사, 생명과 환경 사이의 상호 작용을 설명하며 시작합니다.

지구상의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데는 수억 년이 걸렸고,
또 이 ‘영겁처럼 느껴지는 기간 동안 생명체들은 진화하고 분화해가며’
‘환경에 적응하고 그 결과 적절한 균형 상태에 도달‘했음을 거듭 강조합니다.

충분한 시간 없이 이루어지는
‘충동적이고 부주의한 인간의 활동’의 예가
무분별한 화학 살충제의 살포였던 것이지요.

매일 매일 순간순간 쏟아지는
각종 “나쁜” 뉴스를 접하며 레이첼 카슨의 경고가 떠오르는 이유는
그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하나의 관점,
바로 ‘환경과 생물의 관계라는 개념’ 때문일 것입니다.

달력의 스프링 용수철에서 시작된 첫 작업을 ‘침묵의 봄’이라고 제목을 붙인 뒤,
‘레이첼 카슨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이어나가며
카슨의 메시지가 더욱 생생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세상의 크고 작은 일들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다가옵니다.

한국의 산양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종으로
약 200만 년 전 처음 출현한 모습에서
거의 변화하지 않아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립니다.

한 때는 개체수가 매우 많았는데
천적을 피해 깊고 험준한 산악지대에 살기에
쉽게 접할 수 없는 신비한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약 500여 마리 남은 산양.
각 지역별로 개체수가 100마리는 되어야
사라지지 않고 계속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이에 해당하는 곳이 설악산뿐이라고 합니다.

산양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지만
그와 동시에 매우 단순하게 느껴집니다.

산양이 사는 나라.
그 곳에 산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산양이 사라지는 나라.
무언가가 사라진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치명적인 위험에서 아슬아슬하게 비껴서있는 세상에서
살기 원하는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요.

산양을 통해 레이첼 카슨의 메시지를 봅니다.

2016. 5. 10
좋아은경
www.yoaek.com

참고문헌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에코리브르, 2002
레이첼 카슨, 읽어버린 숲, 그물코, 2004
2010-2013 울진·삼척 산양 모니터링 활동보고서,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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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the Wild Goats Are (산양이 사는 나라)
좋아은경 전시

2015. 5. 10(화) - 5. 29(일) 10:00 - 19:00 월요일휴관
팔레 드 서울 1층 로비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6 (3호선 경복궁역 3번출구)

Where the Wild Goats Are
yoa EK exhibition

10 - 29 May 2016 Tue-Sun 10:00-19:00 (Closed on Mondays)
Palais de Seoul
6 Tonguidong Jongno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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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사진 전체 보기 http://yoaek.tumblr.com/tagged/3rd-letter-to-rachel-carson


일주일간의 개인전 마쳤습니다. 전시 기간 동안 전시장에 상주하며 작가와의 대화, 워크숍을 운영했어요. 나눠주신 좋은 말씀 깊이 새겨 작업 이어나가겠습니다.

가끔씩 수첩 한구석에 그려온 작은 썸네일 스케치를 철사로 옮기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듣고 철사 작업을 구상하던 어느 날, 달력 위의 동그랗게 감긴 부분이 나뭇가지를 잡고 있는 새의 다리 모양으로 연상되었습니다.
즉시 달력의 철사를 한 부분만 남겨놓고 풀어내 달력 위에 앉아있는 새의 모양을 만들었고, 바로 그린캔바스에서 주최하는 2012년 녹색여름전에 출품하였습니다.

하나 둘 늘어난 달력 위의 새들에게 '침묵의 봄'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던, 수 년 전 레이첼 카슨에게 보낸 편지가 생각났습니다. 대학 새내기였던 2005년, 글쓰기 교양수업 과제로 교내 신문사가 주최한 편지쓰기 공모전에 참가했는데, 제 편지의 수신자가 이미 세상을 떠난 레이첼 카슨이었습니다.

레이첼 카슨과 운명처럼 다시 마주한 그 해는 '침묵의 봄'이 출판된 지 50주년 되던 해였습니다. 50주년이 지난 새 봄에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을 기리는 전시를 여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는 윤호섭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2013년 3월, 서울 대학로의 이음책방 갤러리에서 '레이첼 카슨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타이틀로 첫 개인전을 열어 두 번째 편지를 띄웠습니다.

화려한 금박치장을 벗겨내니 애처롭도록 벌겋게 녹슬어 있는 포장용 철사를 애틋한 마음을 담아 새 모양으로 빚어냈습니다. 이 후 생물종의 다양성, 공존과 균형의 가치를 짚어보며 모빌과 사람, 손 등 크고 작은 오브제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미숙하고 부족하지만 레이첼 카슨의 영감을 전하는 자리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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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카슨에게 보내는 편지
좋아은경 개인전

2015. 7. 3(금) - 7. 9(목) 11:00 - 19:00 전일개관 무료입장
성북동갤러리 (한성대입구역 5번출구 http://dmaps.kr/qr8y)

오픈행사 7월 3일 금요일 오후 6시
철사로 작은 새 만들기 워크샵 상시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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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wires everywhere /Tonton Fred @France 프랑스

철사아티스트 좋아은경 2014. 11. 18. 23:47
프랑스 남부 산악 마을, 아주 오래된 3층짜리 돌집을 구입해 나홀로 새단장하고 있는 톤톤 프레드.
거의 새로 짓는 수준인데, 몇년 째 느리지만 애정을 듬뿍 담아 천천히 집을 완성해가고 있습니다. 럭비 선수셨다던데 재주가 참 좋으세요.

바닥 곳곳 철사 뭉치가 보여 혹시 쓰시는 건지 여쭤봅니다.
뭐? 이걸로 작품을 만든다고? 다 버리는거야 가져가렴 아 얼마전에 한무더기 버렸는데 너를 만날 줄 알았더라면-

어이쿠! 아쉬워하시며 푸대에 챙겨주셨어요.
"이런걸 만들어요" 새를 모티브로 한 작업물 사진을 보여드리니 숲 속에 사는 눈이 큰 새를 좋아하신다며, 영어로 뭐더라? 벽에 부엉이가 쓱쓱

wires are every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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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의 국경마을 투즐라의 Peace Flame House(Kuća plamena mira→)에서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반나절 전에 페이스북 그룹을 통해 모임을 공지했음에도 피스 플레임 하우스의 디렉터를 포함 다섯명이 찾아주었습니다.

사실 워크숍 전에 적당한 철사를 찾지못해 꽤 고생을 했어요. 몇 가지 랜선과 전화선을 구했지만 흔히 쓰던 것과는 다르게 너무 흐믈흐믈해서 모양을 만들어낼 수가 없었어요.

하는 수 없이 구입하기로 결정하고 철물점을 찾았습니다.
가게 바깥 쪽에 놓여진 진열대에 오래되어 보이는 철사가 조금 감겨 있길래 가격을 물어봤더니, 녹이 슬어 판매 불가라며 새뭉치를 꺼내보이십니다. 밖에 있는 녹슨 것이 더 좋다고 했더니 그냥 주시겠다고 돈을 받지않으시네요. 친구와 둘이서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고 받아왔습니다.


워크숍은 그 어느 때보다 따듯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레이첼 카슨의 삶은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어머니, 여성에 대한 굉장히 진솔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강렬한 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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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난 구경만 할께요'
'그림 배운 적이 없어서 못해'

...

'정말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것 같네'

'나 오늘 이거 만들었어요'
(어머 잘 만드셨네요!)
'여기 선생님이 다 해주셨어'
(마무리만 조금 도와드렸는걸요)

'성경에 꽂아놓아야지 고마워요'




녹색여름전에서 두번의 워크숍 마쳤습니다.

첫날 워크숍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시장 지킴이를 해주시는 어르신께서 책갈피 하나 주면 안되냐고 조심스럽게 물으셨어요.
마침 워크숍이 시작하니 직접 만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해본 적이 없어 못한다며 주저하셨는데 이내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시고 새를 만드셨습니다.

환한 미소 가득히 완성된 새 책갈피를 요리조리 보시며 전화기를 꺼내 사진도 찍으시고
마감시간에 내려온 담당자분께 자랑 잔뜩하시며 기뻐하셨어요.

아이같이 천진하게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노라니 마음이 일렁였습니다.
따스한 순간을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2014 녹색여름전
2014.7.17(목) - 7.29(화), 오전 10시~오후 6시
서울숲 커뮤니티센터 갤러리 Seoulforest Community Center Gallery
월요일 휴관, 입장료 없음
주최: 그린캔바스
주관: 서울특별시, 서울그린트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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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I did my second workshop in Australia at a primary school with 12 UP class students today. I also did it with 15 young children yesterday.

I explained about my wire work and Rachel Carson's 'Silent Spring' using presentation slides. After that I gave bird guide books and paper, the children drew outline of birds to make wire birds. They made wire birds based on their own drawing. Everyone were so engaged and concentrated all the time, so all the children could make beautiful, unique wire birds.

I am really glad that all the children opened up to me and shared some great moments. Thank you for giving me the opportunity to meet your wonderful kids!


전교생이 서른 명이 안되는 남호주의 작은 초등학교에서 철사로 새 만들기 워크숍을 두 번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워크숍에 적당한 케이블 와이어나 철사를 찾기 어렵지 않을까 잠깐 걱정했는데, 워크숍 일정이 잡히고 바로 그날 저녁, 이웃집 창고에서 이제는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전화선이 나왔습니다.

첫 날, 저학년생 15명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에게 매우 생소한 나라인 한국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고, 준비해 간 슬라이드를 통해 와이어 아티스트로서의 제 작업과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소개하였습니다.
















다음 날, 고학년 교실에서 12명의 친구들을 만나 새가 앉아있는 책갈피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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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 토요일, 초록생각이 열리고 있는 수원시 어린이생태미술체험관 풀잎에서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철사로 작은 새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마침 미술관 사무실에서 사용하지않고 보관 중이던 랜케이블이 있어 재활용했습니다.

다섯살부터 열살까지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크기도 모양도 다양한 새들을 만들었습니다.



달력 위에 앉은 새 작품을 설명하고, 용수철로 제본된 달력을 해체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용수철을 넣지 않고 클립으로 마감한 그린캔바스(greencanvas.com)의 2013년 달력과 비교해봅니다.

모든 달력에 용수철이 없어진다면? 매달 달력을 추스리는 불편함을 조금만 감수하면 자원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달력을 버릴 때 종이에서 용수철을 분리하는 수고스러움도 없어지겠죠?



제 작업에서 뗄 수 없는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도 소개합니다.

DDT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벌레들이 성가시다고 농약이나 살충제를 무조건 많이 뿌려서 땅이 오염되면 땅에 살고 있는 지렁이를 먹는 새도 중독되서 죽게되요. 봄이 와도 소란스러운 새의 지저귐을 들을 수 없어요.



침묵의 봄이 의미하는 것이에요. 빵철사의 금박을 벗겨내 조그맣게 만든 죽은 새를 조심히 만져봅니다. 이렇게 작은 새를 만들어 볼거에요.
자, 이제 설명을 마치고 만들기에 들어갑니다.







새를 만들기 전에 형태가 익숙해지도록 여러번 그려봅니다. 여러번 그리는 동안 새를 자세히 관찰하게 됩니다.






마음에 드는 색깔의 케이블선을 골라 자기만의 방법으로 새를 만듭니다.




손으로 혹은 롱노우즈 니퍼를 이용해 다리를 만들어요.









완성하였습니다.


모여 앉아 어떤 새를 만들었는지 서로에게 소개합니다. 박수갈채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철사로 작은 새 만들기 워크숍

일상적으로 버려지는 철사, 케이블 와이어를 재료로 하여 자신의 드로잉을 바탕으로 작은 새를 만들어본다. 워크숍을 통해 재료 선택과 최소화의 중요성, 해체와 재구성, 사물을 다르게 보는 법을 이야기한다. 레이첼 카슨과 그의 저서 '침묵의 봄'을 소개하고,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을 전하고자 한다.

소요시간 50-90분 (조정가능)
대상 6세 이상
인원 최대 15명
재료 철사 혹은 케이블 와이어, 롱노우즈 플라이어, 종이, 펜, 조류 도감

문의 yoayo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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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레이첼 카슨에게 보내는 편지 /편지

철사아티스트 좋아은경 2013. 10. 25. 14:56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된 편지
다시, 레이첼 카슨께


처음 편지를 보내고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오랫만이에요.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어요. 여행을 다녀오고 학교를 졸업하고 이런저런 일을 챙기느라 당신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지냈답니다.

작년 여름, 해가 지난 달력을 해체하다가 용수철로 새를 만들었어요. 용수철을 종이에서 완전히 분리하지 않고 다리가 연결된 채 달력 위에 앉아있는 새 한마리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린캔바스가 주최하는 녹색여름전에 출품하게 되었어요.

하나 둘 늘어난 달력 위의 새들에게 침묵의 봄이라는 이름이 붙였고, 오래 전에 당신에게 쓴 편지가 생각났어요. 침묵의 봄이 출간된지 50주년이 되던 해였어요. 50주년이 지나고 다가오는 새 봄에 대학로의 작은 책방에서 당신의 이름을 새긴 전시를 열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이나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불과 몇 개월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첫, 개인전이에요.

생각이 행위로, 작품으로, 전시로 확장되며 이어지는 과정은 발견과 재발견의 연속이었어요.
한번 눈여겨보기 시작하니, 참 많은 종류의 철사가 다양한 형태로 제 일상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다시 쓰여지길 기다리며 보관되기도 하지만 대개 잠깐 쓰임을 다하고 버려지는 철사들이 수북했지요. 작업을 할수록 얼마나 많은 것들이 손쉬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쓰이고 버려지는지 절감하였습니다. 화려한 금박치장을 벗겨내니 벌겋게 녹이 쓸어있는 포장용 철사에게 연민을 느끼기도 했어요.

다양한 경로로 버려지기 직전 저에게 온 철사로 새를 만들었어요. 소중히 간직될 수도 있고 그대로 움켜쥐어 쓰레기통으로 향할 수도 있지요. 자원으로 보이기도 하고 작품으로 보이기도 하고 쓰레기로 보이기도 해요. 시선이 아주 조금 바뀌었을 뿐인데 참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졸업식 날, 신영복 선생님께서 워즈워드의 시간의 점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누군가 해설하기를, 아주 노련한 곤충채집학자가 가느다란 은침으로 잠자리를 하나 채집해 표본실에 놓았고 아름다운 5월의 어느날 그 은침을 뽑으면 거짓말처럼 잠자리가 확 날라간다구요.

여기 차갑게 놓인 새들도 화창한 봄 날 자유롭게 날아가기를. 철사를 펴고 구부릴 때마다 꿈꾸듯 그려봤습니다.


인간은 미래를 예견하고 그 미래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 지구를 파괴함으로써 그 자신도 멸망할 것이다라고 말한 앨버트 슈바이처를 기리며 '침묵의 봄'의 첫 페이지를 연 당신.

우리는 지금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 곳이 서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여행해온 길은 놀라운 진보를 가능케한 너무나도 편안하고 평탄한 고속도로였지만 그 끝에는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가지않은 다른 길은 지구의 보호라는 궁극적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회라 할 수 있다라는 글로 같은 책의 마지막 장을 연 당신을 기리며 용기를 내어 첫 개인전을 엽니다.

그 곳에서 기뻐하셨으면 좋겠어요.


2013년 봄을 기다리며
좋아은경 올림




좋아은경 첫 개인전
레이첼 카슨에게 보내는 편지

2013.3.4(월)-3.31(일) 오후 2시-8시
책방이음&갤러리
전일개관 입장료없음

+ 전시 사진 전체 보기 http://yoaek.tumblr.com/tagged/1st-letter-to-rachel-car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