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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팩토리가 시민들에게 기증받은 텀블러를 재기증 받아 여행을 떠났던 형편없는 살림꾼. 무사히 돌아와 보틀팩토리에서 태국 여행 후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형편없는 살림꾼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던 에피소드들은 물론 미처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방대한 양의 사진 슬라이드와 함께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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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와디깝- 🙏🏻 보틀팩토리 텀블러를 후원받아 쓰레기 없는 태국 여행을 했던 ‘형편없는 살림꾼’이 여행에서 돌아왔어요! 일회용품 많이 쓰는 태국에서 어떻게 시도했고, 얼만큼 성공했는지 흥미로운 이야기 들어보려해요. 형편없는 살림꾼 만나 수다 떠실분은 이번주 금요일 저녁에 놀러오세요. 쓰레기 없는 여행을 위한 필수 태국어 회화도 배울수 있습니다! 😂 (방콕, 치앙마이 여행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필요하겠죠🤔) - 3월 29일 금요일, 7시 반 / 6명 - 참가비 : 안 쓰는 유리병이나 밀랍랩, LAN선 중 택 1 (+카페에서 음료 주문) - 수다 후 시간 되시는 분들은 ‘철사로 새 만들기’ 워크숍도 합니다. (형편없는 살림꾼은 버려진 철사로 작업하는 아티스트입니다. @_yoaek) * 신청은 dm 으로 해주세요 🙌🏻 (모집 마감되었습니다) #형편없는살림꾼 #제로웨이스트 #여행 #워크숍

보틀팩토리(@bottle_factory)님의 공유 게시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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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를 유독 힘들어하는 저는 겨울을 더운 나라에서 보내기로 했어요. 관광보다는 탈출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태국을 선택하였습니다. 신세를 질 수 있는 친구가 몇 있거든요.

약속된 일정을 마치는 대로 떠나는 항공표를 급하게 구입하고 나니, 불현듯 저의 지난 여행들이 떠올랐습니다.

태국은 한국만큼이나 일회용품 사용이 정말 많아요. 그리고 저는 여행지에서 굉장히 관대해집니다. 평소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일회용 컵, 일회용 봉투 등을 받아 하루하루 쓰레기를 잔뜩 만들면서 각 나라의 삶의 방식과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자라는 핑계를 대곤 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다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여행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빨대가 코에 껴서 고통받는 거북이, 페트병에서 나오는 고리가 부리에 껴서 굶어 죽은 새와 같은 사진을 정말 매일같이 보고 있어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질 것이고, 이미 우리가 먹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 정도라는 그런 이야기들이 평범하게 오갔어요.

그동안 재활용된 플라스틱이 고작 5%라는 수치를 접하기도 했어요. 5%라니! 저희 어머니는 아주 성실하게 분리배출을 하세요. (주로 식품 구입에서 발생하는) 종이, 유리, 플라스틱, 캔을 깨끗하게 나눠두었다가 목요일 아침에 아파트 단지에 마련된 배출장소로 가지고 나가요. 조그마한 플라스틱 조각까지 세심하게. 근데 그런 것은 재활용이 되지 않기에 폐기물로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게 낫다고 하더군요. 그간의 수고는 다 어떻게 된 걸까요?

어느 외국의 해안으로 떠밀려온 죽은 고래 뱃속은 비닐봉지로 가득했어요. 아차, 그 중에 제가 버린 게 한 장은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겠어요. 제가 아무리 우주의 먼지 같은 사람일지라도요.

"현대적인 방식이 만들어낸 엄청난 쓰레기 처리 문제에 직면할 때면
……
우리는 과학의 안내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눈에만 안 보이면 된다며
양탄자 밑으로 먼지를 쓸어 넣어 버리는
속담 속의 형편없는 살림꾼처럼 행동합니다."


레이첼 카슨, 잃어버린 숲

제가 바로 그 ‘형편없는 살림꾼’이라고 생각했어요. 쓰레기는 제 눈 앞에서 말끔히 사라졌지만 소각장으로, 매립지로, 강으로, 바다로, 그저 어딘가로 밀어낸 것일 뿐이니까요.

"일회용없이 여행을 해보자."
인스타그램에 형편없는 살림꾼(www.instagram.com/bad.housekeeper/) 계정을 열었습니다. 


완벽한 결과보다는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 의의를 두자고 되내었어요. 이 여정을 만점을 받고 패스해야 하는 시험으로 여기지 말자고, 왜냐하면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여행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과 ‘방법’이니까, 순간순간의 경험을 쓸모있는 정보로 남기자면서.

여행에 필요한 물품은 새로 사지 않고 집에서, 주변을 수소문해서 구했어요. 배낭여행자이기에 꼭 필요한 것만 가볍게 챙겼어요.
<태국여행에서 유용한 준비물>을 소개합니다.

 

1) 플라스틱 밀폐 용기. 약간 크다 싶을 정도의 깊은 형태. 가지고 다니기에는 납작한 것이 편하지만 (밥, 국수, 빵, 간식 등) 여러 종류의 음식을 담기에는 깊은 것이 좋았어요. 집에서 안 쓰는 것을 가져갔습니다.

2) 스테인리스 젓가락. 포크, 꼬치 대용으로 사용 가능합니다. 어린이용이라 길이가 짧아 밀폐 용기에 딱 맞게 들어가서 따로 케이스를 가져가지 않았어요. (제 인생 첫 젓가락입니다)

3) 티스푼. 아이스크림 및 각종 디저트 먹을 때 대부분 플라스틱 스푼을 제공하더라구요. 애초에 챙겨가지 않아 방콕 친구네에서 가장 가벼운 티스푼을 하나 빌렸습니다. 스무디 먹을 때도 유용하고, 길거리 노점에서 밥 먹을 때 쓰기도 했어요.

4) 가벼운 접이식 장바구니. 원터치로 쉽게 꺼내쓸 수 있는, 부피가 작고 가벼운 것이 좋습니다. (2006년 일본 친환경상품박람회에 견학 가서 받은 것으로, 형태와 재질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 낡았지만 계속 가지고 다니고 있습니다)

5) 무늬가 있는 크기가 넉넉한 손수건 3장. 손수건 본연의 역할 외에 한 장은 밀폐 용기에 넣고 다녔어요(젓가락과 티스푼 덜그럭 소리 방지). 채소, 과일이나 빵 등 음식을 싸기도 하고, 보자기처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얼룩이 생겨도 걱정 없도록 알록달록한 것으로 모두 안쓰는 것을 선물 받았습니다.

6-1) 입구가 넓은 텀블러. 얼음이 들어간 음료를 받아 마신 뒤 씻기 편리합니다.
6-2) 밀폐가 잘되는 작은 텀블러. 물을 담고 다녔고, 일행이 생기면 종종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두 개 모두 서울 연희동의 일회용품 없는 카페 <보틀팩토리>가 시민들에게 기증받은 것을 재기증받았습니다.

7) 얇고 가벼운 에코백. 위의 7가지 아이템을 모두 넣고 다녔습니다. 얇아서 세탁이 간편하고 건조도 빠릅니다. 크기도 넉넉해서 장바구니 역할을 함께 했어요.

빨대 없이 마시는 것에 익숙하기에 다회용 빨대는 가져가지 않았고, 숙소의 주방에서 설거지할 요량으로 수세미와 세제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샴푸와 바디워시는 오래전에 받은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리필해서 쓰고 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멀쩡하게 제 기능을 하는 것들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쓰려고 해요.

한정된 기간에 한정된 품목을 정해 줄이려는 것은 확실히 동기부여가 되었어요. 산술적으로도 간단했어요. 물, 음료 등 마실 것이 담긴 플라스틱 용기를 하루에 2개만 써도 한 달이면 60개, 음식 등을 담는 비닐봉지를 3장만 받아도 한 달이면 90장...! 텀블러와 밀폐용기, 장바구니만 챙겨 사용해도 그 숫자를 0에 가깝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태국어 필수 회화>를 준비했습니다. 그 덕에 도전의 순간은 언제나 웃음과 호의로 가득했어요. 정말 덕분에 여행이 무척이나 풍요로워졌어요.

 

 

 

당장 엄두가 나지 않아도, 천천히 시도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우리는 여행을 계속할 테니까요.

▶이렇게 시작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여행지에서 ①쓰고 버리는 것을 인식한다 ②남들이 버리는 것을 목격한다 ③한곳에 쌓인 쓰레기가 저 정도라면... 이 동네, 이 나라, 지구 전체의 스케일을 상상해본다.

▶아무런 준비물없이 빈손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것 ①빨대 없이 마시기 ②봉투 없이 물건 구입하기, 한 장의 봉투에 최대한 담기

▶일회용 없는 여행을 결심을 했다면
여행 전 ①나의 소비 패턴에 주목한다(지난 여행 사진을 찾아본다) ②줄일 아이템을 정한다(일회용 비닐봉지, 종이봉투, 빨대, 일회용컵, 생수병 등) ③현지언어를 준비한다(빨대는 필요없어요, 봉투는 필요없어요 등)

 

형편없는 살림꾼의 여행은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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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새해인사

좋아은경 2019. 1. 17. 23:28



새해 맞으며 주변을 정리합니다. 덜어내고 비워낸 만큼 한결 가벼워졌지만, 바로 제가 레이첼 카슨이 언급한 "눈에만 안보이면 된다며 양탄자 밑으로 먼지를 쓸어 넣어버리는" 형편없는 살림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올해는 살림살이 좀 나아졌으면, 제대로 된 살림꾼이 되어보자, 다짐하며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과 카슨의 마지막 연설문(1963) 나눕니다.

***


생태계에 정적인 것은 없습니다.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나지요. 생태계는 힘과 물질을 받고, 변형하고, 발산합니다.생명체들은 정적인 균형보다는 동적인 균형을 유지합니다. 이것은 아주 상식적으로 들립니다.하지만 현대적 삶의 방식이 만들어낸 엄청난 쓰레기 처리 문제에 직면할 때면,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우리는 과학의 안내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눈에만 안보이면 된다며 양탄자 밑으로 먼지를 쓸어 넣어 버리는 속담 속의 형편없는 살림꾼처럼 행동합니다.

우리는 해변에서 가져온 온갖 종류의 쓰레기를 시내에 갖다 버립니다. 우리는 수백만 개의 굴뚝과 쓰레기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연기와 유독 가스를 대기로 내보냅니다. 대기가 그러한 것들을 수용할 만큼 충분히 광활하다고 믿고, 또 그러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이제는 심지어 바다까지 쓰레기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온갖 종류의 쓰레기뿐만 아니라 원자력 시대의 산물인 독성 폐기물까지도 버리는 곳으로 말입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이렇게 해로운 물질을 자연에 갖다 버리는 것이 그저 단순한 행동, 그 이상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레이첼 카슨, 잃어버린 숲


***


There is nothing static about an ecosystem; something is always happening. Energy and materials are being received, transformed, given off. The living community maintains itself in a dynamic rather than a static balance. And yet these concepts, which sound so fundamental, are forgotten when we face the problem of disposing of the myriad wastes of our modern way of life.

We behave, not like people guided by scientific knowledge, but more like the proverbial bad housekeeper who sweeps the dirt under the rug in the hope of getting it out of sight.

We dump wastes of all kinds into our streams, with the object of having them carried away from our shores. We discharge the smoke and fumes of a million smokestacks and burning rubbish heaps into the atmosphere in the hope that the ocean of air is somehow vast enough to contain them. Now, even the sea has become a dumping ground, not only for assorted rubbish, but for the poisonous garbage of the atomic age. And this is done, I repeat, without recognition of the fact that introducing harmful substances into the environment is not a one-step process. It is changing the nature of the complex ecological system, and is changing it in ways that we usually do not foresee until it is too late.

Rachel Carson, Lost Wo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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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여름 2008-2017

좋아은경 2018. 7. 19. 23:29


"녹색여름전 어떤 제한도 받지 않고
남녀노소, 인종, 종교, 학력, 관계없이 좋은 생각을 내 놓는 자리입니다.

표현의 형식도 따지지 않습니다.
미술과 거리가 먼 소박하고 투박한 것이라도 생각이 좋으면 대환영입니다.

세상에 사랑과 평화, 기쁨의 씨앗이 되고
미소^^지을 수 있는 그 무엇이든!"

그린캔바스(greencanvas.com) 주최로 매년 여름 열리는 <녹색여름전>.

<녹색여름전>을 통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10년 간 발표된 285개 작품이 실린 도록을 한정 판매하고 있습니다. 띠지에 제 작품 들어가 무척이나 감격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 도록은 오직 네이버 해피빈 펀딩을 통해서만 구입하실 수 있고 8월 5일 마감됩니다. 더 많은 분에게, 더 많은 곳으로 녹색 씨앗이 퍼지길 바라며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happybean.naver.com/crowdFunding/Intro/H000000147619

🍉 녹색여름 2008-2017ㅣ안그라픽스ㅣ148x210mmㅣ544 pages

🍉 녹색여름전 10년의 기록 수록 작가

강병정  강보라  강연란  강정곤  고석용  공미정  곶자왈작은학교  곽정은  교육공동체-숲나-선생님들  구자민  구혜린  권영주  권태준  권희원  그린게릴라  그린씨  김구조  김미라  김미애  김민준  김보은  김성라  김성현  김연정  김영미  김우진  김유진  김윤아  김은희  김자움  김정연  김지나  김진수  김진수-성정기  김태연  김혜정  김홍서  녹색평론-독자모임  대영고등학교-2학년  동덕여자대학교-시각디자인-전공  동양미래대학교-시각정보디자인과-출판디자인스튜디오  레슬리대학교-환경예술과-교육  문광진  문영화  박미옥  박민정  박승현  박예린  박은정  박현정  복자여자고등학교-친환경-동아리  부서윤  서미림  서민혜  서용일  서울시흥초등학교-4학년  서울시흥초등학교-6학년-2반  서울시흥초등학교-6학년-5반  선일여자고등학교-1학년-1반  성열훈  손채성  송병륜  송연수  송지수  신유진  신정미  안그라픽스  양은진  염정민  오세현  오유진  유소영  윤명희  윤미로  윤여경  윤정자  윤지영  윤호섭  윤호섭-권영주  이경래  이경재  이경재-김진은  이명우  이명우-문광진  이상락  이성진  이준서  이지영  이지영  임근영  장수경  전아름  전윤옥  정다운  정순구  정승환  정연란  정원  정지윤  정혜윤  제성희  조수호  조윤희  조혜원  좋아은경  주양섭  천수진  천신호  최성욱  최엘라  최정연  최지연  한보람  한성민  해냄교육-강북수유복지관  허웅비  환경교육센터-그린핀  황승화  황재선  Duangtwan Klamsomboon  Elie Tanabe  Jean G.Poulot  Kouju yoshida  Lien Pei Jung  Masayoshi Miyashita  Nemuel Baclay  Nornemark Fedrik  Tiago Vilas Boas

🍉 <Green summer> is exhibition for all with an green mind. My wire work is on the book-band of its 10th anniversary catalogue. Available untill August 5th ONLY via Happybean(crowd-fu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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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새해인사

좋아은경 2018. 1. 3. 22:30



유독 길고도 길게 느껴지는 겨울날, 레이첼 카슨의 글을 뒤적이며 자연의 지혜를 엿봅니다.
새해 인사 드립니다.

***


수백만 년 동안 조용히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간 모래톱 위를 나는 새들의 비행을 지켜보는 것은 이 지구와 마찬가지로 영원히 존재하는 대상에 관한 지식을 얻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것은 인간이 바닷가에 나타나 경이에 가득한 눈으로 대양을 바라보기 훨씬 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몇 세기와 몇 세대에 걸친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왕국이 등장했다 사라지는 가운데 해가 가고 또 다른 해가 오면서 계속된 일이다.

[…] 그날 밤 늦게 눈이 내렸다. 태양이 두터운 구름층을 뒤로하고 어디론가 떨어질 무렵이었다. 곧이어 바람이 불어와 가장 두꺼운 깃털과 가장 따뜻한 모피도 뚫어버릴 차가운 물줄기처럼 툰드라를 휘감았다.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비명을 지르고, 그보다 먼저 등장한 안개가 황무지를 지나갔다. 하지만 눈구름은 안개였을 때보다 훨씬 더 두텁고 더 하얗게 변했다.

[…] 눈 폭풍이 닥치자 황무지에 사는 생명체는 굶주림에 시달렸다. 뇌조의 먹이인 버드나무는 눈 밑에 파묻혔다.

[…] 다음 날 밤부터 바람이 바뀌더니 날씨가 풀리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눈의 장막이 점점 얇아졌다. 흰색 장막에 불규칙한 웅덩이가 생겨났다. 원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대지에 갈색 웅덩이가 나타나고, 여전히 얼어 있는 연못이 점점 녹으며 초록색 웅덩이를 만들어냈다. 북극에서 녹은 눈이 바다로 흘러갔다. 구릉의 실개천은 시냇물을 이루고 급류가 되어 몰아쳤다. 그리고 들쭉날쭉한 수로와 협곡을 깎아내며 흘러 해안가 웅덩이에 모였다. 맑고 차가운 물로 가득 찬 호수는 새로운 생명을 쏟아냈다. 호수 바닥의 진흙 속에서 새끼 각다귀와 강날도래가 생겨나고 모기 유충이 물속에서 꿈틀거렸다.

레이첼 카슨, 바닷바람을 맞으며,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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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 2017 여름호 Into the Wild 좌담

좋아은경 2017. 8. 29. 19:08
PAPER 2017 여름호
Into the Wild 본능과 야성을 파헤치는 좌담
푸른 야생 속에서 진짜 나를 만나다


한권의 책과 함께 지구 특별한 곳을 소개하고 있는 여행 작가이자 광고 카피라이터 이희인 님, 무적의 캠핑 기술을 보유한 자타공인 백패킹 마니아이자 웹 디자이너이자 광고대행사 대표인 카멜레온급 변신왕 김재헌 님, 자연에서 구한 재료들과 최소한의 장비를 사용해 원시적인 야영을 하는 부시크래프트 캠퍼 이상구 님, 타고난 독립심과 강인함으로 세계 곳곳을 홀로 누비며 환경과 자연을 위한 작품을 만들고 있는 철사 아티스트 김은경 님. 대관절 이들은 왜 실크로드 사막 한가운데, 4,300km 길이의 장대한 트레일 코스에, 폭설로 뒤덮인 만주 벌판이나 영하 80도의 도시 오이먀콘에 기필코 가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일까요? 매끄러운 친화력과 마성의 MC 본능을 보유한 PAPER 김원 백발두령님의 진행 속에 멤버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야생 체험과 타오르는 야생 본능을 유감없이 드러냈습니다. 현대인들이 거세당하다시피 한 원초적인 본능과 야성을 일깨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불볕더위에 맞서며 PAPER 여름호 <Into the Wild>를 만들고 있는 와중에 어제는 여름호 주제에 걸맞는 야생출중한 분들과 함께 얼음을 넣은 맥주를 마시며 좌담을 진행했습니다. 어제...
게시: Magazine PAPER 2017년 7월 19일 수요일


★ PAPER 계간 여름호가 발행되었습니다! ★ 여름 끝물에 PAPER 계간 여름호 발행 소식을 알립니다. 계간 봄호를 봄 초입이 아닌 늦은 봄에 발행해서 여름호도 좀 늦어졌네요. 여름호를 기다리셨던 여러분, 어서...
게시: Magazine PAPER 2017년 8월 26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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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철사가 생길 때마다 모아-달라는 부탁을 농담처럼 진담으로 드리곤 하는데, 정말 빵끈이 담긴 봉투를 받고 있습니다.
<산양이 사는 나라> 전시장에서 만난 장작님은 '그 때 그 전시의 기운을 담았다며' 새로나온 산양 우표를 보내주시기도 합니다.

이토록 따스하고 강렬한 지지!
커다란 제 마음, 행복감, 감사인사를 다음의 글로 대신합니다.

장작님의 사진, 시선도 함께 나눕니다.

***

"아감벤은 우정을 “자신의 고유한 존재감 속에서 친구의 존재를 함께-지각”함이라고 정의하는데, 여기서 우정은 출생, 법, 장소, 취향의 나눔이 아니라 “존재한다는 사실, 삶 자체의 대상 없는 나눔”에 다름 아니다. 요컨대 이때의 우정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흔히 우정이라고 오해하는 관계, 함께 몫을 늘이고 지분을 나누고 상호 간의 갈등을 줄이고 합의를 이루려는 목적으로 ‘잠정적’으로 맺은 전략적 파트너십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그 노력은 친구-타인과 함께 좋고 즐거운 삶의 형태를 찾으려 안간힘을 쓰는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이다. 이러한 일상성과 구체성, 즉 ‘지금 여기’에의 충실성으로 인해, 그 노력 속에서 인간은 자신에게 추상적으로, 소외된 형식으로 부과되는 모든 집단적, 개인적 행복 또는 불행에 맞설 수 있다."

심보선, 그을린 예술






Where the Wild Goats Are 산양이 사는 나라, 좋아은경 전시, 팔레드 서울 photo by 장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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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동 그린캔바스에서 만나요

좋아은경 2017. 2. 27. 22:45



균형 시리즈 중 <Elzeard Bouffier; a series of balance>와
지난 가을 생태예술제에서 공개한 철사필사<Keep a Green Tree in your heart>.

우이동에 위치한 윤호섭 선생님의 그린캔바스(greencanvas)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2017 녹색여름전에 출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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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여지와 마음의 깊이를 만들어 주는 자연을 닮은 잡지, 해피투데이 2017년 2월호 (Vol.78)에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제목처럼 <따뜻한 인터뷰>, 감사한 마음으로 일부 옮깁니다.

 



월간 해피투데이 2017년 2월호 <따뜻한 인터뷰>
녹슨 철사로 생명의 존엄을 일깨우는 사람 철사 아티스트 김은경
인터뷰
김미경
사진 장은주

1962년 출판된 <침묵의 봄>은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환경고전이다.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이자 작가인 레이첼 카슨은 누구도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시절, 이 책을 통해 DDT 등 유독성화학물질의 무분별한 사용에 의한 지구생태계 파괴를 경고했다.
작년 여름, 나는 '아시아의 평화와 환경을 위한 항해'라는 기치를 내걸고 동아시아의 바다와 기항지를 누비는 피스앤그린보트에서 레이첼 카슨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를 만났다.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철사를 구부려 작은 새 모양의 반지를 만드는 수업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땅이 오염되면 땅에 살고 있는 지렇이도 오염되고, 그 지렇이를 먹는 새도 오염돼서 죽게 돼요. 봄이 와도 소란스러운 새의 지저귐을 들을 수 없어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이 삐뚤빼뚤하게 완성한 흰배지빠귀와 주홍울새와 동고비는 환경보전의 가치를 담은 뜻깊은 작품이 되었다. ... 한 올의 얇은 철사를 통해 레이첼 카슨의 거대하고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던 그녀가 배에서 내린 뒤에도 종종 생각났다. 철사 아티스트라는 독자적인 타이틀을 달고 여전히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그녀에게 나는 만남을 청했고, 스리랑카에서 갓 돌아왔다는 그이를 서울현대미술관 앞에서 만났다. 자신이 만든 작품을 손에 꼭 쥐고서 뚜벅뚜벅 걸어온 그녀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깊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학교를 뛰쳐나온 여고생, '그린 디자이너'를 만나다 

 

철사로 작은 새를 만드는 선내 프로그램이 꼬마들은 물론이고 어른들한테도 인기가 많았잖아요.

선내에서 예정된 세 번의 워크샵 외에도 갑판, 복도, 방에서 게릴라 워크샵을 열었어요. 만드는 기쁨이란 게 되게 좋은 거잖아요. 사람을 집중하게 만들기도 하구요. 만들어낸 것이 쓸모가 있든 없든 일단 과정이 재밌고, 자기 안의 불꽃으 피워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어요?

정말 많아요. 워크샵을 할 때 마다 인상 깊었던 반응이 한 팀에 한 명 이상은 꼭 나와요. 저를 불러주는 곳에서 정식 워크샵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 외에도 'WWW(Whenever Wherever Workshop)' 또는 '언제 어디서나 워크샵'이라고 제가 이름 붙인 게릴라 수업을 수시로 열거든요. 보시다시피 지금도 이렇게, 그리고 항상 철사와 니퍼를 가지고 다니고 있어요. 다양한 새 사진을 보여준 후에 마음에 드는 새를 하나 골라서 여러 번 따라 그리고, 그게 손에 익으면 철사로 자기가 그린 새 그림을 형상화하면 돼요. 아이들은 되레 자신감 있게 하는데, 어른들은 처음에 좀 겁을 내요. '에이 난 구경만 할게요', '그림 배운 적이 없어서 못해' 하시면서요. 저는 '각자가 고른 새가 다르기 때문에 새 모양이 다 달라도 이상한 게 아니다. 날 위해서 만드는 거니 그저 내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면 된다'고 얘기해요. 그렇게 만들기를 시작하고 나면 '못한다'고 하시던 할머니도 즐거워하시고 나중에 손자들 보여주겠다고 성경책 이런 데 곱게 끼워서 가져가세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 뿌듯하죠.

 

저는 '철사 아티스트'라는 호칭을 처음 들어 봤어요.

 

그런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엔 저밖에 없을 거예요. 제가 미술 비전공자라서 그런 것 아닐까요? 금속공예 하시는 분들도 철사와 같은 메탈을 쓰지만, 두꺼운 금속을 써서 용접을 넣고 하면 그건 철사의 범위를 넘어서니까요. 저는 아직까지는 용접 같은 걸 안 하고 집에 있는 간단한 도구를 써서 철사 선으로만 만들다 보니까 철사 아티스트라고 불리게 된 것 같아요.

 

'그린 디자이너'로 유명한 윤호섭 교수님과의 인연이 깊다고 들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중3 때 환경운동가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직업이 있구나' 하고 어린나이에 나름 충격을 받고 책이나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환경운동가에 대해서 알아봤어요. 그러다 TV에서 윤호섭 교수님을 알게 되었고,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하면서 세상이 좋은 곳으로 바뀌는 데 기여를 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어요. 방송을 본 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에 찾아가 윤 교수님을 처음 뵙고 사인을 받았죠.

 

역시 똘똘한 청소년이었네요.(웃음)

 

교수님은 매년 여름 일요일마다 인사동거리에서 천연 물감으로 티셔츠에 그림을 그려주고 사람들과 환경에 대해 소통하는 행사를 펼쳐오고 계세요. 2003년도 여름에 교수님이 수집하고 계셨던 비닐 달린 창문 봉투를 모아서 가져다 드릴 겸 티셔츠에 그림도 받을 겸 인사동에 갔는데, 가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노라니 구경하는 사람들이 '얼마예요?' 하고 물었어요. 저는 인사동 퍼포먼스의 의미를 알고 갔으니 그분들에게 '파는 게 아니고 집에서 안 입는 헌 티셔츠를 가져오면 천연페인트로 그림을 그려주신다'고 설명을 해주었고, 자연스럽게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매주 일요일 인사동에 나가 설명으 하게 되었어요. 첫 해에는 윤 교수님과 따로 대화를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중에 여쭤보니 '미술대 학생이나 추천서 받으러 온 고등학생이겠거니' 하셨대요. 대학교 진학 후에도 시간 나는 대로 윤 교수님 연구실, 인사동, 전시장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자연스럽게 찾아서 했어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윤 교수님이 계셨던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가 아니라 사회과학부를 전공으로 택한 게 의외로 느껴지는데요.

 

당시에는 미술이나 디자인을 진로로 전혀 생각하지 않을 때였어요. 사회문제, 대안교육 등에 관심이 많아서 학과 진학에 구민이 많았는데 그때 <하자센터>에서 프로젝트를 하나 듣고 있었어요. <하자센터> 선생님 세 분과 면담을 했는데 놀랍게도 그분들이 하나같이 성공회대 사회과학부를 추천하셔서 그곳으로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윤 교수님이 계시는 그린디자인 대학원에 갈까도 했지만 '자네는 이미 졸업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하시더라구요. 졸업 후 2~3년쯤 장기여행을 떠날 계획도 세우고 있었는데 교수님이 퇴임을 하시면서 제가 본격적으로 교수님 일을 맡게 됐고 그사이에 철사로 작품을 만드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레이첼 카슨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침묵의 봄'이라는 작품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윤호섭 선생님이 매년 친환경적인 절차로 달력을 제작하고 무료 배포하고 계세요. 3,000부 정도 제작하는데 다 나눠준 것 같아도 연말에 연구실에서 100부, 200부 묶음이 나오곤 해요. 분리 배출을 해야 하니까 않아서 철사를 뽑아내는데, 철사가 몽글몽글하니 되게 예뻤어요. 양이 상당히 많기도 하고. 그래서 대학원생들한테 이걸로 작품을 만들면 어떨까 제안했는데 아무래도 각자만의 화두가 있으니까 작품으로 이어지진 않았죠. 그러다 2012년 여름 무렵, 달력 위의 동그렇게 감긴 부분이 나뭇가지를 잡고 있는 새의 다리 모양으로 연상되는 거예요. 즉시 달력의 철사 한 부분만 남겨놓고 풀어내 달력 위에 앉아 있는 새의 모양을 만들었고, 그 작품을 '그린캔바스'에서 주최하는 <녹색여름전>에 출품하게 됐어요. 처음엔 '새'라는 제목을 붙이려고 했는데,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 새가 등장한다는 것이 떠올라서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침묵의 봄'을 제목으로 택했어요. 그때부턴 교수님도 달력을 만들 때 용수철 제본을 더 이상 하지 않으셨죠.

 

'침묵의 봄'이라는 제목을 붙임으로써 작품이 보다 큰 메타포를 지니게 된 것 같아요.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녹색여름전>에 워낙 좋은 출품작들이 많아서 정작 제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살필 겨를이 없었어요. 6개월 뒤 인문학 서점이자 대안공간인 <이음책방>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는데, 직접적인 반응을 체감한 건 그때였어요. 쓱 둘러보고 가시는 분도 있어지만 관심있게 둘러보는 분도 있었고, 오신 분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철사는 우리 집에도 있는데', '나도 생각할 수 있었던 건데' 하면서 놀라는 분들을 보니 만만하게 느끼는 소재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었다는 데에서 희열이 느껴지더라구요. 방문객들이 남긴 방명록을 보면서 '이걸 계속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전공자도 아닌데 위축되지 않고 개인전을 열었다는 게 대단하네요.

 

사실 개인전을 열 생각은 없었지만 윤 교수님이 권하기도 하셨고, 마침 그해가 <침묵의 봄> 출간 50주년이기도 했거든요. 돌이켜보면 교수님이 아이디어와 작품이 좋은 제자들에게 전시를 하라고 조언하셨는데 '전 아직 준비가 안 됐습니다'라는 반응이 많았던 것 같아요. '당겨야 나온다'는 게 교수님 표현이었는데, 줄처럼 끌어당겨야 좋은 아이디어가 계속 나온다는 말씀이셨어요. 제가 미술하는 사람은 아니어지만 교수님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어떤 씨앗을 봤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일 텐데, 저 역시 '준비가 안 됐다'는 말로 물러서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 길로 당장 <이음책방>에 가서 전시 제안을 드렸고, 흔쾌히 수락해주신 덕에 개인전을 치르게 된 거예요. 어렸을 때 제가 미술관에 가기 싫어했던 건 어렵고 짓눌리는 느낌, 강요당하는 느낌 때문이었어요. 그리기와 만들기는 옛날부터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해왔던 거고, 거기서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하고 그런 건데, 미술이 점점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잖아요. 사람들이 내 걸 보고 '나도 살 수 있겠네'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하는 작업이 어떤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제 전시는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침묵의 봄>은 언제 처음 읽었어요?

고등학교 그만두고 좋은 책과 고전들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그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앞부분이 좀 어렵긴 한데 4장 이후부터 강이나 땅, 새에 관한 내용이 나오면서 굉장히 재밌어요. 레이첼 카슨 평전도 감명 깊게 읽었구요. 여성 인권이 매우 낮았던 시기에 이례적으로 고위 공무원직에 오른 사람이었고, 오빠의 처자식까지 다 먹여 살려야 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밤마다 글을 써서 전업 작가가 되었다는 게 존경스러워요. 그녀는 암 진단을 받고서도 장장 5년에 걸쳐 <침묵의 봄>을 집필했어요. 본인이 쓰고 싶어 했던 바다에 대한 책 대신 굉장한 문제작이 될 것이 뻔했던 <침묵의 봄>을 써서 죽기 전까지 대중과 언론과 과학자 집단과 화학업계와 맞서 싸워야 했어요. 카슨은 "<침묵의 봄>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그것은 마치 에이브러햄 링컨이 '저항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외쳤을 때와 같은 의무감에서 비롯되었고"고 말했어요. 가시밭길이 될 줄 알면서도 그 길을 갔다는 게 굉장히 놀라워요.

 

 

 '균형'과 '공존'이라는 테마 

미술보다는 환경에 대한 관심 때문에 아티스트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고 할 수 있을 텐데, 환경문제에 천착하게 된 근본적인 계기가 있나요?

 

그건 엄마 영향이 커요.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보면 꼭 줍고, 항상 아껴 쓰고 절약하고 재활용하는 게 몸에 배어 있는 분이에요. 집이 잘사는 형편이 아니니까 그런 것도 있었지만 엄마가 깨어 있는 분이시라 책도 많이 읽으셨고, 제가 어린이였을 때에도 여러 사회문제에 대해서 엄마랑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나요. 엄마를 통해서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처음 만났을 때 본인을 '좋아'라고 소개했잖아요. '좋아은경'에 담긴 의미가 궁금해요.

 

그건 내가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밝은 부분도 없진 않았지만 사춘기를 지나면서 스스로를 그늘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학교를 그만두고 류시화 시인의 <지구별 여행자>라는 책을 선물 받아서 읽게 됐는데 거기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예요. 만날 때마다 "예스, 시화"라고 부르는 어느 구루 덕분에 열등감과 어두운 면이 가득했던 시인이 어느 순간 긍정적으로 감화되었다는 얘기였어요. 그 내용을 읽고서 나 역시 스스로를 '좋아' 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런 뒤 굉장히 긍정적으로 바뀌고 되었죠. 이젠 친구들도 본명보다 그렇게 부르는 걸 더 편해 하구요. 그렇게 한 데엔 성씨에 담긴 부계 중심의 질서라든지 격식과 위계서열을 타파하고 싶은 마음도 담겨 있었어요. '언니'라든지 '씨'라든지 그런 호칭을 빼고 '좋아'라고만 불러주면 저는 제일 좋아요. '김은경'과 '좋아', 두 단어가 합쳐진 '좋아은경'을 작가명으로 쓰고 있지만 성씨가 붙어 있지 않은 이름에 불편함을 느끼는 어른들도 더러 계시긴 해요.

 

이름을 그렇게 부르면 모든 걸 보다 좋게 느끼게 될 것 같아요.

 

그런 셈이죠. 제가 생태학교에서 보조교사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는 서로를 자연의 이름으로 불렀어요. 새 이름이나 나무 이름으로요. 저는 예외적으로 '좋아'라고 하겠다고 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자기들이 부르면서 깔깔대면서 좋아하고.(웃음) 이름 자체가 주는 긍정적인 기운이 저뿐만 아니라 상대방한테도 간다고 생각해서 저는 되게 좋게 생각해요. 외국 나가서 부르기도 좋잖아요. 그들에게 제 이름의 뜻을 설명해주면서 한국에 가서 '좋아'라는 말을 하면 한국인들이 기뻐할 거라고 얘기해줘요.

 

앞으로 전개될 작품에 있어서 풀어나가고 싶은 키워드나 테마 같은 게 있나요?

제가 카슨에게 읽어냈던 건 '균형'과 '공존'의 테마였고, 앞으로도 그 주제에 집중하려고 해요. 제 작품 중 '산양이 사는 나라(Where the Wild Goats Are)'라는 게 있어요. 레이첼 카슨이 말한, 사람이 생태계의 균형을 깨면서 사라지게 될 생명체들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경우엔 산양이라고 저는 생각했거든요. 이 작품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으로 위기에 놓인 산양들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굉장히 비민주적인 절차로 이런 것들을 후다닥 치러버리려고 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기도 해요. 포괄적으로 얘기하자면 '비민주적인 방식에 의해 깨지는 것들'이 제가 다루고 싶은 주제인 거죠. 제가 '손'을 강조하는 작품들도 많이 만드는데, '오늘 내 손으로 무얼 했나' 돌아보는 것이 곧 나의 하루를 돌아 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거든요. 우리 손으로 이뤄낸 게 되게 많잖아요. 그렇게 자기 손의 가치를 돌이켜보고, 이 손으로 무엇을 할지, 앞으로 어떻게 쓸지, 크고 어려운 주제이지만 일상 속의 작은 디테일에서 그 예를 찾아내 표현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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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새해인사

좋아은경 2017. 1. 1. 20:36

our hands, 좋아은경




"정부가 자신들을 보살펴주리라 믿어서는 안되고 시민 개개인이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살펴야하며, 자신을 잘못된 길로 이끌려는 의도에 도전해야한다"고 주장한 최초의 인물 중 한사람*, 레이첼 카슨.

아주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할 2017년 입니다.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레이첼 카슨의 글로 새해인사를 대신합니다.



* 침묵의 봄, 에코리브르, 2013, 3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