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희망은
지표면의 가장 낮은 곳에서 자라난다.

숲과 산과 강이 자신들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상적인 투쟁에 나선 사람들의 어깨동무 안에서 자라난다."

 

- 아룬다티 로이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발췌

 


 

Arirang TV의 탄소발자국 저감 캠페인 [The GREENers](더 그리너스)에서
나무읽는목요일 프로젝트의 첫 문장, 아룬다티 로이의 글을 소개했습니다.

2분 30초의 영상, 아리랑 티비 채널에서 이번 주 유동적으로 여러 번 방영됩니다.

 


 

The GREERners 2회
버려지는 철사에 새 삶을 주는 철사 아티스트, 좋아은경

 

The GREERners Ep.2
Wire sculptor giving discarded wires a new life, yoa Eunkyung K

 

 


티스토리 뷰

버려지는 철사로 환경을 위한 메시지 전하는 좋아은경 작가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좋아은경(www.yoaek.com)

전문읽기: https://www.jungle.co.kr/magazine/201867

몇 달 전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교수를 인터뷰하고 나서 그때의 감동과 여운을 기억하기 위해 잘 보이는 곳에 그의 손그림이 그려진 메모를 붙여 놓았다. 그가 디자인한 친환경 달력과 함께 있던 2020이라는 년도가 쓰여있던 종이인데,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 모양이 예쁘기도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메시지를 가족이 함께 기억하며 생활하고자 하는 바람에서였다.

그 덕에 온 가족이 열심히 분리배출을 하게 됐고, 비닐이나 플라스틱 일회용기들 앞에서 불편해지기 시작했으며, 환경을 지키기 위한 여러 활동들을 찾아보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일회용품 없는 여행 프로젝트’를 알게 됐다. 바다 동물들의 뱃속에 가득 찬 플라스틱을 보고 ‘혹시 내가 버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좋아은경 작가의 제로 웨이스트 여행기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텀블러, 밀폐용기, 장바구니, 수저를 들고 다니며 여행을 실천한 내용이었다. 그의 환경을 위한 실천에 관심이 갔고, 어떤 작업을 하는지 알고 싶어졌다.

좋아은경 작가의 와이어 아트. 버려지는 철사로 만든 작품들이다.

 

좋아은경 작가는 와이어 아티스트다. 버려진 철사로 동물, 드로잉, 텍스트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든다. 업사이클링 디자인 사례들을 접하면서도 철사에 대해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철사를 재활용한 작품은 어떤 모습일지 잘 상상이 가질 않았다. 한편으론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 해 동안 사용한 달력이나 수첩을 분리배출할 때 종이와 철사 분리가 쉽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라서였다. 늘 손도 아프고 철사의 모양도 엉망이 됐었는데 그런 철사도 사용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런데 첫 번째 작품의 재료가 바로 이 달력의 철사였고, 그 작업의 시작엔 윤호섭 교수와의 만남이 있었다.

“2003년에 TV에서 윤호섭 선생님을 보고 인사동 티셔츠 퍼포먼스 현장에 그림을 받으러 갔다가 선생님 일을 안팎에서 하게 됐어요. 윤호섭 선생님께서 매년 친환경 디자인 요소를 적용한 그린캔바스 달력을 무료 배포하시는데, 작업실을 정리하다 보면 미처 배포되지 못한 해 지난 달력이 나오곤 했죠. 분리배출을 위해 달력에서 빼낸 철사의 구불구불하고 몽글몽글한 하얀 철사 덩어리의 느낌이 아까울 정도로 좋았는데, 그때만 해도 예술이나 디자인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얼마간 보관하다 버리곤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달력 위에 동그랗게 감긴 부분이 나뭇가지를 잡고 있는 새의 발 모양으로 연상돼,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를 풀어 새 모양을 만들게 됐어요.”

 

좋아은경 작가의 첫 번째 작품 <침묵의 봄>. 버려지는 달력의 철사를 이용해 새를 만든 작품이었다.


2012년 그렇게 첫 작품이 완성된 후 윤호섭 교수의 응원에 힘입어 그가 매년 주최하는 ‘녹색여름전’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레이첼 카슨이 지구 생태계 파괴에 대해 경고하는 책 [침묵의 봄]을 떠올리며 작품에 [침묵의 봄]이라는 제목을 붙였고, [침묵의 봄] 출간 50주년을 맞아 레이첼 카슨을 기리는 전시로 첫 개인전을 열었다. 버려지는 철사에 집중하던 작가는 양면 달력 사용의 편의성을 위해 철사로 제본되던 달력에서 철사를 빼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로 인해 윤호섭 교수의 그린캔바스 달력은 2014년부터 용수철 제본 없이 제작되는 변화를 맞기도 했다.

좋아은경 작가는 버려지는 철사만으로 작업을 하는데, 그나마 작품의 재료가 됐던 그린캔바스 달력의 철사마저도 없어졌으니 어디서 재료를 구할까, 양은 충분할까 궁금해졌다. 생활 속에서 버려지는 철사가 많지 않은 것 같아서였다. “생각보다 아주 다양하고 많아요. 처음에는 어머니의 부엌에서 구했고, 친구들이 모아주기 시작해서 친구의 가족들도 모아주세요. 일상에서 나오는 철사는 보통 먹을거리와 연관돼 있어요. 요리를 많이 하는 집에서는 시금치, 열무 등을 묶는 철사가 많이 나오는데, 김장철에는 정말 한아름 안겨주기도 하고요, 간단히 식사를 하는 학생이나 직장인 친구들은 빵 끈을 많이 모아줘요. 전자제품을 사면 전선을 묶어 놓은 철사가 나오기도 하죠. 그 외에도 건축 일을 하는 지인이 폐전기선을 모아주시기도 하고, 베이킹, 꽃꽂이 등 각종 취미 생활에서 사용되는 철사가 중도 포기로 인해 전혀 사용되지 않은 채로 제게 전해지기도 해요.”

하지만 이렇게 모인 철사들을 사용하기 위해선 철사를 철사 포장재와 분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채소를 묶는 철사에선 접착된 종이를 분리하고, 빵 끈의 철사를 얻기 위해선 겉면을 칼로 긁어낸다. 재료 손질을 위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만, 작가는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불필요한 배출이 없어져서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작업이 시작된 배경이 그랬던 것처럼 온통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에게 철사를 전해준다. 그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그 모습 그대로를 전시하기도 했다.


그는 철사를 모으는 과정에서도, 전시장에서 관람객과 만날 때도 작업을 할 때처럼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한다. “전시장, 강연, 워크숍을 통해 만난 분들이 철사를 전해주시기도 하고, 편지와 함께 배달이 되기도 해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정말 매번 감격해 눈물이 날 정도예요. 제 이름이 적힌 종이봉투 안에 들어있는 각종 철사, 나무 장작처럼 차곡차곡 쌓아 묶은 철사, 만나러 오는 길에 빵을 사 먹었다며 꼬깃꼬깃 주머니에서 나온 하나의 철사 등을 받은 모습 그대로 전시에서 선보이기도 하죠. 친구와 함께 전시장에 오신 친구 어머니께 '이 모빌은 어머니께서 챙겨주신 시금치 철사로 만들었어요' 하고 눈을 마주하며 감격하는 순간이 생기기도 하고요.”

집에서 나오는 많은 쓰레기 중에서 철사를 버릴 때만큼은 별로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는데, 이렇게 작은 부분에까지 집중하는 한 작가로 인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 좋아은경 작가는 바로 그런 부분이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했다. “잠깐이나마 환기를 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한 채 쓰는 것들이 이렇게 다양하고 많다는 것, 철사뿐이 아니라는 것, 더 이상 버려지는 공짜 재료를 구할 수 없는 날이 와서 오히려 발을 동동 구르고 싶은 사람이 여기 있다는 것을요.”

좋아은경 작가는 자신의 첫 작품 제목을 ‘침묵의 봄’이라 이름 붙인 것처럼, 레이첼 카슨의 책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여전히 그의 책을 자주 들여다보는데 작가는 “이 메시지가 60년이 지나도록 낡지 않는다는 것과 그 경고가 유효한 것을 넘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사실이 슬프게 느껴진다”고 했다.

 

 

최근 <아무튼, 산>의 2쇄를 기념해 한정으로 선보인 '침묵의 봄 책갈피'. 철사로 만든 두 마리의 새와 레이첼 카슨의 얼굴이 담긴 내지로 구성된다. 작가는 레이첼 카슨의 얼굴을 그려 넣고 '자연을 이루는 모든 것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레이첼 카슨의 글을 넣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마음을 담은 작가의 작품이 [아무튼, 산]이라는 책을 위한 이벤트를 통해 더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심플한 새 모양과 산뜻한 컬러가 잘 어우러진 ‘침묵의 봄 책갈피’는 의미도 좋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예뻐서 SNS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LAN 선으로 만들었어요. 수집되는 철사 중에서 색상이 화려해서 작품에 쓸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구리선 위에 코팅이 돼 있어서 안전하겠다 싶어 워크숍 때 활용하기 시작했죠 익숙해지고 나서는 고마운 분들에게 레이첼 카슨의 메시지를 담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에 '침묵의 봄 책갈피'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사실 이 책갈피는 이미 예전에 디자인됐고, 주변에 나누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어 소량 제작해 동네 책방 등에서 판매하기도 했는데, 어느 날 제작을 중단했다고 한다. “저는 쓰레기를 그다지 배출하지 않는 삶을 사는데, 제가 만들어 내는 것 중에 비닐이 있다는 것이 멋쩍어서 2년 정도 제작을 중단한 상태였어요. 물론 남은 비닐포장봉투를 버리지는 않았고 꼭 필요한 순간에 쓰기로 하고 넣어두었죠. 그러다 제 소중한 벗이 책을 냈는데, 2쇄를 찍게 돼 이벤트를 열고 싶다고 했어요. 여러 브랜드에서 컬래버 제의가 들어온 상태였는데 상업적인 느낌에 주저하고 있다가 문득 제 생각이 났나 봐요. 우리의 우정처럼, 우리가 낳은 것이 잘 어울린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요. 오직 기쁜 마음으로 총 20세트를 만들어 전했습니다.”

작가는 현재 ‘나무를 읽는 목요일’이라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매주 목요일 SNS에 나무에 관련된 글을 철사로 필사해 올리는 작업인데, 벌써 시작한지 세 달이 됐다. 계기는 2018년 폭염과 올해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였다. “대구에 살던 오빠가 서울에 올라와 너무 덥다고 해서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대구가 폭염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고, 1996년부터는 적극적으로 도심 내외에 나무를 심어 그로 인한 효과가 발휘되는 모양이었어요. 여러 책과 자료를 접하던 중, 나오미 클라인의 기후위기에 대한 책에서 인용된 아룬다티 로이의 글을 보게 됐는데, '희망은... 숲과 산과 강이 자신들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상적인 투쟁에 나선 사람들의 어깨동무 안에서 자라난다'는 문장이었어요. 숲을 보호하고 지구를 지켜야 한다고 말을 해왔지만, 사실은 숲이 나를 보호하고 지구가 나를 살게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그걸 깨닫고 한참을 멍하니 지냈어요. 그러다 코로나19로 외부 일정이 모두 중단된 어느 날, 이 작업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무를 읽는 목요일' 메이킹 영상 중에서.&nbsp;32시간에 걸쳐 레이첼 카슨의 글을 철사로 옮기는 과정을 타임랩스로 찍어&nbsp;독일&nbsp;친구에게 낭독을 부탁해 비디오로 제작하기도 하고, 존 버거의 시 중 &lsquo;꽃가루 한 점은 산맥보다 더 오래되었고&rsquo;라는 문장이나 아메리카 원주민의 어록을 옮기며 맞닿아 있다고 여겨지는 글들을 함께 업로드하기도 한다.

 

'나무를 읽는 목요일_ a Heaven in a Wild Flower'.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며 /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 한 순간 속에 영원을 보라 (윌리엄 블레이크, <순수의 전조>, 민음사, 김종철 역)

 

'나무를 읽는 목요일_ when the last tree has been cut down'.&nbsp;마지막 나무가 베어졌을 때 / 마지막 물고기가 잡혔을 때 / 마지막 강이 더럽혀졌을 때 / 그제야 우리는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것인가 (아메리칸 원주민 속담)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거나 자연파괴를 비난하는 내용과 다르게 나무에 대한 글귀를 찾는 데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철사로 단어 하나하나를 옮기며 내용을 곱씹는 작가는 곁에 두고 음미할 수 있는 문장을 찾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작가는 달력을 분리배출할 때 철사를 빼기가 힘들다는 에디터에게 한 가지 팁을 전해주었는데, 바로 롱노우즈 플라이어(이름은 거창하지만 집에 하나씩은 다 있는 펜치나 니퍼다)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달력 용수철 끝부분을 잡고 쭉 당기면 드르륵 소리가 나면서 쉽게 분리가 되고, 이 작업을 반복하면 마음까지 비워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라 했다. 모두 꼭 시도해보길 바란다면서.

좋아은경 작가의 작업도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작은 관심과 주의로부터 작업이 시작된 것처럼 우리에게도 조금씩 변화를 시도해보게 하는 것, 그렇게 서서히 진짜 중요한 것을 찾고, 행동으로 실천하게 하는 것 말이다. 적어도 그의 작품을 한번이라도 접한 이들은 철사를,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다시 보게 될 테니까.


티스토리 뷰

 

"새로운 달력을 만들었지만 그는 ‘불필요한 달력을 더는 쓰지 않는 사회’를 지향합니다."

가볍고 폐기가 쉬운 철사 없는 친환경 달력, <더 편한 달력> 프로젝트가

매일 원치 않는 쓰레기로 씨름하시는 분들, 플라스틱으로 가득찬 일상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 싶은 분들을 위한 유투브 채널 [제로웨이]에 소개되었습니다.



한겨레 유튜브 채널 제로웨이 19편
철사 빼고 종이로만 제작해 분리배출 간편한 달력
취재·구성 김민제 기자 ㅣ 편집 이지혜 PD ㅣ 도움 채반석 기자 2022-01-20
기사전문 보기 :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28207.html

기념품이 쏟아지는 연초에는 굳이 사지 않아도 생기는 물건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달력입니다. 은행과 공공기관 등에서는 새해를 맞아 홍보용 달력을 무료로 나눠주곤 합니다. 특히 은행 달력은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 덕분에 품귀현상을 빚기도 한다는데요.

그런데 이 달력, 버리려면 꽤 번거롭습니다. 철사로 된 스프링이 종이를 묶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부 안내를 보면, 서로 다른 재질인 종이와 철사를 따로 배출해야 합니다. 또 같은 종이더라도 색지나 비닐코팅지 등은 종이류가 아닌 일반쓰레기로 버리는 게 맞습니다. 달력은 이런 소재가 섞여있어 스프링을 떼어낸 뒤 버려야 하는데, 이걸 떼어내려면 펜치 같은 공구까지 필요합니다.

최근 이런 어려움을 해소할 신박한 달력 하나가 등장했습니다. 스프링이 사라진 채 종이로만 이뤄진 탁상 달력입니다. 병풍처럼 접어 세워도 되고 메모지처럼 펼쳐 한쪽 벽에 붙여놓을 수도 있습니다. 버려진 철사로 각종 창작물을 만드는 예술가 ‘좋아은경’씨가 서울문화재단 지원을 받아 탄생시킨 ‘더 편한 달력’입니다.

좋아은경씨가 종이로만 이뤄진 달력을 만들게 된 것은 버려지는 철사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입니다. “달력 스프링이나 빵끈 등을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데, 재료를 구하기가 정말 쉽습니다. 버려지는 철사가 너무 많으니까. 버려지는 철사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아서 재료를 구하기가 어려워지길 바랄 정도거든요.” 이런 철사가 종이와 뒤섞여 폐기되는 모습을 본 뒤 그는 철사 폐기물을 줄이는 데 스스로 나서보기로 했습니다. “한 직장인 친구가 연초에 분리배출되지 않은 채로 버려진 탁상 달력 사진을 보내줬어요. 그 사진이 계기가 돼서 본격적으로 스프링 없는 달력을 만드는 데 돌입하게 됐죠.”

새로운 달력을 만들었지만 그는 ‘불필요한 달력을 더는 쓰지 않는 사회’를 지향합니다. 대부분 휴대전화 속 전자 달력을 쓰는 시대에 종이 달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스프링이 사라진 새로운 형태의 달력을 제시하면서 실물 달력의 필요성을 고민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고 합니다. “달력을 만들기에 앞서, 직장인 10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인터뷰, 토론을 진행했어요. 84%가 탁상 달력을 무상으로 받았다고 답했고, 무상으로 제공되지 않는다면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6%였어요. ‘사서 쓰는 건 좀 그렇다’는 답변이 많더라고요. 이런 응답이 ‘더 이상 달력은 필수품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당연한 것처럼 옆에 머무르는 물건의 쓸모를 따져보다 보면 쓰레기 배출을 ‘제로(0)’에 가깝게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사회에 한발짝 더 가까워지는 것 아닐까요? 스프링 없는 달력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제로웨이 영상에서 확인해주세요.


티스토리 뷰

0123

서울문화재단 '생활을 바꾸는 예술' 사업 지원을 받아 가볍고 폐기가 쉬운 <더 편한 달력>을 제작했습니다.
참여자 36인의 인터뷰,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1 '생활을 바꾸는 예술' 참여자 36인의 인터뷰집
https://www.sfac.or.kr/upload/archive/2022/4/111/document/2022-04-21-3751d44c-925e-4298-9f1d-0df395647722.pdf

개요
'생활을 바꾸는 예술'은 생활의 변화를 고민하는 서울 생활인에게 일상 속 문제의식에 대한 실천적 행동을 유도하는 과정을 지원하여, 문화 주체로서의 성장을 돕고 다양한 생활문화 활동 사례를 발굴하기 위한 사업이다.
인터뷰, 워크숍 등 실행 이전단계 구상 및 준비 과정을 진행하는 '탐색지원' 20팀과 공연, 전시, 포럼 등 자유로운 방식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실행지원' 16팀, 총 36팀이 선정되어 인터뷰에 참여하였다.

*본 저작물은 서울문화재단에서 2022년에 작성하여 개방한 '2021 '생활을 바꾸는 예술' 참여자 36인의 인터뷰집'이며, 해당 저작물은 서울문화재단(https://www.sfac.or.kr/)에서 무료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푸르른 일상을 위한, 더 편한 달력
좋아은경


Q ‹푸르른 일상을 위한, 더 편한 달력›은 대다수 직장인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탁상달력에 주목해요.
매년 어마어마한 양의 달력이 제작, 배포, 사용되는데도 분리, 배출에는 용이하지 않고 재활용 방식 또한 잘 모르는 현실을 짚으면서요. 탁상달력에 주목한 계기가 궁금해요.

EK 우연한 계기로 달력 철사로 작업을 시작했고, 일상에서 버려지는 철사를 재료로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요. 철사라는 재료에 큰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꼭 버려지는 것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던 것도 아닌데요.
막상 작업을 시작하고 보니까 손쉽게 쓰고 버려지는 철사가 정말 많았어요. 새로 살 겨를도 없을 만큼요. 달력 용수철 철사, 빵끈 철사, 야채 단 묶는 철사 등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전시하고, 워크숍도 하고, 강연도 하면서 강조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우리가 불필요한 것들에 너무 많이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에요. 그 물건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폐기되는지 과정을 모른 채 사고 쓰고 버리잖아요. 물론 쓰지 않고 사고 버리는 것도 상당하죠.

철사가 들어간 여러 물건 중에서 빵끈 철사 같이 묶기 위해 쓰는 철사는 그것을 안 쓰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기술적인 접근으로 느껴졌다면, 달력은 문화예술적으로 풀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해서 365일 보고 쓰는 것이니까 메시지를 담기에도 좋을 것 같았고요.

Q 기억을 더듬어 보니, 벽걸이 달력은 명절 음식을 준비할 때나 잘라서 이면지로, 무언가의 포장지로 사용하는 등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탁상달력은 버려진다는 걸 이번에 인지했어요. 게다가 어떻게 재활용해야 하는지 몰라 스프링째로 버리기 일쑤고요.
이 프로젝트는 재활용에 용이하도록 만들면 된다는 관점으로 제작 및 가이드북을 배포한다는 대목이 눈에 띄어요. 가이드북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 몇 가지만 귀띔해주실래요?

EK 달력과 가이드북은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탁상달력 등을 제작해서 무상 제공하는 기업, 관공서 홍보팀에 보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요즘은 기업들이 재치 있는 굿즈도 많이 만들어서 파는 모습을 목격해요. ESG3, 그린뉴딜 등 기업에 친환경 마케팅 바람이 대대적으로 부는 것에 맞지 않게 ‘친환경’ 하면 절로 생각나는 에코백 등 항상 하던 것, ‘친환경적으로 보이는 것’이 넘쳐난다고 느껴요. 그래서 조금은 근본적인 부분을 담으려고 해요.

내용으로는 기존 탁상달력의 문제점을 간단하게 짚어요. 온라인 설문조사, 인터뷰를 토대로 실사용자들은 어떤 달력을 원하는지를 보여주고요. 탁상달력을 만든 기업의 물품을 사는 등 홍보 효과가 있었냐는 질문에 ‘없다(!)’고 대부분 답을 해왔으니, 이 수치를 보면 ‘돈 들여서 왜 만들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고요(웃음).
제안하는 ‹더 편한 달력›이 어떤 종이에 어떻게 인쇄했는지, 기존 달력의 문제점을 어떻게 줄이려고 했는지에 관한 내용도 담길 거예요.

물론 제가 제안하는 형태가 정답이니 앞으로 이렇게 제작하자는 건 아니에요. 보통 탁상달력을 만들 때 삽화를 어떻게 할지를 고민한다면, 앞으로는 형태에 대한 고민, 나아가 이 과도기의 물품을 언제까지 계속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Q 이 프로젝트로 인해 참여자의 생활에 작은 흔적을 남길 예술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EK 인터뷰, 온라인 설문에 응하신 분들의 상당수가 ‹더 편한 달력›을 받아 보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사용하면서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제작 의도를 한 번 더 생각해보지 않을까 기대해요.

Q 좋아은경 님의 프로젝트를 어떤 사람이 꼭 접했으면 하나요?

EK 제가 좋아하는 윌리엄 모리스의 말을 소개하고 싶어요. '유용하지 않거나 아름답지 않은 것은 집에 두지 말라.' 제 공간에 무언가를 들일 때 항상 떠올리는 문장이에요.

이 아름다운 행성 지구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진 각종 자원을 어렵게 꺼내서 누군가의 무수한 수고를 들여 만든 것이 아름답지도 않고 유용하지도 않은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요? 버려질 때도 골치 아픈 일이 생기죠.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우리는 모두가 손을 써서 만들어 쓰는 사람이었고, 그런 보통 사람들의 보통 물건들이 박물관에 놓여있잖아요. 내가 내 주변의 물건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보고 탐구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티스토리 뷰

daily

스트리트h, OhBoy! 인터뷰

좋아은경 2021. 11. 4. 15:02

▲ OhBoy! No.111, 스트리트h Vol.146


스트리트h Vol.146
그들의 공간이 궁금하다
좋아은경 철사 아티스트 - 손을 잘 쓰는 사람이 된다는 것
글 권민정
https://street-h.com/magazine/106165/

철사를 만지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
그는 대학교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했다.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사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술 제조를 위해 재배하는 작물의 면적만큼 식량을 심으면 기아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책을 읽고 ‘어른이 되면 술을 먹지 말아야겠다’라고 결심했던 초등학생이었고, 커피 한 잔이 탄생하기까지의 환경오염과 노동 문제를 알게 되며 ‘크면 커피를 마지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한 아이였다. 고등학생 때는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자 자퇴를 결심, 19살부터 국내 1호 ‘환경 디자이너’로 알려진 윤호섭 교수의 철학에 감동 받아 19살부터 윤교수 밑에서 줄곧 일을 도왔다.

또래와는 다른 생각, 다른 길을 걸었던 좋아은경 작가. 어릴 때 결심대로 술을 마시지 않고, 커피 등 기호식품을 즐기지 않으며, 화장을 하지 않는 성인으로 자란 그에게 작업활동은 사회운동에 더 가깝다. “얼마간은 사회과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전시를 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제가 느끼는 사회,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 해결 방법 등을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만 작업을 하는 건 아니다. 한 번 작업에 몰두하면 앉은 자리에서 10시간 이상 식사도 거르며 꼼짝 않고 작품을 완성한다는 그에게 작업은 “최고의 취미이고, 특기이자 가장 재미있는 일”이다. 머릿속에 상상한 도안만으로 뚝딱뚝딱 만드는 몰입하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라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제 작업을 만만하게 보시면 좋겠어요. 나도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좋겠고, 궁극적으로는 손을 쓰는 즐거움, 손의 가치를 알리고 싶어요. 그래서 워크숍도 하는 거고요.”

손이 주는 즐거움
“어린이든 어른이든 처음에는 ‘나는 똥손이다’, ‘이런 거 못 한다’ 걱정하시는데 막상 하면 너무 즐거워하세요. 그게 정말 좋아요.”

2013년부터 시작한 워크숍은 철사로 새 만들기, 손 만들기 등 다양하다.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콘텐츠도 하나씩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워크숍을 하며, 오늘 손으로 만진 걸 적게 한다고 했다. “내가 오늘 손으로 만진 걸 적게 해요. 보면, 대부분 하기 싫은 걸 만졌더라고요.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가기 싫은 회사에 출근했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데 아침밥을 했고 등이요. 그후 어릴 때 손에 잡았던 걸 써보라고 해요. 그러면 다 좋아하는 것만 만졌다고 해요. ‘엄마를 만졌고’, ‘흙을 만졌고’ 등이요.”

그는 “오늘 내가 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내가 어떤 하루를 보낼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워크숍은 언제나 “하루를 잘 보내는 게 중요하다. 그러니 여러분이 좋아하는 걸 더 많이 만지고 의미 있는 일을 하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로 마무리된다.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걸 많이 만지는 삶이 중요한 걸까. 그건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걸 알아야 환경도 지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걸 많이 만질수록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알게 돼요. 왜 좋아하는지 아는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고요. 진짜로 자신이 원하는 건지, 원하지 않는 것을 ‘욕망’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아는 게 중요한 거죠. 저는 환경문제가 결국 욕망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회가 부추기는 경쟁, 소비 시스템과 소셜 미디어가 형성한 문화 속에서 거짓 욕망을 갈망하게 되고, 그게 과잉 소비로 이어지는 거죠. 쓰레기, 환경오염 등이 발생하는 거고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나는 매우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좋아은경 작가는 올해 에어컨을 딱 1번 틀었을 정도로 절약하고 다시 쓰고 아껴 쓰는 태도가 몸에 배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다 2019년 독립하면서 구한 성산동의 보금자리이자 작업실에는 당근마켓에서 구입한 원형 테이블과 소파가 가구의 전부다. 과일 박스와 작은 종이박스들이 옷장, 신발장, 서랍장을 대신한다. 실내 텃밭을 두어 상추 등 소소한 쌈 채소도 키운다. 이곳에서 ‘나무 읽는 목요일’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숲과 나무의 중요성이 담긴 글귀를 철사로 만들어 매주 목요일마다 SNS로 공유하는 작업이다. 2021년 5월 21일 1주년이 되었고, 현재 장기 프로젝트로 꾸준히 진행중이다. 열심히 두 손을 움직여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작은 일이 지구에 큰 변화를 가져오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오보이 No.111
THE VOICES
행동하는 여성들, 실천하는 소녀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발언하고 변화를 위해 현장으로 나서는 용감한 사람들

좋아은경 철사 아티스트
버려지는 철사를 이용해 오브제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 매주 나무와 관련된 글귀를 철사로 필사하는 '나무 읽는 목요일' 작업을 2년째 이어가고 있다.
"2018년 열었던 제 전시의 제목이기도 해요. 우리가 나무를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곤 하지만 사실 나무와 숲, 지구가 나를 살게 하죠. 나는 나무가 없으면 살지 못하지만, 나무는 사람이 없어도 살 수 있어요."


티스토리 뷰

예술인들이 예술 외적인 요인으로 예술 활동을 중단하지 않도록 필요한 지원을 하여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창작준비금지원사업- 창작디딤돌>에 2020년 선정되었던 사연으로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일부 아래 옮깁니다.
전문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온라인 뉴스레터 <사람 人> 6월호(링크)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꾸준히 해온 작업을 격려 받은 기분이었어요!
-철사 아티스트 좋아은경

좋아은경 작가는 버려진 철사로 작품을 만든다. 어떤 물건을 굳이 써야 한다면 가장 사용을 최소화하고 무분별하게 낭비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을 담아 만든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손을 쓰는 즐거움'을 사람들과 나누는 워크숍과 강의도 지속하고 있다. 이렇게 8년을 작업해온 그는 지난해 받은 창작준비금이 "앞으로도 계속하라"는 큰 격려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일상에서 쓸모가 다해 버려진 철사로 작업을 하고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글귀를 필사해 텍스트를 만드는 좋아은경입니다. 폐기된 달력 철사로 새를 만든 <침묵의 봄>이 저의 첫 작품이었어요.

왜 철사를 작업 소재로 택하게 되었나요?
제가 고등학생 때였던 2003년, TV에서 환경을 이야기하는 윤호섭 선생님을 보고 당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물 전>에 전시된 선생님 작품을 보러 갔어요. 그러다가 매주 일요일 인사동에서 환경 퍼포먼스를 하시기에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선생님 일을 돕기 시작했고요. 그때 저는 사회에 나가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공부하고 싶어서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었던 때라 자유시간이 많았거든요(웃음). 대학교에 가서도 선생님 일을 계속 도왔는데, 그때 제가 하던 일 중 하나가 폐기된 달력의 철사를 분리 배출하는 거였어요. 분리된 달력 철사를 보니 몽글몽글한 게 예쁘더라고요. 달력 위에 동그랗게 감긴 부분을 새의 발 모양으로 만들고 나머지 부분을 풀어서 새를 만들었죠. 그걸 보신 선생님이 “굉장한 작품”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이걸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선생님 말씀에 힘입어 어쩌다 보니 계속 작업을 하게 되었죠. <침묵의 봄>은 2013년에 연 첫 개인전 ‘레이첼 카슨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선보였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철사 아티스트의 길을 걷게 되신 거네요.
저는 예술이나 디자인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대학교 전공도 사회과학이었고요. 우연히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된 거죠. 저는 이 작업을 통해 제 나름대로 사회과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느끼는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공부해서 알게 된 이야기와 해결방법을 사람들에게 제안하고 전달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제 작업을 통해 사회불평등, 기후위기, 자연의 소중함, 재료의 선택, 최소화의 중요성 등을 알리고 싶어요.

첫 전시 이후 ‘균형’, ‘손’ 시리즈 등 다양한 작업을 하셨잖아요. 이런 작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저의 첫 작업물에 붙인 <침묵의 봄>은 레이첼 카슨이 1962년에 펴낸 환경과학책 제목이기도 해요. 무분별하게 사용된 유독성 화학물질이 지구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경고를 담고 있죠. 2013년 첫 전시를 열며, '레이첼 카슨에게 보낸 편지'라고 전시 제목을 붙인 것도, 마침 그 해가 책이 출간된 지 50주년이기도 해서 그 의미를 기리고 싶었어요. 오래 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그 메시지는 낡게 느껴지지 않아요. 단순히 '화학제품을 쓰지 말자'가 아니라 무엇을 시도할 때 충분히 고려해보고, 이 방법이 최선인지 생각하고 자연의 균형을 파괴하지 않으려는 방법을 선택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거든요. 미세먼지, 코로나19, 기후위기 등 지금 상황에 대입해도 여전히 유효한 말이기 때문에 이 메시지를 후대에도 계속 전달하는 일을 중단할 수가 없는 거죠.

작업은 어떻게 하시나요?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빵 봉지의 꼬인 철사, 열무나 시금치 단을 묶은 철사 등 다양한 재료를 써요. 포장 종이를 벗기고 녹슨 부분을 닦아내는 등 손질하는 시간이 작업시간보다 더 오래 걸려요. 작업 자체는 정말 재밌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자 특기, 취미거든요. 그래서 작업시간도 대중없어요. 작업이 잘 풀린다 싶을 때는 밥도 안 먹고 하루 종일 작업하기도 해요. 도구는 플라이어(펜치)와 제 손이 전부예요. 일상의 재료로, 밥 먹고 얻은 힘으로 만들고 있습니다(웃음).

전시로 소통하고, 철사로 새 만들기 워크숍도 자주 열었던 만큼 코로나19로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점점 줄어들면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이 상황이 장기전이 될 것 같은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다고 생각해서 2020년 5월 21일 목요일에 '나무 읽는 목요일'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나무 읽는 목요일'은 철사를 구부려서 글씨처럼 만들고 그걸 사진을 찍어 매주 목요일마다 SNS에 올리는 작업이에요. 숲과 강과 나무가 없다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고 나무와 나는 끊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걸 텍스트로 전달하는 작업이죠. 2018년 폭염을 겪으며 나무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했던 저의 전시와 맥락이 이어지는 작업이기도 하고요. 관련 글귀와 자료를 찾는 일이 정말 어려워요. 그래서 일주일이 정말 빨리 가요. 최근 1주년이 되었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어요. 100주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제가 가장 바라는 건 버려진 철사가 없어서 '재료를 사야 하나' 고민하는 상황이 오는 거예요. "빵, 배추, 시금치를 묶는 '철사'라는 것이 있었단다"라고 다음 세대에게 이야기해주는 날이 오는 것이 꿈이에요. 또 하나는 사람들이 손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일입니다. 옛날에는 두 손으로 직접 집도 짓고 옷도 만들고 생활을 했었는데 지금은 돈을 써서 위탁을 주거나 돈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서 쓰고 버리는 게 일상이 됐잖아요. 우리가 가진 두 손에 좀 더 의존해보자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워크숍을 하는 것도 이런 손을 쓰는 즐거움을 알리고 싶어서거든요. 손을 움직이면 누구나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그 소소한 경험을 통해 손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티스토리 뷰

현대제철 사외보 푸른 연금술사 2020년 09+10월호에 소개되었습니다.

일부 아래에 옮깁니다. 


 

아름다운 별 지구를 사랑하는 푸른 연금술사 2020 09+10

그 사람의 작업실 - 좋아은경 작가
버려진 철사로 쓴 균형과 공존의 메시지
글 우승연 사진 김영준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계 바라보기
 "류시화 시인이 인도 여행할 때 만난 구루가 그를 부를 때마다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예스시화'라고 부른 것처럼 사람들이 나를 긍정적으로 불러줬으면 좋겠다 싶었죠. '예스'를 한글로 바꾸는 과정에서 '좋아'가 떠올랐고 부모는 물론 지인들에게 '좋아'라고 불러 달라 말했어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사유하고 발화하는 힘. 그것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조망하고 한 발짝 더 나아가려는 노력과 맞물려 좋아은경을 와이어 아티스트로 이끌었다. 궁금하면 들여다보고 행동이 필요할 땐 멈칫거리지 않았다. 

 

 

 낡은 철사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
 "힐링된다, 그 말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문득 이 시대 미술관, 전시회에서 채워주지 않는, 현대미술과 닿지 못하는 부분을 내가 약간 채웠나, 닿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좋은 건 사람들이 와서 만만하게 생각하는 거였고요. 나도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왜 못했지, 같은 자각이요. 그렇게 사람들과 환경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죠."
 생판 모르는 사람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예술이 심미적인 만족을 주거나 개인의 철학적인 고민으로 끝나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하고 싶은 무거운 이야기를 부담스럽지 않게 나누도록 이끄는 매개체라는 것도 알아차렸다. 환경위기를 이야기하는 작업을 지속하기로 결심한 순간이기도 했다. 이후 레이첼 카슨의 "적절한 균형 상태에 이르렀다"는 말에 영감을 받아 모빌을 떠올렸고 '균형 시리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제목은 균형 시리즈인데 다 불균형한 작품이에요. 예를 들어서 한 사람이 여러 사람보다 무거운 거죠. 전시장에 나가 있으면 사람들이 물어봐요. 왜 한 사람이 무거운지. 그럼 제가 왜 그런 것 같으냐 되묻죠."


 백 사람의 백 가지 이야기가 발화되고 저마다의 사유가 부유하며 입장이 교차했다. 그 낱낱이 축적되고 누적돼 발효하는 순간 예상하지 못한 시너지가 발생했다. 한국의 텃새를 관찰하고 그런 후 낡은 철사로 본 떠 만든 참여자 워크숍 프로그램 또한 만만치 않은 감흥이었다. 살아 있는 새와 교감한 듯한 참여자들의 설렘이 생의 기운처럼 서로를 지켜냈다. 그런가 하면 환경 메시지와 더불어 휴대폰을 쥐거나 돈을 쓰는 것밖에 못하는 손을 재구성하기도 했다. 2014년 유럽을 여행할 때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그야말로 멀리서 지켜보며 느꼈던 '손 쓸 수 없다'는 감정에 기인한 손 작업과도 닿았다. 무력해지고 그저 상징이 된 손이 경험한 과거와 경험하는 지금 여기를 통해 수많은 이들의 치유를 목도했다.


버려진 철사로 시작된 좋아은경의 작업은 인간을 포함한 자연에게 말을 거는 행위였다. 쓰레기 없는 여행 '형편없는 살림꾼 프로젝트', 매주 목요일마다 나무에 관한 글귀를 철사로 필사해 SNS에 업로드하는 '나무 읽는 목요일' 모두 나지막이 흘러드는 이야기를 듣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민하는 좋아은경만의 실천이었다. 어쩌면 코로나19 시절 고립될 수밖에 없는 개체에게 전하는 따듯하고 실제적인 위로일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버려진 철사로 작업을 할거예요. 바라는 거요? 글쎄요. 저는 사람들이 직접 검색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관심 갖는 분야를 하나씩은 품었으면 하고요. 그러다 보면 주위 사람들, 세계도 관찰하게 되겠죠. 사소한 배려, 1분으로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걸 여러 사람들이 경험하길 바라요."

 

20200910.pdf
9.24MB


티스토리 뷰

환경부 유튜브 채널 프로그램,
영상으로 환경책을 만나는 [환경산冊]에서 레이첼 카슨과 그의 책 <침묵의 봄>을 소개했습니다.

 



우리 일상 속 쓸모를 다하고 버려진 철사를 수집하여 작업하는
철사 아티스트 '좋아은경'

그녀가 오늘 여러분에게 소개할 책은 환경책의 고전이라 불리는 '침묵의 봄'입니다.
'침묵의 봄'은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를 고발한 내용으로
전 세계에 환경 운동을 촉발시킨 고마운 고전이죠.

현재 많은 사람들이 미세먼지, 기후위기, 코로나19의 원인을 찾고 있어요.
이 책이 직접적으로 답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상을 통해 '침묵의 봄'을 만나보세요!

환경부 유튜브 채널 구독하기▶ https://bit.ly/2NtQhAW


티스토리 뷰

지구의 날에 즈음하여, YTN 사이언스 [다큐S프라임] "코로나19, 지구의 경고 -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 기후위기가 불러온 재앙일까?(159회)"가 방송되었습니다.

전체 영상(45분) 아래에 공유합니다. 저는 후반부(35분~)에 나옵니다.


 

방송내용: 코로나19는 시작일 뿐 더 강력한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바이러스는 왜 점점 더 강력하고 빠르게 인간의 생명을 위협해오는 것일까요? 어쩌면 코로나19는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 기후위기가 불러온 재앙일 수 있다는데요.
신종 감염병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지구의 경고를 다시 되짚어봅니다.

 

방송정보: 최강석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백순영 가톨릭대학교 미생물학교실 교수, 허선진 중앙대학교 생명동물공학과 교수, 김지석 그린피스 스페셜리스트,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 더 피커(the Picker), 김은경 철사 아티스트


티스토리 뷰

오마이뉴스에 연재 중인 여성환경연대의 [나는 플라스틱없이 산다]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기사 일부를 아래에 옮깁니다.
전문은 다음의 링크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news.v.daum.net/v/20190816075400638


플라스틱 없는 여행, 그 '즐거운' 불편
[나는 플라스틱 없이 산다 ③] 버려지는 철사 이용해 작품 만드는 좋아은경 작가

글:여성환경연대, 편집:김혜리

철사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좋아은경(34·본명 김은경) 작가는 태국의 길거리 음식, 환대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좋아 태국을 즐겨 찾는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그는 태국에 가면 하루에도 몇 장씩 버려지는 일회용 비닐봉지, 음료마다 꽂혀 나오는 일회용 빨대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이것도 현지 문화려니 하고 체념하곤 했다. 그러나 지난해 겨울, 태국 여행을 준비하면서 일회용 쓰레기 없는 여행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명 '형편없는 살림꾼 프로젝트.

떠난 휴가지에서 쓰레기가 넘쳐나는 광경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면, 아직 여름 휴가를 떠나기 전이라면 좋아은경 작가가 전하는 '일회용 쓰레기 없이 여행하는 꿀팁'에 귀 기울여 보자. 다음은 좋아은경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내가 버린 쓰레기가 고래 뱃속에 들어간 건 아닐까 

 

- 이번 제로 웨이스트 여행도 '형편없는 살림꾼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레이첼 카슨의 글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들었는데 무슨 뜻을 담고 있나요?


"레이첼 카슨은 우리가 행동하는 모습이 과학의 안내를 받는 지성인이 아니라 '눈에만 보이지 않으면 된다며 양탄자 밑에 쓰레기를 숨겨두는 형편없는 살림꾼' 같다고 표현했어요. 제가 평소에 말쑥하게 하고 다니지만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바다, 땅에 버려지는 걸 생각하니 레이첼 카슨의 글처럼 형편없는 살림꾼 같아 보였어요. 지구 살림을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요."
 
-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하게 된 동기가 뭔가요?


"제로웨이스트 여행은 사실 거창하게 생각한 일이 아니에요. 저는 태국에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한번 가면 오래 머물다 오는 편이에요. 현지 문화에 최대한 맞추려다 보니 일회용 비닐을 많이 쓰는 태국 문화를 따르곤 했어요. 그런데 최근 바다거북, 고래뱃속에서 플라스틱이 나왔다는 뉴스를 본 후 '내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그렇게 만든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주의 먼지 같은 나 하나쯤이야'에서 '내가 버린 게 흘러 흘러가서 고래뱃속에 들어간 게 아닐까, 이제는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뀐 거죠. 이번에 태국에 갈 때는 그곳의 환경을 해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인스타그램을 보면 플라스틱 프리를 실천하는 분이 매우 많아요. 그분들은 '플라스틱 프리'에 대해 완벽한 모습들을 보여줬어요. 그런데 저는 배낭 하나 메고 8시간씩 걷는데 어떻게 그런 짐을 다 들고 다니나 싶더라고요. 저걸 다 들고 다녀야 한다면 '난 못해, 난 그냥 사 먹으련다'가 되는 거죠. 무리하지 말고 나의 성공과 실패를 가감 없이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하나라도 줄이는 게 중요하고 줄이지 못할 때는 다양한 대처법을 보여줘야 되겠다 싶었어요."

플라스틱 프리, 한번 해봐도 괜찮아

▲인터뷰 중인 좋아은경 작가 ⓒ여성환경연대


- 어떤 게 제일 힘들었나요? 유혹은 없었나요?

"여행 자체는 순조로웠어요. 어려움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어쩌다 빨대를 받고 엄청나게 자책하니까 친구가 굉장히 미안해하고 불편해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내가 태도를 잘해야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친구들한테도 '이거 내가 하는 건데 같이 해볼래?' 권유하는 거랑 '너 그렇게 계속 써야겠냐?' 잔소리하는 거랑 되게 다르더라고요. '나 스스로 셋 업을 가볍게 해야겠다, 죽자 살자 하면 안 되겠다, 물론 제 안에서는 죄책감도 많이 들고 자신을 탓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지만 그것 역시 잘 소화해야겠다' 그런 생각들을 했어요. 되도록 즐겁게 하려고 노력한 거죠.


손의 의미를 다시 찾는다면 쓰고 버리는 일 줄어들지 않을까

▲철사로 만든 손&nbsp; ⓒ좋아은경


- 아티스트로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뭔가요?

"가끔 외국 나가서 전시하면 돈 하나 안 들이고 하는 작품이라고 칭찬을 듣기도 하는데요, 전 더이상 쓸 철사가 없어서 재료를 사는 게 꿈이에요. 우리도 예전에는 야채를 묶을 때 철사 말고 지푸라기를 썼었죠. 외국에서는 야채 묶을 때 철사를 안 써요. 제가 소재 설명을 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야채를 묶을 때 철사를 쓴다고 별도로 설명을 해야 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쓰고 또 버리고 있어요. 사람들한테 우리가 어쩌면 쓰지 않아도 되는, 생각지도 않은 재료를 이렇게나 많이 쓰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철사를 구하기 힘들어서 내가 이걸 사야 하나 고민하게 되는 때가 오면 좋겠어요.

저는 사람들과 워크숍을 할 때 결과물이 중요하지 않은 워크숍을 하려고 해요. 평가받고 잘해야 하는 걸 싫어해요. 새의 형태를 그리고 '그림대로 새를 만들어봅시다' 하면 '저 못해요'라며 손사래치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가 옛날에는 옷도 만들고 그릇도 만들고 손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았어요. 현대에 와서 손과 괴리되고 어느 것도 직접 만들 수 있는 게 없는 소비자가가 된 거죠. 소비자는 만들어진 걸 살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존재예요.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건이 대다수면 그걸 사야 하는 거죠.

저는 손의 의미를 다시 찾는 게 중요하고 손으로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자기 스타일대로 그리고 자기 스타일대로 만들게 하면 그걸 못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워크숍을 통해서 자신감을 느끼고 무언가를 사기 전에 내가 직접 만들어보는 태도가 생겼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