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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s

Dead birds

좋아은경 2013. 10. 25. 15:05

Dead Bird
좋아은경, 2013

버려진 포장용 철사의 금박을 벗겨내 죽은 새를 만드는 작업.

"과연 인간에게, 생물을 생명체라고는 부르지도 못할 만큼,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존재로 만들어 버릴 권리가 있는가? 방종하고 잔인한 수단으로 이 가련한 생명들의 목숨을 끊어버릴 권리가 과연 인간에게 있는가?"
레이첼 카슨, '동물 기계들' 머릿글, 1964

"Has he the right, as in these examples, to reduce life to a bare existence that is scarcely life at all? Has he the further right to terminate these wretched lives by means that are wantonly cruel? My own answer is an unqualified no ...It is my belief that man will never be at peace with his own kind until he has recognized the Schweitzerian ethic that embraces decent consideration for all living creatures—a true reverence for life."
Rachel Carson, from her Foreword to the book Animal Machines, by Ruth Harrison, 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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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녹색여름전에 참가 중입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1962) 중 "균형"에 관련된 부분을 함께 걸어두었습니다. 아래에 옮깁니다.


***


지구 상에 사는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수억 년이 걸렸다. 마치 영겁처럼 느껴지는 이 기간 동안 생물들은 계속 진화하고 분화해가면서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균형을 이루어 나갔다. 그런 생물들을 형상화하고 인도하는 주변 환경에는 도움이 되는 요소뿐 아니라 적대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어떤 암석은 위험한 방사능을 방출한다. 모든 생명체의 에너지원이 되는 태양 빛에도 해로운 방사능이 존재한다. 단지 몇 년이 아니라 수천 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고 그 결과 적절한 균형 상태에 도달한다. 이렇게 시간은 생명체의 생존에 있어 필수적 요소였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충분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충동적이고 부주의한 활동에 의해 자연의 신중한 속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새로운 변화가 초래된다. 방사능은 암석에서 방출되거나 우주로부터 오기도 하고, 지구상에 생명체가 존재하기 전부터 있던 태양 자외선에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오늘날의 방사능은 원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인공적인 산물이다. 생물들이 적응해야 할 대상은 칼슘, 규소, 구리를 비롯해 암석으로부터 씻겨 내려와 강을 타고 바다로 흘러가는 광물질만이 아니다. 이제는 인간의 상상력이 고안해내고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그렇게 때문에 자연상태에서는 어떤 대응 상대도 없는 합성물질에도 적응해야만 한다.

생명체가 화학물질에 적응하려면 자연의 척도에 따라 적절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그저 인간이 생각하는 몇 년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몇 세대에 이르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설령 기적이 일어나 이런 물질에 쉽게 적응한다고 해도, 실험실로부터 계속 새로운 화학물질들이 꼬리를 물고 쏟아져 나올 것이므로 별 성과가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만 매년 500여 가지의 화학물질이 등장해 사용된다. 이 놀라운 수치가 암시하는 것은 인간과 동물이 매년 500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인데, 이는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 무엇 때문에 우리가 이런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가? 아마 미래의 역사학자들은 우리의 왜곡된 균형감각에 놀랄 것이다. 지성을 갖춘 인간들이 원치 않는 몇 종류의 곤충을 없애기 위해 자연환경 전부를 오염시키고 그 자신까지 질병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길을 선택한 이유를 궁금해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저지른 일이다. 더구나 우리가 그 이유를 살피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일은 계속 되고 있다.

[···] 자연에 닥친 위험을 인식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다. 전문가의 시대라고 하지만 각기 자신의 분야에서만 위험을 인식할 뿐, 그 문제들이 모두 적용되는 훨씬 더 광범위한 상황은 인식하지 못하거나 무시한다. 공업화 시대라서 그런지 어떤 대가를 치르건 이윤을 올리기만 하면 별다른 제한이 가해지지 않는다. 살충제 남용이 빚어낸 문제의 확실한 증거를 목격한 일반 시민들이 항의하면, 책임자들은 절반의 진실만이 담긴 보잘것없는 진정제를 처방하곤 한다. 우리는 이런 잘못된 위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에 입혀진 달콤한 포장을 한시라도 빨리 제거해야 한다. 해충박멸업자들이 야기한 위험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바로 일반 시민들이다. 지금과 같은 방제법을 계속 고집할 것인지, 우리가 결정을 내리려면 현재 벌어지는 상황과 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진 로스탄드(Jean Rostand)는 이런 말을 했다."참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

레이첼 카슨,《침묵의 봄》 (에코리브르) 2장 참아야 하는 의무 발췌




2013 녹색여름전
2013.8.2(금) - 8.24(토), 오전 10시 - 오후 6시
두성 인더페이퍼 갤러리 Doosung in The Paper Gallery
전일개관, 입장료 없음
주최: 그린캔바스
후원: 두성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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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 적절한 균형 상태
Mobile; A Balance Has Been Reached

좋아은경, 2013-

야채 한 단을 묶는 철사를 수집·해체하여 모빌을 만들었다.
주제와 재료, 도구, 작업 전 과정의 상호관계를 고려한 작업물로 일상 속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쓸모를 다해 버려진 철사를 재료로 선택하였으며 간단한 도구(니퍼)를 이용해 손으로 제작하였다. 생물 종의 다양성, 공존과 균형의 가치를 짚어보는 작업.

"단지 몇 년이 아니라 수천 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고 그 결과 적절한 균형상태에 도달했다. 이렇게 시간은 생명체의 생존에 있어 필수적 요소였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충분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1962

"Given time—time not in years but in millennia—life adjusts, and a balance has been reached. For time is the essential ingredient; but in the modern world there is no time." Rachel Carson, Silent Spring, 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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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사는 게 그런 까닭이다. 우리네 인생에서(우리의 삶 일반이 아니라 바로 이 시대 이 나라에서의 삶이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지 못한다. 늘 일만 하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다. (……) 가치 있는 중요한 일 말고는 무엇이든 할 시간이 있는 것이다. 당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생각해보라. 그리고 당신이 살아오면서 그 일을 하기 위해 실제로 보낸 시간이 당신 인생에서 차지하는 몫을 계산해보라. 그러고 나서 면도하고, 버스로 여기저기 다니고, 기차 환승역에서 기다리고, 지저분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신문 읽느라 보낸 시간을 계산해보라.

조지 오웰, 숨 쉬러 나가다


***


좋아은경 첫 개인전
레이첼 카슨에게 보내는 편지

2013.3.4(월)-3.31(일) 오후 2시-8시
책방이음&갤러리
전일개관 입장료없음

+ 전시 사진 전체 보기 http://yoaek.tumblr.com/tagged/1st-letter-to-rachel-ca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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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앉아 있는 달력 뒷 장에 인사말과 레이첼 카슨에 대한 간단한 소개, 레이첼 카슨의 마지막 연설(1963)을 손으로 옮겨 적었습니다.
그 중 레이첼 카슨의 마지막 연설문을 소개합니다.



좋아은경 첫 개인전
레이첼 카슨에게 보내는 편지

2013.3.4(월)-3.31(일) 오후 2시-8시
책방이음&갤러리
전일개관 입장료없음

+ 전시 사진 전체 보기 http://yoaek.tumblr.com/tagged/1st-letter-to-rachel-ca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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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에서 시작된 편지
다시, 레이첼 카슨께


처음 편지를 보내고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오랫만이에요.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어요. 여행을 다녀오고 학교를 졸업하고 이런저런 일을 챙기느라 당신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지냈답니다.

작년 여름, 해가 지난 달력을 해체하다가 용수철로 새를 만들었어요. 용수철을 종이에서 완전히 분리하지 않고 다리가 연결된 채 달력 위에 앉아있는 새 한마리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린캔바스가 주최하는 녹색여름전에 출품하게 되었어요.

하나 둘 늘어난 달력 위의 새들에게 침묵의 봄이라는 이름이 붙였고, 오래 전에 당신에게 쓴 편지가 생각났어요. 침묵의 봄이 출간된지 50주년이 되던 해였어요. 50주년이 지나고 다가오는 새 봄에 대학로의 작은 책방에서 당신의 이름을 새긴 전시를 열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이나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불과 몇 개월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첫, 개인전이에요.

생각이 행위로, 작품으로, 전시로 확장되며 이어지는 과정은 발견과 재발견의 연속이었어요.
한번 눈여겨보기 시작하니, 참 많은 종류의 철사가 다양한 형태로 제 일상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다시 쓰여지길 기다리며 보관되기도 하지만 대개 잠깐 쓰임을 다하고 버려지는 철사들이 수북했지요. 작업을 할수록 얼마나 많은 것들이 손쉬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쓰이고 버려지는지 절감하였습니다. 화려한 금박치장을 벗겨내니 벌겋게 녹이 쓸어있는 포장용 철사에게 연민을 느끼기도 했어요.

다양한 경로로 버려지기 직전 저에게 온 철사로 새를 만들었어요. 소중히 간직될 수도 있고 그대로 움켜쥐어 쓰레기통으로 향할 수도 있지요. 자원으로 보이기도 하고 작품으로 보이기도 하고 쓰레기로 보이기도 해요. 시선이 아주 조금 바뀌었을 뿐인데 참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졸업식 날, 신영복 선생님께서 워즈워드의 시간의 점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누군가 해설하기를, 아주 노련한 곤충채집학자가 가느다란 은침으로 잠자리를 하나 채집해 표본실에 놓았고 아름다운 5월의 어느날 그 은침을 뽑으면 거짓말처럼 잠자리가 확 날라간다구요.

여기 차갑게 놓인 새들도 화창한 봄 날 자유롭게 날아가기를. 철사를 펴고 구부릴 때마다 꿈꾸듯 그려봤습니다.


인간은 미래를 예견하고 그 미래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 지구를 파괴함으로써 그 자신도 멸망할 것이다라고 말한 앨버트 슈바이처를 기리며 '침묵의 봄'의 첫 페이지를 연 당신.

우리는 지금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 곳이 서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여행해온 길은 놀라운 진보를 가능케한 너무나도 편안하고 평탄한 고속도로였지만 그 끝에는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가지않은 다른 길은 지구의 보호라는 궁극적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회라 할 수 있다라는 글로 같은 책의 마지막 장을 연 당신을 기리며 용기를 내어 첫 개인전을 엽니다.

그 곳에서 기뻐하셨으면 좋겠어요.


2013년 봄을 기다리며
좋아은경 올림




좋아은경 첫 개인전
레이첼 카슨에게 보내는 편지

2013.3.4(월)-3.31(일) 오후 2시-8시
책방이음&갤러리
전일개관 입장료없음

+ 전시 사진 전체 보기 http://yoaek.tumblr.com/tagged/1st-letter-to-rachel-car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