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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9월 27일 출간된 레이첼 카슨의 혁명적인 환경 고전 <침묵의 봄>.

오늘 60주년을 맞습니다.

 

DDT로 대표되는 유독성 화학물질 오남용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는 <침묵의 봄>은 기술 · 산업의 발전과 고도성장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던 시대에 집필되었습니다.

인간이 땅과 물, 동식물은 물론 인간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하고 답을 끌어 낸, 그야말로 세상을 바꾼 책입니다. 우리는 <침묵의 봄>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60년 전에 쓰인 <침묵의 봄>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책의 어느 부분을 펼쳐 읽어도 녹슬지 않고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이 책을 읽기에 시의적절해 보입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되짚어 볼 수 있는 문장들로 가득합니다.

 

바다 생태계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아름다운 문체로 대중에게 전하는 세 권의 책 모두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올렸던 레이첼 카슨은 화학물질과 그로 인한 파괴라는 어려운 주제 역시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쉽도록 썼습니다.

 

책의 제목 <침묵의 봄>은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의 시('호수의 풀들은 시들어 가고 새들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네')에서 빌려왔고, 책을 여는 글은 짧은 우화입니다.


<침묵의 봄>은 총 17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내일을 위한 우화' 다음으로 물, 흙, 식물 등 세부적인 주제에 대한 장이 이어집니다. (우리가 평소 잊고 지내지만) 우리 생존의 필수적인 요소들이 어떤 위험에 어떻게 처해 있는지, 이는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각 장에서 여러분과 함께 읽고 싶은 문장을 골라 옮깁니다.

1장 내일을 위한 우화

이렇듯 세상은 비탄에 잠겼다. 그러나 이 땅에 새로운 생명 탄생을 금지한 것은 사악한 마술도 아니고 악독한 적의 공격도 아니었다. 사람들 자신이 저지른 일이었다.

 

2장 참아야 하는 의무

이렇게 시간은 생명체의 생존에 있어 필수적 요소였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충분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3장 죽음의 비술

오늘날에는 인생을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화학물질들이 몸속에 계속 축적되는 것이다.

 

4장 지표수와 지하수

우리는 자연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그 어떤 것도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5장 토양의 세계

대륙의 표면을 덮고 있는 얇은 층인 토양은 인간을 비롯한 지상 모든 생물들의 생존을 결정한다. 토양이 없다면 식물은 자라지 못하고 식물이 없으면 동물 역시 살아남을 수 없다.

 

6장 지구의 녹색 외투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토양과 그 속 혹은 그 위에 살고 있는 생명체 사이에는 상호의존적이고 상호이익을 주는 관계가 존재한다.

 

7장 불필요한 파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계산했기에 '너무 비싸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일까? (…) 화학물 살포에 의한 총체적인 파괴라는 진짜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8장 새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고

유독물질의 연쇄 작용을 일으켜 죽음의 물결을 퍼뜨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 그런 사람이 설령 존재한다고 해도 그가 결정을 내릴 권리를 가질 수 있는가?

 

9장 죽음의 강

언제쯤이면 세상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충분히 깨닫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하게 될 것인가?

 

10장 공중에서 무차별적으로

가장 비싸고 가장 피해가 크며 그 효과는 제일 적다.

 

11장 보르자 가문의 꿈을 넘어서

상표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경고문이 적혀 있는데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이다.

 

12장 인간의 대가

우리 몸 속에도 생태계가 존재한다.

 

13장 작은 창을 통해서 

염색체에 문제를 일으키는 화학물질을 우리 스스로 계속해서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싹이 안 나는 감자나 모기가 없는 안뜰을 위해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르는 것은 아닐까?

 

14장 네 명 중 한 명

발암물질의 '안전 허용량'을 인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발암물질은 전혀 검출되지 않아야 정상이 아닐까?

 

15장 자연의 반격

인간 역시 자연이 이루는 균형의 일부분이다. 가끔씩 인간이 이런 상태를 자의적으로 바꾸곤 한다. 그 결과 인간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문제가 일어난다.

 

16장 밀려오는 비상 사태

문제를 해결한다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지 잘 생각해야 한다.

 

17장 가지 않은 길

그 선택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그동안 무분별하고 놀라운 위험을 강요당해왔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충분히 인내해온 우리가 마지막으로 '알 권리'를 주장하고자 한다면, 그때야말로 독극물로 세상을 가득 채우려는 사람들의 충고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는 주위를 둘러보며 어떤 또 다른 길이 열려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지금, 김은형 옮김, 에코리브르, 2003)

 


레이첼 카슨은 지구 생명의 역사, 생명체와 환경의 상호 작용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거미줄처럼 짜인 생태계의 상호의존성을 우리에게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 지구 생명의 역사는 생명체와 그 환경의 상호작용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 지구 상에 사는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수억 년이 걸렸다.

- 단지 몇 년이 아니라 수천 년에 이르는 시간동안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고 그 결과 적절한 균형 상태에 도달한다.

- 자연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그 어떤 것도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 식물과 대지, 식물과 식물, 식물과 동물 사이에는 절대 끊을 수 없는 친밀하고 필수적인 관계가 존재한다. 식물 역시 생명계를 구성하는 거대한 네트워크의 일부이다.

- 자연이 스스로 결정한 이런 정확하고 미묘한 타이밍에 의해 어떤 야생벌은 버드나무 꽃이 피기 시작하는 바로 그날 등장한다.

- 새롭고 상상력 풍부하며 창의적인 접근법은 이 세상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생물과 공유하는 것이라는 데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흐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부단히 진화와 분화를 거쳐 이뤄진 생태계의 적절한 균형 상태를 부주의한 우리 인간이 깨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 냈기에 그 문제를 해결할 힘도 우리에게 있습니다. 

 

- 20세기에 들어서 오직 단 하나의 생물종, 즉 인간만이 자신이 속한 세계의 본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놀라운 위력을 획득했다.

- 환경에 대한 인간의 공격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위험하고 때로는 치명적인 유독물질로 공기와 토양과 하천과 바다를 오염시킨 일이었다.

- 인간의 충동적이고 부주의한 활동에 의해 자연의 신중한 속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새로운 변화가 초래된다.

- 이제는 인간의 상상력이 고안해내고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그렇기 때문에 자연상태에서는 어떤 대응 상대로 없는 합성물질에도 적응해야만 한다.

- 자연은 자연계에 다양성을 선사했지만 인간은 이를 단순화하는 데 열성을 보이고 있다.

- 지성을 갖춘 인간들이 원치 않는 몇 종류의 곤충을 없애기 위해 자연환경 전부를 오염시키고 그 자신까지 질병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길을 선택한 이유를 궁금해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저지른 일이다.

- 독극물의 고의적인 방류가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자행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 우리는 가끔 이런 관계를 교란시키는 선택을 하는데, 그렇다고 해도 한참 후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사려 깊게 생각해야 한다.

- 오늘날 대부분의 발암물질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바로 사람이다. 그러므로 만일 원하기만 한다면 그 위험물질의 상당수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

 

레이첼 카슨은 DDT를 비롯한 유독성 화학물질을 무조건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는 어떤 해결책을 내놓고 실행하기 전에 그것이 과연 최선인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그로 인한 파급효과까지 면밀하게 따져보고 충분히 탐색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시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합니다.

 

- 미국에 들어온 후 40여 년 동안 불개미들은 세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  그런데 치명적인 위력을 지닌 화학약품의 개발과 함께 불개미에 대한 정부의 태도도 갑작스럽게 변하기 시작했다. 1957년 미국 농무부는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캠페인을 착수했다. 정부간행물과 영화 등에서 불개미가 갑자기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되어 남부 농업의 파괴자이자 조류, 가축, 인간들을 죽이는 존재로 묘사되었다.

- 내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독성이 있고 생물학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진 살충제를 그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의 손에 쥐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 진정한 비용은 그저 돈으로만 환산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고려할 가치가 있는 숨은 비용도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 유독물질의 연쇄작용을 일으켜 죽음의 물결을 퍼뜨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우리가 잠시동안 권력을 맡긴 관리들이다.

 

<침묵의 봄> 서문에서 린다 리어는 "카슨은 자기만족적이고 점점 부유해지는 전후 세대를 향해서 '정부가 자신들을 보살펴주리라 믿어서는 안 되고 시민 개개인이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살펴야 하며, 자신을 잘못된 길로 이끌려는 의도에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한 최초의 인물 중 한 사람이었다"고 밝힙니다.

레이첼 카슨은 대중들이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결정을 그저 믿고 따라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 사람들은 효력도 덜하고 훨씬 해로운 수단을 어쩔 수 없다며 그저 받아들인다.

- 아무런 대응책이 없다는 듯 우리는 화학물질이라는 죽음의 비를 수수방관하며 맞고 있다. 하지만 대안은 곳곳에 존재하며 인간이 특유의 지적능력을 발휘한다면 더 많은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 틀림없다.

- 평범한 시민이라면 우아한 판매 기술과 얼굴 없는 설득자에게 속아넘어가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죽음의 물질을 인식할 수 없게 된다. 아마 자신이 이런 물질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 우리가 결정을 내리려면 현재 벌어지는 상황과 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진 로스탄드는 이런 말을 했다. "참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을 완성하기까지 4년이 넘는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화학산업체와 그들로부터 지원 받는 과학자, 언론의 공격이 예상되었기에 모든 데이터와 사례를 면밀하게 검토했습니다.

참고문헌이 55쪽이나 되는데, 카슨은 '사실들을 모두 모아서 그것들이 스스로 말하게끔 해야 한다'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이 시기에 카슨은 암과도 싸웠습니다.

오진으로 치료 시기를 놓쳤던 카슨은 몸이 너무 약해져서 글을 쓰기 위해 앉아 있는 것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바다에 관한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책을 쓸 수 있었지만 힘든 싸움을 해야 할 것을 알면서도 <침묵의 봄>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마치 에이브러햄 링컨이 '저항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비겁하다'라고 외쳤을 때와 같은 의무감에서 비롯되었다"라고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적었습니다.

 

화학산업체는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의 출판사를 소송하는 것에 실패하자 막대한 비용을 들여 레이첼 카슨을 공격하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공격이 거세질수록 대중들은 <침묵의 봄>이 들려주는 진실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시민들은 정부에 탄원서를 냈습니다. 당시 케네디 정부는 특별 위원회(대통령 과학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고, 최종보고서에서 <침묵의 봄>이 말하는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이후 미국에 환경부가 창설되었고 미국 환경부는 자신들을 '레이첼 카슨의 그림자'라고 부릅니다.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이 출간되고 2년이 되지 않은 1964년 4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위대한 책, 위대한 삶. <침묵의 봄>과 레이첼 카슨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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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읽는 목요일 /1주년

좋아은경 2021. 5. 22. 13:45

목요일마다 나무 문장 읽기. #나무읽는목요일 #TreesThursdays은 매주 목요일마다 나무에 관련된 글귀를 철사로 옮겨써 제 페이스북 계정에 업로드하는 철사 필사 프로젝트입니다.

 

2020년 5월 21일 목요일에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1년지나 53번째 목요일 맞습니다.
그동안 철사로 옮긴 나무요일의 문장들, 한참을 읽을 수 있을 만큼 두툼하게 모였습니다.

마음에 꼭 드는 글귀를 찾는 일에 시간을 가장 많이 들입니다.
필사를 하고, 내용이 잘 전달되길 바라며 사진을 찍습니다.

와, 벌써 목요일이야, 라고 매번 말합니다. (아니, 왜 벌써 목요일이지?)

목요일은 너무도 금방 찾아온다는 작은 투정에 웃으며 격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언제든 중단해도 되는, 스스로 정한 약속. 사실 나누는 기쁨이 더 큽니다.

목요일마다 게시글보러 페이스북에 들어온다는 말, 목요일은 바쁘지 않냐며 다른 날 만나자는 배려, 나무글귀 찾으러 서점, 도서관... 어디든 함께 가주는 여러분 덕분에 일 년 잘 보냈습니다.


그동안 날씨와 계절의 변화에 한층 민감해졌습니다.

봄꽃을 보며 "꽃잎이 떨어지네, 다시 올라가네, 아, 나비였네.(모리타케)"
신록의 나뭇가지를 보며 "산들바람을 붙잡으려고 막 돋아난 나뭇가지들이 부챗살을 펼쳤다.(워즈워스)"
밤새 부쩍 자란 창문텃밭의 상추에 절로 감탄하며 "숲과 들판과 곡식이 자라나는 밤을 나는 믿는다.(소로우)"

음유시인 마냥 읊조립니다.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고 손가락으로 어루만져 스며든 문장들입니다.

"나무가 얼마나 크게 자랄까요?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바람의 빛깔-포카혼타스 ost)"
"우리가 가졌던 것이 무엇인지 몰라. 사라지기 전까지 말이야.(조니 미첼-Big Yellow Taxi)"
작업실 창밖으로 보였던 유일한 나무가 베어 없어지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올 여름도 무척 더울 것 같습니다. 폭우가 쏟아질까요?

무더위가 대단했던 지난 2018년, "희망은 ... 숲과 산과 강이 자신들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상적인 투쟁에 나선 사람들의 어깨동무 안에서 자라난다"는 아룬다티 로이의 글을 읽었습니다.
그제야 나무, 숲과 지구가 나를 지켜주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철사로 옮겨 적고 전시를 열었습니다.

얼마쯤 시간이 흐른 뒤에 시작한 나무읽는목요일.
씨앗, 뿌리, 가지, 잎, 꽃, 열매, 숲, 식물, 나무 글귀에 집중하고 있으나 일주일의 모든 요소(달, 불, 물, 쇠, 흙, 해)가 언제나 함께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언제든 글귀 나누어주세요.
고맙습니다!


I started the TreesThursday project a year ago on Thursday, May 21, 2020. Today is the 53rd Thursday.
In the meantime, the wire transcriptions of tree/plant/forest piled up like a thick book.
Thank you all for your encouragement!

▲ TreesThursdays, 좋아은경, 2021, 폐철사(버려진 철사를 목요일 아침에 수집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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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그린보트에 다녀왔습니다.
"지구를 생각하는 특별한 항해"를 주제로 7일부터 14일까지, 부산-기륭(대만)-화롄(대만)-제주-부산을 돌아보는 여정이었어요.
저는 워크숍 <철사로 나의 손 만들기>와 강연 <형편없는 살림꾼의 쓰레기 없는 여행>으로 그린보트에 탑승한 참가자들을 만났습니다.


<형편없는 살림꾼의 쓰레기 없는 여행>은 여행지에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는 저의 좌충우돌 성공담/실패담을 나누는 자리였어요.

저는 몇 해 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여행을 하고 경험과 정보를 공개하는<형편없는 살림꾼>프로젝트(https://www.instagram.com/bad.housekeeper/)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대적인 방식이 만들어낸 엄청난 쓰레기 처리 문제에 직면할 때면 … 우리는 과학의 안내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눈에만 안 보이면 된다며 양탄자 밑으로 먼지를 쓸어 넣어 버리는 속담 속의 형편없는 살림꾼처럼 행동'한다는 레이첼 카슨의 글에서 그 이름을 빌려왔습니다.


강연 시간이 대만에 내리는 날 오전이라서 '봉투는 필요없어요(부용 타이즈러)', '빨대는 필요 없어요(부용 씨관러)' 등 현지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대만어 문장을 준비했어요. 마침 자리에 대만어를 할 수 있는 분이 계셔서 참가자 모두 여러 번 따라 읊었습니다. 아무 준비물 없이 즉시 시작할 수 있는 실천법이 '거절하기'이니까요.

 

강연장에 준비된 의자가 꽉 차서 서서 듣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더 나아가 플라스틱 프리,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관심이 정말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강연에 대한 반응을 바로 받는 것은 그린보트에서만 접할 수 있는 신나는 일입니다. 강연 후 마주친 저에게 ‘일회용품을 안 받으려고 하는데 자꾸 받게 되더라고요.’ 멋쩍게 건넨 그 말들이 저는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아주 잘 하고 계세요, 그런 마음가짐이 시작인 거죠.’ 저는 있는 힘껏 응원을 보냈습니다.

두번째 기항지 투어를 함께한 참가자분께서 구입한 과자를 한아름 안고 저를 부르시고는 '강연 듣고 드디어 비닐봉지를 안 받았어요' 활짝 웃으시던 순간에 정말 한없이 감동했습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크루즈 여행이 가능할까? 결론은, "그린보트에서는 매우 가능하다"였어요.

 

일단 그린보트에서는 플라스틱 생수병 쓰레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를 판매하긴 합니다만) 크루즈 곳곳에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물탱크가 비치되어 있고, 물론 식사시간에도 물을 받을 수 있어요. 여정을 앞두고 탑승객들은 개인 물병(텀블러)을 꼭 지참하라는 안내를 여러번 받습니다.

 

 

텀블러를 깜박한 승객을 위한 <그린 대여소>도 운영되었어요. 대여소에서 탑승객 정보를 적으면 텀블러를 빌릴 수 있고 선내와 기항지에서 사용한 뒤 하선하기 전에 반납하면 됩니다. 텀블러 외에도 다회용 용기, 장바구니, 우산, 우비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다음 번에는 간단한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세제 등이 비치된 장소(공용화장실 등)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종이포장된 비누 하나를 까서 교체없이 썼고, 샤워부스에는 샴푸와 바디 워시 겸용 제품이 부착되어 있었기에 리필용기에 담아간 것을 쓰지 않았어요. 치약과 폼클렌져는 집에서 사용하지 않고 보관 중이던 샘플을 가져다가 하나씩 썼습니다.

 

 

 

 

뷔페로 운영되는 식당에 과일과 빵, 디저트가 가득해서 다회용 용기나 손수건에 받아두고 간식으로 먹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과자 봉지를 뜯을 일이 없었네요.

 

대만 기항지 투어로는 야시장 탐방을 선택했습니다. 배에서 내리기 전에 물병에 물을 담아서 가지고 다니며 마셨어요.

집에서 챙겨간 다회용 용기에 음식을 받고 텀블러에 생과일 쥬스를 받았는데 전혀 어렵지 않았답니다. 비닐봉투, 빨대 모두 "부용러, 셰셰(필요없어요, 고맙습니다)"라고 웃으며 거절했습니다.

 

 


 

그린보트 프로그램 면면이 담긴 연합뉴스 기사 "플라스틱 없는 생활, 고기 없는 한 끼"에 제 강연 내용도 소개되었고,

 

선내에서 가졌던 유튜브 채널 <요즘 것들의 사생활> 인터뷰, "카페도 여행도, 플라스틱 없이 가능할까? 제로웨이스트 시작하는 법" 업로드되었습니다. 보틀팩토리 정다운 대표님과 함께했습니다. 

 

 

“일주일만 해보면, 달라져요."

일회용품 없는 카페 보틀팩토리를 운영하는 정다운 대표, 쓰레기 없는 여행을 하는 아티스트 좋아은경 작가.

제로웨이스트 고수인 두 사람이 알려주는 플라스틱 없는 일상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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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계속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의 희망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이 희망에 차 있길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이 공포를 느끼길 원합니다.
내가 매일 매일 느끼는 공포를 당신이 느끼길 원합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행동할 것입니다.

나는 당신이 위기에 처한 것처럼 행동하길 원합니다.
나는 당신이 당신의 집에 불이 난 것처럼 행동하길 원합니다.
정말 그런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 그레타 툰베리,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2019년 1월 연설


▲ Climate Crisis ⓒ repengur (이지영)
영국 대표 언론 가디언은 지구 표면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인
기후변화 climate change를 기후위기 climate crisis, 기후비상사태 climate emergency, 기후붕괴 breakdown로 바꾸었다.


기후위기 – 펭귄은 왜 서식지를 잃고 있나?

리펭구르 이지영 작가는 기후위기 문제를 보다 쉽고 가깝게 알리기 위해 펭귄을 캐릭터로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우리 지구가 뜨거워져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펭귄은 기후위기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대표적인 동물입니다.
펭귄의 서식지와 먹이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고 눈 대신 비가 내려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어요. 남극에 비가 오면 왜 펭귄이 위험할까요? 아직 털갈이하지 않은 새끼 펭귄들은 방수가 되지 않는 털을 가지고 있어요. 비를 맞으면 털이 젖고,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밤이 되면 젖은 털이 얼어서 새끼 펭귄의 체온을 떨어트려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지요.

펭귄을 위험에 빠지게 한 기후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5차 보고서는 기후위기가 인류의 책임일 가능성이 95%라고 하며,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 중심, 성장 중심의 경제구조를 기후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이지영 작가의 펭귄 알파벳을 함께 읽어볼까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펭귄이 온 몸을 던져 보내는 절실한 메시지가 느껴지나요?



▲ 죄 없는 어린이들 ⓒ 주양섭
지구의 온도가 2도 상승하면 모기는 해충으로부터 안전했던 고산지대로 올라가게 되고,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말라리아에 걸립니다. 지금 이 포스터를 보는 순간에도 2명의 어린이가 말라리아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기후부정의 - 기후 위기는 동물 만의 문제?

기후위기를 만든 원인 제공자와 그에 따른 피해자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기후부정의라고 합니다. 기후부정의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어요.

주양섭 작가의 <죄없는 어린이들>은 기후정의를 묻습니다. 그림을 이루고 있는 모기가 보이나요?
일반적으로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모기들은 주로 아프리카 등 열대 지역에 서식해왔어요. 그러나 아프리카에서도 해발 1624m인 케냐의 나이로비, 1479m인 짐바브웨의 하라레같이 고도가 높은 곳은 기온이 서늘해서 모기가 없는 말라리아 안전지대였습니다. (출처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①모기 퇴치법-모기는 아파트를 좋아해) 이곳 고산 지대들의 기온이 올라가자 모기 역시도 따라 올라오게 되고, 말라리아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고산지대 사람들이 위험에 처했습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80%를 주요 20개 국가(G20)가 배출합니다. 그러나 기후위기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는 개발도상국에서 83%, 선진국에서 15%의 분포를 나타내고 있어요. (개발지원연구협회 2012년 보고서)

기후위기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나라에서 기후위기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 기후행동을 위한 결석시위 ⓒ 브라이언 캐시(Brian Cassey)
2019년 3월 15일 기후위기 동맹결석시위가 전 세계에서 일어났다. 호주의 55개 도시에서 학생들이 참여했고 나는 케언스에서 현장 사진을 남겼다. 이는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포토 저널리스트의 모임 EveryDayClimateChange(EDCC) 활동의 일환으로 케언스를 비롯한 서울, 파리, 함부르크, 하노버, 밀란, 글라스고, 뉴욕, LA, 멕시코 시티의 결석시위를 24시간 연속 보도하였다. 사진 속의 케언스 학생들은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국제적 문제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분명하고 열정적으로 시위에 나섰음을 보여주었다.


학생들의 결석시위 –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우리의 모두의 문제!

기후위기는 남극과 북극, 아프리카와 같은 먼 곳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기후파업(Climate Strike)이 벌어지는 이유입니다.
이 기후파업의 중심에는 어린 학생들이 있어요.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에 가지 않고 시위에 나서는 결석시위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기후정의! 언제 원하나? 바로 지금!’ 구호를 외치며 어른들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어요.

이는 스웨덴의 16세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레타는 2018년 8월 20일 금요일, 처음 스톡홀름 국회의사당 앞에서 홀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는 피켓을 들고 결석시위에 나섰고, 매주 금요일 전 세계에서 동참하는 학생들이 늘어나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연대모임이 결성되었습니다.

2019년 3월 15일에는 전 세계 약 110개국에서 140만 명이, 5월 24일에는 125개국에서 150만 명 이상이 동맹결석시위에 참여했습니다. 9월 20일과 9월 27일에 대규모 동맹결석시위가 예정되어 있으며 어른들도 기후파업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 Cut Co2 Save Future ⓒ 윤호섭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우리의 미래를 구하자.


세계 평화의 날 – 평화를 위한 기후행동

우리는 이미 극심해진 폭염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호주 국립기후보건센터 연구팀의 최근 보고서는 ‘30년 뒤인 2050년이면 기후변화로 대부분의 인류 문명이 파멸될 것이며 대부분 주요 도시는 생존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영국의회는 2019년 5월 1일 세계 최초로 <기후위기 비상사태> 선언을 통과시켰고, 현재 세계 16개 국가, 800여 지방정부가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언했어요. 이는 우리가 모두 당장 위기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함을 강조하는 세계적 결의이기도 합니다.

9월 21일은 세계 평화의 날입니다. 올해 주제는 <평화를 위한 기후행동 (Climate Action for Peace)>입니다. 이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13항 기후행동(Climate Action)에 해당합니다.

2019년 9월 23일에는 미국 뉴욕의 UN 본부에서 기후특별정상회담이 열리고 130개국 이상 정상급의 참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UN사무총장은 현 상황을 기후위기로 경고하고 긴급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각국 지도자들에게 아름다운 연설이 아닌 구체적인 감축 계획을 가져왔으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이 전투에서 패배할 수 없으며, 패배해서도 안 됩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 No more Nuclear Power Plants ⓒ 윤호섭
아직 태어나지 않은 다음세대가 "그 때 핵 발전 밖에 다른 대안이 전혀 없었나요?"
물어 온다면 어떻게 답 하시겠습니까?


어떻게? 전환적 변화!

윤호섭 작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No more Nuclear Power Plants' 포스터를 만들었습니다. (→작품영상으로 보기)
방사능 마크 안에 태아 사진이 보이시나요? 아직 태어나지 않은 다음 세대가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왜 이렇게 물, 공기와 흙이 방사능에 오염되었는지,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 묻는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작업실에 3KW 짜리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에너지 독립’을 한 윤호섭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저는 핵발전소에서 오는 전기를 안 쓰고 싶습니다. 우리에겐 태양광, 풍력 등 여러 대안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절약을 안 하고 에너지를 펑펑 쓰면서 ‘대안’만 찾는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지금 같은 문명을 구가하면서 모든 것이 에너지와 직결되어 있는데 아무리 남아돌아도 절약을 해야죠.”

탄소 집약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고 절약하는 것, 안전한 재생 에너지를 쓰는 것, 우리의 생활 양식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을 UN에서는 전환적 변화라고 합니다.



▲ 균형 시리즈 - 엘제아르 부피에 ⓒ 좋아은경
그러나 그 모든 변화는 아주 천천히 일어났기 때문에 습관처럼 익숙해져서 사람들에게 아무런 놀라움도 주지 않았다.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1953)


어떻게? 숲이 우리를 지킨다

아스팔트 도로 위에 가로수 그늘이 있다면 더위가 덜하죠? 이렇듯 나무는 도심의 열기를 낮춰줍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도심의 30년생 플라타너스 한 그루가 한여름(7, 8월)에 15평 주택에서 에어컨 10대를 동시에 가동하는 것과 맞먹는 온도 저감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한여름 숲이 있는 곳의 온도는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3~7도가 낮다고 해요.

대프리카라는 별명을 가진 대구는 1996년부터 푸른대구가꾸기 사업으로 총 3천 9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어요. 대구의 여름철 최고기온은 과거 30년 전보다 평균 1.2℃ 낮아졌으며 반대로 타 도시는 1~2℃ 높아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프랑스는 폭염 대책으로 2040년까지 파리에 있는 800개 학교의 아스팔트를 제거하고 녹지공간으로 전환하겠다고 합니다.

버려지는 철사로 작품을 만드는 좋아은경 작가는 우리가 지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우리가 지키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지구는 인간 없이 살 수 있지만, 인간은 지구 없이 살 수 없기 때문이에요.


모두들 기후위기가 존재론적 위협이며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예전처럼 살고 있어요. 저로선 이해가 안 갑니다.

희망보다 필요한 건 행동입니다.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 시작해야 합니다.
- 그레타 툰베리, TEDxStockholm, 2018



▲ Stop Global Heating! ⓒ repengur (이지영)


글/ 좋아은경





UN 세계 평화의 날 기념 기획전시
내일을 위한 매일 Every Day for Tomorrow

윤호섭 이지영 좋아은경 주양섭 브라이언 캐시

2019.9.10(화)-10.27(일)
판교환경생태학습원 2층 에코홀
오전 10시 - 오후 5시
월요일 휴관 입장료 없음

주최 좋아은경
주관 판교환경생태학습원
후원 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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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세계 평화의 날 기념 기획전시 <내일을 위한 매일>은 인류가 당면한 최대의 '실존적 위협'인 기후위기를 예술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으로 기획되었습니다.

UN IPCC의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대비 현재 전 지구 평균온도는 약 1℃ 상승했으며,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면 2℃ 상승보다 일부 위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 45% 감축해야 합니다.

그러나 1.5℃ 상승 역시 인류에 심각한 위험입니다. 우리는 이미 지구의 평균온도가 단지 1℃ 상승한 상태에서<폭염과 열파, 홍수와 가뭄 등 다양한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이는 식량난, 질병,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기후난민 등 전 세계 안보 및 평화에 직결되어 있습니다.

이에 UN은 2019년 9월 21일 세계 평화의 날 주제를 <평화를 위한 기후행동>으로 정했습니다.
9월 23일에는 기후특별정상회담이 열리고, 20일부터 27일까지 전 세계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참여하는 대규모 캠페인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9월 21일 ‘기후위기 비상행동’과 9월 27일 ‘청소년 기후행동’을 합니다.

전시에 참여한 다섯 명의 작가는 “기후변화를 느끼는 첫 세대이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로서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함을, 아름다운 푸른 별 지구에 함께 사는 공존과 균형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내일을 위한 매일>을 함께 생각하고 공감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9월 10일
좋아은경 (주최 및 참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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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세계 평화의 날 기념 기획전시
내일을 위한 매일 Every Day for Tomorrow

윤호섭 이지영 좋아은경 주양섭 브라이언 캐시

2019.9.10(화)-10.27(일)
판교환경생태학습원 2층 에코홀
오전 10시 - 오후 5시
월요일 휴관 입장료 없음

오픈식 9월 19일 목요일 오후 3시
전시 연계 워크숍
9/21, 9/28, 10/5, 10/12, 10/19

주최 좋아은경
주관 판교환경생태학습원
후원 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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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없는 여행 프로젝트, 형편없는 살림꾼을 정리해 페이퍼 2019년 봄호에 기고했습니다. 일부 아래에 옮깁니다.


나의 치앙마이 - 도전! 제로웨이스트 태국 여행
일회용품 없고 쓰레기도 안 만드는 제로웨이스트 태국 여행기 / 좋아은경

일회용품 없이 태국여행을 해보자! 불현듯 의지가 솟아올랐던 것은 왜일까?
최근에 쓰레기 대란으로 떠들썩했잖아.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질 거라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언젠가부터 일상적으로 나누고 빨대가 코에 껴서 아파하는 거북이, 플라스틱 고리가 부리에 껴서 굶어 죽은 새들의 사진을 아무렇지도 않게 마주치고 있더라.

해안으로 떠밀려온 죽은 고래의 뱃속에 가득한 플라스틱을 보며 와, 저 엄청난 양을 봐, 경악하다 문득, 저거 설마 내가 버린 건가?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어. 나는 분리수거를 아주 열심히 하는 우주의 먼지 같은 사람이지만 그 먼지가 만든 쓰레기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누가 알겠어?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5%밖에 안 된다는데. 누군가는 내가 만든 쓰레기 위에 집을 짓고, 내가 버린 쓰레기를 뒤적일 수밖에 없기도 하겠지. 또 속이 상하네...

무엇보다 산술적으로 정말 간단했어! 여행하는 동안 내가 플라스틱에 담긴 생수를 하루에 두 병만 마셔도 백 개가 훌쩍 넘는다는 것. 음식이 담긴 작은 비닐을 하루에 여섯 장만 받아도 삼백 장이 넘는다는 것. 이 모든 것은 아주 놀랍게도 텀블러 하나와 밀폐용기 한 개, 장바구니 한 장으로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는 것.

자연스럽게 제로웨이스트 여행을 하겠다고 결심이 섰지만, 여행이 고행이 되어서는 안 되니까, 중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가볍게 생각하려고 했어. 하나만 줄이자. 하나라도 줄이자. 시행착오를 겪자. 그리고 솔직하게 기록하자.

작은 배낭을 메고 가기에 제로웨이스트 여행 준비물 역시 간소하게 꾸렸어. 무엇보다 새로 사지 않고 집에서 찾아보고 적당한 것이 없으면 주변에서 구했지. 출국 날짜가 다가오면서 ‘새로 사야 하나’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 “어쩌지? 집에 있을 것 같은데 당장 찾을 수가 없네. 지금 나가서 하나 사줄까?” “취지는 그게 아니라니까!” 함께 웃으며 어떻게든 내 여행을 도와주려는 친구들의 응원이 가득해서 떠나기 전부터 좋았어. 뭘 그렇게까지 해? 그런다고 얼마나 바뀌겠어? 김새는 소리 들었으면 어땠을까? 더 전투적으로 했을까?

 

<제로웨이스트 태국 여행 준비물>
1. 약간 깊은 플라스틱 밀폐 용기. 집에서는 활용도가 전혀 없었는데 다양한 음식을 담기에 좋았다.

2. 스테인리스 젓가락. 꼬치 대용으로 사용 가능. 내 인생 첫 젓가락으로, 어린이용이라 밀폐 용기에도 딱 맞게 들어감.

3. 티스푼. 아이스크림 및 각종 디저트 먹을 때 필요했다. 애초에 챙겨가지 않아 방콕 친구에게 가장 가벼운 티스푼을 하나 빌림.

4. 가벼운 접이식 장바구니. 2006년(!) 에코 프러덕트(친환경상품박람회)에 견학 가서 받았다. 매우 낡았지만 계속 가지고 다닌다.

5. 강렬한 무늬의 손수건 3장. 쓰지 않는 걸 선물 받은 것으로 얼룩이 생겨도 걱정 없다. 크기가 넉넉해서 손수건 본연의 기능 외에도 채소나 빵 등 음식을 싸기도 하고 보자기처럼 활용하기도 했다. 평소에는 2장만 가지고 다님.

6. 각종 음료를 받아 마신 뒤 씻기 좋은 입구가 넓은 텀블러와 물 담는 용도의 밀폐가 잘되는 작은 텀블러. 두 개 모두 가지고 다니며 일행이 필요하다고 하면 빌려줬다. 연희동의 일회용품 없는 카페 <보틀팩토리>가 시민들에게 시증받은 것을 재기증받았다.

7. 모든 것은 얇고 가벼운 에코백 속으로 쓱. 세탁이 간편하고 건조도 빠르다. 크기도 커서 장바구니 역할을 함께함.

 

부피는 조금 되지만 가벼워서 그방 익숙해졌어. 정해진 기간에 한정된 물품을 줄이는 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동기부여가 되더라. 티셔츠에 태국어로 문구를 적어 입고 다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태국인 친구에게 필수 문장을 배운 것이 효과만점 이었어. 주문하면서 영어로 말하는 것보다 나그사긋한 태국어로 말했기에 나의 '특별 요구사항'은 대부분 기분 좋게 받아들여 진 것 같아.

 

처음에는 한가해 보이는 곳에서만 시도하다가 나중에는 번호표를 받아 줄 서서 주문하는 인기 노점에서도 해냈어! 유후! '어떻게 일회용 플라스틱과 비닐 없이 음식을 가져가나' 하는 호기심에 찬 눈빛을 받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고, 칭찬과 따봉을 되게 많이 받았어.

 

여유 있고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중요했어.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자책감 들어 표정이 어두워졌는데, 상대방은 잘못을 따지거나 유난 떠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더라고. 동행이 생겼을 때 각박하게 굴지 않으려다 오히려 꼬일 때도 있었어. 일회용 컵이나 빨대를 받아놓고 쭈뼛거리면 되레 서로 민망하고 미안한 상황이 돼버려서 명쾌하고 유쾌하게 말하는 기술이 필요하더라.

 

치앙마이에서의 마지막 밤. 머물던 호스텔에서 일하는 친구가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했어. 밤마다 간식거리도 사다주고 고마운 것이 많았다며. 그는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음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했고 "그런데 이거 다 비닐에 싸주겠지?" 나의 한마디에 한걸음에 숙소로 달려가 그릇을 챙겨왔어. 정말 감동했지. 아슬아슬 음식이 가득 담긴 그릇을 들고 돌아가는 길에 진귀하게 쳐다보는 다른 여행자들을 향해 "일회용 비닐봉지를 쓰지 않으려고요!"라고 말했고, 그들은 "오, 정말? 대단해!" 하며 호탕하게 웃음을 나눴어. 그 기분 좋은 순간들이 지금 떠오른다.

 

모든 여행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방콕 친구네 돌아왔을 때, 친구는 내가 선물한 접이식 장바구니를 그동안 항상 사용했다고 하더라. 그러다 보니 음식물쓰레기 버릴 비닐 봉투 하나 집에 없다고 웃어 제꼈어. 그 친구는 자신의 부엌에 잠들어 있던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고, 음료를 받아 수업에 들어가면 학생들이 "우아, 선생님. 그거 예뻐요? 새것이에요?" 하고 물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텀블러 사용에 대한 설명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줬어. 아이들은 곧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될 거라고.

 

<제로웨이스트 태국 여행을 위한 필수 태국어>

* 빨대는 필요 없어요 = 마이 아오 러얻 카

* 비닐봉지는 필요 없어요 = 마이 마오 투웅 카

* 제 컵이 있어요 = 아오 께에오 마엥 카

* 제 용기가 있어요 = 아오 끌렁 마엥 카

* 고맙습니다 = 컵쿤 카 (화자가 남자의 경우 '컵쿤 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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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쓸(Magazine SSSSL) 4호에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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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를 유독 힘들어하는 저는 겨울을 더운 나라에서 보내기로 했어요. 관광보다는 탈출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태국을 선택하였습니다. 신세를 질 수 있는 친구가 몇 있거든요.

약속된 일정을 마치는 대로 떠나는 항공표를 급하게 구입하고 나니, 불현듯 저의 지난 여행들이 떠올랐습니다.

태국은 한국만큼이나 일회용품 사용이 정말 많아요. 그리고 저는 여행지에서 굉장히 관대해집니다. 평소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일회용 컵, 일회용 봉투 등을 받아 하루하루 쓰레기를 잔뜩 만들면서 각 나라의 삶의 방식과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자라는 핑계를 대곤 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다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여행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빨대가 코에 껴서 고통받는 거북이, 페트병에서 나오는 고리가 부리에 껴서 굶어 죽은 새와 같은 사진을 정말 매일같이 보고 있어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질 것이고, 이미 우리가 먹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 정도라는 그런 이야기들이 평범하게 오갔어요.

그동안 재활용된 플라스틱이 고작 5%라는 수치를 접하기도 했어요. 5%라니! 저희 어머니는 아주 성실하게 분리배출을 하세요. (주로 식품 구입에서 발생하는) 종이, 유리, 플라스틱, 캔을 깨끗하게 나눠두었다가 목요일 아침에 아파트 단지에 마련된 배출장소로 가지고 나가요. 조그마한 플라스틱 조각까지 세심하게. 근데 그런 것은 재활용이 되지 않기에 폐기물로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게 낫다고 하더군요. 그간의 수고는 다 어떻게 된 걸까요?

어느 외국의 해안으로 떠밀려온 죽은 고래 뱃속은 비닐봉지로 가득했어요. 아차, 그 중에 제가 버린 게 한 장은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겠어요. 제가 아무리 우주의 먼지 같은 사람일지라도요.

"현대적인 방식이 만들어낸 엄청난 쓰레기 처리 문제에 직면할 때면
……
우리는 과학의 안내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눈에만 안 보이면 된다며
양탄자 밑으로 먼지를 쓸어 넣어 버리는
속담 속의 형편없는 살림꾼처럼 행동합니다."


레이첼 카슨, 잃어버린 숲

제가 바로 그 ‘형편없는 살림꾼’이라고 생각했어요. 쓰레기는 제 눈 앞에서 말끔히 사라졌지만 소각장으로, 매립지로, 강으로, 바다로, 그저 어딘가로 밀어낸 것일 뿐이니까요.

"일회용없이 여행을 해보자."
인스타그램에 형편없는 살림꾼(www.instagram.com/bad.housekeeper/) 계정을 열었습니다. 


완벽한 결과보다는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 의의를 두자고 되내었어요. 이 여정을 만점을 받고 패스해야 하는 시험으로 여기지 말자고, 왜냐하면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여행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과 ‘방법’이니까, 순간순간의 경험을 쓸모있는 정보로 남기자면서.

여행에 필요한 물품은 새로 사지 않고 집에서, 주변을 수소문해서 구했어요. 배낭여행자이기에 꼭 필요한 것만 가볍게 챙겼어요.
<태국여행에서 유용한 준비물>을 소개합니다.

 

1) 플라스틱 밀폐 용기. 약간 크다 싶을 정도의 깊은 형태. 가지고 다니기에는 납작한 것이 편하지만 (밥, 국수, 빵, 간식 등) 여러 종류의 음식을 담기에는 깊은 것이 좋았어요. 집에서 안 쓰는 것을 가져갔습니다.

2) 스테인리스 젓가락. 포크, 꼬치 대용으로 사용 가능합니다. 어린이용이라 길이가 짧아 밀폐 용기에 딱 맞게 들어가서 따로 케이스를 가져가지 않았어요. (제 인생 첫 젓가락입니다)

3) 티스푼. 아이스크림 및 각종 디저트 먹을 때 대부분 플라스틱 스푼을 제공하더라구요. 애초에 챙겨가지 않아 방콕 친구네에서 가장 가벼운 티스푼을 하나 빌렸습니다. 스무디 먹을 때도 유용하고, 길거리 노점에서 밥 먹을 때 쓰기도 했어요.

4) 가벼운 접이식 장바구니. 원터치로 쉽게 꺼내쓸 수 있는, 부피가 작고 가벼운 것이 좋습니다. (2006년 일본 친환경상품박람회에 견학 가서 받은 것으로, 형태와 재질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 낡았지만 계속 가지고 다니고 있습니다)

5) 무늬가 있는 크기가 넉넉한 손수건 3장. 손수건 본연의 역할 외에 한 장은 밀폐 용기에 넣고 다녔어요(젓가락과 티스푼 덜그럭 소리 방지). 채소, 과일이나 빵 등 음식을 싸기도 하고, 보자기처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얼룩이 생겨도 걱정 없도록 알록달록한 것으로 모두 안쓰는 것을 선물 받았습니다.

6-1) 입구가 넓은 텀블러. 얼음이 들어간 음료를 받아 마신 뒤 씻기 편리합니다.
6-2) 밀폐가 잘되는 작은 텀블러. 물을 담고 다녔고, 일행이 생기면 종종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두 개 모두 서울 연희동의 일회용품 없는 카페 <보틀팩토리>가 시민들에게 기증받은 것을 재기증받았습니다.

7) 얇고 가벼운 에코백. 위의 7가지 아이템을 모두 넣고 다녔습니다. 얇아서 세탁이 간편하고 건조도 빠릅니다. 크기도 넉넉해서 장바구니 역할을 함께 했어요.

빨대 없이 마시는 것에 익숙하기에 다회용 빨대는 가져가지 않았고, 숙소의 주방에서 설거지할 요량으로 수세미와 세제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샴푸와 바디워시는 오래전에 받은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리필해서 쓰고 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멀쩡하게 제 기능을 하는 것들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쓰려고 해요.

한정된 기간에 한정된 품목을 정해 줄이려는 것은 확실히 동기부여가 되었어요. 산술적으로도 간단했어요. 물, 음료 등 마실 것이 담긴 플라스틱 용기를 하루에 2개만 써도 한 달이면 60개, 음식 등을 담는 비닐봉지를 3장만 받아도 한 달이면 90장...! 텀블러와 밀폐용기, 장바구니만 챙겨 사용해도 그 숫자를 0에 가깝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태국어 필수 회화>를 준비했습니다. 그 덕에 도전의 순간은 언제나 웃음과 호의로 가득했어요. 정말 덕분에 여행이 무척이나 풍요로워졌어요.

 

 

 

당장 엄두가 나지 않아도, 천천히 시도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우리는 여행을 계속할 테니까요.

▶이렇게 시작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여행지에서 ①쓰고 버리는 것을 인식한다 ②남들이 버리는 것을 목격한다 ③한곳에 쌓인 쓰레기가 저 정도라면... 이 동네, 이 나라, 지구 전체의 스케일을 상상해본다.

▶아무런 준비물없이 빈손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것 ①빨대 없이 마시기 ②봉투 없이 물건 구입하기, 한 장의 봉투에 최대한 담기

▶일회용 없는 여행을 결심을 했다면
여행 전 ①나의 소비 패턴에 주목한다(지난 여행 사진을 찾아본다) ②줄일 아이템을 정한다(일회용 비닐봉지, 종이봉투, 빨대, 일회용컵, 생수병 등) ③현지언어를 준비한다(빨대는 필요없어요, 봉투는 필요없어요 등)

 

형편없는 살림꾼의 여행은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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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은경 오픈스튜디오 TREES PROTECT (   )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이음책방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2018년 시월 한 달, 되도록 빠짐없이 전시장에 나와 작업하며 관람객을 만날 예정으로 "오픈 스튜디오"라는 명칭을 붙였습니다.

입구 쇼윈도에 전시를 알리는 입체 포스터를 부착했습니다.







벽면에 빈 캔버스가 걸려있기도 합니다. 매일 조금씩 전시 공간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저는 대부분 중앙 테이블에 앉아 작업을 하다가 원하는 관람객분께 직접 설명을 드립니다.
여러분을 만나고 싶어 전시장에 나와있으니 언제든 생각나는 것이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말씀주세요.

미니달력 만들거나, 버려지는 철사로 작은 새 혹은 나의 손을 만드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회색 종이에 흰색으로 인쇄한 <균형 달력 2016>.
이미지는 철사로 만든 <균형시리즈 a series of balance objects>에서 가져왔습니다. 보통 우리가 접하는 달력은 매달 그림이 바뀌지요? 저는 일 년 365일 내내 하나의 이미지를 집중해서 보는 형태로 디자인해보았어요. 더해서 제작, 폐기까지 전 과정을 고려해서 재료와 공정을 한정하였습니다.

가운데 이미지는 인쇄소에서 기사님이 기계 앞에 앉아 압을 주어 하나하나 핀을 맞춰 찍는 생각보다 매우 까다로운 작업을 거쳤습니다.
하단의 열두 달 달력 부분은 자투리가 나오지 않는 크기로 프린터기로 출력한 뒤 직접 절취선을 넣고 재봉틀로 부착하였어요. 일상의 물건인 달력의 형태를 실험하는 프로젝트으로, 제작 과정이 담긴 메이킹 영상을 만들어 공개했습니다.

<균형 달력 2019>은 여러모로 더 간소했습니다.
사람들 대신 나무들이 서있는 <균형 시리즈 엘제아르 부피에 Elzeard Bouffier; a series of balance>는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 세상의 변화에 개의치 않고 꾸준히 묵묵히 나무를 심어 결국 숲을 이룬 한 사람의 의지를 담고자 했습니다.

나무와 숲을 이야기하는 만큼 종이를 사용에 고심했고, 인쇄 과정에서 나오는 폐지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갈색 크라프트 종이는 인쇄 후 남아 인쇄소에서 보관하고 있던 것이고, 그 외 인쇄과정에서 나오는 파지를 얻어왔습니다.
하단의 열두 달 부분은 이면지를 포함해 대나무, 해초로 만든 비목재 펄프, FSC 인증 종이 등 다양한 A4지에 출력했습니다.

제작 공정도 단순해졌습니다. 커다란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찍는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았고, 레터프레스로 직접 찍습니다. 전 과정이 작가의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달력에 일련번호를 넣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재료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서 잊지않고 모아주는, 일상 속에서 쓰임을 다한 철사에요. 다소 귀찮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전해받을 때마다 강렬하고 따스한 지지를 느낍니다.




"Look deep into nature, and then you will understand everything better."
자연을 깊이 들여다보면 모든 것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철사로 옮겨적었습니다.



불균형 형태로 균형을 이야기하는 <균형 시리즈 a series of balance objects>.

왜 한쪽이 내려가 있고 또 다른 한쪽이 올라가 있을까요? 작품을 보시면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 어떤 상황이 떠오르시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어요? 물론 정답은 없어요. 그동안 수집한 아주 다양한 이야기, 저도 들려드릴께요.



집 앞 도로 위에 떨어져 있던 나뭇잎을 빈 캔버스에 옮겼습니다. 바닥 한켠에는 짜투리 폐목재 위로 아슬아슬 균형을 잡으려는 두 사람.



손을 그리고 만듭니다.

언젠가 400여일 동안 배낭여행 갔을 때, 만나는 사람들과 장소가 다채로워진 만큼 전 세계에서 매일 같이 쏟아지는 뉴스와 사건사고를 접하며 "손 쓸 수 없다"는 감정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한동안 황망했고 이내 "나는 나의 손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 고민으로 이어졌어요. 여행하는 동안 나의 손을 거치는 종이-영수증, 버스티켓 등-의 뒷면에 틈틈히 나의 손을 그렸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손에 담긴 다양한 은유, 의미를 되새기며 철사로 <나의 손 a series of hand objects>을 만들고 있습니다.
평생을 써온 자신의 손을 새삼스레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자신의 손을 관찰하며 그려보고 철사로 만드는 워크숍 프로그램도 구성해 운영하고 있어요.


첫 작품, 달력의 용수철 철사를 풀어내 새를 만들어 올린 <침묵의 봄>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1962년 출간된 레이첼 카슨의 책에서 따왔어요.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환경 고전으로 DDT 등 유독성화학물질의 무분별한 사용에 의한 생태계 파괴를 경고하는 내용이 담겨있어요.

제가 레이첼 카슨에게 읽어냈던 것은 무엇보다 균형과 공존의 메시지입니다.
"단지 몇 년이 아니라 수천 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고 그 결과 적절한 균형상태에 도달했다. 이렇게 시간은 생명체의 생존에 있어 필수적 요소였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충분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1962)

그 섬세한 균형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모빌 <적절한 균형 상태 A Balance Has Been Reached>도 걸었습니다.

모빌 위에 산양 이 보이시나요? 인간이 생태계의 균형을 깨면서 사라지고 있는 생명체, 우리나라 설악산의 산양이 떠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담아 지난 2015년에는 주제전 <산양이 사는 나라 Where the Wild Goats Are>를 열기도 했어요.



"If there is any hope for the world at all (...) it lives low down on the ground, with its arms around the people who go to battle every day to protect the forests, the mountains and the rivers because they know that the forests, the mountains and the rivers protect them." (Arundhati Roy)

아룬다티 로이는 말합니다. "희망은 지표면의 가장 낮은 곳에서 자라난다. 숲과 산과 강이 자신들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상적인 투쟁에 나선 사람들의 어깨동무 안에서 자라난다."

'내가 지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나를 보호하고 있다. 내가 나무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나를 지키고 있다'는 아주 단순한 전환이 저에게는 무척이나 크게 다가왔어요. 한참 곱씹어보다 철사로 글을 옮겼습니다. <the forests, the mountains and the rivers protect (   )>

올 여름 참 더웠는데요. 대구가 한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의 오명을 벗기 위해 지난 20여 년 동안 엄청난 숫자의 나무를 심었고, 그 효과가 몇 년 전부터 나기 시작해서 이제는 서울보다 여름 최고 기온이 낮다고 합니다.
유럽도 펄펄 끓었지요. 각국에서 대책을 내놓는 가운데 프랑스에서는 파리에 있는 800개 학교 모두 2040년까지 아스팔트를 제거하고 녹지공간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요. 도시 곳곳에 오아시스 섬을 만드는 발상. 나무가 나를 지키고 있다, 되뇌어봅니다.



방명록은 작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습니다. 꼭 남겨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전시를 준비하며 보았던 관련 자료도 함께 비치해놓았습니다. 사진과 노트, 필기구 등은 제 방 책상에서 옮겨왔습니다.



"핸디 가이드북"도 준비해놓았어요. 곳곳에 놓인 의자와 소파에 앉아 작품도 보시고, 책과 자료도 넘겨보시고 편안히 천천히 머물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시, 10월 31일 종료됩니다. 만남을 청합니다!



좋아은경 오픈 스튜디오
TREES PROTECT (     )

2018.10.1-10.31
월-토 1pm-10pm

책방이음 갤러리
서울 종로구 대학로14길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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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떻게 보내셨어요?
우리 집에는 에어컨이 없습니다. 에어컨 없이도 여름나기에 괜찮은 집이었습니다. 아파트 뒤편으로 저수지가 있어서 앞뒤 베란다 창을 활짝 열어두면 맞바람이 제법 시원하게 치거든요. 매해 얼마간 열대야가 찾아왔지만, '여름은 더운 거니까' 그럭저럭 견딜만 했어요. 그러나 2-3년 사이 여름은 무척이나 괴로운 계절이 되었습니다. "오늘 진짜 덥다", "올해 진짜 덥다"라는 말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새어 나왔고 각자 코앞에서 선풍기를 쐬며 기진맥진 지내는 날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기분 탓이 아닙니다. 2018년 올해 폭염 일수가 31.5일이었다고 합니다. 한 달이 넘는 폭염이라니. 역대 최장 일수를 기록했습니다. 평균 폭염 일수를 찾아보니 1990년대는 10.8일, 2000년대 10.4일이라고 합니다. 제 어린시절의 기억으로는 극도로 더운 날이 10일로 끝나야했는데, 그보다 3배나(!) 더 많았던 것이지요.
관련기사 → 올여름 열대야 17.7일… 최고치 경신

대프리카 아니라 서프리카?
저희 오빠는 대구에 살고 있어요. 대구에서 맞는 첫 여름이라 더위의 강도가 높아지자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곳은 도대체 얼마나 덥길래 '대프리카'라고 불릴까요? 몇 번 안부 문자를 보냈는데 의외로 지낼만하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공기가 덜 덥게 느껴진다면서요. '거참 이상하네'라고 생각했는데, 아침 라디오 방송을 듣다가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온 김진애 박사 말에 의하면 대구가 1996년부터 나무 심기를 하는 등 '찜통 도시'의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했고, 그 결과 이제는 최고 기온 도시 상위권 목록에서 사라졌다고 하네요.

이러한 <푸른 대구가꾸기>는 도시열섬현상과 폭염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사업으로 그동안 총 3천677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담장을 허물어 빈 공간에 나무를 심고, 가로수는 3열로 심는 등 아주 적극적으로요.
관련기사 → [대프리카의 여름] ② 1도라도 더 낮춰라…갖가지 폭염 대응법

출처 Urban heat islands: cooling things down with trees, green roads and fewer cars (The Guardian)


우리가 한 번은 봤을 법한 도심숲의 효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열화상카메라 사진입니다. 뙤약볕에 달아오른 아스팔트는 붉은색,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곳은 파란색을 띱니다.

장기 폭염 사태가 단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가운데 프랑스 '파리 회복력 계획(Paris Resilience Strategy)'에서 2040년까지 파리에 있는 800개 학교 모두의 아스팔트를 제거하고 녹지공간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담았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 [MBC 앵커의 눈] 빌딩 대신 숲을, “나무는 도시의 에어컨”

알면서도 모른 척? 모르면서 아는 척?
나무와 숲에 대한 글을 찾아 읽었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책들도 다시 찾아 읽었습니다.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펭귄뿐만 아니라 인간 자신도 위태롭다'라고 그저 상식처럼 말해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제야, 에어컨이 없는 집에서 30일이 넘는 폭염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기후변화는 절실한 '나의 일'이 되었습니다.
관련기사 → [조천호의 파란 하늘] 산업혁명 이후 평균기온 1도 상승했는데…폭염 잦아진 이유는?



전시를 열기로 했습니다.
'균형 시리즈; 엘제아르 부피에(Elzeard Bouffier; a series of balance)'를 대표 작품으로 정했습니다. 장 지오노가 실화를 바탕으로 쓴 단편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 수십 년 동안 황량한 땅에 묵묵히 나무를 심어 풍요로운 숲을 만든 한 사람의 위대함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물론 그 사람 손에 도끼를 쥐여준다면 내용은 반대가 되겠지요.


'2016년 균형 달력'의 형태를 유지하되 재료와 공정에 변화를 주어 '2019년 균형 달력'을 제작했습니다.

우선 전시 대표 작품인 '균형 시리즈; 엘제아르 부피에(Elzeard Bouffier; a series of balance)'의 이미지를 넣었습니다.
나무 이야기를 담았기에 최대한 새로운 종이를 사지 않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작품 이미지가 들어가는 두꺼운 종이는 인쇄 과정에서 나오는 파지/폐지와 인쇄 후 인쇄소가 보관하고 있던 잉여 종이를 받아와 활용하였습니다.
하단의 열두 달 부분은 기존의 FSC 인증 종이 외에도 대나무 종이, 해초 종이 등 비목재 펄프 종이, 얇은 재생지, 이면지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해 사용자가 직접 만지고 사용하며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인쇄소의 커다란 기계로 압력을 주어 찍었던 과정 역시 직접 인쇄하는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리놀륨 판화, 실크 스크린 등을 실험해보았고 이보다 간단한 레터프레스 기법으로 소량씩이나마 직접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절취선을 넣고 재봉틀로 제본하는 것은 전과 같습니다.

균형 달력, 좋아은경, 2018

 

​희망은 지표면의 가장 낮은 곳에서 자라난다.
숲과 산과 강이 자신들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상적인 투쟁에 나선 사람들의 어깨동무 안에서 자라난다.
아룬다티 로이, 2010

 

전시 제목은 Trees Protect (  ) 입니다.
나오미 클라인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에서 인용된 아룬다티 로이의 글에서 생각의 전환을 맞았습니다.

"숲과 산과 강이 자신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 they know that the forests, the mountains and the rivers protect them)". 나는 이제껏 정반대로 생각하고 말해왔구나, 숲이 있어서, 강이 있어서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로구나, 문장을 여러번 곱씹으며 꽤 한참을 멍하게 지냈습니다.

아룬다티 로이는 이어서 말합니다.
"심각하게 훼손된 세계를 재창조하는 첫걸음은, 특별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의 절멸을 막는 것이다.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닌 상상력, 무엇이 행복이고 충족인지에 대해 전혀 다른 관념을 드러내는 상상력 말이다. 이러한 철학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과거의 수호자들이 존속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용인해야 한다. 실제로 이들은 우리에게 미래의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시월 한 달, 이음에서 만남을 청합니다. 저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매일 전시장에 나와 제 자리를 지킬 예정이고, 전시는 날을 이어가며 조금씩 변화할 것 같습니다. 찾아주시는 누구나 편안히 오래 머무르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우리의 지나치게 뜨거웠던 여름에 대해, 우리 모르게 서늘한 공기를 실어 보내주었던 나무에 대해, 내일을 위한 특별한 상상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요.

고맙습니다.
좋아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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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은경 오픈 스튜디오

TREES PROTECT (     )

2018.10.1-10.31 월-토 1pm-10pm
책방이음 갤러리 서울 종로구 대학로14길 12-1
작가와의 대화 10월 11일 목요일 오후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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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랑스러운 곳이지요?"

작은 미소를 띄우고
작은 눈길을 보내고
작은 인사를 건네었을 뿐인데

이토록 빛나는 순간을 돌려받았습니다.








열 여덟,
왜 다른 여자애들처럼 평범한 사무직을 원하지 않느냐고 대성통곡하는 어머니를 뒤로하고 해병대에 지원해 바다를 누볐다는 그.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던 우리는 이내 쉬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서로에게 귀기울 일 수 있다면 우리가, 우리가 살아온 삶이 얼마나 다른지는 문제되지 않겠지요. 우리는 지금, 이 곳에서 만났으니까요.


"한 번 만들어 보시겠어요?"
작업이 정말 멋지다고 말해주는 그에게 슬그머니 철사를 건네었고

"내가 새를 만들다니. 그것도 철사로...!"
손재주가 정말 없다고 강조하던 그는 난생 처음있는 일이 감격스럽다며 눈가를 적십니다.


긴 포옹.
느린 미소.
꼬옥 맞잡은 두 손.

"정말 사랑스러운 곳이지요?"