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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새해인사

좋아은경 2021. 1. 1. 16:13

먼저 처리하고 나서 나중에 연구하는 것은 재앙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명이 처음 태어난 바다가 그러한 생명 중 한 종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은 기묘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바다는 비록 나쁜 방향으로 변한다 하더라도 계속 존재하겠지만, 정작 위험에 빠지는 쪽은 생명 자체이다.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1951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레이첼 카슨의 글로 새해 인사를 대신합니다.

 

전 세계가 동시에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가 이룬 문명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 실감합니다. 하물며 기후위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 어떨까요? 70년 전(!)에 쓰인 레이첼 카슨의 말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다가오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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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사외보 푸른 연금술사 2020년 09+10월호에 소개되었습니다.

일부 아래에 옮깁니다. 


 

아름다운 별 지구를 사랑하는 푸른 연금술사 2020 09+10

그 사람의 작업실 - 좋아은경 작가
버려진 철사로 쓴 균형과 공존의 메시지
글 우승연 사진 김영준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계 바라보기
 "류시화 시인이 인도 여행할 때 만난 구루가 그를 부를 때마다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예스시화'라고 부른 것처럼 사람들이 나를 긍정적으로 불러줬으면 좋겠다 싶었죠. '예스'를 한글로 바꾸는 과정에서 '좋아'가 떠올랐고 부모는 물론 지인들에게 '좋아'라고 불러 달라 말했어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사유하고 발화하는 힘. 그것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조망하고 한 발짝 더 나아가려는 노력과 맞물려 좋아은경을 와이어 아티스트로 이끌었다. 궁금하면 들여다보고 행동이 필요할 땐 멈칫거리지 않았다. 

 

 

 낡은 철사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
 "힐링된다, 그 말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문득 이 시대 미술관, 전시회에서 채워주지 않는, 현대미술과 닿지 못하는 부분을 내가 약간 채웠나, 닿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좋은 건 사람들이 와서 만만하게 생각하는 거였고요. 나도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왜 못했지, 같은 자각이요. 그렇게 사람들과 환경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죠."
 생판 모르는 사람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예술이 심미적인 만족을 주거나 개인의 철학적인 고민으로 끝나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하고 싶은 무거운 이야기를 부담스럽지 않게 나누도록 이끄는 매개체라는 것도 알아차렸다. 환경위기를 이야기하는 작업을 지속하기로 결심한 순간이기도 했다. 이후 레이첼 카슨의 "적절한 균형 상태에 이르렀다"는 말에 영감을 받아 모빌을 떠올렸고 '균형 시리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제목은 균형 시리즈인데 다 불균형한 작품이에요. 예를 들어서 한 사람이 여러 사람보다 무거운 거죠. 전시장에 나가 있으면 사람들이 물어봐요. 왜 한 사람이 무거운지. 그럼 제가 왜 그런 것 같으냐 되묻죠."


 백 사람의 백 가지 이야기가 발화되고 저마다의 사유가 부유하며 입장이 교차했다. 그 낱낱이 축적되고 누적돼 발효하는 순간 예상하지 못한 시너지가 발생했다. 한국의 텃새를 관찰하고 그런 후 낡은 철사로 본 떠 만든 참여자 워크숍 프로그램 또한 만만치 않은 감흥이었다. 살아 있는 새와 교감한 듯한 참여자들의 설렘이 생의 기운처럼 서로를 지켜냈다. 그런가 하면 환경 메시지와 더불어 휴대폰을 쥐거나 돈을 쓰는 것밖에 못하는 손을 재구성하기도 했다. 2014년 유럽을 여행할 때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그야말로 멀리서 지켜보며 느꼈던 '손 쓸 수 없다'는 감정에 기인한 손 작업과도 닿았다. 무력해지고 그저 상징이 된 손이 경험한 과거와 경험하는 지금 여기를 통해 수많은 이들의 치유를 목도했다.


버려진 철사로 시작된 좋아은경의 작업은 인간을 포함한 자연에게 말을 거는 행위였다. 쓰레기 없는 여행 '형편없는 살림꾼 프로젝트', 매주 목요일마다 나무에 관한 글귀를 철사로 필사해 SNS에 업로드하는 '나무 읽는 목요일' 모두 나지막이 흘러드는 이야기를 듣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민하는 좋아은경만의 실천이었다. 어쩌면 코로나19 시절 고립될 수밖에 없는 개체에게 전하는 따듯하고 실제적인 위로일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버려진 철사로 작업을 할거예요. 바라는 거요? 글쎄요. 저는 사람들이 직접 검색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관심 갖는 분야를 하나씩은 품었으면 하고요. 그러다 보면 주위 사람들, 세계도 관찰하게 되겠죠. 사소한 배려, 1분으로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걸 여러 사람들이 경험하길 바라요."

 

20200910.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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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날에 즈음하여, YTN 사이언스 [다큐S프라임] "코로나19, 지구의 경고 -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 기후위기가 불러온 재앙일까?(159회)"가 방송되었습니다.

전체 영상(45분) 아래에 공유합니다. 저는 후반부(35분~)에 나옵니다.


 

방송내용: 코로나19는 시작일 뿐 더 강력한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바이러스는 왜 점점 더 강력하고 빠르게 인간의 생명을 위협해오는 것일까요? 어쩌면 코로나19는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 기후위기가 불러온 재앙일 수 있다는데요.
신종 감염병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지구의 경고를 다시 되짚어봅니다.

 

방송정보: 최강석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백순영 가톨릭대학교 미생물학교실 교수, 허선진 중앙대학교 생명동물공학과 교수, 김지석 그린피스 스페셜리스트,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 더 피커(the Picker), 김은경 철사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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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선 어김없이 대한민국 맑은 물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곤 했어요. 일회용품 없는 여행에서는 더욱 그랬습니다.

 

호주나 유럽에서는 현지 친구들처럼 수돗물(탑워터 혹은 탭워터, Tap water)을 바로 받아 마셨고, 딱히 배가 아팠던 적도 없었는데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물 맑은 한국에서 수돗물을 바로 컵에 받아 마시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 자료를 찾아봤어요.

 

UN이 발표한 국가별 수질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22개국 중 8위로 굉장한 상위권입니다.

그러나 환경부가 2013년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돗물을 음용수로 직접 마시는 사람들은 5.4%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100명 중 5명! (영국 70%, 미국 56%, 일본 47%)

 

서울은 <아리수품질확인제: 가정의 수돗물을 무료로 수질검사 하여 드립니다>를 통해 무료로 수질 검사도 가능합니다. 다산콜센터(120번)에서 아주 간단히 접수할 수 있었어요. (혹은 수돗물 안심확인제 사이트 www.ilovewater.or.kr)

 

탁도, 수소이온농도(pH), 잔류염소, 철(Iron), 동(Copper)의 다섯 가지 항목을 검사하고, 결과가 나오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았어요. 놀랄 것도 없이 적합 [안심하게 음용하세요-차게하여 마시면 더 맛있습니다] 판정을 받았습니다.

 

방문하신 기사님께서 내내 철저히 관리하고 있으니 굳이 검사를 받지 않아도 믿고 마실 수 있다고 강조하셨어요. 짧은 검사 시간이었지만 여러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받은 검사표를 방문객들의 눈에 잘 띄도록 냉장고에 붙여놓았습니다. 저도 그동안 수돗물을 직접 마시지 않는 94.6%에 속해 있었기에 집에 찾아오는 친구들도 안심하고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답니다.

 

2019년 7월부터 저는 아리수를 마십니다.여름에는 물병에 수돗물을 받아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마시고, 그 외에는 실온에 두고 마셔요.

그동안 큰 주전자에 물을 끓여 보리차 티백을 우리고 식혀서 마셨는데, 굉장히 편해졌답니다. 버릴 것이 하나도 나오지 않으니 치울 일도 없어졌어요.

 

일상을 간편하게 하는 저탄소, 제로웨이스트 수돗물 마시기, 시도해보세요.

 


이탈리아에서 물 마시기 : 나소니 Nasoni (음수대, 분수)

 

이탈리아, 특히 로마에서는 음수대를 무척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마셔도 될까요? 네!

수도꼭지없이 졸졸졸, 때때로 콸콸콸 물이 나오는 이 음수대의 이름은 나소니 Nasoni(혹은 나소네 Nasone)입니다. 이탈리아어로 커다란 코(big nose)라는 의미로 1870년대에 도입된 음수대 디자인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네요.

로마에만 무려 약 2500개의 나소니가 있다고 해요. 이탈리아 여행에서 목마를 새가 없었던 것도, 생수를 하나도 사 먹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에요. 슈퍼와 시장에서 산 과일을 바로 씻어 먹기도 좋습니다.

가끔 먼저 물을 마시고 있던 개와 비둘기의 다음 차례를 기다리기도 했어요. 물 앞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나소니에서 물을 마실 땐 요령이 있습니다. 물이 흐르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막으면 파이프 중간의 작은 구멍에서 물이 솟아납니다. 조준을 잘해서 입 안으로 쏙!

놀랍게도 아름답게 조각된 대리석 분수대에서 나오는 물 역시 마셔도 된다고 합니다. 로마의 스페인 광장 분수에서 물을 받으려고 각종 병을 들고 줄을 선 진풍경도 볼 수 있어요. 폼페이 유적지에서도 음수대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이 플라스틱 프리(+머니 프리) 식수가 얼마나 생활 깊숙이 자리했냐면, 앱스토어에서 Nasoni를 검색해보세요. 이탈리아 전역의 나소니의 위치를 알려주는 어플이 여럿입니다. 
그 중 Fountains in Italy는 스트릿뷰도 함께 보여주는데, 지도 위 이곳저곳 찍어 다양한 물 마시는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네요.

 

 

이탈리아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여행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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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그린보트에 다녀왔습니다.
"지구를 생각하는 특별한 항해"를 주제로 7일부터 14일까지, 부산-기륭(대만)-화롄(대만)-제주-부산을 돌아보는 여정이었어요.
저는 워크숍 <철사로 나의 손 만들기>와 강연 <형편없는 살림꾼의 쓰레기 없는 여행>으로 그린보트에 탑승한 참가자들을 만났습니다.


<형편없는 살림꾼의 쓰레기 없는 여행>은 여행지에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는 저의 좌충우돌 성공담/실패담을 나누는 자리였어요.

저는 몇 해 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여행을 하고 경험과 정보를 공개하는<형편없는 살림꾼>프로젝트(https://www.instagram.com/bad.housekeeper/)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대적인 방식이 만들어낸 엄청난 쓰레기 처리 문제에 직면할 때면 … 우리는 과학의 안내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눈에만 안 보이면 된다며 양탄자 밑으로 먼지를 쓸어 넣어 버리는 속담 속의 형편없는 살림꾼처럼 행동'한다는 레이첼 카슨의 글에서 그 이름을 빌려왔습니다.


강연 시간이 대만에 내리는 날 오전이라서 '봉투는 필요없어요(부용 타이즈러)', '빨대는 필요 없어요(부용 씨관러)' 등 현지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대만어 문장을 준비했어요. 마침 자리에 대만어를 할 수 있는 분이 계셔서 참가자 모두 여러 번 따라 읊었습니다. 아무 준비물 없이 즉시 시작할 수 있는 실천법이 '거절하기'이니까요.

 

강연장에 준비된 의자가 꽉 차서 서서 듣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더 나아가 플라스틱 프리,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관심이 정말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강연에 대한 반응을 바로 받는 것은 그린보트에서만 접할 수 있는 신나는 일입니다. 강연 후 마주친 저에게 ‘일회용품을 안 받으려고 하는데 자꾸 받게 되더라고요.’ 멋쩍게 건넨 그 말들이 저는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아주 잘 하고 계세요, 그런 마음가짐이 시작인 거죠.’ 저는 있는 힘껏 응원을 보냈습니다.

두번째 기항지 투어를 함께한 참가자분께서 구입한 과자를 한아름 안고 저를 부르시고는 '강연 듣고 드디어 비닐봉지를 안 받았어요' 활짝 웃으시던 순간에 정말 한없이 감동했습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크루즈 여행이 가능할까? 결론은, "그린보트에서는 매우 가능하다"였어요.

 

일단 그린보트에서는 플라스틱 생수병 쓰레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를 판매하긴 합니다만) 크루즈 곳곳에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물탱크가 비치되어 있고, 물론 식사시간에도 물을 받을 수 있어요. 여정을 앞두고 탑승객들은 개인 물병(텀블러)을 꼭 지참하라는 안내를 여러번 받습니다.

 

 

텀블러를 깜박한 승객을 위한 <그린 대여소>도 운영되었어요. 대여소에서 탑승객 정보를 적으면 텀블러를 빌릴 수 있고 선내와 기항지에서 사용한 뒤 하선하기 전에 반납하면 됩니다. 텀블러 외에도 다회용 용기, 장바구니, 우산, 우비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다음 번에는 간단한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세제 등이 비치된 장소(공용화장실 등)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종이포장된 비누 하나를 까서 교체없이 썼고, 샤워부스에는 샴푸와 바디 워시 겸용 제품이 부착되어 있었기에 리필용기에 담아간 것을 쓰지 않았어요. 치약과 폼클렌져는 집에서 사용하지 않고 보관 중이던 샘플을 가져다가 하나씩 썼습니다.

 

 

 

 

뷔페로 운영되는 식당에 과일과 빵, 디저트가 가득해서 다회용 용기나 손수건에 받아두고 간식으로 먹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과자 봉지를 뜯을 일이 없었네요.

 

대만 기항지 투어로는 야시장 탐방을 선택했습니다. 배에서 내리기 전에 물병에 물을 담아서 가지고 다니며 마셨어요.

집에서 챙겨간 다회용 용기에 음식을 받고 텀블러에 생과일 쥬스를 받았는데 전혀 어렵지 않았답니다. 비닐봉투, 빨대 모두 "부용러, 셰셰(필요없어요, 고맙습니다)"라고 웃으며 거절했습니다.

 

 


 

그린보트 프로그램 면면이 담긴 연합뉴스 기사 "플라스틱 없는 생활, 고기 없는 한 끼"에 제 강연 내용도 소개되었고,

 

선내에서 가졌던 유튜브 채널 <요즘 것들의 사생활> 인터뷰, "카페도 여행도, 플라스틱 없이 가능할까? 제로웨이스트 시작하는 법" 업로드되었습니다. 보틀팩토리 정다운 대표님과 함께했습니다. 

 

 

“일주일만 해보면, 달라져요."

일회용품 없는 카페 보틀팩토리를 운영하는 정다운 대표, 쓰레기 없는 여행을 하는 아티스트 좋아은경 작가.

제로웨이스트 고수인 두 사람이 알려주는 플라스틱 없는 일상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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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새해인사

좋아은경 2020. 1. 19. 22:07


지난해 9월 시작된 호주의 산불은 해가 지나도 여전히 계속 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캘리포니아, 시베리아, 인도네시아, 아마존의 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기후위기가 지목됩니다.

- 기후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온이 올라가면 초목이 더 건조해져 완벽한 불쏘시개가 된다. 비가 내리는 시기는 매년 늦어지고 있으며, 뜨겁고 건조한 바람은 불을 더욱 키운다.
- 아마존에서 2019년에 발생한 화재는 8만건이 넘는다. 2018년에 비해 75% 늘어난 수치다. 개인 및 기업이 산업과 농업(주로 소고기와 대두) 목적으로 숲을 파괴한 것이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 인도네시아 화재는 팜유 플랜테이션을 만들기 위해 숲을 없애는 화전 농법이 주원인이다. 팜유는 초콜릿부터 샴푸에 이르는 다양한 소비재에 들어간다. (출처: 2019년에는 전세계가 불타올랐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레이첼 카슨의 마지막 연설문(1963)을 나눕니다.
"인간은 세계와 떨어져서 살 수 없습니다."



인간이 스스로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새롭고 겸허한 생각입니다. 특히 이것은 원자력 시대에 생겨난 생각입니다. 진보에 대한 자만심과 문명의 이기에 대한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우리 자신의 선을 위해서는 둔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듭니다. 걱정스럽지만 이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인간의 두뇌의 놀라운 창조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연의 얼굴을 바꾸는 인간의 힘이 선을 위한 지혜와 다음 세대를 위한 막중한 책임감과는 조화를 이루지 못했던 건 아닌지 이제야 궁금해 하기 시작했습니다.

환경과 인간의 관계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제 머릿속에서 가장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우리의 행동을 이끄는 믿음과는 반대로, 인간은 세계와 떨어져서 살 수 없습니다.

레이첼 카슨, 잃어버린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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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연재 중인 여성환경연대의 [나는 플라스틱없이 산다]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기사 일부를 아래에 옮깁니다.
전문은 다음의 링크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news.v.daum.net/v/20190816075400638


플라스틱 없는 여행, 그 '즐거운' 불편
[나는 플라스틱 없이 산다 ③] 버려지는 철사 이용해 작품 만드는 좋아은경 작가

글:여성환경연대, 편집:김혜리

철사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좋아은경(34·본명 김은경) 작가는 태국의 길거리 음식, 환대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좋아 태국을 즐겨 찾는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그는 태국에 가면 하루에도 몇 장씩 버려지는 일회용 비닐봉지, 음료마다 꽂혀 나오는 일회용 빨대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이것도 현지 문화려니 하고 체념하곤 했다. 그러나 지난해 겨울, 태국 여행을 준비하면서 일회용 쓰레기 없는 여행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명 '형편없는 살림꾼 프로젝트.

떠난 휴가지에서 쓰레기가 넘쳐나는 광경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면, 아직 여름 휴가를 떠나기 전이라면 좋아은경 작가가 전하는 '일회용 쓰레기 없이 여행하는 꿀팁'에 귀 기울여 보자. 다음은 좋아은경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내가 버린 쓰레기가 고래 뱃속에 들어간 건 아닐까 

 

- 이번 제로 웨이스트 여행도 '형편없는 살림꾼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레이첼 카슨의 글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들었는데 무슨 뜻을 담고 있나요?


"레이첼 카슨은 우리가 행동하는 모습이 과학의 안내를 받는 지성인이 아니라 '눈에만 보이지 않으면 된다며 양탄자 밑에 쓰레기를 숨겨두는 형편없는 살림꾼' 같다고 표현했어요. 제가 평소에 말쑥하게 하고 다니지만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바다, 땅에 버려지는 걸 생각하니 레이첼 카슨의 글처럼 형편없는 살림꾼 같아 보였어요. 지구 살림을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요."
 
-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하게 된 동기가 뭔가요?


"제로웨이스트 여행은 사실 거창하게 생각한 일이 아니에요. 저는 태국에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한번 가면 오래 머물다 오는 편이에요. 현지 문화에 최대한 맞추려다 보니 일회용 비닐을 많이 쓰는 태국 문화를 따르곤 했어요. 그런데 최근 바다거북, 고래뱃속에서 플라스틱이 나왔다는 뉴스를 본 후 '내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그렇게 만든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주의 먼지 같은 나 하나쯤이야'에서 '내가 버린 게 흘러 흘러가서 고래뱃속에 들어간 게 아닐까, 이제는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뀐 거죠. 이번에 태국에 갈 때는 그곳의 환경을 해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인스타그램을 보면 플라스틱 프리를 실천하는 분이 매우 많아요. 그분들은 '플라스틱 프리'에 대해 완벽한 모습들을 보여줬어요. 그런데 저는 배낭 하나 메고 8시간씩 걷는데 어떻게 그런 짐을 다 들고 다니나 싶더라고요. 저걸 다 들고 다녀야 한다면 '난 못해, 난 그냥 사 먹으련다'가 되는 거죠. 무리하지 말고 나의 성공과 실패를 가감 없이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하나라도 줄이는 게 중요하고 줄이지 못할 때는 다양한 대처법을 보여줘야 되겠다 싶었어요."

플라스틱 프리, 한번 해봐도 괜찮아

▲인터뷰 중인 좋아은경 작가 ⓒ여성환경연대


- 어떤 게 제일 힘들었나요? 유혹은 없었나요?

"여행 자체는 순조로웠어요. 어려움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어쩌다 빨대를 받고 엄청나게 자책하니까 친구가 굉장히 미안해하고 불편해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내가 태도를 잘해야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친구들한테도 '이거 내가 하는 건데 같이 해볼래?' 권유하는 거랑 '너 그렇게 계속 써야겠냐?' 잔소리하는 거랑 되게 다르더라고요. '나 스스로 셋 업을 가볍게 해야겠다, 죽자 살자 하면 안 되겠다, 물론 제 안에서는 죄책감도 많이 들고 자신을 탓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지만 그것 역시 잘 소화해야겠다' 그런 생각들을 했어요. 되도록 즐겁게 하려고 노력한 거죠.


손의 의미를 다시 찾는다면 쓰고 버리는 일 줄어들지 않을까

▲철사로 만든 손&nbsp; ⓒ좋아은경


- 아티스트로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뭔가요?

"가끔 외국 나가서 전시하면 돈 하나 안 들이고 하는 작품이라고 칭찬을 듣기도 하는데요, 전 더이상 쓸 철사가 없어서 재료를 사는 게 꿈이에요. 우리도 예전에는 야채를 묶을 때 철사 말고 지푸라기를 썼었죠. 외국에서는 야채 묶을 때 철사를 안 써요. 제가 소재 설명을 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야채를 묶을 때 철사를 쓴다고 별도로 설명을 해야 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쓰고 또 버리고 있어요. 사람들한테 우리가 어쩌면 쓰지 않아도 되는, 생각지도 않은 재료를 이렇게나 많이 쓰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철사를 구하기 힘들어서 내가 이걸 사야 하나 고민하게 되는 때가 오면 좋겠어요.

저는 사람들과 워크숍을 할 때 결과물이 중요하지 않은 워크숍을 하려고 해요. 평가받고 잘해야 하는 걸 싫어해요. 새의 형태를 그리고 '그림대로 새를 만들어봅시다' 하면 '저 못해요'라며 손사래치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가 옛날에는 옷도 만들고 그릇도 만들고 손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았어요. 현대에 와서 손과 괴리되고 어느 것도 직접 만들 수 있는 게 없는 소비자가가 된 거죠. 소비자는 만들어진 걸 살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존재예요.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건이 대다수면 그걸 사야 하는 거죠.

저는 손의 의미를 다시 찾는 게 중요하고 손으로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자기 스타일대로 그리고 자기 스타일대로 만들게 하면 그걸 못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워크숍을 통해서 자신감을 느끼고 무언가를 사기 전에 내가 직접 만들어보는 태도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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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의 <안쓰고 산다> 시리즈는 "환경을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 나를 위해 안쓰는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저는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여행 <형편없는 살림꾼> 프로젝트를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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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뱃속이 플라스틱 비닐 쓰레기로 가득 찼다는 뉴스를 보면서 '혹시 내가 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버려지는 철사로 작품을 만드는 와이어 아티스트 좋아은경.
이 뉴스를 접한 후 그녀는 계획돼 있던 자신의 태국 여행을 “일회용 플라스틱 없이” 해 보기로 결심합니다. 그게 과연 가능할까요?

좋아은경 작가는 생각보다 큰 불편함은 없었다고 말합니다. 일회용 비닐 봉투 대신 쓸 장바구니를 챙기고, 플라스틱에 담긴 음료수를 사 먹는 대신 텀블러에 받아 마시고, 길거리나 식당에서 파는 음식과 과일은 밀폐용기에 담았습니다. 물론 숟가락과 젓가락도 챙겼습니다.

길거리 음식을 파는 분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까봐 태국어로 번역해 갔습니다.
"아오 끌렁 마엥 카(제 그릇이 있어요)"

"일회용 없이 여행을 하는 것은 어떤 결과나 목표 그 자체가 아니라 수단과 과정이에요. 쓰지 않는 것은 내가 쓰지 않는 순간과 관계,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 이렇게 '특별한 여행'을 하고 있는지를 궁금해 하고 물어봐 주는 사람들 덕분에 자신의 여행이 더욱 풍성해졌다고 말하는 좋아은경 작가. 물론 모두가 일회용 플라스틱 제로 여행을 실천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시작은 작은 관심, 한번의 실천이 아닐까요?

올 여름휴가, 일회용 쓰레기 없는 여행을 해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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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제 작업과 최근 진행한 제로웨이스트 여행 프로젝트 <형편없는 살림꾼>이 경향신문에 소개되었습니다.

아래 일부 옮깁니다. → 기사 전문 읽기


달력 위의 새, 숲보다 무거운 사람 …무얼 말하려는 걸까

버려진 철사로 작품 만드는 와이어 아티스트 좋아은경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입력 : 2019.04.18 20:54

 

일회용품 제한 여행도 진행
작은 행동들이 세상을 바꿀 것


그는 2010년 대학 졸업 후 국내 1호 환경디자이너 윤호섭 국민대 명예교수를 도우면서 환경디자인에 대한 감각을 길렀다. 2012년 여름 무심코 달력을 넘기다가 달력 스프링을 풀어서 처음 새 모양을 만들었다.

마침 그해는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출간 50주년이었다. 열두 달이 지나면 쓰임을 잃어버리는 달력 위에 앙상한 새의 모습이 겹쳐졌다. 작품을 본 윤 교수는 “좋은 아이디어”라며 환경 관련 전시회인 ‘녹색여름전’에 출품하도록 했다. 그때부터 작가는 일상에서 흔하게 쓰이고 버려지는 철사를 가져다 작품을 만들었다. 제과점의 빵끈부터 마트에서 파는 채소 묶음에 통신용 케이블선까지 사용처가 이렇게 많은 것에 놀랐다. 금박을 벗겨낸 빵끈 철사로 만든 새는 동물권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됐다. 틴케이스에 작은 새 4마리가 누워 있는 작품의 이름은 'Dead Bird(죽은 새)'.

“사람들이 처음에는 귀여워하다가 제목을 보면 생각이 복잡해지죠. 새는 왜 죽었을까…. 인간이 편해지려고, 부유해지려고 자연을 파괴할 권리가 있는지 묻는 것이죠.”

그의 작품은 직접 이야기하기보다는 생각을 권한다. 채소 묶음 철사를 벗겨내 만든 ‘균형’이라는 작품에선 시소의 왼편에 여러 사람이 서 있고, 오른편에는 단 한 사람만 서 있다. 하지만 시소는 한 사람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작품을 보는 사람마다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남녀차별, 부의 불평등, 불균형한 공론장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더라”고 그는 전했다. 지난해 여름 기후변화로 인한 사상 최악의 폭염을 겪은 뒤에는 왼편에 많은 사람 대신 여러 그루의 나무를 세웠다. 왜 숲보다 사람이 무거운 것일까.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 떠올랐어요. 오랜 세월에 걸쳐 숲을 조성한 한 사람의 귀한 노력을 보여주려고 했는데요. 반대로 사람 손에서 톱이나 도끼를 떠올리면 숲의 파괴, 스키를 연상하면 가리왕산 복원 문제까지 연결되겠죠.”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지난겨울에는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며 여행을 하는 ‘형편없는 살림꾼’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침묵의 봄>에 나오는 “우리는 눈에만 안 보이면 된다며 양탄자 밑으로 먼지를 쓸어 넣어 버리는 속담 속의 형편없는 살림꾼처럼 행동한다”는 구절에서 따온 제목이다.

“지난해는 재활용쓰레기 대란도 있었잖아요. 고래 배안이 비닐로 가득 찬 사진을 봤어요. 문득 저 중 한 장 정도는 내가 버린 쓰레기가 흘러간 것이 아닐까 마음이 무겁더라고요. ‘나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행 석 달간 안 쓴 생수병만 300개에 비닐봉지가 600장은 되겠더라고요. 작은 행동에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의 희망은 작품 재료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흔하게 쓰는 철사지만, 사실 철은 귀한 자원이잖아요.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현재로선 재료 구하기가 너무 쉬운데 낭비가 줄고 재활용이 늘어서 재료를 사다 쓰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웃음).”

 

 

달력 위의 새, 숲보다 무거운 사람 …무얼 말하려는 걸까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환경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 일회용품 제한 여행도 진행 작은 행동들이 세상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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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없는 여행 프로젝트, 형편없는 살림꾼을 정리해 페이퍼 2019년 봄호에 기고했습니다. 일부 아래에 옮깁니다.


나의 치앙마이 - 도전! 제로웨이스트 태국 여행
일회용품 없고 쓰레기도 안 만드는 제로웨이스트 태국 여행기 / 좋아은경

일회용품 없이 태국여행을 해보자! 불현듯 의지가 솟아올랐던 것은 왜일까?
최근에 쓰레기 대란으로 떠들썩했잖아.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질 거라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언젠가부터 일상적으로 나누고 빨대가 코에 껴서 아파하는 거북이, 플라스틱 고리가 부리에 껴서 굶어 죽은 새들의 사진을 아무렇지도 않게 마주치고 있더라.

해안으로 떠밀려온 죽은 고래의 뱃속에 가득한 플라스틱을 보며 와, 저 엄청난 양을 봐, 경악하다 문득, 저거 설마 내가 버린 건가?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어. 나는 분리수거를 아주 열심히 하는 우주의 먼지 같은 사람이지만 그 먼지가 만든 쓰레기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누가 알겠어?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5%밖에 안 된다는데. 누군가는 내가 만든 쓰레기 위에 집을 짓고, 내가 버린 쓰레기를 뒤적일 수밖에 없기도 하겠지. 또 속이 상하네...

무엇보다 산술적으로 정말 간단했어! 여행하는 동안 내가 플라스틱에 담긴 생수를 하루에 두 병만 마셔도 백 개가 훌쩍 넘는다는 것. 음식이 담긴 작은 비닐을 하루에 여섯 장만 받아도 삼백 장이 넘는다는 것. 이 모든 것은 아주 놀랍게도 텀블러 하나와 밀폐용기 한 개, 장바구니 한 장으로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는 것.

자연스럽게 제로웨이스트 여행을 하겠다고 결심이 섰지만, 여행이 고행이 되어서는 안 되니까, 중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가볍게 생각하려고 했어. 하나만 줄이자. 하나라도 줄이자. 시행착오를 겪자. 그리고 솔직하게 기록하자.

작은 배낭을 메고 가기에 제로웨이스트 여행 준비물 역시 간소하게 꾸렸어. 무엇보다 새로 사지 않고 집에서 찾아보고 적당한 것이 없으면 주변에서 구했지. 출국 날짜가 다가오면서 ‘새로 사야 하나’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 “어쩌지? 집에 있을 것 같은데 당장 찾을 수가 없네. 지금 나가서 하나 사줄까?” “취지는 그게 아니라니까!” 함께 웃으며 어떻게든 내 여행을 도와주려는 친구들의 응원이 가득해서 떠나기 전부터 좋았어. 뭘 그렇게까지 해? 그런다고 얼마나 바뀌겠어? 김새는 소리 들었으면 어땠을까? 더 전투적으로 했을까?

 

<제로웨이스트 태국 여행 준비물>
1. 약간 깊은 플라스틱 밀폐 용기. 집에서는 활용도가 전혀 없었는데 다양한 음식을 담기에 좋았다.

2. 스테인리스 젓가락. 꼬치 대용으로 사용 가능. 내 인생 첫 젓가락으로, 어린이용이라 밀폐 용기에도 딱 맞게 들어감.

3. 티스푼. 아이스크림 및 각종 디저트 먹을 때 필요했다. 애초에 챙겨가지 않아 방콕 친구에게 가장 가벼운 티스푼을 하나 빌림.

4. 가벼운 접이식 장바구니. 2006년(!) 에코 프러덕트(친환경상품박람회)에 견학 가서 받았다. 매우 낡았지만 계속 가지고 다닌다.

5. 강렬한 무늬의 손수건 3장. 쓰지 않는 걸 선물 받은 것으로 얼룩이 생겨도 걱정 없다. 크기가 넉넉해서 손수건 본연의 기능 외에도 채소나 빵 등 음식을 싸기도 하고 보자기처럼 활용하기도 했다. 평소에는 2장만 가지고 다님.

6. 각종 음료를 받아 마신 뒤 씻기 좋은 입구가 넓은 텀블러와 물 담는 용도의 밀폐가 잘되는 작은 텀블러. 두 개 모두 가지고 다니며 일행이 필요하다고 하면 빌려줬다. 연희동의 일회용품 없는 카페 <보틀팩토리>가 시민들에게 시증받은 것을 재기증받았다.

7. 모든 것은 얇고 가벼운 에코백 속으로 쓱. 세탁이 간편하고 건조도 빠르다. 크기도 커서 장바구니 역할을 함께함.

 

부피는 조금 되지만 가벼워서 그방 익숙해졌어. 정해진 기간에 한정된 물품을 줄이는 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동기부여가 되더라. 티셔츠에 태국어로 문구를 적어 입고 다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태국인 친구에게 필수 문장을 배운 것이 효과만점 이었어. 주문하면서 영어로 말하는 것보다 나그사긋한 태국어로 말했기에 나의 '특별 요구사항'은 대부분 기분 좋게 받아들여 진 것 같아.

 

처음에는 한가해 보이는 곳에서만 시도하다가 나중에는 번호표를 받아 줄 서서 주문하는 인기 노점에서도 해냈어! 유후! '어떻게 일회용 플라스틱과 비닐 없이 음식을 가져가나' 하는 호기심에 찬 눈빛을 받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고, 칭찬과 따봉을 되게 많이 받았어.

 

여유 있고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중요했어.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자책감 들어 표정이 어두워졌는데, 상대방은 잘못을 따지거나 유난 떠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더라고. 동행이 생겼을 때 각박하게 굴지 않으려다 오히려 꼬일 때도 있었어. 일회용 컵이나 빨대를 받아놓고 쭈뼛거리면 되레 서로 민망하고 미안한 상황이 돼버려서 명쾌하고 유쾌하게 말하는 기술이 필요하더라.

 

치앙마이에서의 마지막 밤. 머물던 호스텔에서 일하는 친구가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했어. 밤마다 간식거리도 사다주고 고마운 것이 많았다며. 그는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음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했고 "그런데 이거 다 비닐에 싸주겠지?" 나의 한마디에 한걸음에 숙소로 달려가 그릇을 챙겨왔어. 정말 감동했지. 아슬아슬 음식이 가득 담긴 그릇을 들고 돌아가는 길에 진귀하게 쳐다보는 다른 여행자들을 향해 "일회용 비닐봉지를 쓰지 않으려고요!"라고 말했고, 그들은 "오, 정말? 대단해!" 하며 호탕하게 웃음을 나눴어. 그 기분 좋은 순간들이 지금 떠오른다.

 

모든 여행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방콕 친구네 돌아왔을 때, 친구는 내가 선물한 접이식 장바구니를 그동안 항상 사용했다고 하더라. 그러다 보니 음식물쓰레기 버릴 비닐 봉투 하나 집에 없다고 웃어 제꼈어. 그 친구는 자신의 부엌에 잠들어 있던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고, 음료를 받아 수업에 들어가면 학생들이 "우아, 선생님. 그거 예뻐요? 새것이에요?" 하고 물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텀블러 사용에 대한 설명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줬어. 아이들은 곧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될 거라고.

 

<제로웨이스트 태국 여행을 위한 필수 태국어>

* 빨대는 필요 없어요 = 마이 아오 러얻 카

* 비닐봉지는 필요 없어요 = 마이 마오 투웅 카

* 제 컵이 있어요 = 아오 께에오 마엥 카

* 제 용기가 있어요 = 아오 끌렁 마엥 카

* 고맙습니다 = 컵쿤 카 (화자가 남자의 경우 '컵쿤 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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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쓸(Magazine SSSSL) 4호에 중복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